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일본 여행기 첫 편을 썼을 뿐인데, 대포고냥군은 다시 컨퍼런스 때문에 미국 플로리다주 탐파베이로 출장을 다녀왔다. 사실 출장으로 가건, 플로리다 탐파베이건, 다 좋다. 게다가 플로리다는 참 여행으로는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 언제 다시 가 보게 될까. 그런데 문제는 열 네시간에 이르는 비행 시간이다. 항공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키가 큰 대포고냥군이 일반석에 앉아 열 시간이 넘게 버티기란 정말정말정말 어려운 일이다. 겪어본 결과 6시간 전 후로 한 번의 사점 (死點 : dead point) 이 오고, 열 시간이 지나면 제 정신이 아니게 된다. 엉덩이는 불이나고, 골반 관절은 어긋나 덜그럭 거리고, 앞좌석에 딱 붙어 버리는 무릅은 피가 통하지 않아 감각이 없다. 잠이나 잘 자는 타입이라면 그나마 나을텐데, 차를 타도 한 숨도 못자는 초 민감성 대포고냥군은 이번 여행에서도 열 네시간을 꼬박 뜬 눈으로 지샜다. 비즈니스 석으로 업그레이드 하자니, 마일리지 포인트를 6만 점이나 내 놓으라고 하고 말이다.
여튼, 서울-애틀란타 14시간, 애틀란타-탐파 한 시간의 여정으로 무사히 도착했다. 오오 여기가 플로리다구나. 난 여길 오기 전에는 플로리다가 이렇게나 큰 주 (州) 일 줄 몰랐다. 컨퍼런스가 있었던 피터스버그 (Petersburg) 에서 CSI 호라시오반장님의 마이애미까지는 자동차로 4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난 플로리다에 오면 마이애미는 당연히 보는 건 줄 알았다구! 그래도 피터스버그도 참 좋은 곳이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르네상스 비노이 (Renaissance Vinoy) 라는 메리어트 계열의 골프 리조트인데, 뭐 우리가 신혼여행때 묵었던 호텔만큼이나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호텔 로비의 테라스에 음료수를 시켜두고 어어- 하고 있으면, 끊임없이 초 고급차 –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 들을 발렛보이들이 맞이한다.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인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연금 수령자들이 오는 고급 휴양지 인듯.
우리가 도착한 첫 날은 리셉션 파티가 열렸다. 호텔 2층의 홀에 맥주에서 칵테일까지 뭐든 제공하는 바가 두 군데 설치되었고 호텔 스텝들이 이리저리 다니면서 손님들에게 접시에 담긴 음식을 권하는 그런 스탠딩 파티. 미쿡사람 200명에 둘러 쌓여 본 적 있는가? 얘네들은 또 엄청 프랜드리 해서 저 멀리 있는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손을 내밀면서 다가온다. 덕분에 첫 날 밤에 대포고냥군은 백 명의 존이랑 악수하는 꿈을 꾸었다. 둘째 날부턴 본격적으로 컨퍼런스 일정이 시작되었는데, 이게 의외로 빡빡했다. 아침 7시 30분에 조식. 8시 30분 부터 9시까지 미쿡 대빵님의 코멘테이션. 9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점심 식사 외엔 쉼 없이 컨퍼런스 달림. 그리고선 올즈마 (Oldsmar) 에 있는 데이터센터 방문. 거기서 또 파티. 그나저나 데이터센터는 엄청나구나.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보호되는 벙커 시설에 서버만 6,000 대가 들어있는 작은 대학교 정도의 거대한 시설이었는데, 중앙 컨트롤센터에 있던 초 거대 스크린은 좀 멋지다. 이렇게 아침 7시 반에 시작해서 밤 10시는 되어야 끝나는 일정이 계속되었다. 마지막 날의 컨퍼런스 일정 후에 야외 파티에서 또 한번 200명의 미쿡사람들 사이에서 초 난감한 시츄에이션. 휴우…
한국으로 돌아오던날, 탐파-아틀란타 항공편이 한 시간 딜레이 되었다. 아틀란타-서울 항공편의 환승까지의 시간은 한시간 반. 진정으로 한국에 못 돌아가는 줄 알았다. 짐을 들고 얼마나 뛰었던지 완전 초죽음 상태. 집에 도착하니 징징양이 보고 싶었다며 눈물을- 허허허- 바둥이가 얼마나 애교를 떨던지 받아주느라 힘들었다.
오랜만의 삼단 결론
1. 영어공부 해야겠다 – 영어로 일을 하라면 하겠는데, 미쿡사람과 친목을 도모하긴 어렵구나. 휴우-
2. 14시간의 비행은 죽을 맛이다 – 제발 좀 비즈니스로 보내 줘- 엉엉-
3. 역시 집이 최고다 – 징징양 보고싶었어!
나도 출장갈때마다 영어 공부해야지 하는데 좀 레벨 업 되서 가도 또 금방 한계야..
특히 모 오더할때 아주 순한양이 되어 있다 온다는..ㅠ_ㅠ 게다가 미국식 농담 좀
해보려고 완전 노력해서 유머 좀 치면 한국오면 사람들이 썰렁하다고 예능감 떨어졌다고 함..
헐..
컨퍼런스가 APAC, EMEA, US 이렇게 세 지역 사람들이 모인거 였는데,
US 사람들 말은 그렇다 쳐도, UK 영어만 되도 아- 좌절임-
영어권 아닌 사람들 좀 배려 해주면서 말하면 안되는 거니? 그런거니? 흑-
14시간의 비행..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3시간까지도 힘든데말에요. ㅎㅎ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비행기 이코노미 석에 빼곡히 앉은 사람들만 봐도
왠지 닭장 가득 싣고 가는 트럭이 생각나요-
덕분에 출장 후 한 주는 완전 후유증에 멍 때리고 있습니다.
아, 백명의 존과 악수하는 꿈이라니. 무시무시한데요. 으하하하.
역시 집이 최고인거죠? 징징님 다음으로 배바둥이가 나모키님 엄청 보고 싶어했을꺼예요. 후후.
아, 언어가 다른 사람들끼리 계속 맞대고 있어야 하는것이 은근 스트레스더라구요.
나중엔, 정말 뭔가 저도 그들에게 잘 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답답함이 제일 컸어요-
저렇게 해맑게 웃으며 다가오는데 말이죠;;;
메리제인제시카스미스존로버트…. 무서워무서워 +_+;;;;;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36시간 침대 위 찰떡모드로 변신 후
48시간 몸살기운과 미열에 시달린 알렉스, 오츠카레사마데시당-
저 버스에 징징을 태워봐야되는데 말야-
징징은 그냥 눈 감고 자는 척 할듯-_-;;;
-_-; 14시간 비행이라니, 진정 끔찍하네;
나리타 – LA 11 시간 비행할 때, 다리 짧은 나도 진정 죽을 거 같던데-_- ㄷㄷㄷㄷ
이제 공항엘 가도, 비행기를 타도 전혀 기쁘지 않은 이 현실-
사실, 미국정도 거릴 간다 치면 도착해서 즐거운 것 보다
비행이 걱정되어서 파랗게 질린다는-_-;;;
일본 정도 거리가 비행하기엔 딱인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