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3년 12월월

Drawing

곰곰히 생각해 보면, 대포고냥군은 어른이 된 후에야 겨우 ‘예술적인 재능을 가졌다는 것’ 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깨달았던 것  같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 음악을 그냥그냥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고, 사진을 찍는 대신 여행지 카페에 앉아 풍경을 슥슥 스케치할 수 있다는 건 실로 어메이징하고 뽠따스틱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대포고냥군은 어릴적에 피아노 학원을 꽤 오래 다녔는데 – 쇼팽까지 쳤던가 –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피아노라는 물건을 어떻게 치는 것인지 당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음… 그게 자의로 배웠던 것이 아니라 그랬던 것 같은데, 뭔가 ‘음악이란 건 정말 멋진 것’ 이라는 것을 깨닫고 피아노를 배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마흔이 다 되고서 후회해 봤자, 절대 손은 내 생각만큼 움직여 주지 않을 것 같고 뭐 그렇다.

우 상단 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봉봉, 우키, 바둥, ㅈㅎ네 쵸코

우 상단 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봉봉, 우키, 바둥, ㅈㅎ네 쵸코

그러다 얼마 전 부터, 모아두기만 하고서 놀고 있는 새 몰스킨 노트들도 좀 소모할 겸, 왜 샀는지 모를 스태들러 연필 한 박스한테도 미안해서 핸드폰으로 찍어둔 아이들 사진을 옆에 두고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음. 끄적끄적- 누가 좀 옆에서, ‘야야- 여기가 여기보다 더 밝잖아- 그러면 이렇게 명암을 넣어야지-‘ 하고 가르쳐 주면 좋으련만. 한참 그리다 비율도 안 맞아 지우개로 다 지워버린게 몇 번째인지… 이러다 보니, 그림이란 머릿 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종이 위에 옮기는 것일 텐데 내 눈이나 머리가 고자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하아… 학원을 가봐야 할까… 그래도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쥐꼬리 만큼씩이지만 그림이 나아지는 것 같고, 뭔가 스트로크도 좀 깔끔해지는 것 같고 그렇다. 역시나 연습, 또 연습 뿐인걸까. 일년의 마지막 날이고 해서 겸사겸사 수줍게 고백하자면, 난 ㅈㅎ의 능력이 무척무척 부러움. 그리고 아래 블로그 링크에 계신 페르소나님, 아… 완전 그림 신이시라는. 두 분께 경배 드림-

마드모아젤 구름

마드모아젤 구름

빠오-

빠오-

브롬톤 M6L

레이싱 그린 브롬톤과 지나가는 봉봉인

레이싱 그린 브롬톤과 지나가는 봉봉인

2010 년에 돌돌미와 나는 브롬톤을 샀다. 오모테상도에 살던 그 당시에 대포고냥군은 삼성동의 직장까지 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열심히 자출 (자전거 출퇴근) 을 하느라 데일리 라이딩을 했던 것에 비해, 돌돌미는 브롬톤을 사고서도 평소에 탈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고 보면, 왕복 30 킬로나 되는 거리를 매일 달렸으니 오히려 주말에 돌돌미랑 같이 라이딩 할 기회가 더 없었던 것 같기도 – 미안하다 돌돌미야. 그러다 분당에 있는 직장으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자출은 끝이나고, 그 후 여기 OPI로 이사오면서, 브롬톤은 창고에서 거의 일년 반을 보내게 된다. 그 후에도 가끔 돌돌미가 ‘자전거 타고 싶다’ 했지만 뭔가 여긴 길도 좁아 위험한데다, 분당으로 나가려면 TJ 고개라는 거대한 장애물을 통과해야만 해서 뭔가 쉽지 않았달까. 이거 글을 쓰다보니, 와이프의 소박한 소원을 외면하는 나쁜 남편이 과거를 반성하며 울컥하는 분위기가 되어 가는데… 나쁜사람- 나쁜사람-

여튼, 오늘의 주제는 ‘지형 (?) 상의 문제로 브롬톤을 방출하기로 했다’ 이다. 브롬톤을 구입할 때만 해도, 대 당 170 만원 정도 들어갔던 것 같은데, 중고로 내 놓으면서 요즘 신품 가격을 보니 200만원이 넘네… 엄청나게 올랐다. 우리가 샀던 브롬톤은 둘 다, M6L 모델인데 M 은 핸들바의 모양을 나타내고, 6 은 6단기어, L 은 머드가드가 있는 모델이라는 뜻이다. 스탠다드하고 클래식해서 가장 많이 찾는 모델이 M6L 이다. 물론 좀 더 스포티한 – 라이딩 포지션이 더 낮은 – 일자 핸들바를 가진 S, 사이클 같은 모양의 핸들바를 가진 P 모델도 있으며, 좀 더 저렴한 2단 기어 모델도 있다. 게다가 엄청 비싼 티탄 합금을 사용한 경량 모델도 있는데, 프레임 전체가 티탄도 아니라 무게도 그닥 가볍지도 않은, 그런데 극강 포스를 가진 그런 놈도 있다.

M 타입 핸들바

M 타입 핸들바

리어 허브에 3단, 외부에 2단

리어 허브에 3단, 외부에 2단

BWR 3 speed rear hub

BWR 3 speed rear hub

참 예쁘다

참 예쁘다

대포고냥군이 타던 블랙 브롬톤 M6L 은 나름 격한 자출에 – 심지어 폭우가 오는 날에도 달렸다 – 커스터마이즈 한 곳도 많고 상태가 그닥 좋진 않아 백만원에 몇 장 더한 가격으로 이미 판매 되었다. 그런데 돌돌톤을 꺼내 보니, 이거 뭐 완전 신품인 거다. 하아… 잠깐 동안이지만 타지 않더라도 가지고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 먹고 온라인 장터에 내 놨는데, 하루만에 휙 팔려 버렸다. 얘는 워낙 상태가 좋아서 140 만원. 그러고 보면, 브롬톤 자체가 워낙 가격이 올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3년간 보유하는 동안 감가상각율이 20% 라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는. 브롬톤이 아닌 어떤 자전거를 산들 3년 후에 이 정도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징징톤의 새로운 주인이 늦은 밤 이리로 오기로 했다. 살짝 섭섭하기도 하고 해서 사진이랑 포스팅으로 남긴다. 언젠가 자전거 길이 근처에 있는, 평평한 곳에 집을 갖게 된다면, 그 때 다시 돌돌미와 자전거 생활을 하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