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에서 뭐라도 하나 건져오려고 그렇게 빅카메라, 요도바시카메라, 아키하바라 일대를 뒤져댔지만 도저히 살 만한 것이 없었다. 여기서 살 것이 없다 라는건 ‘일본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유니크 아이템도 없었을 뿐더러, 미친 환율 탓에 한국에 돌아가서 사는 것이 훨씬 싼 그런 시추에이션’ 이라는 뜻이다. 사실,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단돈 8,800 엔이었던 ‘애플티비’ 를 사오지 않은 것이 살짝 후회가 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날 이거 하나 달랑 사왔다. 3.000 엔 짜리 아이튠즈 기프트카드. 일본계정을 만들면 꼭 해 보려고 했던 게임 두가지. 코나미의 ‘유비트 플러스’ 와 이미 닌텐도 DS 판으로 유명했던 남코의 ‘태고의 달인’ 이다. 둘 다, 흘러가는 곡에 맞추어 적절한 타이밍에 키 입력을 해야하는 리듬게임류 게임이다. 게임 자체는 무료 앱으로 배포되지만, 기본으로 주어진 몇 곡 이외에는 별도 뮤직팩을 해당 게임 내에서 결제해야 하는 방식. 그런데 추가 뮤직팩들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유비트의 경우에는 추가 4곡에 450 엔, 태고의달인은 무려 600 엔… 결론은 3,000 엔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더라- 는 것임.
ps. 이러면서 ‘고객님 덕분이죠 은행’ 에 JCB 카드 만들어 달라고 전화하고 있는 내 자신이 밉다. (주섬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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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iph
일본 시부야 근처를 걷다 발견한 티셔츠샵 그래니프 (Graniph). 아무 생각없이 들어갔다가 엄청나게 다양한 티셔츠 디자인에 쵸큼 놀랐었던 기억이다. 단점이라면 사이즈가 SS, S, M, L, F (프리사이즈) 밖에 없다는 것. 사실, 반팔 티셔츠들 보다 뭔가 빈티지스런 컬러 배리에이션의 바람막이가 참 맘에 들었건만, L 사이즈는 대포고냥군을 순식간에 7부 츄리닝 입은 동네 바보형으로 만들었을 뿐이고- 참으로 싹싹하던 가게 총각은 짧은 옷에 팔다리가 안 굽혀져 뻣뻣하게 서있던 대포고양군이 민망했는지 ‘이 가게에서 손님이 입을 만 한 것은 반팔 티셔츠 뿐인듯-‘ 이라며 재빨리 바람막이를 뺏 듯 벗겨서 도망간다. 그나마 맘에드는 디자인의 티셔츠를 발견해 뒤져 보면 L 사이즈는 품절 크리. 뭐 지금까지 대포고냥군이 살아 오면서 팔, 다리 기장이 짧아서 예쁜 옷을 포기한 적이 한 두번일까 싶어 도돌미와입후의 티셔츠 몇 장만 챙겨 계산대로 갔는데 그 친절한 총각 (이하 총각) 은 내가 불쌍했는지 뭔가를 알려준다.
총각 : ‘우리 티셔츠는 인터넷 사이트로도 살 수 있다.’
대포 : ‘아 그러냐- 근데 아쉽게도 난 한국에 산다-‘
총각 : (좀 잘난척 하며) ‘인타나쇼나르 사이토다-‘
대포 : ‘앗- 해외배송도 된다는 말이냐-?’
총각 : ‘당연하다-‘
대포 : ‘포인트카드 합산도 되느냐?’
총각 : ‘안타깝다. 그건 안된다.’
그렇단다.여행에서 돌아와 알려준 사이트로 접속을 해 봤다. 오오- 나름 초기 유니클로 삘의 사이트에 한국어 서비스도 하고있다. 그래니프의 티셔츠 중에, 컨트롤 (Control) 시리즈라고 인형이 목을 빼서 들고 있는 디자인이 있는데 참 귀여워서 자그마치 도돌미와이프 것까지 곰 세장에, 팬더 한장 해서 총 네 장씩이나 질렀다. 뭐 여튼, 이런 사연으로 일본에서 산 것 까지 그래니프 티셔츠는 총 여덟 장이 되었다는- 사진에 안나온 아이들도 나름 깔끔한 드쟈인으로 골라 주었다. 천 사백원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엔환율에 이 정도 가격이라면 꽤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