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초보 시절에는, 낮에 해가 떠 있는 동안 발이 터져라 여기 저기를 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 거리를 사서 일찍 숙소로 들어가 쉬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 부터 일본의 밤도 궁금해 졌달까? 아마 지난 일본여행 부터, 술집을 찾아 다니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도 점점 뭔가 하드코어 (?) 해 져서, 여행 책자에 나오지 않는, 일본인들만 아는 그런 곳을 찾아 다니려고 하는 경향이… 여튼, 이 포스팅은 칸사이 여행의 첫 날의 음주에 대해서 쓸까 한다. 사실, 첫 날의 음주 장소는 따로 정해져 있었다. 쿠보 (久房) 라는 이자카야 였는데, 먼 길을 추적추적 비까지 맞으면서 열심히 걸어 갔더니, 문을 닫았더라는. 정기휴일이었으면 문에 뭔가라도 걸려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없고 해서 문을 닫았나 싶었다. 그래, 우리 지난 오사카 여행 때 먹었던 네기야키나 먹자구. 일단, 네기야키 야마모토는 오사카에만 몇 개의 점포가 있는데, 일본의 타 지역에는 브랜치가 없는 것으로 보아 오사카가 원래 근거지인듯. 우리가 갈 네기야키 야마모토 우메다 에스트점 (梅田エスト店) 은 햅파이브 (HEP Five) 의 빨간 관람차 근처에 있다. 정확한 주소는 大阪市北区角田町3-25 エストE27.
그런데 여기는 올 때 마다 대여섯 명의 대기열이 있다. 줄을 서서 먹는 것으로 보면, 그렇게 캐쥬얼한 음식은 아닌건가… 입구 한켠에 5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대기자들을 위한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고, 그 외엔 바깥에 서 있어야 한다.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도 무조건 기다림. 의외로 줄은 빨리 줄어든다. 바깥에서 징징양이랑, 지난 번엔 네기야키 하나를 둘로 나눠 먹은 것이 아쉬웠다느니, 오늘은 엄청 먹어주겠다느니 잡담을 하고 있으니, 우리 차례라고 불러줌. 앗, 이번엔 바 자리가 아니다. 안쪽에도 철판이 달린 테이블들이 꽤 있구나. 일단 목이 마르니, 징징은 생맥주를, 나는 유자 츄하이.
지난 번에는, 아마도 규니쿠네기 (소고기 네기야키) 를 먹었던 것 같은데… 사실 여기의 시그니쳐 메뉴는 스지네기 (소 힘줄 네기야키) 라고 들었다. 그 외에도 메뉴가 엄청 많다. 오징어, 소고기, 돼지고기, 소 힘줄, 새우, 가리비, 겨울 한정 메뉴인 굴 네기야키… 거기에 오징어, 소고기, 돼지고기가 함께 들어간 듯한 디럭스네기, 해산물 콤보의 해산물네기, 네가지 재료가 들어간 하이디럭스네기 라는 것도! 그리고, 이번엔 네기야키 말고 다른 메뉴도 하나 주문해 보기로. 오코노미야키도 있고, 야키소바도 있고, 철판 구이라는 것도 있다. 음… 야키소바로! 꽤 기다려서 네기야키가 나왔다. 바 자리든, 테이블 자리든 붙어있는 철판은 정말 미묘한 온도를 유지하는 듯하다. 뭔가 음식이 탈 온도 보단 낮고, 보온을 위한 것이라기엔 살짝 높은. 그래서 뭔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바삭해 지기만 할 뿐, 시커멓게 타진 않는다.
먼저 스지네기! 아… 이거 정말 맛있음. 사진을 보니 또 입안에 침이 고이는데, 말캉한 곤약이랑 정말 부드러운 소 힘줄이 끝내준다. 스지 (소 힘줄) 를 사용한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것 같은데, 뭔가 먹어보기 전에는 엄청 질기고 그런 걸 상상했다. 완전 반대라는. 먼저 나온 스지네기를 반씩 나눠 먹다가 또, 하나씩 시킬걸 하는 생각을 함. 근데 뭐 야키소바도 주문했으니까 괜찮겠지 하지만 역시 조금 아쉽… 스지네기를 다 먹어갈 때 쯤, 야키소바를 내 줌. 왠지 모르겠으나, 일본을 정말 자주 다녀본 대포고냥군도 야키소바를 가게에서 먹어본 일은 처음인듯 하다. 그게… UFO 같은 걸출한 인스턴트 야키소바가 많아서 그런것인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튼, 생전 일본 가게에서 처음 먹는 야키소바. 아 이건 뭔가 다르다. 내가 알던 야키소바랑은 뭔가 달라. 이런게 야키소바라는 것인가! 대략 기본적인 맛은 비슷한데도 소스랑, 생강이랑, 면이랑 모든것이 다르다. 정말 인스턴트 라면과 생라면의 차이 정도랄까… 뭔가 먹다보면 철판에 구워져서 마지막엔 바삭해진 면을 먹게되는데, 난 이게 왤케 맛있는지… 다음에 일본에 올 땐, 야키소바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를 한 번 들러봐야겠다.
야마모토에서 맥주 한 잔과 츄하이를 먹은 것으로는 아쉽다! 둘이 살짝 발그레 해진 채로 더 남쪽으로 남쪽으로. 또 발바닥이 한계라고 울부짖을 쯤, 소네자키 (曾根崎) 근처에서 나름 2차를 가기로! 근데 징징양이 나름 검색을 하더니, 토리키조쿠 (鳥貴族) 라는 곳을 찾았단다. 구글 맵이 알려주는 근처를 돌고 돌아도 찾기 힘듬! 결국 찾았는데, 이건 매우매우 험블한 야키토리 가게군. 뭔가 분당 서현의 지하 포장마차 같은 비쥬얼의 토리키조쿠는 나중에 안 것이지만, 정말정말 대중적인 야키토리 체인이었다는. 우리가 갔던 곳도 뭐 백십몇호점 이라던가;;; 그 후에 오사카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한 블럭 건너 토리키조쿠가 보인다. 여튼, 체험! 저가 야키토리 체인! 가게 앞에는 대기자를 위한 의자가 세개 쯤 있고, 그 옆에 뭔가 은행의 대기표 뽑는 기계 같은 것이 떡 하니 있다. 이리저리 눌러보니, 일행이 몇인지, 미성년자가 있는지 이런 걸 입력 받음. 그러고선 대기표가 나옴. 안에 직원은 나와 보지도 않음 ㅎㅎㅎ. 뭐 일본 여행 프로페셔널이라면 덤덤하게 기다려주지. 10여분을 기다리니, 뭔가 엄청 하이톤의 목소리를 가진 남자 직원이 나와서 들어오란다.
먼저 음료 부터 주문하라는. 아니 메뉴나 주고 주문하라고 하셔야… 일단 츄하이 두 잔. 그리고 징징양이 이상한 괴식을 주문함. 모찌고로케 같은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속에 까망베르 치즈가… 그리고 겉엔 버터 조각까지 녹고 있어! 뭐 아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딱 그 비쥬얼 같은 맛임. 그리고 닭껍질 구이를 시켜볼까나… 대부분의 메뉴는 타레 (소스) 와 시오 (소금) 으로 나뉘어 있는데, 예를 들면 닭껍질 구이도, ‘카와타레’ 와 ‘카와시오’ 로 되어 있는 식이다. 닭껍질 구이는 소스로, 닭다리구이는 소금구이로 주문했는데, 역시 소금구이가 깔끔하고 우리 스타일인듯? 그리고 규가쿠 (牛角) 의 시오캬베츠 – 양배추에 샐러드 오일과 소금으로만 간을 한 안주 – 를 생각하고 주문했던 양배추는 규가쿠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근데 뭐, 제한 없이 리필 해 준다니… 여튼, 토리키조쿠에선 츄하이 두잔씩이랑 약간의 안주를 먹고선 끝. 다음 날엔 더 고급고급한 곳으로 가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숙소로 귀환.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신혼여행 갔을 때 생각나네요. ㅎㅎ
제가 일본 여행 너무 오랜만이고 그래서 초보여행자마냥 블로그랑 막 뒤져서 리스트를 만들었거든요. 근데 신랑 취향이랑은 완전 안 맞고 저도 속으로 캐후회! 그래서 그냥 택시타고 마시고 먹을 수 있는데로 가쥬세욧! 하고 간 곳이 신바시였는데 그냥 무작정 들어간 이자카야와 고깃집이 너무 너무 좋아서 만들어간 리스트는 고대로 휴지통으로.. ㅎㅎ
근데 이번에 가게 되면 그렇게 무작정 들어갈 수 있을까 싶어요. 지난달에 갔을때도 엄청 쮸글쮸글한 느낌이 들어서 술집은 못 들어갔는뎈ㅋㅋㅋㅋ 일본어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고.. ㅠㅠ (그땐 어떻게 그랬지? -_-??)
그쵸- 그게 뭔가 현지인들이 가는 가게들은 분명 진입장벽이 있어요-
그런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외국인에게 익숙해 있지도 않고 말이죠…
전, 일본어는 잘 한다고 하는데도, 이런 술집이나 식당엘 가면 뭔가 메뉴명도 익숙치 않고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더 어려운 재료 이름을 써서 설명하는 통에 점점 안드로메다로- 하하하-
둘째날, 그런 술집을 갔었는데요- 아주아주 좋았는데… 좀 에피소드도 있었다능요-
토리키조쿠가 모든 메뉴 280엔인가 290엔이라며 지갑이 얇은 학생들과 유학생들과 배낭여행객들에게 헤븐이라는 그곳이 맞나요? 우린 지난 여행에서 호텔에서 맥주 마신것 외에 이런 곳은 한번도 못가서 쿠마가 완전 아쉬워했다능 ;ㅗ; 우리 진짜 다음엔 짧게라도 같이 다녀와요. 우린 현지인들만 가는 가게에는 쫄려서 못들어가니까(아니, 쿠마는 무대뽀라 들어갈수도 있을듯;;) 오빠가 필요함미다-
응 맞아. 모든 메뉴 일괄 280엔!
사실, 쫄려서 들어가기 힘든 가게는 이런 곳을 말하는건 아니고- 하하-
다 같이 가면 좋겠다- 근데 ㅇㅅ덕후부부님들은 쇼핑을 하시느라 엄청 바쁘실것 같은데?
2-3일 정도로 짧게 일본 먹방여행 이런거 다녀오면 좋겠다. 밤에는 다들 엄청 취하고 말여-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