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히 생각해 보면, 대포고냥군은 어른이 된 후에야 겨우 ‘예술적인 재능을 가졌다는 것’ 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깨달았던 것 같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 음악을 그냥그냥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고, 사진을 찍는 대신 여행지 카페에 앉아 풍경을 슥슥 스케치할 수 있다는 건 실로 어메이징하고 뽠따스틱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대포고냥군은 어릴적에 피아노 학원을 꽤 오래 다녔는데 – 쇼팽까지 쳤던가 –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피아노라는 물건을 어떻게 치는 것인지 당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음… 그게 자의로 배웠던 것이 아니라 그랬던 것 같은데, 뭔가 ‘음악이란 건 정말 멋진 것’ 이라는 것을 깨닫고 피아노를 배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마흔이 다 되고서 후회해 봤자, 절대 손은 내 생각만큼 움직여 주지 않을 것 같고 뭐 그렇다.
그러다 얼마 전 부터, 모아두기만 하고서 놀고 있는 새 몰스킨 노트들도 좀 소모할 겸, 왜 샀는지 모를 스태들러 연필 한 박스한테도 미안해서 핸드폰으로 찍어둔 아이들 사진을 옆에 두고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음. 끄적끄적- 누가 좀 옆에서, ‘야야- 여기가 여기보다 더 밝잖아- 그러면 이렇게 명암을 넣어야지-‘ 하고 가르쳐 주면 좋으련만. 한참 그리다 비율도 안 맞아 지우개로 다 지워버린게 몇 번째인지… 이러다 보니, 그림이란 머릿 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종이 위에 옮기는 것일 텐데 내 눈이나 머리가 고자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하아… 학원을 가봐야 할까… 그래도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쥐꼬리 만큼씩이지만 그림이 나아지는 것 같고, 뭔가 스트로크도 좀 깔끔해지는 것 같고 그렇다. 역시나 연습, 또 연습 뿐인걸까. 일년의 마지막 날이고 해서 겸사겸사 수줍게 고백하자면, 난 ㅈㅎ의 능력이 무척무척 부러움. 그리고 아래 블로그 링크에 계신 페르소나님, 아… 완전 그림 신이시라는. 두 분께 경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