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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일놈의 아이폰

밥은 먹고 다니냐?

요즘, IT쪽에선 아이폰으로 많이 시끄러운걸 아실게다. 아이폰이 뭐길래 이리 다들 호들갑인걸까. 그리고 한국에 아이폰의 도입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아이폰은 올해 3GS 모델이 출시되면서 3세대에 접어들었다. 1세대 아이폰은 GSM 규격으로 출시되어 CDMA 방식의 맘을 가진 한국에는 아예 도입자체가 불가능했었으나 2세대 아이폰은 UMTS / HSDPA 망 (3G망) 을 지원하게 되었다. 이 것은 통신사가 마음만 먹고 도입하면 한국유저들도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실지로 거의 대부분의 통신사가 망연동을 포함한 도입 준비를 완료 했다는 소문도 돌았었다. 그러나 소문만 무성했을 뿐, 1년동안 국내의 얼리어댑터 마음만 흔들어 놓은채 3세대 아이폰의 발표 시기가 오게 된다. 올해 6월에 애플은 아이폰 3세대인 3GS 를 발표하였다. 더 빠른 프로세서, AF 지원되는 카메라, A-GPS 와 전자나침반, 32G 의 메모리로 무장된 3세대 아이폰이 공개되자 국내에선 ‘이제 정말 아이폰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기대감으로 술렁댔다. 소위 ‘아이폰 떡밥’ 으로 불리는 수많은 거짓 소문들이 들 끓었다. 그러나 애플이나, 도입이 가장 확실시 된 KT의 공식채널로부터 어나운스 된 내용은 거의 전무 했고, 아이폰은 ‘담달폰’ 이라고 불리기에 이른다. 9월은 아이폰의 위치정보를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의 법적인 문제에 대해 공방이 있었고, 끝내 방통위는 이 문제를 상임위원회 의제로 까지 올린 끝에 출시를 승인하게 된다. 일단, 출시에 필요한 법적인 문제는 모두 해결된 상태. 이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의 메이저 폰 제조사 혹은 경쟁 통신사가 아이폰 출시를 막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하였으며 아이폰을 기다리는 네티즌들은 IT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에 아이폰이 통신사와 제조사 등의 이해관계로 도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한국은 아프리카 국가보다 못하다’ 라는 등의 여론이 형성되기까지 했다.

아이폰은 왜 지금까지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던 것일까?

1. 아이폰은 ‘돈 되는 것은 다 한다’ 는 국내 이동통신사의 수익구조를 흔들만 했다.

최근에 각 통신사로부터 스마트폰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 WIFI (와이파이라 읽는다 – 와이어리스 랜) 가 스마트 폰에 기본으로 포함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심지어 블루투스 조차도 빠져서 출시되는 경우도 허다 했으며, GPS, 3.5mm 표준 이어폰 단자 등이 삭제 출시되어 외국에 출시되는 폰이 한국에 들어오면 ‘스펙다운’ 되는 것이 당연시 되었을 정도이다. 그러면, 앞에서 예로든 와이파이 등은 도대체 왜 삭제되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통신사가 제공하고 있는 유료서비스 부문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와이파이가 있으면 무선랜이 있는 공간에서는 통신사의 데이터 패킷을 사용하지 않고 무료로 인터넷을 즐길수 있기 때문에 삭제, 블루투스를 통한 인터넷 공유도 가능하기 때문에 역시 삭제, GPS 는 통신사의 네비게이션 서비스 모델을 흔들 수 있으므로 삭제, 이런식이다. 3.5mm 표준 이어폰 단자는 심지어 한국에서만 쓰는 20핀 충전단자에 이어폰을 연결하기 위한 젠더를 팔아 먹기 위해 삭제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 아이폰은 이 모든것을 다 열어두었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GPS, 3.5mm 이어폰 단자. 이것이 국내 이동통신사가 아이폰의 도입을 꺼렸던 가장 큰 이유다.

2. 한국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주도권은 이동통신사에 있었다.

앞에서 예로든것 처럼 이통사의 서비스와의 충돌이 있을때마다 국내 폰 제조사들은 스펙을 낮추어 출시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국내의 휴대폰 유통은 통신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삼X, 엘X, 큐XX 등 폰 제조사들이 고집을 부리면서 스펙을 고수하면 이통사들은 그 폰을 유통시키지 않으면 된다. 그런 이유로 폰제조사들은 이통사의 스펙요구에 맞춰줄수 밖에 없었던 것. 아마 아이폰 관련해서도 국내 이통사는 와이파이 삭제 등을 애플에 요구했을것이다. 당연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국내 통신시장은 세계 전체 시장에 비하면 아주 작은 시장일뿐 아니라 애플 나름의 철학에 만들어진 하드웨어를 한국에만 맞게 커스터마이징 해 줄리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애플의 데이터 통신으로 얻어지는 수익의 배분 요구 등등 하여 국내 이통사는 여러모로 난감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번에 차이나텔레콤과 애플의 아이폰 공급 계약이 성사되면서 보안상의 이유로 와이파이를 삭제하고 출시하기로 한 내용이다. 역시 규모의 경제 앞에선 애플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뭐 여러모로 한국 이통사는 굴욕을 맛보아야만 했다. 한국시장은 애플에겐 ‘존만이’ 시장일뿐.

3. 아이튠즈, 앱스토어 등 수많은 이해관계들.

아이폰은 아이팟과 동일한 아이튠즈라는 클라이언트를 통하여 싱크하고,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며, 음악 / 동영상 파일을 전송한다. 아마 한국에 지금 출시되는 핸드폰 중에 MP3 가 플레이 되지 않는 폰은 거의 없을것이다. 그런데 왜 폰과는 별도로 MP3 플레이어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걸까. 일단 국내 폰으로 음악이나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그 이유는 각 이통사들이 음악이나 동영상 전송을 이통사에서 만든 전용 클라이언트를 통해서 전송하는 것만 허용하기 떄문이다. 이통사가 운영하는 음원 판매처를 통하지 않고 구매된 음악파일을 폰으로 전송할라치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게다가 아이튠즈는 아이튠즈 스토어라는 자체 음원 판매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것은 멜론, 도시락이니 하는 국내 이통사 서비스와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아이팟 이나 아이폰에 설치할 수 있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개발자와 사용자들을 다이렉트로 연결해주는 앱스토어 역시 마찬가지.

4. 수많은 한국 이동통신계의 비표준 들.

한국에서 출시되는 폰들을 보면, 폰 자체에 특정 이통사에서만 사용가능한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다. 뭐 다 알겠지만 심지어 상하좌우 키 중간을 차지하고 있던 버튼 역시 특정 이통사의 서비스 바로가기 버튼이다. 심지어 SMS 를 보고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통사에서 만들어서 폰 제조사에서 탑재한다. 작년 부터 실시된 폰이동성은 SKT 에서 사용하던 기계를 KT망에도 등록할수 있게끔 했다. 그러나 특정통신사를 통해 유통된 폰이 다른 통신사 망에 등록은 가능할 지언정 제한되는 서비스는 무척이나 많다. MMS 도 보낼수 없으며, 데이터 통신도 불가능한 것 처럼. 이 모든 것이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만들어낸 비표준 때문이다. SMS 뿐만 아니라, MMS 도 국제 표준 규격이 존재한다. 이런 작은 서비스에 조차 수익을 얻어내기위해 폐쇄적인 비표준을 만들어 냄으로써 한편으로는 해외 폰들의 국내 유입을 막는 장벽역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아이폰은 국제표준 메시징 규격을 사용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아이폰은 지금껏 도입이 미뤄져만 왔으며, 이런 과정은 결국 아이폰을 기존 이통사의 밥그릇 지키기를 깰 만할 혁명가 폰 정도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실, 아이폰은 외국에선 출시된지 꽤 오래된 기기이다. 이런 진부한 기계가 왜 한국에선 이렇게 큰 반향을 가져오고 있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의 발달은 한 기업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와이파이라는 것이 폰에 채용될 수 있다면, 지금까지 데이터 통신을 이통사를 통해서만 공급 하던 구조는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그 데이터 통신으로 벌어들이는 몇 푼의 수익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스펙을 다운시키고, 막고 해선 되겠는가. 당연히 이 모든 것은 사용자의 불편으로 돌아가고 이통사는 살찔 뿐이다. 지금의 아이폰 논쟁은 과거의 이통사의 망 개방 이슈와 거의 동일하다. 네이트 및 매직엔 버튼을 키패드 가운데 떡 하니 박아놓고선 자사 페이지 이외에는 쓰지 못하게 했던.

정통부 역시, 과거 기술장벽이었던 위피 (WIPI) 의 사례와 같은 한국의 비표준 규격을 하나하나 걷어내야한다. 국내 통신 사업자들의 밥그릇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열리는 더 많은 수익창출의 기회가 중요한지를 생각해 봐야한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국내 개발자를 포함한 수백만의 해외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어플리케이션을 업로드 하고 판매 수익을 개발자에게 배분 하고 있다. 아이폰 신봉자인 이찬진씨 역시 그런 개발자 중의 하나가 아닌가. 이런 사람들은 앱 스토어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있다고 판단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아이폰을 기다리다 못한 몇몇의 파워유저들은 홍콩이나 호주의 팩토리언락 – 3G 폰에 들어가는 USIM 의 락을 아예 공장 생산단계에서부터 풀어둔 – 폰을 따로 구입하여 개인인증을 받아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 대포고냥군은 그렇게까지는 하고싶지 않지만, 아이폰이 정식 출시된다면 꼭 구입해 사용해 볼 생각이다. 여튼 아이폰을 계기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는 조용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통사들에겐 ‘죽일놈의 아이폰’ 일진 몰라도 사용자들에겐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예술마당 4관 오후 8시

얼마 전, 클리앙 자유게시판에서 회원님의 즉석 이벤트를 발견했다. 클량 회원이신 ‘-_-a’ 님의 지인께서 공연 기획 관련 일을 하시는데 클량 가족을 초대한다는 이벤트. 이벤트 글에 댓글로 이 뮤지컬을 봐야 하는 이유를 남기는 형식이었는데, 평이한 댓글에도 불구하고 뽑아주신 ‘-_-a’ 님께 감사말씀 드린다.

사실, 뮤지컬에는 일자무식인 대포고냥군은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를 이번에 이벤트 당첨되면서 처음 들었다;;; 그런데, 당첨 소식을 주변 지인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뮤지컬 애호가들 사이에서 ‘오당사’ 라고 불리며 꽤 인기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런 케이스.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의 마지막 뮤지컬은 작년 즈음 봤던 ‘김종욱 찾기’ 였는데, 우연인지 같은 공연장 – 대학로 예술마당 – 에서 오당사를 보게되었다. 당일인 9월 16일 밤에도 ‘김종욱 찾기’ 는 공연 중인 것으로 보아 여전히 인기 작품인가 보다.

스쿠터 옆에 서서 빵을 먹는 도돌미와입후

평일이라 6시 땡 치자마자 회사에서 뛰쳐 나갔음에도 대학로까진 꽤 시간이 걸려 7시 30분 꽉 채운 시간에 공연장에 도착했다. 티켓 부스에 ‘클리앙에서 이벤트…’ 라고 말하곤 신분증을 내밀었다. 앞 뒤에 줄 서신 분들도 전부 클리앙 분이신 듯. 평일이라 직장인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는데 어떤 교회에서 단체로 관람 왔는지 아이들이 차에서 우루루 내린다. 시간이 20여분 남았었지만 식당을 가기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라 공연시간까지 서서 도돌미와입후가 사온 빵을 뜯으며 기다렸다. 10분 전, 드디어 입장. 앞에서 네번째 자리. 소극장이다 보니 네번째 자리라 해도 거의 눈 앞에 무대가 보인다. 지난번에 여길 왔을 때도 그랬었는데, 예술마당은 자리 앞뒤 공간이 너무 심하게 좁다. 대포고냥군 처럼 190센티미터 가까이 되는 인간은 보지 말라는 이야긴지… 다리를 머 좌우로 180도 찢다시피 해서 겨우겨우 끼어 앉았다.

드디어 ‘오당사’ 시작. 사실, 대포고냥군은 영화나 공연을 보고와서 내용은 거의 블로그질 하지 않는 편인데, 뮤지컬은 같은 작품을 여러번 보는 분들도 많은 걸로 봐서 스토리가 관람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닌것 같아 간략하게 적는다. 크리스마스 전 날, 어느 무료 병원에 입원해 있던 주인공 ‘최병호’ 가 밤새 사라진다. 밤새 눈이 많이 내려 고립된 병원, 게다가 사라진 ‘최병호’ 는 다리를 쓰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던 환자.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자원봉사자인 ‘김정연’ 이 병원에 도착하면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약간은 느린 스토리텔링에 살짝 지겨운 느낌이 드는 30여 분이 지나고 베드로 신부가 집무실에서 혼자 벌이는 퍼포먼스부턴 정신이 확 든다. 그 후, ‘최병호’ 의거 씬에 등장하는 ‘이길례’의 연기, ‘정숙자’ 스토리, ‘닥터리’ 와 ‘김정연’ 의 러브라인 등이 펼쳐지면서 무대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든다. 마지막 ‘최민희’ 의 눈물 연기로 분위기는 절정에 다다른다.

‘김정연’ 역만 더블캐스팅 – 우리가 봤던 공연은 이애린 님

대포고냥군은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를 보고 나오면서 미안해 졌다. 이렇게 좋은 작품의 제목도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무지한 채 관람에 임해서 였달까. 사실, 오당사의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고 어떤면에선 진부한 소재이다. 배경도 크리스마스에 내용도 가족애를 바탕에 깔고있다. 그런데,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너무 매력적이다. 우리가 열광했던 베드로 역의 원종환님의 신들린 듯한 연기는 사실, ‘연기’ 라기 보단 무대위의 ‘놀이’ 같은 느낌이었다. 폭발적인 끼의 발산. 그것을 즐기고 있는 배우. 오당사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주 역할 이외에도 엑스트라 연기를 동시에 하는데, 그 역할 전환이 너무나도 완벽하여 우리는 마지막까지 ‘최병호’ 역의 배우가 또 다른 ‘병실의 환자’ 셋 중 하나였던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할 정도 였으니… ‘최민희’ 가 아버지와 재회할떈 관객석이 훌쩍거리는 소리로 가득찰 정도로 훌륭했다.

대포고냥군은 뮤지컬을 잘 모르지만, 너무너무 재미있게 본 작품. 배우 이름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성격이 아니지만 나와서 한참을 외우려고 애썼다. 다음에도 이 배우들의 다른 작품들이 무대에 올라오면 챙겨 보고 싶은 마음에…

2009 Mid Macbook Pro with Snow Leopard

스노레퍼드 UTD (Up to Date)

애플은 8월 말 OS X 의 메이져 업데이트인 스노우 레퍼드 (Snow Leopard) 를 발표했다.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가 MBP 17인치를 구매할 당시는 스노우 레퍼드가 발표되기 전이어서 당연히 레퍼드 (Leopard) 가 설치된 채로 출고 되었다. 대신 2009 Mid 맥북 패밀리를 구매한 사람에게는 스노레퍼드로 업그레이드가 무상 – 배송료 및 VAT 는 부담해야 함 – 으로 약속되었던 것. 잠깐 맥 OS 에 대해 알아보자. 원래 대포고냥군의 맥에 인스톨 되어 있던 레퍼드는 10.5.6 이었다. 이 처럼 맥 OS 는 구두점으로 구분된 숫자로 버전을 구분한다. 맨 앞의 10은 OS X 를, 두 번쨰 5 는 레퍼드, 마지막의 6은 자잘한 업데이트에 의해 개선되는 부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맥 OS 의 메이저 업데이트는 모두 고양이과 동물의 따 지었다는 점이다. OS X 의 시작을 알린 10.0 은 치타 (Cheetah), 10.1 은 퓨마 (Puma), 10.2 는 재규어 (Jaguar), 10.3 은 팬서 (Panther), 10.4 는 타이거 (Tiger), 10.5 는 레퍼드 (Leopard) 와 같은 식이다. OS X 의 여섯번째 업데이트가 된 스노 레퍼드는 단지 인텔 플랫폼 맥에만 설치되며 32비트와 64비트 모드를 가진다. 인텔맥이라 할지라도 프로세서에 따라 64비트 부팅이 불가능 한 기종도 있다. 이처럼 스노레퍼드는 완벽한 64비트 운영체제로 맥 OS 가 이전하는 중간 가교 역할을 하는 버전이라는데 그 의의가 있다. 아쉽게도, 과거의 G4, G5 와 같은 파워 PC 맥들에는 더 이상 설치 할 수 없으며 512M 이상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8월 28일 쯤에 징징양 것 까지 모두 두 개의 스노레퍼드 UTD 를 신청했다. MBP 는 중국에서 날아왔던 것과 달리 얘는 싱가포르에서 일반 메일로 오는 바람에 9월 6일이 되서야 겨우 받게 되었다. 스노우 레퍼드가 공개되기 전에, UTD 버젼은 클린설치 – 하드디스크를 포맷한 상태에서 설치하는 것 – 가 된다, 안된다 말이 많았다. 결론은 클린설치 잘 된다. 그런데 어찌 박스도 없이 저리 씨디 한 장이랑 간단한 인쇄물 하나만 보낸단 말이냐… 여튼, 재빨리 아이튠즈와 아이포토의 라이브러리들을 백업하고 설치 해 보자. 클린설치에 필요한 시간은 총 30-40분이면 된다.

설치 후 소감은 전체적으로 무척 가벼워졌다는 점이다. 전체 설치 용량이 이 전의 레퍼드에 비하여 13기가 정도나 줄어들었으며, 빠릿빠릿한 반응이 무척이나 상쾌하다. 맥 초보가 느낀 가장 큰 변화라면 스택 (Stack) 의 변화이다. 독에서 어플리케이션 폴더의 내용을 바로 확인하고 실행할 수 있다. 이 포스팅을 쓰고 있는 시점에 애플은 이미 자잘한 버그를 수정한 10.6.1 을 발표했다. 몇몇 어플리케이션과의 호환성 이슈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의 빠른 업데이트를 통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으니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업데이트 이후, 자주 보이던 이유모를 바람개비 현상이 사라졌으며, 상단 바의 freeze 현상, Airport 의 버그등이 패치되었다고 한다.

스노래퍼드 설치 완료

Battery indicator

더불어 17인치 MBP 는 쓰면 쓸수록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데스크탑 PC 를 완벽하게 대체하는 풀HD해상도의 고품질 LCD 와 5-6시간 정도는 우습게 버텨주는 배터리 성능은 정말 만족스럽다. 간단한 카페 나들이시에는 어댑터는 챙기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은듯. 최근, 종훈 형님을 비롯하여 맥으로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에 못지 않게 맥으로의 이전을 꿈꾸다가 다시 PC 로 회귀하는 사람도 역시 많다. 그런 경우의 대부분은 ‘윈도우즈도 구동가능하니까’ 라는 이유로 맥을 구매한 경우다. 물론 인텔맥들은 윈도우즈를 구동할 수 있다. 게다가 비스타를 가장 빠르게 구동하는 노트북에 MBP 가 선정된 아주 아이러니한 결과도 있다. 하지만, 맥의 진수는 아름다운 하드웨어가 아닌 맥 OS 와 그 위에서 구동되는 맥 어플리케이션 들이다. 헉 소리 나올정도로 세심하게 만들어진 사용자 인터페이스, 일관성 있고 통합된 라이브러리 방식의 관리 등의 장점을 꼭 경험해 보기 바란다. 맥으로 이전한 우리 부부는 지금 부트캠프는 아예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패러랠즈로 XP 를 이미지 방식으로 구동하고 있다. 그나마 패러랠즈도 액티브 엑스로 떡칠된 한국의 금융 사이트에 접속할 때 이 외에는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 PC 에서 하던 작업을 맥에서는 어떤 어플리케이션으로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찾아낸 어플을 사용하면서 맥은 점점 더 진가를 드러낸다.

‘그래, 이런것이 진짜 UI 라는거였어.’

아비꼬 카레 (Abiko Curry)

일본카레 전문점 아비코

얼마전 도돌미와이프와 홍대 놀X부대찌게를 먹으러 갔다가 발견한 가게. 평소에도 카레를 좋아하는 대포고냥군, 꼬옥 기억해 두었다가 방문해 보았다. 바깥에 마련된 벤치에 먼저 도착한 두 팀이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배고픈 우리는 그냥 바 자리에 앉았다. 아비코 (我孫子) 라는 건 일본 치바 (千葉) 현의 시 (市) 이름인데… 여기 주인이 거기랑 무슨 인연이 있는걸까.

‘이랏샤이마세-‘
‘옷스-‘

여기까진 나름 괜찮은 발음이었다. 그런데 마침 옆 테이블의 손님들이 계산을 하고 나가는데 종업원 아가씨가 외친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쓰다-‘ 순간 손이 오글, 초 안습이다. 아무리 일본식 카레집이라곤 하지만 왜 저리 되지도 않는 일본어를 쓰려고 할까. 주방장 중에 하나라도 일본사람이 있다든가 하면 몰라도. 차라리, 맛깔나는 액센트를 넣어서 ‘어서오세요- 아비코 입니다!’ 가 훨 나을텐데. 여튼 일본어 좀 하는 대포고냥군 귀에는 많이 거슬린다.

우리 앞에서 줄창 접시만 닦던 총각들 – 티셔츠는 이쁘다

메뉴는 크게 세가지다. 카레라이스, 카레우동, 하이라이스. 그외에 몇가지 돈부리 – 덮밥 – 도 주문 가능한듯 하다. 카레 전문점이라니 일단 첫 주문은 카레라이스로 해야겠다. 얹혀 나오는 카레는 1, 2, 3 단계, 지존, 신 단계로 맵기를 조절할 수 있다. 벽에 신 단계에 도전해서 성공한 사람 수랑 사진들이 붙어있다. 도돌미와입후는 2단계, 난 딱 중간인 3단계로 주문. 거기에 카레에 섞을 버섯, 돼지고기 등등의 재료를 주문하고 마지막으로는 돈까스, 고로케 등의 적셔 먹을 메뉴 – 아비꼬 에서는 ‘토핑’ 이라 했다 – 를 선택하면 끝이다. 그런데 이것저것 주문하다보니 인당 만원이다. 카레는 서민들의, 독신자들의 음식인데 만원은 좀 비싼듯.

주문받은 카레의 매운맛 등급에 따라 따로따로 매운 향신료를 넣는듯 하다

주문이 들어가자 1인분 의 카레가 들어있을 듯한 남비를 각각 데우고 있다. 베이스 카레 – 아마도 아기카레라고 되어있는 – 는 한 가지이고 거기에 맵기 단계에 따라 캡사이신분말 – 불닭같은데 들어가는 졸래 매운 향신료 – 같은 걸 추가해서 내는 모양. 밥과 베이스 카레는 원한다면 얼마든지 제공한다고 하니, 대식가들에겐 희소식. 그리고 날계란을 주문하면 무료로 주는데, 카레랑 섞어서 먹으면 더 고소하다. 이건 왠지 오사카의 지유켄의 날계란이 생각난다.

나왔다! 돼지고기 카레 (3단계) + 돈카츠 토핑

대포고냥군이 주문한 돼지고기 카레 2단계 + 돈카츠 가 나왔다. 날계란을 부셔 싹싹 비비고 맛을 보자. 카레도 돈카츠도 맛있다. 처음에는 ‘3단계 별거 아니네-‘ 했다가 반쯤 먹은 이후 부턴 도돌미와입후의 블로그에서의 표현처럼 모공에서 피가 나올 정도가 됐다. 아마 계란을 넣지 않았다면 피똥 쌌을것 같다. 도대체 신 단계를 먹어치운 사람들은 어떻게 생긴 사람들인지… 중반 이후엔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매워서 계속 안절부절 하면서 먹었다. 빨리 먹고 여기서 도망가야 할 것만 같은 그런 기분. 내 생각에 아비꼬의 스텝들은 처음 온 손님들에겐 한 단계 정도 낮춰서 주문하라고 조언해줘야 할것 같다. 이건 뭐, 아비꼬를 나와서 음식맛을 떠올릴 겨를이 없다. 매워서 정신없었던 기억 밖엔 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한번 더 가보려고 한다. 다음 기회에는 꼭 2단계로;;;

ps. 지인에 따르면 주차도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

맥북프로 17인치 CTO 버젼 개봉기

8월 12일 오전 8시 30분, 택배회사로부터의 전화가 왔습니다.
출근은 해야겠기에 경비실에 맡겨 달랬더니, 택배기사 왈 ‘고가품’ 이라 직접 전달해야 된다네요-

상하이에서 온 박스 두 개

누런 박스를 까니까 이런게 나왔다

패키징 ㅎㄷㄷ-

첫 부팅중인 MBP 들 – 왼쪽이 내 것, 오른쪽이 도돌미와입후 것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 유니바디 맥북프로 17인치 두 대 질렀습니다.
이번 지름은 좀 안드로메다급입니다. 노트북 사면서 ‘내가 차를 계약하고 있는건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둘 다 스크린은 매트로 커스텀오더 했는데, 베젤이 은색이네요. 눈이 편안해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추가 커스텀주문은 7200rpm 하드디스크 변경, 최고사양인 C2D 3.06Ghz 프로세서로 변경 정도입니다.
지르는데 들어간 돈 생각만 잊을 수 있다면, 마냥 멋질 뿐입니다-
자세한 사용기는 따로 올리도록 하죠.

도돌미와입후의 기념샷-

점박이 아기고양이의 죽음

어젯밤, 도돌미와입후가 음식물쓰레기를 버린다고 나갔다가 얼마지 않아 다시 뛰어 들어온다. ‘오빠오빠, 새끼고양이가 아픈지 못 움직여’ 그 길로 따라 나가보니, 나무 아래에 태어난지 두 달은 됐을까 하는 아기 고양이가 축 처친채로 누워 있다. 자세히 보니 우리 아파트 9동 근처에 사는 어미고양이가 데리고 다니던 두 마리의 새끼고양이 중 하나다. 가까이 가도 가뿐 숨을 몰아 쉴 뿐 기척이 없다.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더듬어 보니, 바싹 말라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 차에 친 것 같진 않다. 쥐약이나 독풀 같은걸 먹은 것 같은데…

나는 이전에도 이 아이와 만난적이 있다. 아파트 1층 계단 앞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집으로 들어갈까 하는 순간 계단쪽에서 고양이 하나가 튀어 나온다. 그런데, 그 어미 고양이는 자리를 뜨지 않고 날 바라보면서 애처롭게 야옹야옹 우는거다. 그러고 보니, 계단 아래에 미처 따라 나오지 못한 새끼 고양이 둘이 남아있다. 날 사이에 두고, 새끼고양이 둘이 고립되어 버린 것이다. ‘아, 그래그래- 애기들 잘 키우거라-‘ 하면서 자리를 비켜주자 어미고양이는 새끼들을 불렀고, 거짓말 처럼 알아들은 새끼들은 깡총깡총 어미를 따라갔다. 화단의 작은 나무 덤불 안으로 새끼가 사라진 뒤에도 어미 고양이는 고개를 돌려 한참을 날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후에도, 주차해 둔 차 밑에서 낮잠을 자거나, 나무에 오르고 있는 새끼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어미고양이 뒤를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따라다니던 새끼고양이들을 보면서 너무나 좋았던 기억이 난다.

죽어가는 이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 주고 싶었다. 가망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의사에게 보여 보고 싶었다. 그 순간에 병원비 걱정에 망설였다. 집에 데려갈까 생각했다가 집에 있는 바둥, 구름, 우키 생각에 또 망설였다. 집에 사는 우리 고양이랑, 이 아기 고양이 모두 똑같은 고양이임에도, 짧은 망설임 끝에 하루에도 허다하게 사고나 병으로 죽어나가는 ‘길 고양이’ 로 분류해 버렸다. 혹시, 누군가가 발로차거나 할까봐 목 뒤를 쥐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화단의 덤불 아래에 뉘어 놓고는 옆에 물과 사료를 남기곤 들어왔다. 죽어가는 아이를 외면해버린 죄책감을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사라져 있을지도 몰라’ 라며 애써 모른체 해 버렸다.

오늘 아침, 그 새끼고양이를 두었던 화단을 쳐다보기 전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사라졌기를 진심으로 백번은 바랬다. 새끼 고양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있었다. 더 이상 숨도 쉬지 않는다. 벌써 파리가 웽웽 꼬이고 있다. 옆에 하얀 양말을 신은 또 다른 새끼고양이가 앉아서 지키고 있다.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아프다. 휙 돌아섰는데 어질어질 하다. 머리속이 하얗다. 내가 어쨌어야 됐을까… 망설였던 그 순간에 어떡해야 했던걸까… 그 때 병원에 데리고 갔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까? 같이 사는 바둥, 구름, 우키는 캔을 따 줘도 시큰둥할 정도로 복에 겨워 사는데, 죽은 새끼고양이는 그런 캔, 한 번이라도 맛 보고 죽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더 맘이 아프다.

좋은데로 가라고 회사 화장실에 앉아서 백 번은 기도했다.

다음 세상에는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애기야…

징징 드라이브

면허 따자마자 홍대로 고고싱-

한달 반 여를 용인에 있던 운전학원을 다니느라 피로에 쩔어있던 도돌미와입후. 드디어 지난 주에 최종 주행시험을 합격하고 면허를 취득했다. 도돌미와입후가 휴가까지 내서 면허증을 교부 받던날 대포고냥군은 자동차보험을 ‘부부한정’ 보험으로 바꾸었다. 장롱면허로 썩히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스파르타식 연수는 필수 아니겠는가. 무섭다고 징징댔지만 가차없다. 뒷 유리에 ‘초보운전’ 이라고 크게 써 붙이고 바로 홍대로 고고싱-

좀 지켜본 결과, 차분하게 운전은 잘하는 듯 하다. 60 킬로미터도 무섭다고 도로 한 가운데에서 빌빌대긴 했지만, 속도엔 금새 적응되서 씽씽 달릴게다. 지금은 아마 네비게이션 쳐다볼 정신도 없겠지. 도돌미와입후는 옆자리에 앉은 나에게 무섭지 않냐고, 날 믿냐고 몇 번은 묻는다. 그럴 때마다, ‘그런 속도로 달려서 날 죽일 수 있겠냐-‘ 했다. 운전면허를 갖는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자기 힘으로 어딘가를 갈 수 있다는 것은 뭔가 특별한 것이다. 비오는날 남편을 마중 나올 수도 있고 말이지- 도돌미 와입후, 운전 면허 딴것 축하해!

ㅆㅂ- 나 무서운 초보야!

사랑하는 고냥들을 위한 사치, 트릴로 (Trillo) 사용기

블라인드와 잘 어울리는 트릴로

올해 3월에 상도동으로 이사를 오자마자 구입했었던 트릴로. 이미 4개월여를 사용하고서 이제서야 사용기를 쓴다. 돌돌미와입후와 같이 붑후 따블 블로그질을 하다보면 뭔가를 구입하고 나서, 같은 주제에 대해 비슷한 시기에 포스팅을 올린다는 것이 약간은 꺼려지게 되더라. 왜냐면 블로그란 유니크해야 하니깜. 그래서 보통은 뭔가를 질러두고서 두 사람 중 누가 블로그에 포스팅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정하곤 한다. ‘이거 돌돌미가 블로그에 올릴거야? 그럼 난 안올릴래.’ 뭐 이런식이다. 트릴로 역시 도돌미와입후가 먼저 블로그에 올려버리는 바람에 나는 사진을 찍고, 보정까지 해 두고선 그냥 잊고 살았었다는 조홀라 구차하고 뻔뻔한 변명으로 점철된 포스팅을 시작해 본다.

용산에서의 신혼시절, 집이 좁아서 심심하면 발에 밟히고 채이면서 불쌍하게 살았던 바둥이와 구름이를 보며 생각했다. 넓은 집으로 이사가면 꼭 훈늉한 캣타워 부터 사주마 라고. 대포고냥군은 허리까지 오는 캣 타워, 이런거 싫었다. 그게 캣타워냐, 고양이 진열대지. 천장까지 닿을듯이 높은, 그리고 아름다운 그런 캣타워를 사주겠어 라고 항상 생각해 왔었다. 사실, 일본 하우징 관련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물푸레나무로 만들어진 ‘고양이 스텝’ 이나 천장 가장자리를 따라 설치하는 환기구 형 고양이 터널 같은 것을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전세집에다 그런 짓을 했다간 집 주인이 내 면상에 ‘졸라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줄 것 같아서 그냥  접었다. 그렇게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대포고냥군은 우연히 방문한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트릴로를 처음 보게되고… 트릴로를 본 순간 부턴 이미 ‘대안’ 이란 것은 사라진지 오래. 트릴로를 알고있거나 이미 구입한 사람들은 이해 할 테지만, 트릴로의 품질이나 디자인에 비교할 만한 캣타워는 단언컨데 국내엔 없다.

그날 이 후부터 우리 붑후의 머리속엔,
캣타워는 트릴로
캣타워는 트릴로
캣타워는 트릴로

그리고, 상도동에 이사 온지 일주일 되던 날, 우리 부부는 열심히 트릴로를 조립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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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고냥군이 트릴로를 구매할 당시는, 트릴로 SP (스프러스) 와 JC (일본 삼나무) 라는 모델이 있었으나, 지금은 트릴로 LA (나왕 집성목) 와 DF (미송, 집송목) 로 모델이 변경된 듯 하다. 아마, 보급형인 SP 가 LA 모델에 대응되고, 고급형인 JC 가 DF 로 바뀐듯 한데, 현재의 보급형인 LA 모델은 X 형의 프레임이 집성목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구매한 SP 는 프레임도 고급형 같이 집성목이 아닌 통나무라는 대놓고 자랑임. 트릴로를 제작하는 오마이캣님의 말씀에 의하면, JC 모델에 들어가는 일본 삼나무의 수급이 어려워져서 모델변경이 있었다고 들은듯 하다. 구입 당시, 직접 조립 이벤트로 구매했고, 캣콘도 배송비까지 묶어서 하나로 보내주셔서 현 모델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되는 구 SP 모델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했다.

꼼꼼한 포장 – 엄청나게 무겁다

배송 당시, 캣 콘도 하나, 프레임 하나, 중간중간 패널 하나, 이렇게 총 세 덩이로 배송이 왔던 것 같다. 하나하나가 원목이다 보니 엄청시리 무거워서 택배기사님 완전 안습- 다리 풀려 ㅎㄷㄷ- 포장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포장을 열어보면, 조립에 필요한 자세한 설명서와 프레임과 중간 패널을 연결할 때 아래에 받쳐두라고 종이컵 네개까지 챙긴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조립을 하다 느끼는 것은 나무 파트의 마감 상태가 무척이나 좋다는 것과, 한치의 어긋남 없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설계가 매우 훌륭하다. 무엇보다 싱그러운 나무 냄새가 참 좋다. 스크래치 패널과 캣 콘도에만 페인트로 도색이 되어있는데, 천연-무독성 고급 도료를 사용해서 냄새도 거의 없다. 왠지, 비싼 유아용 가구를 보는 느낌이랄까? 단점이라고는 패널 위에 놓는 패드가 밀린다는 것 정도다. 바둥이가 달려와서 패드를 밟는 순간 패드는 공중으로 날아가고 미끄덩한 바둥이는 꼴사납게 바닥으로 추락- 그래서 당분간 패드는 빼어둔 상태.

구름이 : 이거이거 마감이 예술이야-

구름이는 패드가 맘에 들었는지 한참을 저러고 있다

눈 뜨면 질러대는 우리 붑후에게 있어서 트릴로는 ‘지르고서 뿌듯한’ 아이템 중 하나이다. 3개월 할부로 긁은 탓에 결제일 마다 ‘트릴로가 비싸긴 비싸구나’ 라고 느꼈던 것 빼곤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는 애묘인의 강력추천 아이템. 사실, 조립을 해 놓고서 몇일간 바둥, 구름이가 애용해주지 않아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으나, 지금은 아주 라뷰라뷰 중이다. 트릴로가 메종드상도에 들어올 당시에는 입양 전이었던 탓에 사진에셔는 빠져있으나 우키는 캣콘도를 아주 사랑해서 ‘앞으로 뛰어 들어가 논스톱으로 사이드로 빠지기’ 를 매우 즐긴다. 트릴로를 창가에 두었는데, 블라인드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을 트릴로 위에서 식빵자세로 바라보는 우리 고냥들이 행복해 보인다.

우키 두 번째 접종 받던 날

우키는 요즘, 생후 4개월에 접어들면서 매 달 한번은 예방접종을 받으러 병원엘 간다. 예전 용산에 살 때부터 쭉 다녔던 차오름 동물병원엘 다시 들렀다. 바둥이도, 구름이도 모두 여기서 접종을 받았었다. 우키는 주사를 맞은지도 모르는듯 하다. 우키야 근데 넌, 주사를 맞는데 왜 자기이름을 외치는거니? ‘웃키!’ 이제 한 번만 더 오면 기본 접종은 모두 끝나는구나- 우키도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우리랑 같이 살자꾸납-

우키-!!!

병원에 사는 오름이

우키가 접종을 처음으로 받던 날도 그랬었는데, 이 날도 카페플랫에 들렀다. 우키는 웃기게도 집에선 그리 뛰어다니던 아이가, 바깥에만 나가면 그리 얌전할 수가 없다는. 조용히 탁자위에 누워서 애교 부리고, 옆에 앉은 손님테이블에 이쁜척 어필하고 꾸벅꾸벅 졸다가- 카페플랫 사장님이 또 ‘절친 아이스 아메리카노’ 를 주시네- 고마워요 사장님- 고양이들과 같이 외출하기에 정말 카페플랫 보다 편한 곳은 없는 것 같다. 우선 사장님 커플 두 분 모두 고양이를 이뻐해 주시는데다가, 우리 고양이들도 카페플랫이 익숙해져 버려서 요즘은 데려다 놓으면 이리저리 다니지도 않고 그냥 누워서 편안하게 잔다. 카페플랫을 알게 된 것이 우리에겐 좋은 인연이다.

도돌미와입후 & 우키 @ 카페플랫

절친 아이스아메리카노

얼티밋이어 UE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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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달전 우키의 두 번의 테러 – 못보신 분은 여기 – 를 통해 사망한 나의 이어폰은 결국 수리불가로 판명났다. 상태를 보신 제이군님께서 이어폰 수리 업체까지 알아봐 주셨으나, ‘q-Jays’ 는 유닛 오픈이 불가능 해서 와이어링을 교체할 수 없단다. 책상위에 나뒹구는 끊어진 이어폰을 볼 때마다 열통이 터져서 쓰레기통에 쳐 넣어버리고 새 이어폰을 구입하기로 맘 먹었다. q-Jays 를 구입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대포고냥군이 이어폰을 고르는 기준은

1. 음질이 좋아야 하는 것은 당연 – 저음이 붕붕대는 이어폰 사절, 해상력 좋은 이어폰 좋아라함.
2. 커널형일것 – 공공장소에서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을 옆에 있는 사람이 듣게되는 것이 싫다.
3. 사용이 편리할 것 – 귀 뒤로 넘겨 착용한다든지, 귀에 꼈을때 부담스럽게 보이는 모양, 연장선 구조 사절.

정도 였다. 대포고냥군은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스피커, 이어폰 등과 같은 직접 사람과 닿는 제폼에 대해 지출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 타입인데, 이어폰은 하이엔드로 올라갈 수록 왜 그리 착용 모습이 부담스러운지… 과거에 만족하며 사용 했었던 오디오테크니카의 CK9 역시 귀뒤로 넘겨 껴야하는 구조가 너무너무 싫어서 팔아버렸던 기억이 난다. 사실, 얼티밋이어의 트리플파이를 눈여겨 보고있었다. 트리플 드라이버를 가진 50만원 대의 모니터링 이어폰. 유닛에 플러그 형태로 와이어링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혹시 모를 울집고냥들의 테러가 다시 있더라도 선만 바꿔 버리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귀뒤로 넘겨 착용해야만 하고, 유닛이 긴 편이라 끼고 있으면 흡사 프랑켄슈타인 같다는 리뷰에 포기. 그러다가 얼티밋이어의 신기종 예약 공동구매 소식을 알게 되었다. UE700 이라는 이어폰. 듀얼 아마츄어 드라이버의 초소형, 경량 커널이어폰이다. 국내 발매 전이라, 해외의 리뷰들을 많이 접했는데 이 UE700은 q-Jays 를 뛰어넘기 위해 만들어진 놈 같아 보였다. 비슷한 가격대 (q-Jays 는 20만원 중반, UE700은 후반) 에 모양까지 흡사하다. (UE700 이 q-Jays 보다 2mm 더 짧다) 대체로 고음부의 해상력이 매우 좋으며, 중 저음대가 매우 단단한 느낌이라는 평이었다. 게다가 정가 29만원의 제품을 예약구매자에겐 22만9천원에 준단다. 바로 결제 했고, 6월 25일 모든 예약구매자에게 일괄 발송. 26일에 받았다.

자- 대포고냥 리뷰 이제부터 본격 시작이다.

패키지를 열어보면, 플러그에 캡이 씌워진  이어폰이 나오고, 이어폰을 보관할 수 있는 반투명 플라스틱제 하드 케이스가 동봉되어 있다. 이어폰에는 미디엄사이즈 실리콘팁이 끼워져 있고, 추가로 스몰, 미디엄, 라지 실리콘팁과 폼 팁, 그리고 비행기용 레벨감쇄기가 포함된다. 이어폰의 자체무게는 엄청 가볍다. q-Jays 와 비교해서 연장선 없이 직결구조라 훨씬 가벼운 느낌이다. 블랙크롬 색상의 유닛은 사진에선 잘 구별되지 않지만, 빨강과 파랑색으로 오른쪽 왼쪽을 구별할 수 있도록 표시되어 있다. 대포고냥군은 일단 연장선 구조가 아니라는 점만으로 q-Jays 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음악을 들어보자. 동일한 볼륨에서 더 크게 들린다. 임피던스가 높은 편이었던 q-Jays 는 출력이 약한편인 내 아이팟클래식에서 구동력이 좀 딸렸었다면 얘는 훨씬 수월하게 울리는 느낌이다. 고음부의 해상력이 발군이다. 그렇다고 치찰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매우 맑고 명료하다. q-Jays 를 들으면서 불만이었던 해상력 – 아마 구동력이 약하고 음장 설정이 부족한 아이팟이라서 그랬을 것으로 생각한다 –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었다. 저음량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다. 해외의 리뷰에서 ‘단단한 저음’ 이라 표현했던 것이 역시 딱이다.

대포고냥군은 아이팟을 쓰고는 있지만 플랫한 음색의 아이팟 소리를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플랫한 아이팟 때문에 더 비싼 이어폰을 써야만 하는 형국이랄까. 아마 구동력 풍부한 코원의 디바이스라면 더 좋은 소릴 들려줬을거라고 믿고싶다. 얼티밋이어의 이어폰은 이번 UE700이 처음이다. 프로시장에서 모니터링 이어폰 마켓쉐어 1위라는 이야기가 헛것은 아닌듯 싶다. 얼티밋이어는 지금은 로지텍이 인수한 상태인데, 로지텍이 자사의 멀티미디어 디바이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q-Jays 랑 많이 닮았다

UE700 의 세줄 요약 평

1. 음질을 최선으로 생각하는 리스너 중에 프로형 커널의 뭔가 오버스러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딱이다.
2. 저음을 좋아하는 Hip-hopper 에겐 비추천. 붕붕 울리지 않는 매우 적당한 저음량.
3. 20만원대 커널 중에서, 다양한 면에서는 최고의 선택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