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day by day

제목 : 메종드상도의 나날

이 이거슨...

이 이거슨…

이거슨, 유즈드프로젝트의 재간둥이 즈흐군의 솜씨.
이거 뭐- 즈흐군이 그리기만 하면 대포고냥군이 십 년은 젊어져 버리는거였어-
야근 폭풍 몰아칠 당시의 징징양도 잘 묘사되어 있고-
메종드상도의 냥이 사 남매들의 권력구조도 한번에 알 수 있다능-
즈흐군 완전 감사-!

앙상블 디토 @ 열린극장 창동

9월 4일 토요일 늦은 저녁 7시 30분, 서울열린극장 창동에서 있었던 앙상블 디토의 연주회. 부지런한 문설탕님이 미리미리 – 무려 2개월 전에 – 예매해 주신 덕분에 단돈 만 오천원으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문설탕님, 쥴리윤님의 부모님과 친구분, 언니까지 오셔서 뭔가 노원, 도봉구 가족 화합의 날 같았던 이 날의 공연은, 2008년 여름 예술의전당에서의 ‘앙상블 디토 플러스’ 이 후 두번째 앙상블 디토와의 만남이다. 피아니스트가 임동혁에서 지용으로 바뀌는 등 멤버 구성에 변화가 있다. 클래식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오디오로 듣는것과 실황연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피아노 터치의 강약은 더 극적으로 느껴지고, 현악기의 소리는 날이 선 칼로 천을 갈라 나가는듯 하다.

연주 중간에 있었던 지용과 리차드 용재 오닐의 이런저런 인삿말과 공연과 연주곡에 대한 설명에서 ‘어린이를 위한 공연’  –  연주 브로셔나 티켓등에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았었음에도 – 이라고 해서 좀 의아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그렇게 많이 왔었던 걸까. 도돌미와입후랑 대포고냥군 뒷 자리에도 아이들이 너 다섯이나 있었는데, 공연 내내 의자를 발로차고 떠드는 바람에 참으로 신경 쓰였었다. 저렴한 티켓 가격도 그렇고, 성인들과 아이가 있는 학부모에게 뭔가 이중으로 마케팅을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공연이 끝나고 렬렬하게 기립박수를 날렸건만 앵콜곡은 없었다. 그래도 한 곡쯤은 해 주었으면 좋았을것을…
공연중에 아이들이 떠들어서, 간주때 박수치는 무식함 때문에 분명 삐졌을거라고 생각도…
만 오천원에 앵콜곡까지 바라는건 염치없다는 생각도 조금…
소심하다 역시 우리는…

서울열린극장 창동

서울열린극장 창동

공연장이 이렇게 생긴 탓에 서커스 천막에서 공연했다는 말이-

공연장이 이렇게 생긴 탓에 서커스 천막에서 공연했다는 말이-

집 가까이 이런 공연장이 있으면 좋겠다

집 가까이 이런 공연장이 있으면 좋겠다

리차드님 얼굴 잘라서 미얀-

리차드님 얼굴 잘라서 미얀-

유즈드프로젝트 (Used Project)

유즈드프로젝트 대 오픈!

유즈드프로젝트 대 오픈!

카페플랫에서 처음 스흐 앤 즈흐님들을 만나게 된 것도 벌써 일 년 하고도 육개월이 지났다. 어쩌면, 카페플랫 홈 페이지에 있던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동물들의 출입을 허가합니다.’ 라는 글귀가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만들어 준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고양이를 마음 편하게 데리고 갈 수 있는 카페플랫 같은 곳은 흔치 않았으니까. 카페플랫의 마스터님들이 카페일을 정리하고 나니, 메종드상도의 네마리 고양이들은 갈 곳을, 대포고양이와 도돌미와입후는 뭔가 인생의 낙을 잃어 버렸다. 우리는 계속 다시 카페를 오픈하라고 농성했고 말이다.

그러다 9월 초, 스흐 앤 즈흐님들이 ‘유즈드프로젝트’ 로 다시 돌아왔다. 컨셉은 말 그대로 ‘좋은’ 중고품 프로젝트. 정확하게는 신품에서 중고품까지 취급하는 ‘잡화점’. 거기에다 중고제품 위탁판매도 한다. 그나저나 이 분들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어느날 가게를 계약했다고 하더니, 페인트부터 바닥공사, 간판까지 뚝딱뚝딱- 전부 순식간에 자체 소화 해버리셨다능- 뭔가 추진력 쩌는데다가 역시 비즈니스는 크리에이티브 파워가 만들어내는 거라는 생각이. 그럼, 유즈드프로젝트를 찾아가 보자. 홍대 정문 근처에 스타벅스 옆길로 들어가면 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알라또레를 끼고 우회전. 거기서 십 미터를 채 못가서 왼쪽 흰 건물의 이층이다.

저기 계단으로 과감히 올라가자

저기 계단으로 과감히 올라가자

전부 다 제작템-

전부 다 제작템-

프리오픈 날, 즈흐님의 마커질-

프리오픈 날, 즈흐님의 마커질-

저기 서랍에도 유니크한 아이템들이 가득하니 필히 체크-

저기 서랍에도 유니크한 아이템들이 가득하니 필히 체크-

카페플랫의 잡화점 버젼이심-

카페플랫의 잡화점 버젼이심-

노랑 털 사카모토님-

노랑 털 사카모토님-

역시 고양이 프랜들리-

역시 고양이 프랜들리-

리락쿠마 컵 하나 남았-

리락쿠마 컵 하나 남았-

레인부츠도 팔고-

레인부츠도 팔고-

소프트뱅크 오토우상 좋음-

소프트뱅크 오토우상 좋음-

유즈드프로젝트는 ‘카페아닌’ 카페플랫이랄까 그런 느낌이다. 음식 대신 잡화로 바뀌었지만 편안한 느낌에 좋은 사람들까지 그대로다. 게다가 마스터는 여전히 좋은 커피를 만든다. 혹시, 집에서 잠자고 있는 좋은 중고제품들을 찾아 냈다면, 지금 바로 유즈드프로젝트로 가자. 토이스토리의 ‘우디’ 와 ‘버즈’ 처럼 한 때 정말 아끼던, 그러나 지금은 쓰지 않는 그런 물건들을 믿고 맡길만한 그런 곳이다.

site : usedproject.net
twitter : @usedproject

Sony NEX-3 Preview

NEX-3 듀얼렌즈 킷

NEX-3 듀얼렌즈 킷

지난 6월 말에 예판으로 구매했던 NEX-3, 배송받은지 두 달이 넘어서 살짝 소개를 해 볼까 한다. 최근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흐름이라면 단연 ‘미러리스’ 라고 할 수 있겠다. 화질면에서 이미 궁극에 이르른 DSLR 제품들은 연사나 동영상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계속 내 놓고 있으나 역시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고, 점점 소형화 추세로 발전해 나가던 똑딱이들은 한정된 면적의 소형 센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미지 품질에서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나온 제품들이 1세대 미러리스인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의 마이크로포서드 (Micro Four Thirds System) 제품들이다. 광학 파인더를 과감히 삭제해 버림으로써 미러가 차지하던 공간을 줄였였음에도 원래 포서드시스템이 가지는 이미지서클을 그대로 유지, 동일한 심도표현을 가능케 한다. 단점이라면 포서드 시스템의 센서 자체가 135mm 나 APS-C 센서에 비해 작다는 것인데, 포서드는 17.3 * 13mm 의 센서로 약 225 제곱 밀리미터의 면적을 가지는데 반해 135mm 풀프레임 센서는 36 * 24mm, 864 제곱 밀리미터로 약 네 배, APS-C 는 23.6 * 15.7mm, 370 제곱 밀리미터로 약 1.5배 정도 크다. 따라서 동일한 심도를 가지기 위해서는 135mm 나 APS-C 센서를 채용한 바디에 비해 더 밝은 렌즈를 써야만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다 2010년 상반기, 소니는 심도표현과 노이즈 처리 측면에서 뛰어난 APS-C 센서를 사용하고 짧은 플랜지백 설계로 인해 다양한 이종 마운트 렌즈를 어댑터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미러리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물론 APS-C 센서를 채용한 렌즈교환식 미러리스가 소니가 처음은 아니다. 삼성의 NX 시리즈가 먼저 시장에 나왔지만 뭔가 어중간한 크기로 히트를 치진 못했다. 삼성은 NX 시리즈에서 별 필요없는 EVF – 전자식 뷰 파인더 – 를 제거했어야 한다. 물론 쓸모있을 수도 있으나, EVF 채용으로 커진 부피는 미러리스의 메리트를 버리는 꼴이 되었다. 여튼, 소니는 6월 중순 NEX-3 과 5 두 가지 라인업으로 미러리스 E 마운트를 출시했다.

E 마운트 16mm F2.8 / 18-55mm F3.5-5.6

E 마운트 16mm F2.8 / 18-55mm F3.5-5.6

실제로 NEX-3 와 NEX-5 의 차이점은 케이싱과 풀프레임 동영상의 촬영 정도다. NEX-5 는 알로이합금 재질의 하우징을 채용했고, 1080P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하면 연사를 포함한 모든 스펙은 동일하다. 대포고냥군은 검정, 도돌미와입후는 화이트 NEX-3 를 구매했는데, 바디 색상에 관계없이 렌즈는 모두 메탈릭실버 컬러로 같다. 말도많고 탈도 많은 16mm F2.8 팬케익 렌즈는 화질이 그닥 만족스럽지 못하다. 중심부 정도가 그럭저럭 쓸만하고 주변부는 꽤 뭉개진다. 하지만 135mm 환산 약 24mm 라는 화각은 여행용으로 최적이라는 생각이다. 35mm 정도만 되어도 여행지에서 건물을 찍기에 많이 좁은 화각 때문에 갑갑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 화질면에서 욕을 먹고는 있지만 나름 메리트가 있지 않나 싶다. 18-55mm F3.5-5.6 렌즈는 화질면에서도 정말 훌륭하다. 렌즈 내장식 스테디샷 – 손떨림방지 기능 –  과 간이 접사 용도로도 쓸만한 짧은 포커싱 거리는 만능렌즈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단지, 소니에서 16mm 렌즈에 좀 더 심혈을 기울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표준화각의 밝은 단렌즈 출시가 시급하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화질 논란과는 별개로 참 이쁘다-

화질 논란과는 별개로 참 이쁘다-

간단하게 개봉기 정도로 소개하려다 글이 길어졌다. 16mm 렌즈 때문에 인터넷 게시판에서 많이 까이기도 하는 소니 넥스. 분명 허접한 렌즈 설계 탓이지 카메라 탓은 아니다. 18-55mm 렌즈나, 어댑터를 통해 이종 렌즈로 촬영한 샘플은 더할나위 없이 훌륭하니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댑터로 타사의 렌즈까지 모두 사용가능 하다고 해도 – 현재 거의 대부분의 마운트 어댑터가 출시 되어있다 – 어댑터를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부피가 커지고 그렇게 되면 미러리스의 의미가 희미해진다. 역시, 소니의 새로운 E마운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역시 뒤 따라 출시될 렌즈군이 중요하겠다.

 

ps. 마지막으로 애증의 16mm F2.8 렌즈로 촬영한 샘플 사진 몇 장을 보여 드리겠다-

 

더럽다고 한 마디 했더니 승질은-

더럽다고 한 마디 했더니 승질은-

끙차- 기지개-

끙차- 기지개-

응? 나 불렀삼?

응? 나 불렀삼?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Omega Speedmaster) 3573.50

Omega Speedmaster Professional 3573.50

Omega Speedmaster Professional 3573.50

최근 시계를 차고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사실이다. 오차도 없으며 따로 챙기지 않아도 항상 지니고 다니는 핸드폰이라는 물건 때문이다. 어쩌면 손목시계란 ‘정장엔 넥타이’ 와 같은 패션과 매치시키는 장신구 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진정한’ 시계 빠라고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메카닉계 오덕들이다. 손목 위의 기계식 시계는 수 많은 부품으로 조합된 ‘기계공학’ 의 결정체다. 게다가 ‘시간을 표시하는 기계’ 라는 점에서 시간만이 가지는 완전성이랄까 결벽성 같은 이미지가 시계라는 기계에 더해져서 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대포고냥군은 ‘Omega Speedmaster Professional 3573.50’ 이라는 긴 이름이 붙여진 시계를 하나 질렀다. 사실,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라인업에는 몇 가지 모델이 존재한다. 우선, ‘문워치’ 라고 불리는 3570.50 과 3573.50 두 모델이 존재하고, ‘리듀스드’ 라고 불리는 조금 작게 축소시킨 모델 3510.50, 그리고 시, 분침이 넓은 바늘로 교체된 ‘브로드 애로우’ 3551.20 정도가 있겠다. 그 중에서도 문워치는 1957년에 최초 생산을 시작한 이 후, 거의 외형이 변하지 않았을 만큼 오리지널리티를 중요시 하는 시계이고 ‘스피드마스터의 원형’ 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이다. 그렇다면 왜 문워치라고 불리는 것일까? 그것은 이 시계의 뒷면에 새겨진 각인을 보면 금방 알 수있다. ‘The first watch worn on the moon’ 그렇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했을때 우주에서 사용했던 시계가 문워치다. 그러면 1957년에 처음 생산 되었을 때는 문워치가 아니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NASA 로부터 우주탐사 공식 시계로 지정된 것이 1965년이니까. 당연하게도 2008년 이소연씨가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 되었을 때도 문워치와 함께 했다.

아름다운 See-thru Back

아름다운 See-thru Back

그러면 본격적으로 문워치에 대한 이야길 해보자. 3570.50 과 3573.50 의 차이는 뭘까? 두 모델 공히 무브는 ‘칼리버 1861’ 로써, 최고급 풀 메뉴얼 무브인 ‘레마니아 1873’ 을 개량한 것이다. 3570.50 은 최초의 스피드마스터가 그랬듯이 운모글래스 – hesalite glass – 에 솔리드 백을 채용하여 최대한 오리지널리티를 살렸다. 사실 운모글래스는 흠집에 매우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매우 클래시컬하고 따스한 느낌을 준다. 아무리 조심해서 사용해도 무른 운모의 특성때문에 잔기스가 생기게 되는데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모델이 대포고냥군의 3573.50 이다. 전면글래스가 운모재질에서 사파이어글래스로 변경되었고, 무브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시스루백이 채용되었다. 그래서 시계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두 모델의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 기계식 시계의 무브에도 오토매틱 모델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오토매틱이라고 해서 배터리가 들어 간다거나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둘 다 태엽의 힘으로 움직이지만 태엽이 저절로 감기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오토매틱 시계의 내부에는 로터라고 불리는 중력에 의해서 회전하는 반원형의 추가 들어가는데 시계를 착용하고 있는 동안에 역, 순방향으로 돌아가면서 저절로 태엽이 감기게 된다. 당연하게도 스피드마스터 중에도 브로드애로우 같은 오토매틱 모델이 있지만 문워치라고 불리는 두 모델은 전부 용두를 손으로 와인딩 해 주어야만 하는 풀 메뉴얼 무브이며 완전히 감아 주었을 때 약 4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가진다. 중력이 없는 환경에서는 오토매틱 시계의 로터가 움직일리가 없으므로 문워치가 풀 메뉴얼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문워치는 바늘이 시, 분, 초 침 이외에도 몇 개가 더 있는 이른바 ‘복잡시계’ 임에도 검정 패널에 최대한 절제된 인덱스와 흰 레터링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문워치가 처음 만들어졌던 당시, 40mm 지름의 케이스는 꽤 큰 편에 속했으나  45mm 이상의 시계가 유행하고 있는 요즘은 오히려 얌전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브레이슬릿은 솔리드메탈이라 꽤 묵직하다. 측면이 광택처리되어 브레이슬릿의 피스가 꽤 볼륨감이 있다. 여튼, 문워치는 여러모로 매니악한 시계다. 고급시계들은 기본으로 된다는 방수도 되지 않고, 이틀에 한 번은 꼬박꼬박 태엽을 감아줘야하는 이 시계. 어쩌면 문워치는 ‘복각’, ‘오리지널리티’ 에 열광하는 오덕들을 위한 시계다.

2010 도쿄여행 이틑날 – 우에노, 아키하바라, 긴자

 

호텔 창 가에서 찍었을 뿐인데 이 정도로 가깝다

호텔 창 가에서 찍었을 뿐인데 이 정도로 가깝다

2010년 도쿄여행의 이틑날이 밝았다. 첫 날 여행기에서 호텔 앞에 하네다 공항으로 연결되는 모노레일이 지나다닌다고 했는데, 우리가 묵었던 4층 창문에서 보면 바로 앞에 레일이 보일정도로 가까웠다. 하마터면 대포고냥군, 아침에 샤워하고 맨 몸으로 나왔다가 모노레일 승객들에게 스트립쇼 할 뻔 했다. 일단 오늘 들를 곳은 우에노 (上野), 아키하바라 (秋葉原) 그리고 유락쿠쵸 (有樂町) 와 긴자 (銀座) 지역이다. 먼저 숙소인 하마마츠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우에노에서 시작해서 야마노테센을 타고 내려오면서 둘러 보도록 하자. 우에노까지는 20분이면 충분하다.

우에노역은 꽤 낡았다

우에노역은 꽤 낡았다

지도에서 녹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죄다 우에노공원, 들어갔으면 우에노로 오늘 관광 끝이었을 지도...

지도에서 녹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죄다 우에노공원, 들어갔으면 우에노로 오늘 관광 끝이었을 지도…

일단, 우에노라면 우에노공원과 아메요코 (アメ橫) 시장이 메인이겠다. 이 전 일본여행에서 메이지신궁을 우습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그 초 넓음에 발바닥 터질 뻔 했던 상당히 안 좋은 기억이 있는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일종의 ‘공원 포비아’ 가 생겨 버렸던 거다. 그래서 우에노 공원은 고민 끝에 패스. 그런데 다녀와서 사진을 보고 있으니 왤케 아쉬운지… 일단 도쿄의 남대문이라는 아메요코 시장 입구 발견. 본격적으로 관광 들어가기 전에 아침 겸 점심 식사를 미리 찾아 두었던 ‘원조스시’ 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아메요코 (アメ橫) 시장 입구, 옆에는 요도바시 카메라가 있다

아메요코 (アメ橫) 시장 입구, 옆에는 요도바시 카메라가 있다

‘원조스시’ 는 한 접시에 130엔부터라 가격도 저렴한데다 재료도 신선해서 꽤 인기가 있는 곳이라고 들었다. 식당으로 들어서니 스시바 주변으로 촘촘히 앉아있는 손님들. 스시란 신선도가 생명인 음식이라 역시 손님이 북적대는 가게가 재료의 회전이 빨라 좋다. 간판에 60종 이상의 스시가 나온다는데, 대충 세어 보아도 꽤 종류가 많은듯. 역시나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여기서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오오토로 – 참치대뱃살 – 을 한 접시 먹었다. 스시바 주변으로 서 있던 스탭들 중에 한국 유학생들이 꽤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도 한국에 꽤 많이 알려졌구나 싶었다. 계산하고 나갈 때 일본어로 ‘계산해 주세요-‘ 했더니 한국인 여 종업원 급 당황. 아마도 일본에 온지 얼마되지 않은 친구인듯-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하세요-

여튼, 밥도 먹었으니, 시장 안을 둘러보아야 겠다. 그러나 식당을 나가자 마자 보이는 요도바시카메라에 현혹 되어버린 대포고냥군과 징징양. 제일 윗 층에 있던 장난감 매장에 가서 둘이서 얼마나 가챠폰 – 동전을 넣고 돌리면 장난감이 들어있는 캡슐이 나오는 – 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이폰에 달아줄 에네루프 스틱부스터도 하나 구입.

'간소스시' 라고 읽는다

‘간소스시’ 라고 읽는다

일본에서도 역시나 스시는 젊은이들 보단 장년층에게 인기있는 음식일까?

일본에서도 역시나 스시는 젊은이들 보단 장년층에게 인기있는 음식일까?

파인애플을 잘라서 팔고있다

파인애플을 잘라서 팔고있다

멜론, 수박도 잘라서 판다

멜론, 수박도 잘라서 판다

아메요코시장의 ‘아메’ 는 사실 ‘아메리카’ 에서 딴 것이다. 세계 2차 대전 후에 미국산 상품을 암거래 하던 곳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요코 (橫) 라는 단어의 뜻 중에, ‘정식이 아닌’, ‘곁 다리의’ 이라는 것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진짜 뭔가 다크 사이드 상거래가 행해지던 곳인 듯. 일본의 재래시장은 지난번 교토의 니시키시장 이후로 두 번째인데, 교토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여긴 정말 남대문 같다! 가게마다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호객을 하는 것이나, 가격 흥정이 어느정도 가능하다는 것도 비슷하고, 게다가 짝퉁도 팔고 있는것 같다. 실제로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여기는 뉴발란스가 얼마정도 할까나?’ 하며 운동화 가게들을 구경하고 다녔는데, 짝퉁으로 의심되는 것들은 2-3 만원 이면 살 수 있더라는. 분명히 짝퉁이야- (소근소근)

골든위크인 탓에 사람 징하게 많다

골든위크인 탓에 사람 징하게 많다

아메요코야키와 싸가지 아줌마

아메요코야키와 싸가지 아줌마

하나 먹어보기로 했다

하나 먹어보기로 했다

이거슨- 타코야키 뿌라스 오코노미야키 데스요!

이거슨- 타코야키 뿌라스 오코노미야키 데스요!

아메요코시장의 끝 자락에 다다랐을 때 즈음, 우리가 골든위크 시기에 도쿄에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재래시장이란 얼마나 재미있는 곳인가. 한가하게 거닐면서 길거리 음식도 먹어보고 상인들과 농담 섞인 흥정도 해 보고 싶었는데. 사람들에게 떠 밀려 저절로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관광을 한 것이 못내 아쉽다.

이제 우에노를 떠나기 전에, 들러볼 곳이 한 군데 남았다. 미츠바치 – 꿀벌이라는 뜻 – 라는 아주아주 오랜된 얼음과자 집. 멀리서도 사람들이 얼음과자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것으로 금새 알아볼 수 있다. 1909년에 만들어져 삼대째 이어오고 있는 아주 전통있는 얼음과자 가게라고 한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을 알아보기 위해서 줄을 서기 전에 손님들을 지켜 보니, 죄다 300엔 짜리 오구라아이스 (小倉アイス) 라는 것을 주문한다. 왠지 떡볶이 명인 집에서 오뎅을 먹고 나오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선 오구라아이스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담아주는 그런 밀가루 뚜껑 (?) 같은 것 사이에 팥 껍질이 군데군데 보이는 거친 아이스크림을 담고, 작은 떡도 넣어준다. 참으로 깔끔한 맛이다. 심지어 밀가루 뚜껑 조차도 눅눅한 법이 없이 깔끔하다. 뭔가 설탕을 쓰지 않고 벌꿀로 단맛을 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강렬하고 화려한 맛보다는 담담한. 나만 그랬을지 모르지만, 왠지 부산의 오래된 석빙고 팥 아이스케키가 떠올랐다.

우에노에 들르면 꼭 맛보자 - 300엔이 아깝지 않다

우에노에 들르면 꼭 맛보자 – 300엔이 아깝지 않다

자- 이제 일본인들의 덕심을 체험할 시간이다. 도쿄에 여러번 왔었지만, 아키하바라 (秋葉原) 는 처음이다. 여기가 전차남의 고향인 것이다. 사실, 대포고냥군은 아키하바라에는 남자들만 있을 줄 알았다. 오산이었다. 여성 덕후들도 엄청나게 많다. 여기저기서 메이드복을 입은 아이들이 메이드카페를 홍보하는 전단지와 티슈를 나눠주고 있다. 어쩌다 받게된 전단지에 의하면, 메이드복을 입은 스탭이 1:1로 아키하바라를 투어시켜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나보다. 보면서도 ‘에이, 이걸 누가 하겠어…’ 했는데, 컥-! 바로 앞에 멀쩡한 청년이 메이드 소녀와 손 잡고 걸어간다! 끝없이 계속되는 동인지 전문 매장, 캐릭터샵, 컴퓨터 파트 전문점… 이건 정말 스케일이 다르다. 아키하바라를 보기 전까지 ‘조금 큰 용산 같은 곳’ 정도로 생각했었던 것은 대포고냥군의 완전한 착각이었다.

역을 나와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이 가까운 곳에 있던 캐릭터 샵에 들어설 때 까지만 해도 덕후들을 비웃으며 의기양양 했었는데, 가게를 나올땐 왜 우리 손에 리락쿠마 풀셋이 – 리락쿠마 컵 세트, 심지어 라면 사발까지 – 들려있었는지 이해가 안간다. 그러다 북두신권의 켄시로가 그려진 커피캔 자판기를 보고서 완전 넋을 놓고 말이다… 고백하기 부끄럽지만, 여 기 엄 청 재- 미- 있- 다-!

아키하바라역 전자상가출구 (電気御口) 를 나서면-

아키하바라역 전자상가출구 (電気御口) 를 나서면-

주오도리 (中央通り) 주변으로는 동인지 서점들이 엄청나다

주오도리 (中央通り) 주변으로는 동인지 서점들이 엄청나다

메이드카페도 있고, 인터넷카페, 만화방도 있다

메이드카페도 있고, 인터넷카페, 만화방도 있다

PC파트의 전당 츠쿠모 - 아키바 뉴스에서나 볼 수 있던 하드코어 부품들을 볼 수 있다

PC파트의 전당 츠쿠모 – 아키바 뉴스에서나 볼 수 있던 하드코어 부품들을 볼 수 있다

사실, 대포고냥군은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대해서는 그냥 정상인 수준 (?) 인데 반해, 전자제품 덕후라 아키하바라에서 몇 시간이고 혼자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왠지 용산에 징징이랑 같이 간 느낌? 신형 전자제품에 넋 놓고 있다가 밥 시간 넘긴 징징의 눈치 보는 그런 분위기? 결혼전에 타케시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키하바라에 가면 대포고냥군 같은 사람 많다. 오타쿠 말야. 그런데 넌 괜찮아. 여자친구가 있으니까.’ 라고. 그렇다. 같은 오덕이라도 연애를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인간이냐 아니냐로 갈리는 것이었다. 그럼 대포고냥군은 맘 놓고 오덕질 해도 되는 것이겠다. 왜냐면 도돌미와입후가 있으니깐.

유락쿠쵸 (有樂町) 의 무인양품 매장은 일본 최대규모

유락쿠쵸 (有樂町) 의 무인양품 매장은 일본 최대규모

'초 빅 오토우상 (お父さん) 과 함께 촬영 해 보아요-'

‘초 빅 오토우상 (お父さん) 과 함께 촬영 해 보아요-‘

일 층에 있던 무인양품 꽃 가게 - 5월 9일 어머니의 날

일 층에 있던 무인양품 꽃 가게 – 5월 9일 어머니의 날

'카페 MUJI' - 스콘과 아이스라떼

‘카페 MUJI’ – 스콘과 아이스라떼

아- 정말 넓어서 좋다능- 한국에도 무지 레스토랑을 오픈 해 달라!

아- 정말 넓어서 좋다능- 한국에도 무지 레스토랑을 오픈 해 달라!

더 구석구석 구경하면 아키하바라가 이 날의 마지막 관광지가 될 까봐, 아쉽지만 서둘러서 발길을 돌렸다. 자- 다음 행선지는 도돌미와입후가 가장 좋아라 하는 유락쿠쵸 (有樂町) 의 무인양품 매장이다. 일본 내에서도 최대 규모라고 하는 유락쿠쵸 점은 빅카메라 별관 바로 옆에 있다. 입구를 찾아 가는 도중, 일본 핸드폰 캐리어인 소프트뱅크의 CF 에 자주 등장하는 오토우상 (お父さん) 을 발견. 포토스팟에서 촬영하는것을 부끄러워하는 도돌미와입후도 이것은 지나칠 수 없었다. 무인양품 입구에 있던 플라워샵에서는 5월 어머니날 – 일본에는 어머니날, 아버지날이 따로 있다 – 을 맞아 북적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일본의 고급 백화점 같은 곳의 입구엔 항상 꽃가게가 있었던것 같다. 뭔가 이성적인 지출을 해야겠다고 굳게 맘 먹고 간 사람들이 꽃가게를 보면 마음이 풀어져 버리는 그런 효과를 노린것 아닐까나. 매장은 2층인데 올라가는 계단 옆에 무인양품 하우징이 있다. 집을 팔고 있다! 조립식 주택을 전시해 놓고 있는데, 어릴적 일본 인테리어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집이다. 참으로 부럽군하-

매장에 들어가 보니, 확실히 이 전에 오사카에서 보았던 무인양품 매장과는 규모가 꽤 차이가 난다. 천장도 높아서 탁 트인 개방감이 일품이다. 대포고냥군은 무인양품의 백색가전 – 진짜 백색가전이다 – 을 좀 사가고 싶었는데, 변압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포기했다. 여행을 갔던 즈음엔 그나마 환율이 낮았던 시기라, 대부분 한국 매장 가격의 약 80% 수준이었다는 것이 정말 좋았던것 같다. 게다가 골든위크 세일 10 퍼센트! 도돌미와입후는 옷가지, 양말, 커피잔, 유리 보울 등등을 득템했다고 기뻐했다. 여튼 계산을 하려고 나오는데, 10% 할인을 받으려면 휴대폰으로 쿠폰을 다운로드 받아야 된단다. 아이폰도 당연히 된다고 해서 시도하려는데, 여긴 무선랜이 없잖아. 그래서 우린 안될거야. 하면서 포기하고 있는데 친절한 무인양품 스텝이 그냥 할인 해 드리겠단다. 이런 아름다운 스텝. 무인양품을 나올 때 쯤 되니, 발바닥은 터질듯 하고 배도 고프다. 유락쿠쵸와 긴자는 바로 옆이다. 긴자로 가자-

마츠야 긴자 (松屋 銀座)

마츠야 긴자 (松屋 銀座)

긴자는 밤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긴자는 밤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애플스토어 긴자점

애플스토어 긴자점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다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다

무인양품에서 나와, 유락쿠쵸 센터빌딩 별관 (有樂町センタービル別館) 을 오른쪽으로 끼고 걷다가 마츠야도리( 松屋通り) 를 만나면 왼쪽으로 꺾자. 애플스토어 긴자점이다. 사실, 애플스토어는 미국, 일본에서도 여러번 봤던 곳이라 별로 감흥은 없다. 학생들이 맥을 구입하면 아이팟터치를 1+1 로 제공하는 행사를 하고 있군. 한국은 제외된 것을 보니, 역시 잡스횽은 한국을 호구로 보고 있음이 틀림없다. 아이폰을 무려 80만대나 사 줬는데도 말이다. 그 외에도 대포고냥군은 잡스횽한테 섭섭한 것이 아주아주 많다. 한국에는 애플스토어가 정식으로 들어와 있지 않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일본 애플스토어에선 리스로 맥을 구입할 수 있다든지, 뭐 수도 없이 많다. 그래도 긴자점이라니 한 번 들어가 보도록 하자. 역시 별 것은 없다. 일본여행 중에 프리 와이파이존에 너무나도 목말랐던 우리는 열심히 아이폰질. 그러다가 맥과 아이폰 악세사리가 모여있던 제일 꼭대기 층에 올라가 한국보다 싸다는 이유 하나로 아이폰 케이스를 두 개씩이나 질러주었다. 담부턴 애플스토어 안 가. 잼없어-

맥도 많고-

맥도 많고-

지니어스 바 - 별로 지니어스 아니었다

지니어스 바 – 별로 지니어스 아니었다

애플스토어에서 나와 주오도리 (中央通り) 로 나가면 이제 정말 긴자의 중심에 다다르게 된다. 넓은 도로 좌우로 빽빽히 서 있는 브랜드샵들과 비싸보이는 음식점들을 볼 수 있다. 소니 쇼룸과 닛산 갤러리, 시세이도팔러 (資生堂パーラ) 와 같은 쇼룸들도 자주 보이는데, 이 비싼 긴자땅에 브랜딩을 위한 건물을 세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본 내에서 자사의 위치를 과시하는 것일게다. 짧은 시간 주오도리를 걷는 동안 길 가에 주차되어 있던 페라리가 열 대는 되는것 같고, 폴쉐는 흔해빠져서 마트카 같아 보인다. 여튼 여기 긴자는 초초초 럭셔리 일색이다.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는 왠지 긴자가 좋아졌다. 이유는 모르겠다. 돈도 없는데 말이지… 뭐, 멋지잖아-

닛산갤러리 전 횡단보도

닛산갤러리 전 횡단보도

유니클로 긴자점

유니클로 긴자점

다음은 오늘 저녁식사 장소인 츠바메그릴 (つばめグリル – 제비그릴) 이다. 긴자역 사거리에서 찾을 수 있는 긴자코어 바로 옆 지하 1층에 있다. 1930년 부터 영업했다는 츠바메그릴은 겉보기에 무척이나 깔끔하긴 했지만, 한국에서 그릴이라 이름 붙은 음식점들에게 워낙 실망한 적이 많아서인지 왠지 의심부터 들었달까. 들어가 자리에 앉으려니 한 스텝이 다가와서 열 시까지 영업인데 괜찮겠느냐고 묻는다. 열 시까지 40분 정도 남았는데 충분하지 않을까? 일단 츠바메그릴의 메인 메뉴는 햄버거스테이크다. 도돌미와입후는 그냥 ‘햄버거스테이크’, 대포고냥군은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햄버거스테이크에 베이컨을 두른 어쩌고저쩌고’ 와 맥주를 한 잔 주문했다. 아- 그릴의 이름에 대한 의심은 완전한 대포고냥군의 오해였다. 아- 오해예요- 왜 일본에서 ‘일본풍 양식’ 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가게들은 이렇게나 완성도가 뛰어난 것일까. 별것 아닌 음식 같지만 오사카의 오무라이스 가게 ‘북극성’ 도 그랬었다. 여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는 저녁이었다. 그러나 역시, 처음 가는 식당에선 메인으로 밀고있는 메뉴를 시키는것이라는 진리를 재 확인했다. 도돌미와입후의 ‘그냥’ 햄버거스테이크가 정말 맛있었다능- 맥주 맛있는건 당연한 거고-

넋 놓고 사진 촬영 중인 김루피-

넋 놓고 사진 촬영 중인 김루피-

깔끔하고 서비스는 배려돋는다

깔끔하고 서비스는 배려돋는다

번쩍번쩍 동 후라이팬 굳-

번쩍번쩍 동 후라이팬 굳-

이거는 '베이컨 햄버거스테이크 어쩌고 저쩌고' 였음-

이거는 ‘베이컨 햄버거스테이크 어쩌고 저쩌고’ 였음-

ps. 이제 일본여행기 이틀 치 남았다.
이제는 어디든 여행을 갈라치면 돌아와 여행기 쓸 걱정부터 든다.
도쿄 여행기 한 편 완성하고 쓰려고 밀려있는 포스팅이 몇 개인지 모른다능-
다음 편, 기대 해 주셈요-

제이군네 셋째 하루양

대포고냥군이 미국으로 출장 가기 바로 전 주말에, 극적으로 계속 미뤄져 왔던 제이군네 방문이 이루어졌다. 잦은 출장에 구미가 마음의 고향이 되어 버렸던 제이군은 길고 긴 프로젝트가 끝났고, 우연인지 마침 이 날 수짱님 생일이라 겸사겸사 해서 다녀왔다. 무엇보다도 얼마전 제이군이 업어온 막내 고양이 ‘하루’ 가 거대 고양이가 되기 전에 봐야 겠다는 것과, 거의 두 달에 걸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 고민 들어주다가 수입차 뽐뿌 당해 잠시 열병을 앓았었던 대포고냥군- 구입한 멋진 새 차를 구경하는 일이 이 날 방문의 메인 테마 되겠다. 토요일 방문이라 길이 막힐 것을 염려해 오전에 집을 나가 점심때 도착하는 것으로 했다. 일본여행에서 제이군네를 위해 구입한 카렐차팩 홍차와 미금역 앞에서 산 호두파이 한 판을 챙겨서 들어가니, 뭔가 이 사람들이 우리가 갑자기 들이닥쳐서 당황하는듯- 원래 대포고냥군은 들어갈때 확인 전화 이런거 잘 안한다. 미안 제이군-

앗! 문에 들어서자마자 아메숏 아깽이 ‘하루’ 가 우릴 반겨준다. 커헉- 역시 아깽이는 귀엽구나야- 집에서 실버태비인 우키만 보다가 브라운태비를 보니 완전 새롭다. 게다가 입 주변은 귀엽게 시리 왤케 하얀거니. 익히 들어 알고있었지만 얘도 엄청난 ‘에너자이저 묘’ 다. 쉴새 없이 움직이고 점프한다. 낯 가림도 없이 처음 보는 사람이 집에 들어오니 계속 주변을 맴돌며 관심을 가지다가 기회만 생기면 손가락을 깨물깨물- 왠지 하늘이 맑음이랑은 좀 달리 울 집 고양이들 처럼 접대묘로 자랄 것 같아 좀 안심이 되었달까. 맑음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후에 왠지 어둑어둑 했던 제이군네 분위기가 하루로 인해 환해 질 것 같다.

하루 발사 준비 완료! 움찔움찔-

하루 발사 준비 완료! 움찔움찔-

크아아- 우오옹-

크아아- 우오옹-

이 언니 모야-!

이 언니 모야-!

이 시점에서 제이군의 자랑 ‘미금역버거’ 를 내 놓으니 완전 축제 분위기- 두툼한 패티에 치즈, 두겁께 썬 양파와 토마토 까지 들어가서 맛이나 비쥬얼이나 지대로다. 징징양 난 사실 이런걸 원했어. 원래 제이군이 집으로 초대하면서 메인으로 밀었던 메뉴는 사실 미금역버거가 아니라 ‘스테이크 샐러드’ 였는데 역시 훌륭했다. 그런데 버거 하나에 그만 배가 불러 버려서 샐러드는 좀 남아버렸다- 사실 대포고냥군과 징징양 배가 그리 크진 않아 제이군… ;;;

'Mi-Gum Burger'

‘Mi-Gum Burger’

너무 반짝반짝 눈이 부셔 지지지지지-

너무 반짝반짝 눈이 부셔 지지지지지-

배를 채우고 제이군의 새 차 ‘메이페어 미니’ 를 구경 하러 마당으로 나갔다. 역시 미니는 예쁘다. 미니 50주년 기념모델이라 그릴에 예쁜 배지도 달고 있고, 휠도 시그니쳐 휠에 곳곳에 ‘난 스페셜에디션 이야-‘ 며 자랑하는 요소들이 많이많이 보인다. 베이지 컬러에 브라운 스트라이프와 시트가 잘 어울리는것이 어째 ‘미니 에르메스 에디션’ 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잠깐. 그동안 거리에서 미니를 많이도 봤지만, 이렇게 막 출고된 새차를 타는 건 처음이라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둘다 흙이라도 흘릴까 조심조심-  도어스텝이라도 밟으면 제이군이 때릴지도 모른다규! 이렇게 정자역까지 네명이 구겨 타고 테스트 드라이브를 갔고 거기서 비싼 카페 (?) 의 테라스에서 수다를 떨다 다시 제이군네로 복귀.

제압당한 하루

제압당한 하루

좀 친해 졌다고 딩굴딩굴 하더니-

좀 친해 졌다고 딩굴딩굴 하더니-

급기야 늘어져 자기 까지-

급기야 늘어져 자기 까지-

역시 하루는 아직 아기임-

역시 하루는 아직 아기임-

저 가지런히 모은 오동통 찹쌀떡!

저 가지런히 모은 오동통 찹쌀떡!

오빠 갈꺼야? 이래도?

오빠 갈꺼야? 이래도?

이 날, 결국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점심 무렵에 도착해 미금버거 세트에 이어 저녁까지 – 떡볶이 세트 – 까지 다 먹어치우고, 생일 케익 점화식 까지 한 후에야 돌아왔다. 사실, 생일날은 부부끼리 조용히 보내야 될 것 같은데 완전 빈대 붙어서 같이 놀다왔다는- 쵸큼 미안하네? 제이군? 후후- 같이 셀프 세차도 했는데, 덕분에 우리집 달려라 프라이드는 거의 일 년만에 때 벗긴 것 같다. 부지런한 하루는 우리가 제이군네를 나설때 까지 즐겁게 치댐치댐 해 주었다. 얘는 왜 우키랑 달리 이렇게 말랑말랑 한걸까? 우키는 털도 빳빳하고- 먼가 짐승인데 말야- ㅎㅎ 다음에 볼 땐, 훌쩍 커 있겠구나, 하늘이 오빠랑 잘 지내- 안녕-

컨퍼런스 @ 플로리다 탐파베이

컨퍼런스의 시작을 알리는 코멘테이션

컨퍼런스의 시작을 알리는 코멘테이션

이제 막 일본 여행기 첫 편을 썼을 뿐인데, 대포고냥군은 다시 컨퍼런스 때문에 미국 플로리다주 탐파베이로 출장을 다녀왔다. 사실 출장으로 가건, 플로리다 탐파베이건, 다 좋다. 게다가 플로리다는 참 여행으로는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 언제 다시 가 보게 될까. 그런데 문제는 열 네시간에 이르는 비행 시간이다. 항공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키가 큰 대포고냥군이 일반석에 앉아 열 시간이 넘게 버티기란 정말정말정말 어려운 일이다. 겪어본 결과 6시간 전 후로 한 번의 사점 (死點 : dead point) 이 오고, 열 시간이 지나면 제 정신이 아니게 된다. 엉덩이는 불이나고, 골반 관절은 어긋나 덜그럭 거리고, 앞좌석에 딱 붙어 버리는 무릅은 피가 통하지 않아 감각이 없다. 잠이나 잘 자는 타입이라면 그나마 나을텐데, 차를 타도 한 숨도 못자는 초 민감성 대포고냥군은 이번 여행에서도 열 네시간을 꼬박 뜬 눈으로 지샜다. 비즈니스 석으로 업그레이드 하자니, 마일리지 포인트를 6만 점이나 내 놓으라고 하고 말이다.

플로리다는 대략 이런 분위기다 - 호텔 앞

플로리다는 대략 이런 분위기다 – 호텔 앞

여튼, 서울-애틀란타 14시간, 애틀란타-탐파 한 시간의 여정으로 무사히 도착했다. 오오 여기가 플로리다구나. 난 여길 오기 전에는 플로리다가 이렇게나 큰 주 (州) 일 줄 몰랐다. 컨퍼런스가 있었던 피터스버그 (Petersburg) 에서 CSI 호라시오반장님의 마이애미까지는 자동차로 4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난 플로리다에 오면 마이애미는 당연히 보는 건 줄 알았다구! 그래도 피터스버그도 참 좋은 곳이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르네상스 비노이 (Renaissance Vinoy) 라는 메리어트 계열의 골프 리조트인데, 뭐 우리가 신혼여행때 묵었던 호텔만큼이나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호텔 로비의 테라스에 음료수를 시켜두고 어어- 하고 있으면, 끊임없이 초 고급차 –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 들을 발렛보이들이 맞이한다.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인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연금 수령자들이 오는 고급 휴양지 인듯.

다섯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견학 고고싱-

다섯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견학 고고싱-

위트와 리더쉽의 우리 대빵님

위트와 리더쉽의 우리 대빵님

우리가 도착한 첫 날은 리셉션 파티가 열렸다. 호텔 2층의 홀에 맥주에서 칵테일까지 뭐든 제공하는 바가 두 군데 설치되었고 호텔 스텝들이 이리저리 다니면서 손님들에게 접시에 담긴 음식을 권하는 그런 스탠딩 파티. 미쿡사람 200명에 둘러 쌓여 본 적 있는가? 얘네들은 또 엄청 프랜드리 해서 저 멀리 있는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손을 내밀면서 다가온다. 덕분에 첫 날 밤에 대포고냥군은 백 명의 존이랑 악수하는 꿈을 꾸었다. 둘째 날부턴 본격적으로 컨퍼런스 일정이 시작되었는데, 이게 의외로 빡빡했다. 아침 7시 30분에 조식. 8시 30분 부터 9시까지 미쿡 대빵님의 코멘테이션. 9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점심 식사 외엔 쉼 없이 컨퍼런스 달림. 그리고선 올즈마 (Oldsmar) 에 있는 데이터센터 방문. 거기서 또 파티. 그나저나 데이터센터는 엄청나구나.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보호되는 벙커 시설에 서버만 6,000 대가 들어있는 작은 대학교 정도의 거대한 시설이었는데, 중앙 컨트롤센터에 있던 초 거대 스크린은 좀 멋지다. 이렇게 아침 7시 반에 시작해서 밤 10시는 되어야 끝나는 일정이 계속되었다. 마지막 날의 컨퍼런스 일정 후에 야외 파티에서 또 한번 200명의 미쿡사람들 사이에서 초 난감한 시츄에이션. 휴우…
한국으로 돌아오던날, 탐파-아틀란타 항공편이 한 시간 딜레이 되었다. 아틀란타-서울 항공편의 환승까지의 시간은 한시간 반. 진정으로 한국에 못 돌아가는 줄 알았다. 짐을 들고 얼마나 뛰었던지 완전 초죽음 상태. 집에 도착하니 징징양이 보고 싶었다며 눈물을- 허허허- 바둥이가 얼마나 애교를 떨던지 받아주느라 힘들었다.

오랜만의 삼단 결론

1. 영어공부 해야겠다 – 영어로 일을 하라면 하겠는데, 미쿡사람과 친목을 도모하긴 어렵구나. 휴우-
2. 14시간의 비행은 죽을 맛이다 – 제발 좀 비즈니스로 보내 줘- 엉엉-
3. 역시 집이 최고다 – 징징양 보고싶었어!

모자이크의 정체는?

이름은 '곰곰이' 입니다-

이름은 ‘곰곰이’ 입니다-

19금 모자이크의 정체를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으실 듯해서 여기 한국에서 열 네시간이나 날아가야 하는 플로리다 탬파베이에서 이 글을 올린다. 도쿄여행 둘째 날 갔었던 지유가오카 (自由が丘). 여기 저기를 둘러보다가 테이블모던서비스에 들렀다. 여긴 나중에 도쿄여행기 이틑날 째 포스팅에도 따로 쓰겠지만, 1, 2 층은 CIBONE (씨봉? 씨본?) 이라는 편집 소품샵이고, 3층은 카페인 곳이 있다. 여길 구경하던 중,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이 발견하고서 그대로 얼어버린 아이템이 있으니, 그것이 이 ‘곰곰이’ 다. 스텝에게 물어봤더니, 원래는 곰 뿐만 아니라, 사슴, 말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있는데, 이것 하나 남았단다. 8,000엔 정도의 가격. 그런데 과연 우리가 이렇게 부피 큰 이 것을 들고갈 수 있을까가 문제였다. 그런데 어쩌겠엄- ‘이건 사야해!!!’ 아이템인 걸.

서울로 돌아오면서 이 큰 봉제인형을 들고오느라 엄청 고생- 하지만, 돌아와서 현관과 마주보는 벽에 떡 걸어 놓으니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바보같은 구름이는 역시나 얘를 보고 도망가며 하악하악- 바둥이는 어림도 없는데도 두 발로 잡아보겠다며 계속 점프- 조만간 곰곰이 아래에 이름표를 달아줄까 생각중이다. 다들 19금 곰곰이- 만족하셨나요?

다른 동물들이 궁금하시다면, 저기 URL 을 쳐 보세요-

다른 동물들이 궁금하시다면, 저기 URL 을 쳐 보세요-

곰곰이 아래 볼때기 & 코 반짝반짝 징징양-

곰곰이 아래 볼때기 & 코 반짝반짝 징징양-

곰곰이! 싸우자! 무리수 바둥이-

곰곰이! 싸우자! 무리수 바둥이-

2010 도쿄여행 첫날 – 키치조지, 에비스

4월 초까지 전혀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일본여행. 뭐랄까, 정신 놓고 있다 다른 주변 사람들의 일본여행 소식을 듣고 ‘우리도 가자!’ 하며 정해진 여행. 게다가 징징양이 4년 여를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퇴직기념으로 여행이라도 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대포고양군은 5월 5일 어린이날과 붙여서 이틀 휴가를 내었다. 5월 1일 새벽 6시 출발에 5월 5일 새벽 12시에 도착하는 항공권과 도쿄의 하마마츠쵸 (浜松町) 에 있는 호텔을 묶어서 에어텔로 예약했다. 새벽 6시에 출발하려면 두 시간전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딱 한대 밖에 없는 심야 공항행 버스를 타고 4시에 도착했더니, 면세점이고 식당이고 문을 연 곳이 없다. 수속하고서 꼼짝없이 탑승게이트 앞에서 멍 때릴수 밖에.

새벽 다섯시, 혼수상태의 공항

새벽 다섯시, 혼수상태의 공항

그래도, 도쿄 여행 첫 날을 아침 여덟시 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조건이다. 여행사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특별하게 만든 항공편이라 그런지 기내식도 없이 음료 달랑 한 잔이 전부인데다 마일리지도 적립 불가. 여튼, 정확하게 두 시간을 비행해서 나리타에 도착했다. 수도 없이 나리타 공항을 방문했었지만, 올해는 왤케 낡아 보이는걸까. ‘쾌청’ 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정말 좋은 날씨가 다행에 또 다행이다. 징징양이 스이카패스 (Suica Pass) 라는 걸 사야한단다. 알아봤더니, ‘스이카 + N’EX’ 라는 지하철, 버스, 모노레일등을 한장의 패스로 이용할 수 있는 스이카패스와 나리타에서 도쿄의 우에노 (上野) 역까지 이동할 수 있는 특급 전철 ‘나리타 익스프레스’ 편도권을 함께 묶은 상품이구나. 한 사람당 3,500엔이니 꼭 구입하도록 하자.

나리타 도착-

나리타 도착-

나리타 익스프레스 N'EX, 이걸 타야한다

나리타 익스프레스 N’EX, 이걸 타야한다

열차 칸 사이의 공간에 짐을 두고 들어가자

열차 칸 사이의 공간에 짐을 두고 들어가자

스이카 + N'EX 를 구입하면 접촉식 교통카드와 N'EX 티켓을 함께 준다

스이카 + N’EX 를 구입하면 접촉식 교통카드와 N’EX 티켓을 함께 준다

스이카 패스로 자동판매기에서 음료도 마실 수 있다

스이카 패스로 자동판매기에서 음료도 마실 수 있다

나리타익스프레스는 특급이라 좌석이 따로 배정되어 있다. 아무 열차나 타면 곤란하니 잘 확인하고 탑승하자. 탑승구 앞에 짐을 놓고 열쇠로 잠궈 둘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 종점까지 가야 찾을 수 있으니 주의. 열차가 출발 한 후엔 스낵을 파는 카트도 서비스 되니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한 시간여를 달리면, 도쿄역에 도착한다. 도쿄역에서 아마노테센 (山野線) 으로 갈아타고 하마마츠쵸 (浜松町) 까지 세 정거장이다. 도쿄역에 도착하면서 비로소 일본이 골든위크 라는 사실을 깨 달았다. 어딜 가도 캐리어를 끌고 지도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골든위크 기간동안엔 해외여행을 많이들 간다던데 일본은 텅텅 비지 않을까? 가게들이 문을 닫았으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을 잠깐 했었는데,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골든위크는 휴가기간이면서 최고의 대목이었던 것이다. 하마마츠쵸역에 내리면 남쪽 출구 쪽으로 가서 S1 출구로 나가자.

하마마츠쵸역에서 연결되는 수상버스 (水上バス) 승강장

하마마츠쵸역에서 연결되는 수상버스 (水上バス) 승강장

도시바빌딩 옆으로 달리는 모노레일 선로를 따라 걷자

도시바빌딩 옆으로 달리는 모노레일 선로를 따라 걷자

하마마츠역에서 하네다공항으로 연결되는 도쿄모노레일

하마마츠역에서 하네다공항으로 연결되는 도쿄모노레일

드디어 도착 - 치산호텔

드디어 도착 – 치산호텔

3일간 묵을 치산 호텔에 드디어 도착했다. 비즈니스 호텔로써는 꽤 규모가 큰 축에 속하는듯. 문제는 체크인이 오후 세 시 부터라는 사실. 어쩔 수 없이 호텔 카운터에 짐을 몽땅 맡기고 바로 호텔을 나왔다. 호텔방은 구경도 못 해본채 다시 나온 징징양과 대포고냥군. 일단 첫날의 코스인 키치조지 (吉祥寺) 로 가야한다. 징징양의 정보에 의하면 키치조지는 ‘구구는 고양이다’ (グ–グ–だって猫である) 를 촬영했던 장소로써 유명한 작은 마을이다. 일본인들이 살고 싶은 동네 중에 지유가오카 (自由が丘) 와 첫째를 다툰다는 키치조지는 서브컬쳐의 발상지로 불리기도 하는데, 재즈뮤지션, 만화가 등의 예술가 들이 많이 모여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는. 도쿄도 무사시노시에 있으니 행정지역상으로 도쿄시는 아니다. 우선 야마노테센으로 신주쿠 (新宿) 역으로 이동해서 주오선 (中央線) 으로 갈아타면 30분 후에 키지조지역에 도착한다.

드디어 키치조지역에 도착!

드디어 키치조지역에 도착!

키치조지역 앞

키치조지역 앞

역을 빠져나와 어느 방향으로 갈질 몰라 징징양과 주변을 휘휘 둘러 본다. 여긴 뭔가 ‘도시’ 가 아닌 곳이구나- 건물들도 나즈막하고 사람들의 표정도 여유가 있어보인다. 게다가 날까지 좋아서인지 잔잔한 일본영화의 한 장면 같다. 오늘의 첫 식사는 키치조지 역 앞에 있는 ‘사토우’ 라는 와규 – 일본소고기 – 집으로 정했다. 지도를 보고 이리저리 찾다보니, 정육점 앞에 왠 사람들이 이렇게 길게 줄을 서 있는걸까. 앗, ‘사토우’ 발견!

'사토우' 는 실은 정육점이었던 것이다

‘사토우’ 는 실은 정육점이었던 것이다

1층은 고로케와 돈카츠, 멘치카츠를 2층은 스테이크 하우스

1층은 고로케와 돈카츠, 멘치카츠를 2층은 스테이크 하우스

가게 앞의 족히 100명은 될 듯한 사람들은 멘치카츠 (メンチカツ) 를 사기위해 줄을 선 손님들이었다. 1층에선 멘치카츠 외에도 고기당고 (肉だんご), 고로케, 돈카츠 등도 팔고 있었다. 진정 먹어보고 싶었으나, 한 시간은 족히 걸릴것 같은데다, 징징양이 혈당치 저하로 심기 불편이 와서 서둘러 2층의 스테이크 하우스로 올라갔다. 후우- 입구 계단 정말 좁다;;; 이 좁은 계단에도 나름 사람들이 몇 무리 줄을 서 있었는데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나갈때마다 벽에 바싹 붙는 걸로 모자라 배를 끌어 당겨야 할 정도였다는. 기다리는 도중, 스텝이 다가와 메뉴판을 주고 간다. 세트메뉴에 고기 질에 따라 매 (梅), 죽 (竹), 송 (松) 세트로 나뉘고 음료는 우롱차, 오렌지쥬스, 글래스와인 중에서 고를 수 있다. 그리고 별도로 런치세트 라는것이 있는데, 고기를 깍둑썰기해서 나온다고 했다. 일본여행에선 되도록 많은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목적이므로, 저렴하고 양 적은 런치세트로 결정.

매, 죽, 송 세트

매, 죽, 송 세트

실내는 엄청 좁다. 공간활용 대박-

실내는 엄청 좁다. 공간활용 대박-

사토우의 런치세트 + 우롱차

사토우의 런치세트 + 우롱차

오오- 와규 넘 맛있음-

오오- 와규 넘 맛있음-

런치세트는 기본으로 미소 된장국과 흰쌀밥이 함께 나온다. 소스가 특이한데 왼쪽은 달짝지근하고, 오른쪽은 살짝 매운맛 된장 소스 같은데 대포고냥군은 오른쪽 소스에 한표. 고기는 숙주나물과 함께 먹으면 맛있다. 와규의 맛은 참… 혀에서 살살 녹는 것이 그저그만이다.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었는데, 양이 살짝 적어 아쉬웠던 사토우. 자- 식사도 했으니 본격적으로 키치조지를 탐험해 보도록 하자. 먼저, (순전히 징징양의 취향으로 결정된) 생활잡화 가게인 네츄럴키친과 모모네츄럴 쪽으로 가 보자.

도중에 만난 유명한 양갱집 '토라야'

도중에 만난 유명한 양갱집 ‘토라야’

꽤 비싸다

꽤 비싸다

근처까지 와서 안 보여서 헤매게 만들었던 내츄럴키친. 골든위크 관광객들로 내부가 북적댄다. 징징양이랑 같이 골라 볼 거라고 안에 들어갔다가 덩치 큰데다 베낭까지 맨 대포고냥군, 손님들한테 괜히 미안해서 얼른 다시 나와서 기다리기로 했다. 골든위크라 그런지 어느 가게 앞에서든 와이프가 쇼핑을 끝내길 기다리며 유모차를 지키는 아저씨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포고냥군도 그들 중에 하나처럼 보였을듯- 네츄럴키친은 모든 아이템을 105엔에 구입할 수 있는 잡화샵이다. 소심한 징징양은 10개 아이템을 장고 (長考) 끝에 겨우 골라 1050엔을 지불. 그래놓고 더 샀어야 한다고 후회 막급- 그러게 내가 팍팍 고르랬잖니…

105엔 샵인 네츄럴키친

105엔 샵인 네츄럴키친

네츄럴 키친에서 모퉁이를 돌면 발견할 수있었던 모모네츄럴. 상호 아래에 가구와 소파 라고 해 둔것 처럼 여긴 잡화점이긴 하나 가구가 메인이다. 가구 DIY 나 리폼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 처음에는 네츄럴 컨셉이라고 시작하지만 차츰 변질된 컨트리 컨셉이 과하다 못해 흘러넘쳐 집안이 무슨 고물상 처럼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내가 본 모모네츄럴의 가구들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과하지 않다. 뭔가 컨트리풍 같으면서도 모던하다. 절대 후줄그레 하지 않다. 몇 개의 정말 예쁜 가구들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고, 손잡이 라든지, 패널 색상이라든지를 커스터마이즈 가능한 옵션들이 준비되어 있다. 예를 들면 소파의 경우는 갖가지 패브릭으로 주문제작을 할 수있다. 정말 맘에드는 가구들이었으나, 이쁘면 뭣하나. 가져가질 못하는데- 그래서 후딱 둘러보고 서둘러 나왔다.

모모 네츄럴

모모 네츄럴

가게 내부에선 사진을 찍기 어려우니 입구샷만-

가게 내부에선 사진을 찍기 어려우니 입구샷만-

이번에는 원단 및 봉재용품가게, 카페, 식당 등이 모여있는 키치죠지 북단으로 가자. 키치조지도오리 (吉祥寺通り) 의 좌측편에 있는 뭔가 아담한 곳. 나즈막한 빌라 앞에 가꿔둔 화단들은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아래 사진의 ‘tartin’ 이라는 가게도 흐드러지게 핀 하얀 꽃이 있던 화단을 보다 우연히 발견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보니, 정말 좁은 공간에 오븐을 놓고 스텝 두사람이 열심히 옥수수 스콘과 바나나 타르트를 굽고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말이다-

'tartin' 이라는 타르트 가게

‘tartin’ 이라는 타르트 가게

타르틴 가게 입구

타르틴 가게 입구

이번 여행에 느낀 것인데, 골든위크 기간동안엔 일본여행을 피해야겠다. 이 시기엔 해외로 여행을 많이 떠난다라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뿐만 아니라 온 지방에서 대도시로 관광을 오나보다. 얼마나 사람이 많았냐고 하면 여행기간 중에 찍은 사진에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게 촬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할 정도 였다. 잠깐 카페 같은 곳에서 쉬고 싶어도 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보통 한국에선 연휴라고 해도 지방에서 서울로 여행을 오는 관광객으로 거리가 북적댄다든지 하는 일은 없는데 말이다. 아래 커피히스토리도 잠깐 쉴까 하고 찾은 곳인데, 자리 절대 없다. 여긴 꽤 오래 전 부터 커피 로스팅을 해 오고 있는 가게인데, 칼리타의 동 드리퍼와 원두를 조금 샀다. 한국에 돌아와서 가격 비교를 해 봤더니 2-3만원 싸게 샀구나. 복잡하긴 해도 골든위크엔 모든 가게가 세일을 하고 있어 한국보다 대충 10-20% 정도 저렴하게 상품 구매가 가능했다.

커피 히스토리 - 커피 시음을 할 수 있다

커피 히스토리 – 커피 시음을 할 수 있다

정말 발 바닥이 터질 것만 같다. 하아- 이 넘의 사람들은 왤케 많은게냐. 사람이 많다보니 기다리는 시간도 열 배는 오래 걸리는 것 같고 서비스도 평소에 일본에 들렀을 때 보단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키치조지역 남쪽에 있는 ‘베이스카페’ 를 마지막으로 들러보고 에비스로 옮기기로 했다. 베이스 카페는 분위기는 괜찮다. 소박한 흑판에 쓰여진 베이스카페 라는 것을 보고 위를 올려다 보니, 계단이 까마득 하다. 3층까지 올라가자. 헉헉. 내부는 전형적인 일본식 네츄럴카페. 그런데 가구나 소품들이 과하게 오래된 것들이 좀 보여 살짝 후줄그레 해 보이기도 한다. 다다미가 깔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작은 쪽방 자리도 있다. 징징양은 사과쥬스, 대포고냥군은 보리차 + 딸기타르트세트를 주문했는데, 이거이거 너무 박하다. 약간 쓴 맛이 나는 딸기 타르트와 보리차가 1,000엔이라니… 보리차는 그냥 냉장고에 넣어둔 보리차이고 징징이 주문한 사과쥬스는 뭐 맛은 제쳐두고 양이 너무하다. 손에 들어오는 짧은 컵에 사과쥬스 한잔이 650엔. 휴우. 인테리어 비용도 얼마 안들었을 것 같은데 너무 비싸다. 도쿄 여행 책자 몇 군데 소개가 되어 들러본 곳이지만, 대포고냥군 개인적으로는 비추천.

베이스카페

베이스카페

헉- 저기까지 올라가야 해?

헉- 저기까지 올라가야 해?

베이스카페의 내부 - 면적은 작은데 스텝이 꽤 많이 보인다

베이스카페의 내부 – 면적은 작은데 스텝이 꽤 많이 보인다

실제보다 사진으로 찍은게 더 낫다 - 에어콘은 소품인듯

실제보다 사진으로 찍은게 더 낫다 – 에어콘은 소품인듯

양은 정말 작고, 결코 결코 싸지 않다 - 보리차 + 타르트 세트가 1,000엔, 사과주스 650엔

양은 정말 작고, 결코 결코 싸지 않다 – 보리차 + 타르트 세트가 1,000엔, 사과주스 650엔

이제 에비스로 가서 저녁을 먹고 대충 하루를 마무리 해야겠다. 이동 중에 급 당 떨어진 우리, 지하철 역 내부에 있는 ‘수프 스톡 도쿄’ 에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출발 하기로 했다. 아홉 가지 스프 중에 두가지 스프를 고르고 빵을 함께 주는 ‘스프 스톡 세트’ 가 900엔 대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참 마음에 들었다. 이 가게엔 다섯가지 밖에 준비 되어 있지 않았지만 말이다. 왠지 일본에서 의도하지 않게 먹었던 스프로 해장한 듯한 느낌? 한국에도 이런 가게가 생기면 자주 애용해 줄텐데. 둘이서 세트 하나를 나눠 먹고 다시 부지런히 에비스로 출발.

스프 스톡 도쿄

스프 스톡 도쿄

스프 스톡 세트 (900엔) - 스프 2 종류 + 빵

스프 스톡 세트 (900엔) – 스프 2 종류 + 빵

에비스 역에 도착했다. 에비스 지역은 여행책자에서 ‘직장인들이 저녁에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멋진 장소’ 로 소개 되어서 좋은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할까 하고 들렀었다. 사실, 에비스를 전부 둘러 보진 않았지만 에비스의 핵심은 역시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잘 몰라서 에비스역에서 내려서 가든 플레이스 까지 쌩 (!) 으로 걸어왔지만, 나중에 알고 봤더니 연결하는 무빙 워크가 있다. 발아프게 괜히 걷지말고 꼭 이용하도록 하자.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주변에 오니, 막 결혼식 피로연에서 나온듯 한 무리들이 많이 보인다. 역시 여기도 주말엔 결혼식인건가… 가든 플레이스 주변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멋지다. 여기 저기 식당은 찾다가 38층의 전망대 층에 북해도 (北海道) 라는 이자카야에 가기로 결정. 여긴 북해도의 해산물을 테마로 한 이자카야 프랜차이즈 인데, 과거에 일본 출장을 왔을 때 아카사카 (赤坂) 지역에 있던 북해도에 들렀는데, 꽤 음식이 맘에 들었던 기억이 있어 가 보기로. 자리에 앉으니 역시 38층이라 도쿄가 한 눈에 들어온다. 멋진 야경을 보면서 앞에 있는 타블렛으로 주문을 넣으면 따로 직원을 부를 필요없이 계속 음식을 가져다 준다. 우리는 술은 거의 먹지 않고 – 사워 두잔이 전부 – 계속 음식을 주문해서 먹어치웠다. 끝에는 소바와 미니 라면, 디져트로 북해도산 바닐라 아이스크림까지;;; 징징양은 정말 만족만족 했던 곳이다. 이렇게 배 부르게 다양한 메뉴를 먹었어도 둘이서 6,000엔 가량.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호텔로 돌아갈 무렵에는 뭔가 둘 다 배 부르고, 다 귀찮아져서 사진이 매우 드물다. 그나마 에비스에서의 사진은 징징양이 많이 찍은듯 하니, 그쪽 블로그로 이동해서 보시기 바란다. 역시,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는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이것 저것 사서 군것질 하는 것이 진리다. 터질 것 같은 발을 휴족시간으로 달래면서 마시는 캔 맥주 한 잔은 참 좋구나. 다음날도 여행기를 기다리세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