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K SeeThru 아이폰 케이스

애플이 만들어내는 악세사리 시장은 참으로 크다. 지하철에서 보이는 수많은 아이팟 유저들의 기기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쌩팟’ 이라고들 하는 아무것도 씌우거나 붙이지 않은 아이팟은 거의 보기 어렵다. 그러다 올해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애플 제품 관련 악세사리 시장은 초 호황을 누리고 있다. 거리에서 파는 아주 허접한 케이스도 만원 이상 줘야 살 수 있고, 비싼 케이스로 치자면 수 십만원 짜리 ‘루이비통 아이폰 슬립 케이스’ 같은 것도 있다. 아이폰이 일찌기 대중화 된 미국시장에서는 아이폰용 스킨, 케이스 만도 수 천종이 넘는다고 하니, 애플제품이 만들어내는 악세사리 시장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겠다. 애플의 제품을 살 때마다 항상, 케이스나 스킨, 필름 같은 악세사리에 드는 비용이 만만찮아서 ‘아무 것도 안 붙이고 그냥 써야지’ 하다가도 막상 제품을 개봉해 놓고 보면 그 눈이 시릴듯한 아름다운 자태에 흠이라도 날까 걱정하며 케이스를 고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성의 애플 같으니.

오늘 포스팅의 주인공은 SPECK사의 SeeThru 케이스다. ‘아이폰 케이스는 인케이스 슬라이더가 진리’ 라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인케이스의 슬라이더는 참으로 잘 만든 케이스이고, 도돌미와입후도 현재 끼고 있는 제품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시장에서 SPECK 이라는 회사의 제품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단다. 사실 SeeThru 케이스는 아니고 같은 회사의 캔디쉘 (Candy Shell) 이라는 제품인데, 아크릴 수지의 외부 케이스 속에 실리콘을 결합한 형태를 띠고 있다. SeeThru 케이스 역시 캔디쉘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투명한 뒷판 쪽에는 실리콘이 제외되어 있고, 아이폰을 이탈하지 못 하도록 잡고 있는 테두리의 실리콘이 투명 재질이라는 점이 다르다. 대포고냥군은 처음엔 캔디쉘을 살까 생각을 해 봤던 적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캔디쉘의 투 톤 컬러가 취향이 아니었다. (아크릴 – 흰색, 실리콘 – 회색 이런식) 그러나 뭐니 해도 아이폰의 Sexy back 을 볼 수 있는 투명 케이스라는 점이 끌렸달까.

SeeThru 케이스 패키징

SeeThru 케이스의 Inner 패키징 – 액정보호지가 포함되어 있다

SeeThru 케이스의 패키징은 매우 신경을 쓴 듯 보인다. 똑딱이 단추로 패키징을 열게 한 점이라든지, 케이스에 아이폰을 장착한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끔 아이폰 화면을 투명시트에 인쇄 해 둔 것, 간단한 설명서를 이너 케이스 아래에 수납한 것 등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전면 스크린 보호 시트가 한 장 포함되어 있는데 사용해 보진 않았지만, 그냥 보기에도 경도와 투명도가 떨어지는 저가형 필름처럼 보인다. 그냥 성의라고 생각하자.

이렇게 생겼다

뒤집어 보자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볼륨 버튼이 아이폰의 실제 버튼을 눌러주는 형태

슬립 버튼도 마찬가지, 홀 가공은 매끈하여 만족스럽다

이너 패키징에서 SeeThru 케이스를 꺼내 살펴보자. 옆면의 볼륨버튼, 상단의 홀드버튼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있고, 실제 케이스를 씌웠을 때 완전히 덮혀 아이폰의 실제 버튼이 바깥으로 노출되지 않는다. 외부에서 실리콘 버튼을 눌렀을 때, 내부의 실제 버튼을 요철이 눌러주는 방식이다. 사실, 대포고냥군은 아이폰의 버튼이 그렇게 튀어 올라온 디자인이 아니라, 이 케이스를 사용했을 때 오히려 버튼 누르기가 더 편리했다. 하지만, SeeThru 케이스를 사용하던 어떤 유저분은 상단의 홀드버튼 (아이폰의) 이 주저앉아 버렸다. SeeThru 케이스와 같은 버튼 처리는 바깥으로 더 돌출 되어 편리할 수도 있지만, 누르는 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버튼을 누를 때 마다 불 필요한 힘이 더 들어가게 되어 소중한 아이폰 버튼이 아래로 폭삭 주저 앉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살살- 누르도록 하자. 그외에 이어폰, 진동 전환 노브, 카메라, 아래쪽 충전 단자를 위한 홀 가공은 만족스럽다. 뒷 판에 SPECK 이라고 각인된 부분은 양각으로 깔끔한 느낌이다.

장착 사진

부분부분 잘 맞아 떨어진다

케이스를 피팅해 보자. 처음 끼우는 유저라면 꽤 어렵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빡빡하게 들어간다. 일단 끼우고 나면 케이스랑 아이폰은 거의 빈틈없이 착 달라붙게 된다. 원래 대포고냥군이 사용하였던 인케이스 슬라이더와 비교하면 꽤 슬림한 느낌이다. 슬림하다고 해 봤자 1~2 밀리미터 정도 일텐데도 손으로 쥐어보면 그 차이는 꽤 크게 다가온다. 모든 버튼들도 잘 눌리고 진동모드 전환 노브 역시 어려움 없이 조작 할 수 있다. 역시 아이폰의 뒷 판이 그대로 보인다는 것은 멋지다. 나름 32기가를 산 뿌듯함도 느낄수 있고 말이지.

앞면 샷

대포고냥군이 SeeThru 케이스를 구매하게 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케이스를 씌웠을 때, 아이폰의 스크린 보다 1~2 밀리미터 정도 케이스가 더 튀어 나온다는 점. 이 것 때문에 스크린을 아래로 뒤집어 놓을 경우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점은 나름 장점이다. 에어자켓 등의 뒷 판만 보호하는 케이스는 아무래도 이런 점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이 케이스를 구입하고서 참 맘에 들었던 대포고냥군. 케이스 바꿈질은 여기서 그만 하게 되리라 생각했었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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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ㅅㅂㄹㅁ! 이게 머냐- 일주일만에 아크릴에서 실리콘 부분이 쩍- 하고 벌어져 버렸다. 정말 아껴서 조심조심 사용 했는데도 말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케이스가 저 지경이 된 것은 특정 부위에 힘이 가해져서 라기 보다는, 접착제의 문제인 듯 하다. 옆 면이 분리되는 것과 동시에 각 모서리 부분도 다 벌어지기 시작. 게다가 사진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실리콘 부분이 변색이 된다. 살짝 녹색을 띠는 누런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는데 이거 왠지 주인이 손을 잘 씻지 않는 듯한 느낌이랄까. 아이폰 사용자들이 몰려 있는 모 커뮤니티에서 찾아봤더니, SeeThru 케이스를 구입한 사람 대부분에게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다. 케이스를 주문했던 애플스토어에 문의했더니, 이 문제로 하도 클레임이 들어오는 바람에, ‘교환보다는 환불을 하시길 권한다’ 라네. 처음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시작했던 SeeThru 케이스의 리뷰는 비추천으로 결말을 지을 수 밖에 없겠다. 지금 이 글을 마무리 짓고 있는 대포고냥군은 다시 흰색 인케이스 슬라이더를 끼고 있다. ‘인케이스 슬라이더, 그거슨 진리’
간단히 요약하고 끝내야 겠다.

[장점]

1. 투명하고 아름다운 드자인-
2. 실제로도 매우 가볍고, 손에 쥐었을 때 꽤 슬림한 느낌
3. 아이폰의 스크린보다 케이스가 조금 더 돌출되어 보호효과를 노릴수 있다

[단점]

1. 아크릴과 실리콘 소재의 접합부 내구성에 의심이 간다
2. 누렇게 변색되는 실리콘
3. 바닥에 놓는 정도 만으로 아크릴 부분이 쉽게 잔기스 투성이가 됨
4. 홀 부위로 들어가는 먼지 – 검정색 아이폰은 더 눈에 띈다

UKI @ CAFE FLAT

어느새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의 마음의 고향이 되어버린 홍대앞 카페플랫. 내가 아는 한, 공식적으로 ‘민폐 끼치지 않는 선에서’ 동물 출입이 가능한 유일한 카페. 카페플랫의 주인장님들과 가까워지고 나서야 알게되었지만, 두 마스터 님들은 동물을 너무 사랑하신다는. 특히 ㅈㅎ님이 체력이 소진할 때까지 고양이들과 놀아주시는걸 보고 우리는 생각했다. ㅈㅎ님은 동물 조련사의 길을 걸으셔야만 했다고 말이다. 이런 이유로 카페플랫에 놀러갈 때마다 바둥, 구름, 우키 중에 하나를 데리고 가곤한다. 근래에는 우키만 연달아 몇 번 데리고 갔었는데 사실, 우키 이 전에는 바둥이가 항상 동행하곤 했었다. 그런데, 아실만한 분들은 아시는 ‘바둥이 배변 사건’ 이 후로 바둥이는 문제아로 낙인 찍혀 집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능. 고작 한 번 가지고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분 있을 것 같다. 부끄러워서 말씀은 드리지 않았지만, 그 후에도 한 번 더 쌌다. 휴우 -_-)y-~

우키는 이제 겨우 생후 10개월 쯤 되었음에도 집에선 오빠, 언니인 바둥이와 구름이를 모두 제압할 정도로 대단한 아이지만,  여자아이라 그런지 바깥에만 나가면 그렇게 순할 수가 없다. 테이블 위에 올려두면 위에서만 놀고, 조용히 식빵을 굽거나, 다른 손님들에게 러브러브 박치기를 서비스하는 등 외출하기 참 편한 고양이다. 뭐 그것도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겠지만 말이다. 최근에 슬슬 테이블 아랫 세상에 궁금증을 가지는 것 같은데, 구름이가 생후 일 년 반이 지나고서야 각성 (?) 한 것처럼 우키도 언제 바깥에서 똘끼를 드러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우아- 거대한 트릴로 숲 속에 있는 것 같아-

메종드상도 헤비급 챔피언 우키 – 꼬리가 가래떡

구석구석 탐색 우키

창가 벌러덩 우키

야리는 우키

ㅈㅎ님의 페이크 먹이주기에 백번 째 속고있는 바보 우키

카페플랫에 온 손님들에게 러브러브 박치기를 시연하고 있는 우키

눈오던 날

귀여운 배바둥 발자국

오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오후 세시 쯤에는 온통 하얀 세상이 되어버렸다. 베란다의 블라인드를 걷어주었더니 눈을 처음 보는 바둥이와 우키는 창문에 붙어서 완전 정신줄을 놓았다. 대포고냥군도 창가에서 담배를 피다가 10센티는 쌓였을 것 같은 아파트 주차장을 보고선 갑자기 발자국을 찍어보고 싶어졌다. 맨날 철 없이 바깥에 나가고만 싶어하는 바둥이에게 겨울의 살벌함을 좀 알게 해주고도 싶었고 말이다. 도돌미와입후랑 패딩잠바를 껴입고, 고양이들에게 몸줄을 채우는데, 구름이는 ‘추운데 거길 왜 나가-‘ 나며 나가길 거부한다. 얘는 나이 먹어 갈수록 점점 할매같다. 결국 도돌미와입후와 바둥, 우키만 눈 구경하러 고고-

아니, 몇 걸음 걸었다고 후덜덜이세요?

어으 추워- 절로 꼬리가 부푸네-

오빠! 바둥이가 눈 밭에서 노숙자 모드 하려고 해-

엄마, 오늘의 눈 체험으로 집구석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 것 같아요-

덧글 1.
결국, 애들이 너무 추워해서 10분도 안되어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능-
너네 그 천연 모피 어디다 쓰는거냐 응? 응?
사실, 겨울 고양이는 배구름인데 집에서 잠이나 쳐 자고 말이다.
(참고) 배구름은 발바닥까지 털이 나 있어서 눈 밭에서도 발이 시렵지 않아요-

덧글 2.
역시 눈 밭에서의 확산광은 보드랍구나-
담주에 스키장이나 갈까…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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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기다리고 기다려왔던 디바이스라 어쩌면 당연한 지름일지도 모르겠지만,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는 KT 예판 때 아이폰을 구매했다. 배송이 예정보다 늦어진 것은 그렇다 치고, 개통까지 늦어지는 바람에 통화도 되지 않는 아이폰을 일 주일동안 ‘아이팟 터치’ 마냥 들고 다녔다. 캐리어에 SHOW 라고 뜨고 SMS로 웰컴 메시지가 도착했을 때도 왠지 해외 아이폰 리뷰를 보고있는 것 마냥 실감이 나지 않았던, ‘이거 진짜 메시지?’ 이런 느낌? 여튼 개통한지 3주가 지난 지금도 아이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마냥 좋다.

한국에서의 아이폰 런칭 후 3주, 소문에 의하면 17만대가 판매되고 15만대가 개통되었단다. 엄청난 열기다. KT 역시도 이 정도의 반응은 예상 못했던 눈치다. 이런 아이폰 열풍 속에 삼성, 엘지 등 한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KT가 아이폰에 지급한 전례유무한 보조금의 규모를 이유로 완전 삐쳐있는듯 하고, 대기업의 홍보실 직원 같은 듣보잡 IT 기자들은 웃기지도 않은 것들로 꼬투리를 잡아 아이폰 까기에 열중하고 있다.

‘아이폰 열풍’, 10대는 ‘시큰둥’

이런 기사가 있더라. 더 잼있는건 이 기사 아래에 달린 리플들이다.

BMW 528, 10대는 시큰둥.
포르쉐 파나메라 출시, 10대는 시큰둥.
막걸리 열풍, 10대는 시큰둥.

심지어 오늘 기사에는, ‘아이폰, 단점까지 사랑해!’ 하는 타이틀로, 아이폰을 향한 무조건 적인 애정을 범죄심리학에서 다루는 ‘스톡홀름 신드롬’ – 인질로 잡혀 있던 사람이 경찰 조사에서 범인을 옹호하는 변론을 하는 – 으로 비유하는 기사까지 났다. 뭐 어떤 의도나, 이유로 이런 기사를 쓰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억지스럽고 찌질하다. 대포고냥군은 사실 어떤 브랜드나, 특정 기기를 넋 놓고 찬양하는 그런 ‘바보’ 는 아니다. 그런데, 잠시만 만져보면 안다. 왜 그동안 그렇게 아이폰을 열망했었는지. 판단은 만져본 후 하도록 하자.

뒷판에 저 KCC 마크 새기는데 3년이 걸렸다

꽤 성능이 좋은 AF 카메라

빤딱빤딱-

‘리락쿠마’ 에디션 아이폰

여독 (旅毒) 을 풀어주는 도돌미 오뎅탕과 사케

도돌미 오뎅탕과 사케 ‘마루’

12월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2009년 전사 워크샵이 있었다.
워크샵 장소는 올 해 처음으로 개장한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홍보가 부족했던 탓인지 각 슬로프마다 너 다섯명이 겨우 보일 정도.
소위 ‘대통령 스키’, ‘이건희 스키’ 라는 걸 타보고 왔다.

그러나,
실제 영하 17도, 체감 영하 25도 라던 미친듯한 날씨를 처음 겪은 대포고냥군은 정신줄 놨고,
최근 눈이 귀해, 인공설로 만든 슬로프는 반짝반짝 빛나는 얼음판이 되어 있었고-
그 위에서 보드 캐초보 대포고냥군은 스턴트맨 마냥 나 뒹굴었을 뿐이고-
팔다리, 어깨, 엉덩이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도돌미와입후에게 전화를 했더니, 대포고냥군을 위해 뭔가를 준비했단다.
멸치와 무로 낸 다시에 오뎅을 넉넉히 넣고 끓인 오뎅탕과 데운 사케.
간장에 오뎅을 척척 찍어 베어 물고, 따뜻한 사케를 들이키니 천국이 따로 없다.

아- 진짜 맛있다.

ps. 도돌미와입후가 꼭 ‘오늘’ 오뎅탕 포스트 하고 자래서 이 글을 쓰는 거라고 절대 이야기 못합니다.

타케시

타케시와 이즈미상

2001년, 대포고냥군은 캐나다로 유학을 갔었다. 처음엔 홈스테이에서 학교를 다니다 이러저러한 불편함 때문에 3개월 후 아파트를 렌트했다. 그리 비싼 비용은 아니었지만 아파트가 혼자 쓰기엔 너무 넓어 룸메이트를 구하게 되었는데, 그게 요즘엔 연락이 끊어진 사사모리 (笹森) 군이다. 일본인 룸메이트가 생기자, 자연스레 대포고냥군은 일본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로 알게 된 타케시 (毅) 군. 뭐랄까, 사사모리는 전형적인 조심성 많은 일본인 이었는데, 타케시는 그렇지 않았다. 전혀 조용하지 않고, 지나치게 개인적 성향을 가진 것도 아니면서, 자기 속내를 잘 터놓는 어쩌면 한국사람과 닮은 점이 많았던 그런 친구였다. 그래서인지 정작 룸메이트로 1년 여간을 함께 지냈던 사사모리 보다 타케시와 더 친해졌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진짜 ‘친구’ 가 되어 있다.

타케시라는 이름은 일본에선 아주 흔하다. 보통은 타케시라는 이름에 ‘武’ 나 ‘武志’ 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친구는 드물게도 ‘毅’ 라는 한자를 쓴다고 자신을 소개했던 것이 기억난다. 지금은 도쿄에서 의료계의 헤드헌터로써 일하고 있지만, 유학오기 직전에 타케시는 멕시코 요리 가게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스시나, 롤 같은 요리를 종종 만들어 우리가 살던 아파트로 찾아오곤 했다. 이 친구에 대해 갑자기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다. 한번은 타케시가 살던 아파트로 친구 몇 명이 찾아간 일이 있었는데 파티 비슷한 것을 하고서 피곤해서 바닥에 누워 잠깐 눈을 붙였던 것 같다. 대포고냥군은 아마도 뭔가 행복한 꿈을 꾸었던 것 같고, 눈을 떠보니 바로 앞에 자고있었던 타케시를 꼭 안고 있는거다. 아, 그 민망함이란… 아마도 타케시는 날 위해서 계속 자는 척 했던 것 같다.

사실, 타케시가 진짜 친구가 되었다고 느낀 것은 아마도 2007년의 결혼식 때였을게다. 결혼 전에도 메신저 등으로 자주 수다를 떨곤 했던건 사실이지만, 대포고냥군이 결혼한다고 타케시에게 이야기 했을때 ‘꼭 가겠다’ 고 했던 말을 대포고냥군은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휴가 까지 내서 타케시가 ‘정말로’ 온 것이다. 말쑥한 검정 수트에 포켓에 행커치프까지 꽂고. 길을 가다 만난 지인에게 시간나면 술 한잔 하자는 것 같은 맘에도 없는 말을 남발했던 대포고냥군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결혼식 날 타케시의 참석은 내가 언젠간 꼭 갚아야 할 ‘빚’ 이 되어버렸다.

얼마전, 타케시가 메신저로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했다. 대포고냥군이 한국에 놀러오라고 했더니 꼭 가겠단다. 역시나, ‘내뱉으면 실행에 옮기는 성격인’ 타케시는 11월 20일 비행기를 예약했고 여자친구인 이즈미 (泉) 상의 손을 꼭 잡고 입국했다. 난생 처음 집에 찾아오는 외국인 (!) 을 겪게된 도돌미와입후는 엄청 긴장했다. 심지어 한복을 입고 나가야 되는것 아니냐고 했다;;; 한 끼 정도 집 밥을 해 먹일거라던 도돌미와입후는 메뉴를 결정하는데만 일주일 걸렸다. 타케시가 좋은 친구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즈미상은 참으로 ‘좋은’ 사람이었다. 3일간, 다들 즐겁게 이야기 하고 맛있는 한국 음식을 찾아 다녔다. 도돌미와입후는 이즈미상에게 한글 읽는 법을 가르쳤다. 마지막 날에는 ‘산사춘’ 따위의 단어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 가르쳐 놓고 엄청 뿌듯해 했다는 후일담이 있다. 나름, 타케시가 한국에 왔다 간 3일간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특히 말도 통하지 않았던 도돌미와입후는 참 답답하고 힘들었을텐데 남편의 친한 친구라 더 애써 준것이 너무 고맙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고 타케시에게 물어봤다. 3년간은 계획이 없다길래 왜 3년이냐고 물었더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산 집의 대출이 3년 후면 모두 상환된다는 말을 한다. 왠지 맘이 찡하다. 그래… 역시 타케시는 똑바른 놈이야. 결혼식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마 했다. 물론 ‘진심’ 으로 말이다.

오른쪽 부터 타케시, 마이코, 타쿠야 – 2002년 여름, Vancouver

페르난도 보테로 전 (展)

지난 9월 17일에 이미 끝나버린 페르난도 보테로 전에 갔다가 찍었던 사진을 이제서야 정리해 본다. 이 날, 살짝 비가 내렸었는데 주차를 하고선 차에서 내리니 거짓말 같이 개었다. 공기중에 습기가 가득했지만, 아침 안개속을 걷는 듯 상쾌해서 정말 기분이 좋았던 날로 기억한다. 대포고냥군은 딱히 미술에 대한 안목같은 것은 없으나 각성이랄까 그랬던 계기가 있었다. 몇년 전 시카고 출장길에 우연히 들르게 된 어떤 뮤지엄에서 후기인상파인 피사로 (Pissaro) 전을 보게 되었던 거다. 그림을 감상하던 중, 눈과 머리가 시원해짐을 느꼈다. 머리 속으로 맑은 바람이 부는 느낌이랄까? 그때 이 후로, 미술은 대포고냥군의 머리속에 ‘영혼의 휴식’ 이 되었다.

광화문에서 거의 3년을 직장을 다니며 대한문 앞을 몇 백번도 더 지나 다녔을텐데도 덕수궁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석조전을 실제로 보는 것도 처음이었으며, 임금에게 하례를 하던 중화전도 교과서에서나 봤을 뿐이었던 대포고냥군. 역시 고궁은 왠지 심심할듯 한 느낌이지만 막상 가보면 이렇게 좋은 곳도 있구나 싶은 그런 곳이지 않나 싶다. 작품은 1, 2층 에 걸쳐 전시되고 있었는데 1층을 돌아보던 중 전시회 주최측에서 준비한 투어 가이드를 만났다. 미술과 교수 혹은 평론가로 보이는 나이가 지긋한 여자 가이드분의 설명이 어찌나 감칠맛이 나던지 내내 따라다녔다. 보테로가 커왔던 환경,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다양한 상징들, 사물을 더욱 더 거대하게 보이게끔 표현하는 그만의 방식 등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도 이 날 대포고냥군은 잠깐이나마 미술 공부를 좀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는 페르난도 보테로전으로 갑니다

티켓을 사고

폼잡는 징징

귀여운척 하는 징징

도는 징징

보테로 고양이야 안녕

석조전 처음 봤습니다

저기네요

나오면서 한 컷

페르난도 보테로 전에서 역시나 최고였던 작품은 ‘꽃 3연작’ 이었다. 거대한 세개의 캔버스에 그린 빨강, 노랑, 파랑색의 꽃. 그의 조국 콜롬비아에 대한 애정을 담은 이 작품은 가까이에선 평평하게 보이지만, 한 걸음만 작품에서 물러서면 마치 튀어 나올것만 같이 입체적이다. 좌우로 움직이면 마치 스테레오 픽쳐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또한 색상 선택은 정말 굉장해서 초 비비드하다는 말으로 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다.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는 이 작품 앞에서 맘껏 ‘영혼의 휴식’ 을 가졌다.

ps. 미술관에 갔던 날인데 어째 이 포스팅은 정통 ‘도돌미’ 특집이 된 듯한 기분은 뭐지?
안경, 지대로 ‘도돌미’

마무리는 역시 홍대

3세대 맥북에어 (3G Macbook Air) SSD 옵션 사용기

맥북 에어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는 8월에 맥북프로 17인치 두 대를 질렀었다. 데스크탑을 대체할 만한 여유로운 성능과 풀HD 해상도는 정말 매력적이었으나, 이상한 일이 생겼다. 노트북을 메인으로 쓰고나서부터 우리 둘은 이유 모를 어깨 통증에 시달렸던 것. 그것이 노트북 때문인줄은 모르고 한 참을 고생하다가 생각해보니 어깨가 아프기 시작한 시점이 딱 맥북프로를 구매한 시기와 딱 맞아 떨어지는 거다. 고해상도가 필요해서 구매 했었지만 17인치 패널에 풀HD 해상도는 눈 나쁜 우리를 거북목으로 만들어 버렸고 어깨는 항상 경직되어 고통스러웠다. 그 후, 애플의 뉴 아이맥 출시 소식은 결국, 아이맥과 맥북에어의 조합으로 변경을 결정하게 만들었다. 지금 대포고냥군은 맥북 에어 3세대를 구입했고, 뉴 아이맥의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애플에서 판매 중인 맥북에어는 2008년 1월 1세대 맥북에어가 발매된 이후 두 번 리뉴얼 되어 지금에 이르는 3세대다. 내부적으로 많은 성능의 개선이 있긴 했으나, 초기 디자인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은, 1세대 맥북 에어가 발매될 당시에 얼마나 센세이셔널한 제품이었는지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게 만든다. 1.36Kg 의 무게, 그리고 0.4 ~ 1.94 Cm 의 두께의 스펙은 현재 생산되는 서브 노트 가운데, 가장 가볍고 얇지는 않다. 하지만 훌륭한 무게 배분과 가장자리로 갈수록 얇아지는 쉘 디자인 덕분에 실로 날아갈듯 가벼워 보인다. 잡스횽이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 맥북 에어 1세대를 ‘진짜’ 종이봉투에서 꺼내던 퍼포먼스는 아직도 대포고냥군의 머리속에 충격으로 남아있다.

맥북프로와 거의 동일하지만 크기만 작은 패키징

맥북에어 상판 오픈

맥북에어의 전면

후면 힌지 부위 – 아래 배기구가 보인다

대포고냥군이 맥북에어를 아이맥과 조합할 서브노트로 결정한 이유는 단지 가볍고 얇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개발자나 디자이너 처럼 업무 생산성을 위해서 여러대의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분명 둘 중 한대는 놀려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서브 노트의 성격이 강한, 어쩌면 휴대성은 극대화 하되 메인 데스크탑 컴퓨터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어쩌면 용도가 ‘제한’ 적인 그런 놈이 필요했다. 맥북에어는 그런 면에서 제격이다. 3세대 맥북에어는 2.13 Ghz 의 코어2듀어 프로세서, nVIDIA 9400M 그래픽 액셀레이터, 128G 의 SSD 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충분히 빠르고 쾌적하다. 하지만, 스토리지는 빠르지만 아이포토나 아이튠즈의 라이브러리를 관리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애플이 맥북에어를 서브노트로 포지셔닝하기위한 의도적 결과라 생각하는 ‘온보드 메인메모리 2G’ 부분이다. 사실, 2G 라는 메인 메모리는 대부분의 경우 충분하지만 맥 OS 상에서 VM 으로 윈도를 돌린다든지 하는 작업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파이어와이어 포트는 아예 제외되었으며, USB 포트는 단 하나 뿐이다. 그런데, 이런 스펙 제한이 맥북에어를 선택하게끔 하는 구매 포인트라는 것이 참 역설적인 것은 사실이다.

사이드 도어를 열면 이어폰 출력, USB 2.0, 미니 디스플레이포트가 자리잡고 있다

멀티터치 트랙패드 – 현재로선 유일하게 버튼을 따로 장비하고 있는 맥북이다

며칠 사용해 본 결과 맥북에어는 여유로운 성능에서 아름다운 디자인까지 참으로 만족스럽다. 스펙상으로만 볼 때, 현존 최고 스펙의 서브노트는 아니지만 뛰어난 밸런싱은 맥북에어를 더 가치있게 해 준다. 과하지 않은 해상도, 일반적인 작업에는 충분한 프로세서와 메모리, 진리의 SSD 스토리지의 채용, 이 모든것이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SSD 모델 기준 250만원에 이르는 맥북에어의 가격은 분명 비싸긴 하다. 그러나 맥북프로와 같은 수려한 알루미늄 유니바디, 백릿 키보드 등을 보면, 프리미엄 서브노트의 존재감은 분명하다. LED 백릿이긴 하지만 아쉬운 시야각과 계조선형성이 떨어져 그레이 컬러에서 분홍색이 비치는 패널은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제품 출시 주기로 볼 때, 맥북에어 라인업은 아마 곧 4세대로 업데이트 될 것 같다. 패널과 내장 메모리의 증가만 이루어져도 정말 훌륭할텐데 말이다. 11월 중, 새 아이맥이 도착하면 또 리뷰 포스팅 하겠다- 기대하시라.

아름다운 LED 백릿 키보드

두 살, 바둥이 입니다-

쿠션 위에서 티비보고 있던 바둥이에게 렌즈를 가까이 대니 빤히 쳐다봅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바둥이는 참 머랄까… 만화같이 생겼달까요-
특히 살짝 아래에서 쳐다보면, 수염이 나 있는 부분이 바람을 넣은 것 처럼 봉긋 해서  참 귀여워요-
맑은 초록빛 눈도 너무 예쁩니다-

바둥이, 두 살 축축축-!
영상과 함께 녹음되어 버린 ‘세바퀴’ 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