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의 오사카 식도락투어 그 마지막 날. 한국행 비행기는 오후 5시 40분. 칸사이 국제공항까지 한 시간 걸린다고 치면 최소한 2시에 난바역에서 지하철을 타야만 했다. 그래서 마지막 날은 아예 느지막하게 일어나, 난바역 근처를 좀 둘러보고, 완전소중 지유켄 (自由軒) 에 가는 스케쥴 정도만 잡았다. 언제나 호텔을 체크아웃 할 때면 살짝 우울해진다. 아무 생각 없이 마셔버린 룸바의 생수 값 350엔을 내고 체크아웃. 살짝 배가 고프다. 호텔 근처에 있던 모스버거에 가 보기로 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국산육'
칠리도그와 데리버거
모스버거는 왠지 일본의 샐러리맨들의 지지를 받는 듯 하다. 주문을 받던 서버도 중년의 아주머니 였고, 매장에는 아침 일찍부터 영업을 가는 듯한 양복맨들로 가득했다.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는 각각 칠리도그와 데리버거, 어니언링을 주문. 여기 꽤 맛있다. 뭔가 맥도XX나 버거X과 같은 패스트푸드와 크라제와 같은 준 하우스버거의 중간 정도 위치에 있는 듯 한 느낌? 먹으면서도 '아, 이거 먹으면 수명 줄겠네-' 하는 느낌은 그닥 들지 않는 그런? 그리고 모스버거는 참 일본스러운 햄버거 가게랄까. 모스버거의 간판이나 트레이 색상 - 짙은 그린 - 을 보라-
여튼, 맛있게 먹어치우고 난바역 근처의 빅 카메라에서 시간을 보냈다. 예전에 대포고냥군의 소시적에는 가끔 일본에 와서 전자제품 양판점을 구경하다보면 갖고 싶은 것 천지였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다. 그 시절에는 한국에는 없는 것들이 워낙 많았었는데 말이다. 지금은 세계 어딜가나 상품은 다 거기서 거기다. 게다가 지금의 엔고로 인한 환율크리- 같은 디카도 한국이 훨씬 싸다-
완전소중 지유켄
명물카레 (名物カレ―)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벌써 1시. 빅카메라 뒷 길에 있는 지유켄으로 발길을 옮겼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아아. 얼마나 기다렸던 지유켄인가. 메뉴가 여러가지 많은데도 그중에 명물카레가 단연 제일인듯 싶다. 아예 카레에 밥이 비벼져서 나오는 명물카레. 그 위의 날계란. 오코노미야키 소스를 뿌려서 휘휘 저어서 먹으면 캬아- '이거, 완전 쥑인다-' 이 날은 특별히 후식으로 지유켄의 푸딩도 맛 보았다는. 언제나 지유켄의 카레는 그리움이다.
지유켄을 나와 난바역으로 가자. 칸사이 국제공항으로 가는 전철이 막 출발해 버렸다. 약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짤았지만 정말 즐거웠던 2박 3일. 정말 돌아가기 싫어진다. 슬슬 일상이 떠오르면서 점점 더 우울해진다. 그래도 귀국하는 날이 토요일이라 다행이다. 일요일이었다면 정말 우울했을듯.
특급 라피트 (Rapi:t)
살짝 늦을지도-
칸사이 국제공항
셔틀 모노레일을 타고 탑승하자
셔틀버스를 타고 용산 집으로 출발-
2박 3일 동안 정말 즐거웠고, 행복했다. 두 번째 다녀왔던 오사카. 털털하고 따뜻한 사람들과 초 맛있는 먹거리들. 특히 지유켄의 카레는 앞으로도 늘 생각날 듯 하다. 이벤트에 당첨된 덕분에 공짜로 다녀온 여행이었지만 용돈으로 쓴 돈이 400만원이 넘더라 - 우리 뭐냐;;; 이런 좋은 기회 주신, 이벤트 진행 담당자님, 좋은 식당 소개해 주신 큐타로군의 지인 마나베상, 카페플랫 주인장님 (남) 모두 감사드린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기 전에 잠시 둘러본 전자양판점의 카메라 코너에서 발견한 책 「そらとぶねこ」 - 하늘을 나는 고양이. 영문으로 붙여둔 부제가 에어본 캣츠 (Airborne Cats) 란다. 하하;;; 이 책을 발간한 저자는 junku 라는 필명으로 플리커 (flickr) - 사진을 주로 포스팅하는 블로그 서비스 - 에 점프하는 고양이 사진을 포스팅하는 사람인데, 블로그의 사진을 모아 사진집을 발간했단다. 이 사진집의 2/3 는 사진, 그 이후에는 점프하는 고양이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나름 junku 아저씨가 연구한 노우하우를 소개한다. 카메라, 조명, 그리고 고양이들을 점프하게끔 하는 팁 까지...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이 책의 처음 몇 장을 뒤적였을 뿐인데, 뭔가에 홀린듯 책 값으로 1,300엔을 지불해 지불해 버렸다. 주인공인 5마리의 고양이 중, '후와리' 라는 고양이의 완벽한 점프샷에 둘은 순간 반해 버렸던 것이다. junku 아저씨네 고냥들은 뭉친 휴지를 좋아한단다. 뭉친 휴지를 공중으로 휙 던지면 점프 한다길래 울집 바둥이와 구름이 한테 해 봤더니, 완전 '뭥미';;; 얘들아 좀 반응해봐... 응? 응? 응?
도쿄여행 3일 째.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이날 16시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빡빡한 스케쥴 탓에 늦어도 오후 2시까지는 한 지역을 모두 돌아 볼 만한 장소를 찾다 보니, 다이칸야먀 (代官山) 지역 밖에 없었다. 다이칸야먀로 가려면 야마노테센으로 에비스 (惠比壽) 역에 내려서 걸어서 가야겠다. 사실, 야마노테센에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면 바로 다이칸야마역으로 올 수 있었을 텐데, 에비스역 주변도 구경할 겸 해서 이렇게 결정한 것. 다이칸야마는 좁은 지구에 예쁜 카페와 보세 옷가게 등이 가득 모여있는 예쁜 곳이다. 이 날, 일정이 끝나고 즉시 공항으로 가야만 했기에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서 트렁크를 가지고 나왔는데, 정작 에비스역에서는 트렁크 보관함이 없었다는;;; 결국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하루쥉일 조낸 큰 트렁크를 끌며 낑낑대야만 했다.
에비스역에는 쇼핑센터인 에비스 가든플레이스가 연결되어 있다. 잠깐 둘러보았는데, 백화점, 식당가가 함께 모여있는 곳이구나. 아주 큰 무인양품 (無印良品) 매장이 있길래 둘이서 좋아라 하며 구경했다. 무인양품에서 냉장고, 오븐, 전자레인지도 나오는 줄 그 때서야 알았다는. 무인양품이 여기선 실용적이고 깔끔한 컨셉의 중가 브랜드인데 반해서 한국에선 왤케 비싼건지... 에비스역을 나와 코마자와도오리 - 駒通り - 를 따라가면서 다이칸야마역을 찾아갔다. 정말 한적한 분위기의 다이칸야마역에서 사진을 몇장 찍고선 여행책자를 보며, 멋진 샵들과 오픈 카페들이 많이 모여있는 하치만도오리 - 八幡通り - 를 따라 가기로 했다.
하치만도오리는 많은 도쿄 여행서에서 추천하고있는 이른바 '스타일리시한 거리' 이다. 스타일리시 할 뿐 아니라 깨끗하고 한적한 듯한 분위기가 왠지 유럽삘이 난다. 맛있는 주먹밥을 판다는 오니기리덴덴을 지나니 다이칸야마의 상징이라는 다이칸야마 어드레스가 보인다. 다이칸야마 어드레스는 주상복합건물인데, 주거공간인 '더 타워' 와 16개로 이루어진 샵들이 예사롭지 않다. '더 타워' 는 첫 눈에 봐도 비싸보인다. 휘황찬란하게 화려한 것이 아니라 한 톤 다운된 그런 차분하고 세련된 분위기다. 왠지 젊은 독신 부자들이 많이 살 듯한 분위기랄까... 여튼 다이칸야마는 여피스러운 동네다.
징징양이 어디서 조사를 해 왔는지, 다이칸야마에 왔으면 와플스를 빼어 놓을 수 없단다. 와플이랑 차를 파는 작은 카페인데 따로 좀 알아보니, 가수 유희열씨가 여길 아주 사랑한단다;;; 징징양은 참고로 유희열씨 팬임. 와플스를 가려면 하치만도오리에서 다시 에비스역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근처에 와서도 당췌 찾을 수가 없어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갔다. 다이칸야마의 분위기 인듯도 한데, 와플스 역시 주거지역 안에 쏙 파묻혀 있어서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와플스는 아주 자그마하다. 바깥에 작은 정원 (?) 도 있는 것이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 같다. 벽돌로 지어진 건물에 큰 통유리를 통해 하얀색 내부가 시원하게 보인다. 바깥에도 자리가 있는데, 날이 더워서인지 다들 안에 앉아 있다. 트렁크를 낑낑대며 끌고 들어갔더니 고소한 와플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플레인와플과 아이스라떼를 주문했는데, 한화로 약 만 오천여원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더운날에 씩씩대며 다녀서 땀범벅이 된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잠깐 와플스에서 땀을 식혔다.
여기 에비스 - 다이칸야마 지역을 오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라면이 유명하다는 것. 그래서 라면을 먹어보긴 해야겠는데, 지나다가 만난 라면집에 들어가긴 싫고 해서 와플스에 있는 주인장같이 생긴 여자분에게 이 주변에 맛있는 라면집이 있으면 추천해 달랬더니 지도까지 그려주며 에비스 역 근처의 카즈키 (香月) 라는 곳을 추천해 준다. 과연 찾을 수 있을까나;;;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졌다. 슬슬 에비스역 근처로 돌아가야겠다. 돌아가는 도중에 보았던 건널목 앞에 있던 예쁜 가방가게를 지나 유명한 미스터 프렌드리 - Mr. Friendly - 카페가 보인다. 핫케익이 참 맛있다는데... 시간만 조금 더 있었더라면 여유롭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구경하고 싶은곳이 너무 많다. 에비스역에 다시 돌아와서 와플스의 그 분이 그려준 지도를 보며 코마자와도오리로 다시 돌아갔다. 그런데 분명 처음 이 거리를 지나칠 때는 보이지 않았던 라면집 카즈키를 너무 쉽게 찾아버렸다는!!! 둘이 와방 기뻐하며 들어갔더니, 여기에도 한국인 유학생으로 보이는 어벙한 총각이 서빙을 하고있다. 카즈키의 라면맛은 꽤 괜찮았다. 대포고냥군이 주문했던 돈코츠라멘 - 豚骨ラ-メン - 은 규슈지방이 원조인데도 꽤 맛있게 먹었으니 말이다.
발견!!! 카즈키라면!!!
이렇게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의 첫 일본 여행기는 끝이 났다. 여행기간이 풀로 3일이 아니어서 짧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도쿄는 3일만에 돌아보기에는 너무나도 넓었다. 사실, 우리가 움직인 구간을 살펴보면 야마노테센의 5개 역 안을 돌아다녔을 뿐이다. 도쿄를 제대로 보려면 한 달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징징양이 정말 가 보고싶어했던 지유가오카 (自由が丘) 를 못 가 본것이 참 아쉽다...
벌써 우리가 이 여행을 다녀온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올 해도 우리 결혼기념일을 전 후 해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먹을것에 열광하는 징징양을 위해 오오사카 (大板) 로 먹거리 기행을 가는건 어떨까 생각 중이다. 우리의 다음의 여행은 꼭 와방 푹신푹신한 나X키 에어맥스에 베낭을 둘러매고 더 많이 공부해서 더 많은 것을 챙겨오게 될게다.
둘째 날이 밝았다. 일찌기 눈을 떠, 신주쿠역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 역시나 규동 -목적지인 하라주쿠 (源宿) 역으로 이동했다. 본격적인 여행기를 쓰기 전에, 이 날의 관광코스를 잠깐 둘러보자면... 하라주쿠에서 오모테산도 (表參道) 로 그리고 시부야 (澁谷) 까지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일단 지도 상으로는 걸을 만 했다. 하라주쿠역 옆에는 메이지신궁 (明治神宮) 이 있어 이 쪽도 둘러보기로 했다. 사실, 하라주쿠를 와 보기 전까지는 그 복잡한 신쥬쿠역에서 고작 두 정거장 거리인데다가 패션의 거리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왠지 시끌벅적 할 것만 같았으나 실제로는 아주 조용하고 고풍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역이었다는. 역사 안에서 기념으로 몇 컷의 사진을 남기고 바깥으로 나가 보자.
하라주쿠역을 나서면 나무로 지어진 역사 (驛舍) 의 아기자기함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건물 가운데 떡하니 시계가 있는 정말 '시골역' 처럼 생긴 하라주쿠역. 역 뒷편으로 펼쳐진 메이지신궁의 녹음과 더불어 더 포근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아래 사진의 저 문 - 하라주쿠역의 메인게이트 - 을 나서서 오른쪽으로 가면 메이지신궁, 보이는 횡단보도를 건너면 본격적인 실험패션 (?) 의 메카, 하라주쿠의 시작이다. 여기서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이 메이지신궁을 얕보고 '뭐 가볍게 보고 가지~' 라는 생각을 한 것이 이 날 완전 꼬이게 만든 결정이었을 줄이야...
정말 귀여운 하라주쿠역
어라... 메이지신궁으로 가는 길에 고스로리 - 머 이런게 있다 - 차림의 여자애들을 만났다. 검은 메이드복 - 어찌 대포고냥군은 이런 것을 아는거냐고 묻지마라! 이런 취향 절대 아니다. - 에 레이스 투성이의 양산, 그리고 그로테스크한 욜 높은 통 굽 구두. 한국에선 홍대 앞에 이러고 돌아다니는 애들 좀 본 적있다. 아무래도 얘들은 오리지날이다보니 홍대의 그녀들 보다 훨 하드코어다. 빤히 쳐다본다고 양산으로 찌를까봐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무셔~ㄷㄷㄷ;;;' 하며 빠르게 이동했다. 하라주쿠역에서 메이지신궁 정문까지는 아주 가깝다.
일본 전역(全域) 에는 약 8만여개의 신사 (神社) 가 존재하는데,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 신사는 일본 수상들의 야스쿠니 (靖國) 신사 참배 이슈와 얽히어 일본 극우, 군국주의의 상징처럼 와방 찍혀 버렸다. 일본에는 종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고유의 신앙인 신도 (神道) 가 존재한다. 신도는 한국의 조상신과 비슷하기도 하고, 기복신앙 같기도 한 말하자면 이것저것 뒤섞인 일본의 정신 같은 것이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신사는 일본의 위인들의 혼을 모시는 위령소 같은 의미라는 점에서 신도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일본의 수험생들은 시험이 있기 전에 신사에 들러 나무에 합격을 기원하는 나무 표찰을 단다. 게다가 교통사고 방지 부적도 팔고있다. 신도란 이런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유신 이 후에 전쟁에서 일본을 위해 싸우다 죽은 250여만 명의 혼을 모아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그런데, 한반도 침략을 위한 전쟁이었던 청일, 러일 전쟁의 전사자는 물론이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의 혼이 이 곳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문제다. 명분이야 어쨌건 간에 한 나라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이런곳에 참배를 한다는 것은 과거 일본의 전쟁을 합리화 한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신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잡설이 길어졌다. 신궁 (神宮) 은 일본의 황실과 관련있는 넋을 모신 곳인데, 일반 신사보다 높은 격으로 친다. 메이지 신궁은 일본 근대화에 큰 영향을 끼친 메이지 일왕 부부의 덕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아무래도 신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내부의 본 건물까지 가는 길에만 해도 토리이 (鳥居) 를 몇개는 지나쳐야 한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중간에 돈을 따로 받고 샛길로 입장하는 곳이 있다. 나눠주는 종이를 읽어보니 일왕의 정원 쯤 되는 듯 싶다. 그런데, 이 정원도 규모가 엄청나다. 징징양과 둘이 가볍게 구경하려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다. 대나무 숲 사이로 낸 좁은 산책길과 작은 연못, 그리고 갖가지 꽃을 심어둔 정원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산책길 끝에는 목을 축이라는 뜻인지 작은 우물이 있다. 나무 뚜껑이 덮힌 그 우물에서 왠지 링의 그녀가 튀어나올것 같아 으스스 했다는;;; 여기를 돌아보고 나왔을 뿐인데,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완전히 지쳐버렸다. 아직 일정의 1/5 도 진행하지 않았는데, 발바닥이 울끈불끈 터질지경이다.
왕의 정원을 나와, 신사의 중심을 향해 계속 가자. 드디어, 저기인가 보다. 입구의 좌측에 보니, 참배 전에 입을 헹구는 곳이 있다. 옆에서 다른 한국사람이 벌컥벌컥 물을 먹고있다;;; 아저씨 그거 먹는거 아니래두~ 입구로 들어가니 우측에 입시부적, 안전운전 부적 같은 것을 팔고 있다. 예전에 일본 친구들로부터 편지가 오면 꼭 저런 부적을 넣어서 보내주던데... 역시 신사라든지, 신도라는 것은 일본인의 일상인 듯.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메인 건물이 보인다. 예쁜 아름드리 나무가 참 멋지구나... 나무 옆에 이루고 싶은 것들을 나무 패찰에 적어서 걸어둔 곳이 있다. 언뜻 봐도 한글이 많이 보이는 걸로 봐서 한국에서 관광을 많이 오긴 하나보다. 신사는 원래 가장 깊은 곳은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메이지 신궁도 여기저기 막아둔 곳들이 많이 보인다. 참배객들이 돈을 넣고 박수를 두번 치며 참배를 하는 그 라인 이상은 들어갈 수가 없다. 뭐 언젠가 타케시라는 친구가 일왕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일왕이 사는 곳은 주변이 물길로 둘러 싸여 있단다. 거기서 간간히 거니는 로열패밀리들을 물길 건너편에서 보면 왠지 연애인 같은 기분이 든단다. 살짝살짝 얼굴을 보여준다든지 말이지... 신사나 일왕이나 신비주의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흑흑, 메이지 신궁을 다 본건 그렇다 치고 중요한것은 '다시 왔던 길을 돌아나가야 한다는 것!!!!'. 조낸 걸어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이 하라주쿠역 정문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 발바닥이 컨버스랑 붙어버린듯 했다. 자자... 릴렉스 컴다운 레쓰고~ 하라주쿠 앞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면 이제부터 '진짜' 하라주쿠거리가 시작된다.
패션의 하라주쿠임에도, 내가 보기엔 분위기가 애들 놀이터 분위기다. 대체로 지나다니는 사람들 연령대도 그렇고... 보이는 샵에서 팔고 있는 아이템들도 왠지 애들 상대인 듯한... 색다른 코스튬을 팔고있는 샵들이 많이 보이는데, 평상복이라기 보단 코스프레 의상 같기도 한 그런 느낌? 징징양이 하라주쿠는 크레페가 유명하단다. 그러고 보니 크레페 가게가 여럿 보인다. 그런데 어디가 유명한 집이냐고요... 아무리 고민해 봐도 답 나오지 않을 땐, 꼴리는대로 가자. 마리온 크레페 - Marion Crepes - 라는 가게를 갔다. 징징양이 멋대로 찍은 가게인데 단지 서빙하는 총각이 알흠답기 때문에 선정되었다는;;; 번호가 매겨진 크레페 메뉴가 십 수여가지 된다. 적당한 것을 고르자 그 알흠다운(!) 총각이 불판위에 달걀 반죽을 얇게 펴 바르고 능숙한 솜씨로 두 개를 만들어 준다. 머 생크림 범벅이었지만, 나름 먹을만 했다는...
하라주쿠의 끝자락은 오모테산도 (表參道) 와 이어진다. 오모테산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메이지신궁의 입구까지 연결되는 참배객이 다니던 길이었다. 지금은 유명한 쇼핑몰인 오모테산도힐즈 (Omotesando Hills) 를 비롯하여 각 종 유명 브랜드품 - ブランド品 (명품) - 매장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오모테산도에 들어서면 싼티나던 하라주쿠와는 거리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오모테산도 거리로 합류되는 모퉁이에 있던 갭 매장에 잠깐 들어갔다. 우리가 여행갔을 당시에는 한국에 갭이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이었는데 - 한국에서는 2007년 겨울에 런칭했다 - 징징양 완전 열광. 대포고냥군은 지쳐서 앉아 있고 징징양만 신나서 여기저기 왔다갔다 정신이 없다. 그런데 결국은 하나도 안사고 나왔다. 소심 징징양 안습;;; 자자... 힘내서 오모테산도 힐즈로 가자. 정말 거리 양쪽에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나타난다. 뭐 대충 봐도 없는 브랜드는 없을듯 싶다. 게다가 중간에 사잇길을 힘끔 보니 자그마한 디자이너스 샵들이 보이는데 아주 멋지다. 깔끔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청담동 비슷하다는...
완만한 언덕길을 따라 십 여분 걸어올라가니 회색빛의 아주 모던한 건물, 오모테산도힐즈가 나타났다. 정문에 이르러 입점되어 있는 브랜드를 주욱 살펴보았는데, 별로 아는 것이 없네... 우리가 못 사는 나라에서 와서 근가;;; 아무래도 고급스런 디자이너스 샵을 모아놓은 몰인듯 싶다.
오모테산도힐즈의 내부는 예전에 대포고냥군이 출장을 도쿄로 왔을때 보았던 록본기힐즈 (六本木 Hills) 와 매우 비슷했다. 입점된 브랜드도 그렇고, 건물의 내부 구조도 각 층의 회랑이 트인 형식이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일정이 빡빡해서 가볍게 보고 나왔지만 진열된 아이템들이 아주 신경써서 고른듯한, 흔하지 않은 물건을 찾는 여피족을 위한 그런 컨셉이었던 곳이라 기억한다.
이제는 언덕을 내려와 유명한 캣츠 스트릿 (Cats Street) 으로 가자. 캣츠 스트릿은 오모테산도에서 시부야로 연결되는 좁은 거리인데, 예쁜 샵들도 많고, 멋진 카페테리아들이 모인 아주 감각적인 곳이다. 무엇보다도 징징양이 여행 전에 찾아낸 맛있는 타코야키 가게가 있는 그런 매우 훌륭한 장소인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꽤 지친 우리는 우선 스타벅스를 찾아 들어가 잠깐 쉬기로 했다. 일본까지 와서 스타벅스라니 흥. 대포고냥군은 징징양에게 일본사람과 이야기 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주문하는 곳에서 징징양을 슬쩍 밀었지만, 또 내 뒤에 숨었다는;;; 어이... 소심녀. 어떡할거야... 응? 일본에 왔으면 일본사람이랑 이야기를 해야지;;;
캣츠 스트릿으로 가는 입구
스타벅스를 나와서 5분도 채 되지 않아 타코야키집 발견!!! 第八蛸華丸 - 다이하치타코하나마루 - 라고 쓰여진 가게 앞에 벤치가 두개 놓여 있고 몇 사람이 앉아서 맛있게 타코야키를 먹고있다. 작은 오렌지색 건물이 귀엽다. 어라... 지금껏 포장마차에서 팔고있는 것 들만 먹어 봐서인지 몇 가지 타코야키 메뉴가 있으니 좀 생소하다. 주인장에게 어떤 것이 가장 표준형 타코야키냐고 물어서 콜라 한 병이랑 같이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 주인에게 '여기 한국사람들에게도 꽤 유명해. 여행 책자에도 소개됐다구.' 그랬더니 완전 좋아서 날뛰고 있다. 뻥인데... 자~ 드뎌 타코야키 두 접시가 귀여운 문어가 인쇄되어 있는 종이 트레이에 담겨 나왔다. 오오 완전 맛있는데!!! 여기가 특별히 맛있는 것인지, 아니면 바로 구워 나온 뜨끈한 타코야키라 맛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최고다. 길거리에 앉아서 먹는것도 좋구나~
두 접시를 가볍게 비우고선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또 다시 걷기 시작했다. 캣츠 스트릿을 벗어나기 전, 옷 가게도 여기저기 둘러보기도 하고 가격도 물어보기도 했으나 결국 사진 않았다는;;; 담에는 돈 많이 준비해 와서 징징양 옷도 좀 사고 그래야겠다...
이제부터 갈 시부야에서는 들를 곳이 두 군데이다. 하나는 한국에도 꽤 많이 알려진 도큐한즈 - Tokyu Hans - 와 나머지 하나는 저녁식사를 할 도큐 (東急) 백화점 근처의 츠키지혼텐 (築地本店) 이라는 회전 스시집이다. 도큐한즈는 '도큐한즈에 없는 것은 일본 어디에도 없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말 없는 것이 없는 만물 백화점 같은 곳이다. 오래 전에 신주쿠의 도큐한즈에 한 번 가 본일이 있는데, '역시 도큐한즈는 시부야' 라는 말을 듣고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츠키지혼텐은 유명하다는 100엔 스시집이다. 왜 여기가 유명한 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한번 가보기로 했다.
시부야 도큐한즈
시부야의 도큐한즈는 지하 2개 층, 지상 7층으로 이루어진 초 대형 잡화상이다.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7층 건물로 이루어진 두 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어 각각이 통로로 연결이 된다. 각 층마다 아웃도어 제품, 스킨 / 헤어, 커튼 / 베딩, 문구, 공작용품, 목재, 핸드폰 악세사리, 청소 / 화장실용품 등등 테마별로 구분되어 있다. 그런데 아무리 설명을 해 봤자 직접 가서 보지 않으면 그 규모를 상상하기 힘들게다. 실로 엄청나다!!! 정말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비오는 날 여기서 징징양과 둘이서 하루종일 놀으라고 해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 사실 한국에서 마트만 가서 이것 저것 구경해도 꽤 잼있지 않은가. 그런 일반 마트 규모의 스무배 정도라고하면 느껴질라나... 그것도 식품매장 없이 스무배다;;; 지금 생각하면 도큐한즈에서 더 쓸어담아오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가격도 그닥 비싸지 않았는데 말이다...
넓디 넓은 도큐한즈를 구경하는데만 시간이 꽤 지났다. 징징양은 원래 배고프면 엄청 우울해지고 피폐해지는 인간이라 때를 넘기지 말고 잘 먹여야 한다. 장모님께도 약속했다. 밥 잘 먹이기로. 츠키지 혼텐으로 가자. 츠키지 혼텐은 도큐백화점 근처의 작은 골목 안에 있었는데 처음에는 잘 눈에 띄지 않아 좀 해맸다. 역시 사람이 많구나... 30여분 가까이 기다려서 겨우 자리에 앉았다. 100엔 스시집이라 나름대로 룰이 있다. 30분내 7 접시를 먹어야 한다는. 머 저렴한 스시집이다 보니 회전율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룰인듯 하다. 먹다보니 7접시는 금방이다. 여기가 왜 유명한지는 먹고 나서도 잘 모르겠다는 느낌? 일본에는 하도 많은 100엔 스시집이 있는데 말이다. 스시에 올려지는 생선이 그닥 좋은지도 잘 모르겠고... 츠키지혼텐도 정작 일본 내국인들에게는 유명하지 않은 그런 곳이 아닐까? 예전에 타케시군이 한국에 왔을때 종로에 있는 젠장 '어머니집' 에 데려다 달라고 하길래 그게 어디냐고 물어물어 갔더니, 종로의 어느 골목에 있던 한국요리 집이었는데, 한국사람은 정말 나 혼자였고 죄다 일본 사람뿐이었다는. 맛도 더럽게 없고 가격은 비싸기만 하고... 여튼 나쁘진 않았으나 별 것 없었던 츠키지혼텐 이었다.
식사를 하고 나왔더니 비가온다. 냉큼 뛰어가서 우산을 사왔더니 비가 그친다;;; (이 우산 두개는 마지막 날 까지 우리의 짐이 되었다) 아까 오는 길에 본 ZARA 매장에 가고 싶다던 징징양과 함께 잠시 들렀으나, 역시 수백번 따지더니 결국 안 산다. 알뜰한 징징양아 앞으로 내가 옷 많이 사주마! 시부야역 근처에서 간단하게 술이라도 먹을 곳이 없을려나 하고 찾아봤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당연히 술집은 많을테지만, 어딜가야 할 지 모르겠더라는... 결국 시부야 역 앞에서 충견 하치 - 忠犬ハチ - 상만 보고 지하철로 신주쿠에 돌아왔다.
정말 많이 걸었던 하루. 이건 이번 여행을 통해 욜 고생하면서 깨우친 나름대로의 노하우인데, 일본여행을 계획 중이신 분이라면 절대 컨버스화는 피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발바닥 불난다. 그리고 여자분들 백 같은거 들고가지 마시라. 절대 짐된다. 징징양이 한손엔 카메라, 한손엔 백 들고 댕긴다고 엄청 힘들었다는... 뭐니해도 폼은 안나지만 베낭이 최고다. 컨버스화 신고 백들고 댕기던 징징양의 말로는 이렇다.
드디어 징징양과 커플 - 붑후 아니고;;; 커플 - 이된지 1년이 되었다. 아니, 이제 넘었다. 12월에 올리는 아티클에 당췌 반소매, 반바지 사진이라니, 어지간이 빨리도 올린다. 전부터 일본 다녀온 친구들 - 문슈가씨, 마롱씨 - 이 부럽다면서 징징대던 징징양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주기위해 그 동안 열심히 모았던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탈탈 털어 왕복항공권 두장을 GET 하고, 호텔도 인터넷으로 예약했다. 일정은 8월 27일 (월) 부터 29일 (수) 까지 2박 3일 되겠다. 공짜 항공권이다보니, 27일 서울에서 출발하는 나리타 (成田) 공항행이 없군. 그렇다고 못 갈줄 알고? 부산에서 출발하는거다! 일단 징징양을 카트에 싣고 강남버스터미널로 출발! 밤 12시에 출발하는 심야우등을 타고 4시간 반 여를 이동해서 부산에 도착했다. 역시 징징양은 잘 잔다;;; 센서티브 대포고냥군은 역시 날 밤 꼬박 샜다. 꼭두새벽에 부산에 도착해 서면으로 이동, 서면시장 안에 있는 유명한 돼지국밥 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개시 손님이라 그런지 밥보다 고기가 더 많잖;;; 우짜둔덩 초 맛있는 돼지국밥이다. 다시 좌석버스로 공항까지 이동. 11시가 다 되어서 비행기가 떴다. 버스에서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던 대포고냥군은 거의 병든 닭처럼 졸았답;;;
사실, 대포고냥군은 일본을 참 많이도 왔다갔다 했다. 놀러, 쇼핑하러, 일 때문에 다 해서 대학교에 입학했던 94년 이 후로 서른 번은 족히 간 듯하다. 하지만 도쿄는 일 때문이 아닌 관광목적으로 가 본 일이 한 번도 없다는 것. 그래서 떠나기 전, 징징양과 도쿄여행에 대해 소개된 책자도 사서 연구도 하고, 루트도 그려보고 그랬다는... 다녀오고 나서야 우리의 일정은 실현 불가능한 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처음 계획상으로는 2박 3일동안 거의 도쿄 야마노테센 (山手線) 상의 중요 스팟들 전부를 돌아보는 계획을 세웠었다. 깜찍하게도 말이지...우후훗! 아마 그랬다면 발바닥의 뼈와 살이 분리되는 일이 벌어졌을지도;;;
일본 공기를 마시고 정신차린 진도리킥 - 저 초롱한 눈빛을 보라
여튼 2시간의 비행 끝에 무사히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착. 징징양은 잠이 올 때랑 깼을 때랑 전혀 딴 사람 처럼 보인다. 거의 변검 - 순식간에 가면을 바꾸는 중국의 기예 - 수준인 김징징;;; 도착 게이트를 나와 공항터미널 안에 들어서니 그제서야 '아, 일본에 왔구나.' 싶은가 보다. 살짝 긴장한 김징징. 얘가 의외로 엄청 소심해서 티켓을 사거나 커피를 주문한다든지 할 때, 직접 해 보라고 내가 슬쩍 밀면 내 뒤로 숨는다;;; 이봐이봐~ 외국에 왔으면 그 나라 사람들이랑 뭔가 커뮤니케이숑 액티비리를 해 봐야 하는거라구!!! 너, 고등학교때 제 2외국어로 일본어도 했었다면서~!!! 얘 믿고 프랑스 갔다간 국제미아될듯;;; - 참고 : 징징양은 불어불문학과출신이다.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케이세이선 (京成線) 으로 다니는 특급인 '스카이라이너' 를 이용하기로 했다. 가격은 인당 1,920엔. 서울의 2호선 처럼 동경 중심지를 순환하는 야마노테센 (山手線) 의 닛뽀리 (日暮里) 역까지 가자. 한 시간 여를 달려 역에 도착했더니 엄청 복잡하다. 사람들이 거의 한줄로 꼬리를 물고 종종걸음을 하고있다. 서울에서는 출 퇴근시간 이 외에는 이 정도로 붐비지는 않는데... 일본여행이 처음인 징징양은 여기저기서 들리는 일본말이 신기한가 보다. 열심히 카트를 밀고 당겨 야마노테센에 성공적으로 환승! 우리의 숙소가 있는 신주쿠 (新宿) 역까지는 열 정거장을 더 가야 한다. 역에 정차할 때마다 안내방송으로 울리는 딩동 소리가 참신하다. 소위 '이국적이다' 라는 느낌은 이런 조그마한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드디어 도착! 신주쿠는 엄청 복잡하구나... JR - Japan Railroad (일본철도) - 신주쿠역 이 아닌, 다른 라인의 신주쿠역도 있는 것이 출입구가 한 두개가 아니다. 일단 서쪽 출구 (西口) 로 나가자. 퇴근시간이 가까웠는지 양복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신주쿠역은 역사 (驛舍) 를 대형 백화점 - 케이오 백화점 - 과 전자양판점 - Laox - 등과 공유하는 듯 하다. 이리 저리 구경하면서 호텔 방향으로 걷다보니, 배가 고프다;;; 대포고냥군은 일본을 다녀올때마다 이것저것 많이 먹어 봤지만, 지금도 대표적인 일본음식을 꼽아보라면 딱히 뭔가가 떠 오르지 않는다. 스시 정도? 그럴만도 한 것이 정통 일본 음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 예로, 소고기를 얹은 덮밥인 규동은 일본인에게 아주 보편화 된 식사이지만, 덮밥이 일본음식인가? 하는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 라고 답하기가 애매하다. 우동은? 라면은? 텐뿌라 (튀김) 은? 막연히 일식이라고 생각할 뿐이지, 그것이 일본만의 유니크한 음식이라고 하기엔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다. 여튼;;; 배가 고프다는 이야기. 앞에 요시노야 (吉野屋) 가 보인다. 그래, 규동을 먹는 것도 좋은 선택이지. 규동은 간단하고 맛있는 음식이다. 가게에 들어서자, 점원들이 이랏샤이마세~ 하고 반갑게 맞아준다. 메뉴판을 보니 보통 규동 (소고기), 부타동 (돼지고기), 가츠동 (돈가스) 등 기본 덮밥들이 있고, 추가 할 수 있는 옵션들이 있는데 솔직히 뭐가 맛있는지 몰라서 그냥 기본으로 주문했다. 한가지 팁. 나미 (並み) 는 보통, 오오모리 (大盛り) 는 곱배기니, 각자 양에 맞게 주문하자.
배고파 짜증 만땅이었던 진도리킥은 규동 한 그릇에 대만족
밥을 챙겨먹고 일단 짐을 숙소에 풀기로 했다. 그런데, 숙소를 잡을 때 온라인 사이트에서 프린트한 지도 한 장으로는 도저히 찾아갈 수가 없을 듯 했다. 심지어는 지나가는 현지인들에게 물어도 당췌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아예 방향도 제대로 잡지 못해 한참을 헤메다 - 절대 대포고냥군의 일본어 실력이 딸려서가 아니다! - 끝내는 호텔과 전화통화가 되어 겨우겨우 찾아가긴 했는데, 이건 거리가 역이랑 너무너무너무 멀어서 역에서 내려 숙소까지 가는데 이미 둘 다 지쳐버릴 지경이었다는. 이것이 우리 일본여행의 가장 큰 실수였다는 것을 이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아스카' 라는 별 셋 등급의 비즈니스호텔이었는데, 어찌 이리 후질수가 있는지... 역시 도쿄의 땅값은 비싼가 보다. 같은 가격대의 비즈니스호텔에서 몇 번 묵었었지만, 여기 같지는 않았다. 샤워 할 때, 뒷 목이 천장에 닿은 채로 샤워했었다면 이해가 갈런지... 지저분한 카페트와 담배에 쩐 벽지. 전혀 사진을 찍을 맘이 생기지 않은 곳이었다. 괜히 진진양에게 미안한...;;; 이럴줄 알았으면 1,20만원 더 얹어서 좋은 호텔에서 잘 껄... 호텔에서 급 우울했던 우리, 파쥐티브 모드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래, 뭐 호텔에서 앉아서 고스톱 치려고 여기 온 것도 아닌데!!! 어서 짐만 두고 나가자구! 그렇게 우리는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가 신주쿠역까지 갔다. 젠장;;; 발바닥 버닝게이지 50% 충전.
'오모이데요코쵸' - 추억의골목 쯤 되겠다
신주쿠역 서편출구 (西口) 근처에는 오모이데요코쵸 (思い出橫丁) 와 야키토리요코쵸 (燒鳥橫丁) 가 있다. 각각 추억의골목, 닭구이골목 이라는 뜻인데... 작은 선술집들이 모인 골목이다. 누구든 - 혼자라도 - 닭꼬치 같은 부담되지 않는 안주와 함께 간단히 정종 한잔 들이킬수 있는 그런 곳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의 선술집은 역시 아저씨들이 좋아라 하나보다. 골목 사이를 돌아보면서 여자손님을 거의 보지 못했다는 것. 이 골목 사이사이들 구경다니다 맛있어 보이는 집을 발견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인터넷을 뒤져보니 나름 신주쿠역 주변에서 이름난 우동, 소바 가게인듯 했다.
진진양은 키츠네소바, 대포고냥군은 텐뿌라우동
대부분, 이 골목의 가게들은 서서먹고 마시는 선술집이지만 이 소바, 우동집은 주방을 가운데 두고 너 다섯개의 의자가 있다. 의자가 몇 개 없는 탓에 느긋하게 앉아서 노닥거릴 수 있는 그런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급히 먹고 비켜주느라 체하는 줄 알았잖;;; 진진양은 키츠네소바, 나는 텐뿌라우동을 주문했다. 옆에 하나씩 놓여있는 것은 옵션으로 추가한 유부초밥. 나이가 지긋하신 요리사 아저씨 두 사람이 대충 휙휙 말아주는것 같은데 나오는 음식의 모양새는 절대 대충대충이 아니다. 가격대는 보통 230엔에서 370엔 사이니 부담되지 않는 가격 역시 매력적이다. 신주쿠역 근처로 갈일이 있다면 한 번쯤 가 보시길 권한다.
오모이데요코쵸를 따라 들어가 골목의 막바지에 이르면 신주쿠역 서편출구와 동편출구를 연결하는 토끼굴이라고 불린다는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터널 같은것이 있다. 분위기가 머랄까... 신용산역에서 용산전자상가 방면으로 사람이 통행하는 지하차도를 아는지? 거기랑 아주 비슷하다. 여튼, 토끼굴을 따라서 동편출구 쪽으로 나오면 왼쪽이 유명한 유흥가인 가부키쵸 (歌舞伎町) 방향이 된다.
유명한 돈키호테
가부키쵸 방향으로 계속 내려가다 보면, 도쿄 여행책자에도 많이 나와있는 '돈키호테' 를 보게된다. 그런데, 돈키호테 이 외에도 이런 가게들이 여럿 눈에 띄는것 보면 이런 잡화상 컨셉의 매장이 인기인가 보다. 일단 들어가보자. 뜨허... 정말 없는게 없다. 속옷에서부터, 메이드복까지, 식품에서 성인용품까지... 정말 매장 안의 아이템 수가 몇 개나 되는 것일까. 상품더미 사이로 난 굴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일본의 유통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큐타로군이 돈키호테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는데, '돈키호테는 상품들의 묘지' 란다. 거의 유통되던 상품이 가장 마지막에 이르는 곳이라는 의미일듯... 뭐 그건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여튼 물건도 많고 가격도 저렴해서 이것저것 쇼핑하기에 재미있는 곳이다. 덕분에 만 오천원짜리 서류가방이랑, 데이터뱅크 초 간지 빈티지 컵흘시계를 지르고야 말았다는;;; 서류가방은 정말 잘 샀다. 이게 만오천원이라니 ToT
사실은 여기부터가 가부키쵸의 시작
가부키쵸는 출장으로 도쿄에 왔을때, 술자리 껀으로 와 본적이 있지만 1년 365일 직장인들로 흥청대는 도쿄의 대표적인 환락가 중 하나다. 풍속 (風俗) 이라 불리는 성인사업이 가장 발달한 지역인데, 긴자와 함께 호스트바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라는... 삐끼들이 지나다니는 OL - Office Lady - 을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뭔 가를 제안해댄다. 분위기가 흡사 명동 뒷 골목 같다는. 길거리에 무료 잡지같은것을 배포 하길래 하나 줏어왔는데, 호스트바 소개 잡지였다는;;; 그런데 호스트들이 다 꽃미남은 아닌가보다. 호스트라는 양반들이 머리는 무슨 에쵸튀 머리를 해 갖고선, 이뭐병 조낸 양아치잖아!!! 일본의 언니들은 이런취향인건가... 흠...
가부키쵸의 시작점에 이르러 신주쿠역 동편출구 (東口) 쪽을 향해 다시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시간이 꽤 깊었는데도 역 주변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뭐 할 일이 없을까 하고 진진양과 고민하던 중, 역 근처 ABC 마트에서 VANS 슬립온 실내화 을 하나씩 사서 신었다는. 나는 밀리터리 슬립온, 진진양은 남색에 노랑이가 들어간 슬립온. 사실 도쿄의 물가가 비싸다지만 엔화가 워낙에 떨어져서 예나 한국이나 가격은 매 한가지다.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 같은 신발을 한 번도 목격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 만족중이다.
왠지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가 아쉬워서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니기로 했다. 신주쿠역 주변에는 밤이되니 이렇게 사람들을 모아놓고 노래부르는 가수지망생 (?) 들이 많다. 앞에 CD 를 쌓아 둔 것으로 보아, 아마 데뷰는 했나보다. 요도바시카메라로 가는 도중에만 몇 팀을 보았는데 다들 실력이 좋아보였다. 일본이 연예산업이 발달한 만큼 발을 들여놓기가 훨씬 더 어렵겠구나 싶었다. 드디어 요도바시카메라 도착. 흐... 규모 징하게 크다. 매장이 한 두개가 아니라 상품에 따라 섹션별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아이쇼핑만으로도 행복모드 대포고냥군~♡ 뭐 다른 물건들이야 한국에서도 다 볼 수있는것들이라 별로 부럽진 않았다만, 완전 이쁘던 핸폰만은 와방 부럽더라는. 인포바 (Info Bar) 라는 바형 핸폰 완전 이쁘다.
이제 발바닥이 터질 지경이다. 이제 겨우 여행의 첫 날이 지났지만, 신발 밑창이 푹신한 신발이 필수라는 것 하나는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다. 담부터는 꼭 에어맥스를 신고 조낸 걸어주겠다!!! 역시나 신주쿠역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은 멀었고 우리는 거의 바닥에 기어서 겨우겨우 도착했다. 계속해서 여행 둘째 날 이야기 기대하시라~!
나모끼님, 저는 이번 오사카여행에 동반했던 징덕후라고 합니다!
말라붙은 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지유켄 사진을 보니 괴로워서 돌아버리겠습니다.
나는 징데렐라, 밥데렐라- 이때다 싶어 다 먹지마요- 큰일 나요-
12시가 지나면 내가 밥솥을 어떻게 할지도 몰라, 놔요 잡지마요- 쿵작 쿵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