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둥이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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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도 담배 피련?

9개월 전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첫 고양이를 분양 받기로 마음먹고 꽤 오랜기간동안 온라인 고양이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분양 글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다음 카페에 러시안블루 애기들을 분양한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한 배에 태어난 애기들이 남자애 둘에 여자애 셋 해서 모두 다섯이라고 했다. 분양글에 올라온 사진 – 바글바글 모여서 단체로 멍 때리고 있는 – 을 보고서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첫 눈에 꽂혀 버렸던 것이다. 요 밑에 올려둔 글은 그 때 그 분양글을 캡춰해 둔 것인데, 지금 보면 저기 뒤에 벽 보고 멍 때리고 있는 애가 바둥이 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것은 왤까;;;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뭣에 흘린 듯 징징양과 함께 멀리 경기도 화성까지 달려갔다. 분양자와 만나기 전에 미리 남자애 둘 중에 순한 아이로 받고 싶다고 말해 두었다. 왜 남자 아이냐규? 중성화를 시키는 것을 전제로 고양이를 들이고자 한다면, 대포고냥군은 남자 아이를 기르라고 권하고 싶다. 남자아이는 중성화 전과 중성화 후가 성격이 극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는… 무덤덤하던 아이는 애교쟁이로, 원래 애교 있던 애들은 애교쟁이*100 로 변하는 경우가 많으니, 한 번 시도해 보기 바란다. 그렇게 생후 2개월이 채 안 되었던 바둥이는 다른 형제 하나와 모포에 둘둘말려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의 눈 앞에 놓여졌다. 바둥이는 잠이 덜 깬 채로 끌려나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멍 때리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최소한 바둥이 보다는 똘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포고냥군은 이유없이 바둥이가 맘에 들었고, 그 날 이 후, 대포고냥군은 둥이아부지가 – 웅이아부지도 아니고 –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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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다음 고양이카페에 올라온 바둥이 형제 분양글

원래가 러시안블루라는 종이 사람에게 다정하고, 울음 소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조용해 반려묘로써 아주 이상적이라는데, 그것도 고양이 나름이다. 바둥이는 절대 시끄럽진 않지만 아주 예쁜 목소리로 궁시렁대고, 주인을 부른다. 창 가에 앉아서 바깥에 날아다니는 새들을 즐겨 보시는 바둥군은 가끔 창문을 열어달라고 어필하는데, 비가 온다든지 해서 ‘안돼, 비온단 말야’ 하거나 하면, 뒤 돌아가면서 옹야옹야~ 아오앙? 아르르릉~ 하면서 궁시렁댄다. 사실 ‘아씨 이것들이 문도 안 열어주고!!! 다 뒈져버려!’ 하고 욕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팔불출 같은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목소리 귀엽다고 주접을 떨곤 한다능. 다정함에선 또 둘째가라면 서러운 바둥이는 고양이보다 사람을 더 좋아하는 듯 하다. 아니, 자기가 사람인 줄 아는 고양이라는 것이 더 옳을지도.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한 번도 마중나오는 것을 거른 적이 없는 개념고양이. 퍼질러 자고 있다가도 우리 부부의 발 소리를 어떻게 알고선 잠이 덜 깬 눈을 부비며 인사를 하는 바둥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찡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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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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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바둥이의 점프 능력은 굉장함을 넘어서 스고이 하고, 고져스 하다. 어지간한 높이라면 소리없이 한 번에 휙 하고 올라간다. 하두 많이 보다보니 이젠 덤덤해져서 그렇지 처음에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무슨 와이어 액션 마냥 황당 할 정도였다. 뭐 고양이라면 다 그렇겠지만, 높은 곳이라면 어떻게든 한 번 올라가고야 말겠다는 저녀석의 의지는 꺾을 방법이 없다. 냉장고 위, 화장실의 높은 창 틀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방 문 – 그 좁은 곳을! – 위에도 올라갔다!!! 그 위에 올라가서 휘청휘청 하던 모습이란;;; 이젠 뭐 올라가는 걸 막거나 하진 않지만, 단지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해서 걱정이다. 그래서 층층이 발판이 달린 캣 타워 같은 것을 사줘야 하나 고민중인 대포고냥군이다. 이러 저리 조사하다보니, 캣타워 뿐 아니라 선반처럼 벽에 피스로 고정시키는 캣 워크 (Cat walk) 같은 것도 있구나… 집이 좁다보니 지금은 좀 무리고, 내년에 이사가면 꼭 제일 높은 캣 타워를 사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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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디 바둥이

바둥이는 봉투 매니아다. 이 세상의 모든 봉투를 사랑한다. 사실, 종이봉투, 비닐 봉지, 박스, 심지어 징징양의 스피디 가방 까지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면 다 좋아하는 듯. 게다가 바삭바삭 소리가 나면 금상첨화. 그래서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이 마트라도 다녀오는 날이면, 거의 축제 분위기다. 짐을 내려놓자 마자 모든 봉투를 점검 (?) 하고 뭘 사왔는지 체크하며, 큼직한 마트 봉투라도 던져 주는 날에는 하루종일 봉투와 논다. 봉투에 들어가서 지나가는 사람 발 공격하기 놀이, 달려와서 봉투에 뛰어들기 놀이, 종이봉투를 쓰고 구름이를 위협하는 봉투 강도놀이 등등 방법은 무수히 많다. 가끔 대포고냥군은 바둥이가 봉투에 들어가 있거나 하면 봉투 째로 문고리에 걸어두는데, 그게 아주 좋은가 보다. 저리 봉투에 집착하는 바둥이를 보고있자면, 고양이나 어린 애들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대포고냥군이 아주 어렸던 시절, 가끔 이불을 싸던 커다란 비닐 봉지가 생기면, 그 안에 들어가서 한 참을 있던 생각이 난다. 또, 여름날에 가끔 모기장이라도 치면 그것이 얼마나 좋던지… 들락날락하다 모기 들어간다고 어머니한테 쳐 맞았던 기억도 나는구나. 대포고냥군이나 바둥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사실에 살짝 우울해 진다능;;;

소파는 바둥이 차지

응? 왜?

바둥이는 정말 순한 고양이다. 성질 낼 줄도 모르고 – 사실, 성질 내면 대포고냥군한테 쳐 맞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만 – 성격도 아주 느긋해서 우리 부부는 바둥이를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드림캣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에는 바둥이가 그저 순하고 약간은 맹한 고양이인줄만 알았었는데 그게 아녔다는. 최근 대포고냥군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탁묘 – 일정기간 고양이를 맡아주는 – 를 받은 적이 있었다. ‘치즈’ 라는 이름의 7개월 령 정도의 남자 고양이였는데, 탁묘 기간동안 내내 치즈의 군기를 잡는 바둥이를 보고 다들 놀랬다는. 가만히 자는 치즈를 괜히 지나가다 한 대 패질 않나… 좋은 자리 – 에어컨 앞 등 – 를 치즈가 차지하고 있거나 하면 텃세를 부린다든지 하는 걸 보고, 바둥이가 사람한테만 친근한 것이지 절대 만만한 녀석은 아니구나 싶었다.

바둥이의 단점이라면, 역시 뺀돌거림 이랄까? 눈치가 100단이라, 이제 대포고냥군이 주의를 준다든지 하는 정도로는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 눈치를 살피다가 ‘저 넘이 진짜 줘 패러 오겠구나’ 싶을 때만 욜라 도망간다. 바둥이는 참외 속 – 씨가 들어있는 – 을 아주 좋아라 하는데, 우리 부부가 참외를 먹고 있으면 자꾸 테이블 위로 올라온다. 그러다가 ‘테이블 위로 올라오면 안돼’ 라든지, ‘야 그만 먹어’ 하고 제지를 하면 이 녀석은 잠깐 말을 듣는 척 하다가도, 안 보고 있는 사이에 조금씩 움직여서 – 1분에 1센티 정도? –  나중에 보면 참외에 코를 대고 있다는;;; 무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는 것도 아니고… 뺀돌뺀돌 바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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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바둥 사라매!

ps.  바둥이 특집 기념으로 그냥 A4 지에 끄적거리다 완성한 바둥이 스케치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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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 Paper, Pencil / Epson Pefection V700 PHOTO

앙상블 디토 (Ensemble Ditto) 2008 리사이틀 디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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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무대 앞 자리로 보내달라규!

지난 6월 2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컨서트홀에서 있었던 앙상블 디토 (ensemble ditto) 의 공연을 보고 왔다. 4월에 예매를 한 것 같은데, 공연 날이 오긴 하는구나. 요즘 클래식의 동방신기 – 많고많은 남성그룹 중에 하필이면 왜 동방신기냐고… – 라 불린다는 6명의 남자. 그 중에서도 피아노의 임동혁과 비올라의 리차드 용재 오닐 (Richard Yongjae O’neill) 은 이미 대중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다. 리차드 용재 오닐이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현해서 잠깐 연주했던 올드보이 OST. 중 ‘Cries of whispers’ – 우진의 theme 로 알려진 – 를 기억할런지? 티비로 잠깐 본 것이 전부 였지만 그 순간의 전율이란… 사실, 이 날 임동혁이랑 리차드 용재 오닐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참 설레였다는.

그런데 자리가 합창석 – 오케스트라 뒷편의 – 이란다. 김징징양에 의하면 피아니스트의 손이 잘 보인다는 둥, 어중간한 객석보다 낫다는 둥… 다 뻥이다. 절대 비추다;;; 앞으로는 돈을 더 내서라도 앞에 앉겠다. 뭐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보이는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일단 사운드가 꽝이다. 보통, 컨서트홀이라면 음향역학을 고려해 설계되어 모든 음향이 관객쪽에서 듣기에 최적화되어 있는데, 뒤쪽에 앉으니 이건… 뭥미. 가끔씩 연주자가 관객을 향해 음성으로 커멘트를 줄 때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공연 후에 연주자의 얼굴을 회상해 보려고 했건만 뒷통수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 이제 디토 앙상블 멤버를 길에서 만나도 뒷 모습만 보면 누군지 다 구별할 수 있다능. 뭥미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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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한장 받아보겠다고 줄 서있던 사람들

연주는 너무 훌륭했다. 클래식에 그닥 조예가 없는 대포고냥군조차 정신 놓고 박수를 치느라 손바닥이 아팠을 정도니 말이다. 무척이나 명료했던 터치라고 기억되는 임동혁군의 피아노와 리차드의 비올라소리는 역시 굉장했다. 드라마 ‘하얀거탑 OST 중 Rossette’ 와 영화 ‘여인의향기 OST 중 por una Cabeza’ 를 앵콜곡으로 연주 할 때 쯤에는 거의 홀 내부가 열광의 소용돌이였다는. 여성관객 여럿 넘어가지 않았나 싶다. 알라뵤~ 외마디 외치던 한 여성 관객이 생각난다. 공연이 끝나고 컨서트홀 로비에서 팬 사인회를 했었는데, 나름 키 크다는 대포고냥군이 아무리 머리를 디밀어도 사진 한장 찍기 힘들 정도로 성황이었다. 흑… 리차드의 싸인이 갖고 싶었는데… 이마에 싸인 받고 싶었다규! 담에는 공연 끝나자마다 젤로 먼저 튀어나가서 줄 설테다!

대포고냥군은 음악을 들을 때 클래식이든 가야금 산조든 쟝르에 구애받지 않고 듣는 타입이긴 하나, 가수가 누군지에도 그닥 관심이 없어서 ‘음악이란 들어서 좋으면 그만’ 이라는 사상이 박혀있다. 그런사람 있지 않은가. 영화 자체보다도 감독이니 배우들 이름이랑 프로파일을 줄줄 꿰고있는 사람. 대포고냥군 눈에 그런 사람들은 그저 뇌 속의 기억중추가 많이 비어있구나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그런거 외워서 머하냐… 거참… 머 역시나, 공연의 브로셔를 보니, 제일 마지막 악장의 ‘슈베르트’의 송어 – Die Forelle – 밖에는 모르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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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의 싸인을… 굽신굽신

부부에게 있어서 종교란 뭘까? – 이교도 부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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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밥을 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봐, 밥은 내가 샀다규!

징징양은 모태신앙을 가진 크리스챤이다. 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장인어른이 목사님 – !!! – 이시고, 징징양의 친가와 외가의 조부모님 뿐만 아니라, 사돈 팔촌까지 전부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 목사님이 수두룩 빽빽한 얼티밋 기독교 빼밀리인 것이다. 그런데, 대포고냥군은 무교에 가까운 불교신자다. 한국에 살고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 처럼 주기적으로 절은 가지 않지만, 삶의 많은 부분에 불교적 세계관 – 나쁜 짓 많이 하다 죽으면, 다음 세상에 졸라 쳐맞는 바둥이로 태어날지도 모른다는 그런 윤회사상 등 – 이 자리잡고 있는 그런 것 말이다. 세계관이 그런데도 불구하고 게으른 천성 탓에 사월초파일 – 석가탄신일 – 에 절에도 가지 않는 자신을 불교신자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나는 종교가 없다’ 라고 하고 다니는 것 뿐이지, 굳이 따지자면 대포고냥군은 불교신자다.

2006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슬슬 결혼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때 처음으로 장인어른이 목사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왜냐면, 늘 보아왔던 징징양이 교회에 가자고 종용한 적도 없거니와, ‘목사님 딸’ 이라는 부류의 이성과 만난 것이 처음이었거든. 그런데, 처음으로 징징양의 부모님을 뵙던 자리에서 결혼할 여자의 부모님이 목사님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라는 사명을 받고 목사님이 되신 장인어른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독교인에게 딸을 맡기고 싶으셨을게다. 게다가, 울 엄니는 징징양을 한 번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독교 신자와의 결혼은 절대 안된다고 외면하셨고, 그 때 부터 인생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양가의 입장은 제쳐 두더라도, 30년 하고도 반 십년을 어쩌면 반 기독교 진영에서 살았던 – 복음을 듣지 않으려고 귀를 3M 귀마개로 막고 살고있었던 – 대포고냥군을 어찌 드라마틱하게 기독교로 이끌수가 있겠느냐 말이다. 이렇게 종교의 차이로 부터 시작된 문제는 결혼식장, 예식의 형식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트러블을 만들었다.

결론 부터 이야기 하면, 지금 우리는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사실 징징양은 결혼 전 부터, 대포고냥군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겠다’ 라고 했었고, 나는 징징양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신앙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많은 트러블들은 양가의 부모님의 이해가 개입되면서 벌어진 것이었기에 죄송한 말씀이지만 ‘적당히 수용하는 척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결혼생활 초기에는 처가댁에 갈 때마다 교회이야기로 은근 압박을 주시는 장인어른이 부담이었지만, 이제는 뭐 어느 정도는 포기를 하셨는지 모른체 하신다는… 이교도 사위에게 딸을 시집 보낸다는 것, 장인어른에게 있어서는 사위가 기독교 신자인지 아닌지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딸이 비 기독교 신자와 결혼해서 자신이 물려준 종교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신듯 하다.

인간극장 –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고있는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 – 을 보던 중,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다.

 

대포고냥군  :   ‘어이 징징양, 내가 만약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면 뭘 하고 싶어?’
징징양        :   ‘복음을 전할거야’
대포고냥군  :   ‘두 달밖에 안남았는데, 다른 뭔가를 해야지 않을까?’
징징양        :   ‘안 그러면, 천국에 가서 못 만나잖아’

이러고선 눈시울이 빨개지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렇구나. 징징양에게 있어서 종교는 이런 것이었구나.
나와 함께 하기 위해서 복음을 전하고 싶다면 기꺼이 3M 귀마개를 빼어주마.

여전히 지금도 대포고냥군은 일요일날 늦잠을 잔다.
아침에 일어나 징징양을 교회에 보내고선 다시 잔다.
어찌하면 천국의 담장을 뛰어 넘어 징징을 만나러 갈 방법은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다시 잔다.

알라뵴요 귀여운 징징양.

결혼 1주년 @ 시갈몽마르뜨 (La Cigale Montmar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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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Cigale Montmartre – Fujifilm Klasse S / Kodak 400

지난 5월 26일은 돌돌와입후랑 결혼한지 일 년 되던 날. 1주년 기념해서 얼마전 일본 여행도 다녀왔고 해서, 결혼 기념일 당일에는 근사한 곳에서 식사 정도만 하기로 했다. 그래서 정해진 장소는 이태원. 이태원은 조금만 신경써서 찾아보면, 군데군데 이국적인 레스토랑들이 꽤 있다. 오늘의 저녁식사를 위해 돌돌와입후가 이태원의 프렌치 비스트로 라 시갈 몽마르뜨 (La Cigale Montmartre) 에 예약을 잡았다. 이태원 역 2번 출구로 나와 출구가 트인 방향으로 50m 만 걸어가면 빨강과 파랑을 섞은 – 프랑스 국기의 컬러 –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원래 라 시갈 몽마르뜨는 홍합요리가 전문이라는데, 조개류를 전혀 먹지 않는 대포고냥군 탓에 죄다 홍합 빠진 요리들만 주문했었다는. 암소소리벗알라뵤;;; 대포고냥군은 프렌치후라이와 더운야채가 곁들여진 등심스테이크를, 돌돌와이프는 닭고기를 베이컨으로 감싸 그 위에 버섯크림을 얹은 블라블라를 주문했다. 테라스에서의 식사라면 시원한 맥주는 기본. 애피타이져로 나오는 – 무한리필 가능 – 바게트와 버터는 쫄깃쫄깃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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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부드러운 거품. Hoegaarden.

식사를 하면서, 돌돌와이프와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참 빠르구나, 벌써 일 년이라니… 이런 페이스로 가다간 결혼 20주년 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겠구나. 맥주를 한 잔하고, 배실배실 웃으며 돌돌와입후가 그랬다. 내가 남편이라 너무 행복하단다. 대포고냥군은 허허허 하며 부끄러워 했지만.
진실은 말이오… 내가 더 사랑하오 돌돌와입후.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며 살아야겠다.
앞으로 더 많이 고맙다고 말하며 살아야겠다.
앞으로 더 많이 안아주며 살아야겠다.

ps. 결혼 1주년 기념 아이스크림 케이크 기프티콘으로 쏴주신 ‘꼬리골절 최댈’ 님.
넘후넘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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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블링블링 호강시켜 주마! 크하하하!

돌돌와입 친구 대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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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와입후와 그의 친구들 (우측부터 먼석, 윰, 내일의 여원씨)

5월 24일 토요일, 간만에 돌돌와입후의 베슷후렌드 셋이 신창체육관에 모였다. 자식색히 이쁘게 봐 줬음 하는 돌돌엄마의 욕심 덕분에 바둥이, 구름이는 영문도 모른체 졸라 빡센 목욕을 당해 지쳐 기절했으며, 오후 내내 대포고냥군은 바닥청소를 해야만 했다. 제일 먼저 내일의 여원 – 사진의 헤어스타일 참조 – 씨 가 도착했고, 두번째로 윰씨가, 먼석씨는 미리 주문해 둔 화화존스 피자와 함께 8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이 날, 메뉴가 꽤 화려했다. 저녁식사로 화화존스와 파스타, 연이어 빌라엠을 땄고, 내일의 여원씨가 – 정확하게는 여원씨 남자친구인 봉사마님이 찬조하신 – 사온 에그타르트와 대포고냥군의 특제 레미블랙티 – 추후 소개 하겠다 – 를 마셨다. 배가 터질듯 하구나… 아직 베스킨롸빈스 써리원이 남아있는데 말이다.

역시, 이 날 인기 킹왕짱은 단연 코미디 털뭉치 구름이 였다. 사진에도 구름이을 안고있지만, 먼석씨는 구름이랑 놀아준다고 아마 팔이 성치않았을 듯 싶다. 근데, 신기한 것은 신창체육관에 사는 고냥들은 다들 왜 낯가림이 없을까나? 사실, 바둥이와 구름이는 택배아저씨가 와도, 전자제품 AS 기사님이 와도 어깨에 올라가고 난리법석이다. 이리 무던한 고냥들을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닌데 말이다.

차를 앞에 놓고 밤이 깊도록 수다를 떨다가, 역시 이 날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언제나 벌어지는 신창체육관의 메인 이벤트 철권 토너먼트! 믿거나 말거나 대포고냥군을 포함한 참가자 중에 절대 강자는 내일의 여원씨라는 거… 이 자리에 내가 없었더라면 분위기 험악해 졌을지도…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 이 후, 울집 고냥들은 완전 전사했다.

또 놀러오셈요. 신창체육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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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석씨에게 불시의 공격을 받자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린 내일의 여원씨
뒤에 앉은 구름사부, 제자가 욜라 쳐 맞자 심기가 불편하다

후지필름 클라쎄 S (Fujifilm Klasse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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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asse S – Klasse S / Kodak 400

징징양이 그랬다. 천 만원이 넘는 DSLR 을 사 본들, 직장인인 대포고냥군이 일 주일에 몇 번이나 들고 다니겠냐고. 머 맞는 말이다. 어쩌면 언제 어디서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카메라, 피사체가 의식하지 않는 카메라가 궁극의 카메라일지도 모른다. P&S – Point & Shoot – 카메라 라고 한다. 언제든 가볍게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캔디드 촬영에서 셔터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쓰는 소형 카메라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면 궁극의 P&S 카메라는 핸폰에 붙어있는 카메라인가? 결과물의 퀄리티를 따지지 않고 P&S 카메라를 고른다면 폰카에서 수많은 토이카메라까지 그 선택의 폭은 끝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면서 SLR 카메라 못지않은 결과물을 원한다면? 이 전에 대포고냥군의 블로그에서 리코  GR-D를 소개하면서 언급했던 럭셔리 P&S 카메라 셋이 있다. 라이카의 미니룩스, 콘탁스의 TVS, 그리고 리코의 GR-1V. 이제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오늘 소개할 카메라는 후지필름의 럭셔리 P&S 카메라 클라쎄 S (Klasse S) 다.

대포고냥군은, 얼마전 필름스캐너도 샀겠다. 성능좋은 필름 똑딱이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물망에 오른 기종이 콘탁스의 T3. 사실 T3 는 무지막지한 성능을 가진 카메라다. 담배값 크기의 티타늄 제 바디에 칼짜이스의 전설적인 조나 – Sonnar – F2.8 35mm 렌즈를 탑재하고 왠만한 SLR 보다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단점은 콘탁스가 카메라 사업을 접어 단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중고가 80만원을 넘어가는 살인적인 가격 – 상태에 따라 다를수 있음. T3 블랙 – 에 고질적인 렌즈 배리어문제 – 전원을 껐을 때 렌즈 경통이 들어가면서 그 앞을 막는 차단장치에 종종 문제가 생긴다 – 때문에 민트급의 T3 를 발견해 놓고 구입 직전까지 가서 취소하기에 이른다. 그래, 지금 생산되는 카메라를 사자. 사실, 돈을 무한정으로 써 댈 수 있다면 아마 대포고냥군은 라이카 MP 블랙페인트에 35mm 렌즈를 샀을게다. 대충 500 정도 들겠네;;; 100 만원 이내로 구입할 수 있는 소위 럭셔리 똑딱이, 게다가 현재 생산 중인 카메라. 그렇게 선택한 카메라는 후지필름의 클라쎄 S 였다.

원래 클라쎄는 두가지 버전으로 출시된다. 38mm 렌즈 버젼인 클라쎄 S 와 28mm 버젼인 클라쎄 W. 둘다 8,000 대 씩만 한정 생산되며 전량 일본 생산품이다. 28mm 버젼인 W 는 품절되어 구하기도 어려웠을 뿐 더러, 28mm의 화각은 여행시 외에는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화각이라 무난하게 S 로 구입했다. 징징양하나, 대포고냥군 하나 그래서 총 두 대의 신품 클라쎄가 회사로 배송되어 왔다. 똑딱이 두개에 150만원;;; 덜덜덜;;; 자자… 3개월 할부니까 너무 부러워들 마시라.

클라쎄 S 는 후지논 (Fujinon) 슈퍼 EBC 38mm 렌즈를 채용했다. 후지논 렌즈는 원래 방송용 렌즈에서 최고라는 평을 받는 렌즈로 뛰어난 해상력과 묘사력으로 베일듯한 샤프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 헥사논 렌즈는 코니카 (Konica) 의 헥사논 (Hexanon) 렌즈, 리코의 GR 렌즈와 더불어 대포고냥군이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렌즈다. 셔터스피드는 일반적으로 1/500, F 값 16에서 1/1,000 까지 지원한다. 초점 방식은 AF 어시스트 빔 지원의 AF 모드, 수동 초점 모드가 선택 가능. 완전 자동인 프로그램모드 – P 모드 – 외에, 조리개 우선모드가 기본으로 F2.8 , 4, 5.6, 8, 11, 16 의 조리개 값을 선택 가능하다. A 모드에서 사용하는 ±2.0EV 까지 조정가능한 노출보정 다이얼을 사용가능하고, 심지어 AEB 기능 – 브라켓촬영 – 까지 지원한다. 슬로우 싱크가 가능한 플래시와 데이트 백 – 사진에 날짜 삽입하는 기능 – 은 기본 채용이다. 카메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스펙으로 찍지 못할 사진은 절대 없다. 이 시대에 생산 중인 몇 안되는 럭셔리 P&S 카메라 중 하나인 클라쎄 S.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 자신한다.

하늘을 나는 고양이 (そらとぶねこ – Airborne C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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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도 놀란, 나는 모습」정말…?

이번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기 전에 잠시 둘러본 전자양판점의 카메라 코너에서 발견한 책 「そらとぶねこ」 – 하늘을 나는 고양이. 영문으로 붙여둔 부제가 에어본 캣츠 (Airborne Cats) 란다. 하하;;; 이 책을 발간한 저자는  junku 라는 필명으로 플리커 (flickr) – 사진을 주로 포스팅하는 블로그 서비스 – 에 점프하는 고양이 사진을 포스팅하는 사람인데, 블로그의 사진을 모아 사진집을 발간했단다. 이 사진집의 2/3 는 사진, 그 이후에는 점프하는 고양이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나름 junku 아저씨가 연구한 노우하우를 소개한다. 카메라, 조명, 그리고 고양이들을 점프하게끔 하는 팁 까지…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이 책의 처음 몇 장을 뒤적였을 뿐인데, 뭔가에 홀린듯 책 값으로 1,300엔을 지불해 지불해 버렸다. 주인공인 5마리의 고양이 중, ‘후와리’ 라는 고양이의 완벽한 점프샷에 둘은 순간 반해 버렸던 것이다. junku 아저씨네 고냥들은 뭉친 휴지를 좋아한단다. 뭉친 휴지를 공중으로 휙 던지면 점프 한다길래 울집 바둥이와 구름이 한테 해 봤더니, 완전 ‘뭥미’;;; 얘들아 좀 반응해봐… 응? 응? 응?

시간이 나시는 분들은 junku 아저씨의 블로그에 방문해 보기 바란다.
そらとぶねこ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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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리 양의 완벽한 점프

필름 라이프 즐기기

엡손의 최상급 플랫베드 스캐너 V700 Photo

이렇게 6컷 스트립이 4장 들어간다

요즘 시대에 디지털 카메라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 있을까. 설령 디카는 없다고 해도, 요즘 나오는 핸드폰엔 죄다 카메라가 있지 않은가. 최근의 UCC의 트랜드를 따르려면 디지털카메라는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아이템이다. 어쩌면 젊은 사람들은 디지털카메라가 있기 전에는 뭘로 사진을 찍었는지 모를것 같기도… 최근 몇 년사이 거의 선사시대의 유물처럼 되어버린 필름. 이미 많은 필름 제조업체가 사업을 정리하였고, 니콘과 캐논과 같은 기라성 같은 메이저 카메라 메이커들도 필름카메라의 생산을 중단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상황이 변해버린데에는 디지털사진이 가진 ‘간편성’ 이 가장 큰 원인일게다. 몇 분 전에 일어난 사건을 사진과 함께 웹에서 볼 수 있는것도 역시 이런 디지털사진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니까…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도 LP 음반을 수집하고, 진공관 앰프의 선율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필름사진이 가진 뭔가 특별한 매력은 여전하다.

며칠 전, 대포고냥군은 스캐너를 한 대 장만했다. ‘EPSON Perfection V700 PHOTO’ 라는 모델. 현상된 네거티브 필름을 스캔하는데 필요한 스캐너는 대략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필름스캐너 라고 불리는 필름 전용 스캐너와, 대포고냥군이 이번에 구입한 V700 과 같은 평판스캐너 – 평평하게 누워있다고 해서 플랫배드 (Flatbed) 라고 한다 – 가 그것이다. 필름스캐너는 맞물려 돌아가는 고무 롤러가 필름스트랩을 빨아들여 스캔하게 되고 플랫배드 방식은 복사기와 같은 유리판위에 필름을 가이드에 끼워 늘어놓고 스캔작업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플랫베드 방식 스캐너는 필름 전용 스캐너에 비해 필름면이 아래로 쳐질 가능성이 있는데, 필름이 아래로 쳐지게 되면 아무래도 필름 중심부와 외측부로 부터 스캐너의 렌즈에 이르는 거리가 각각 달라져서 초점이 잘 맞지 않게 되므로 결과물의 퀄리티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래서 플랫베드 방식 스캐너를 사용하는 유저들은 필름을 스캔하기 전에 두꺼운 책 사이에 필름을 하루 정도 넣어 둔다든지 해서 필름을 빳빳하게 만들곤 한다. 사실, 플랫베드 방식의 스캐너도 많은 진화를 하여, 색상정보나, 화소수에서 필름 전용 스캐너에 비해 떨어지지 않으나, 앞서 말한 필름 휘어짐을 최소화 하여 스캔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것 정도가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다. 그런데, 플랫베드 방식도 장점이 많다. 일반 필름 이외에 중형 필름도 쉽게 스캔할 수 있으며, 문서나 도서도 필요에 따라 스캔할 수 있어서 쓰임새는 더 많을지도…

여튼,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당분간 필름카메라로 여유있게 찍고 다녀보려고 한다. 니콘의 최소형 필름바디인 EM, 올림푸스의 하프카메라 EE-3, 대포고냥군과 징징의 새 P&S 카메라인 후지필름 클라쎄S로 풍요로운 필름라이프를 즐길 예정이다. 어제 용산 이마트에 있는 FDI 에서 EM 으로 찍은 두 롤을 현상해 와서 스캔해보니, 결과물 참 맘에 드는구나. 필름만이 가지는 넓은 관용도 탓에 보들보들 샤방샤방한 사진이 나왔다. 한장한장 일일히 보정해야만 하는 수고가 있지만, 결과물은 정말 좋다.

ps. 니콘 EM 으로 촬영하고 V700 으로 스캔한 샘플 한 장 첨부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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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둥이 – Nikon EM / 35mm F2.5 / Fujicolor Superia 200

카모메식당 (かもめ食堂), 메가네 (めが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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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아주머니의 메르씨 (Merci) 체조

얼마전 징징양으로부터 영화 두편을 추천받았다. 카모메식당 (かもめ食堂) 과 메가네 (めがね) 라는 일본영화 두 편. 최근 어떤 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느라 – 카메라 고민 – 무언가에 통 집중을 할 수가 없었던 대포고냥군. 큰 기대 않고 보았던 이 영화 두 편으로 구원을 받은 느낌이라면 과장일까나?

우선, 이 영화 두 편은 감독이 같다. 오기가미나오코 (荻上直子). 게다가 주역배우 둘이 같다. 코바야시사토미 (小林聰美) 와 모타이마사코 (もたいまさこ). 오기가미 감독이 이 두 배우를 편애라고 할 정도로 무척 아껴서 자신의 작품에는 꼭 기용한다는 후문이다. 카모메식당 – 갈매기식당 이라는 뜻 – 에서는 코바야시사토미가 식당 주인, 모타이마사코가 손님으로, 메가네 – 안경 이라는 뜻 – 에서는 거꾸로 코바야시사토미가 펜션을 찾아온 손님으로 등장한다. 오기가미 감독은 두 영화에서 일관된 톤으로 화면을 채워나간다. 단 몇 분만 영화를 보다보면, 왜 이 감독이 이 두 배우를 그렇게 편애하는지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뭐랄까… 쨍하게 맑은 날, 빨래줄에 흰 빨래들을 널어둔 세제 광고에 나올 것만 같은 배우들 같달까. 무척 담백하고 진지하다가도 피식 웃게 만드는 그런 기분 좋은 캐릭터 들이다.

대포고냥군에게 이 두편의 영화를 본 소감을 한 줄로 요약하라면 ‘오감(五感) 체험 시뮬레이션 영화’ 라고 하겠다. 사실, 스토리는 무시해도 될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데다가 – 라고 하면 감독이 기분나쁠래나 – 영화에서 느낄수 있는 것의 대부분을 관객의 상상력의 몫으로 돌려버리기 때문이다. 영화 메가네에서 숨이 멎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단팥을 담고 빙수의 얼음을 갈아 얹을 때, 대포고냥군은 그 맛이 느껴지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였다. 게다가 이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빙수의 맛을 음미할 시간을 너무 오래 준다! 횬다이카드 CF 의 ‘생각해봐’ 라는 타이포가 흐르면서 상어가 뛰어오르는 씬 을 기억하는가? 이와 같이 침묵이 흐르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삽입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극중 캐릭터가 느끼는 오감을 상상력을 동원해서 곰씹을 것을 강요한다.

간만에 본, 너무 맛있고, 너무 따뜻하고, 너무 나른한 영화였다. 특히 메가네에서 내내 나오는 ‘사색’ 이라는 요소는 실제로 어떤 생각을 하는 ‘사색’의 의미에서 차용한 것이 아닌듯 했다. 사색을 한다는 핑계로 영화 내내 멍 때리는 캐릭터들… 봄날에 간혹 정신줄 놓고 꽃향기에 취해서 멍 때릴때의 그 행복한 느낌을 여러분은 아는가? 뇌 한켠이 간질간질 해오는 그 느낌을… 최근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신 분이라면 강추한다. 오기가미 감독의 영화는 한 편으로는 마약에 가깝다.

구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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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아 눈 좀 모으자;;;

이제 태어난지 막 35일 된 터키쉬앙고라 구름이. 지난 주에 우연히 분양 글을 읽고선 부천까지 가서 받아왔지만, 분양 받았던 그 당시까지만 해도 이 아이는 어미 젖만 먹던 완전 아깽이었다. 대포고냥네는 맞벌이다 보니, 누군가가 분유라도 때 맞춰 먹여야 겠고 배변유도도 해 줘야 해서 일 주일간 분당에 사는 여동생네 집에 맡겼다가 이번 주말에 데려왔다. 분양하시던 분이 구름이와 같은날 태어난 또다른 아깽이도 보여주셨는데 한참을 생각하다가 얘를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사실 다른 남자아이가 이쁘긴 더 이뻤음에도 구름이를 데려온 것은, 단지 대포고냥군의 느낌이었다. 사실, 대포고냥군은 착한 고냥을 알아보는 눈이 있다. 며칠 같이 있어보니 역시 성격 모난곳 없이 정말 착한 아이구나. 드림캣이라는 바둥이조차도 애기 때는 발톱 조절하는 것이 서툴러서 엄청 긁혔는데, 이 아이는 발톱을 거의 내지 않는다. 사람을 좋아해서 어디든 졸졸 따라다니고 꼭 옆에서 자는 구름이.터키쉬앙고라라는 중 장모 종으로 일반적으로 올 화이트의 코트 – 털 – 의 경우, 밝은 하늘색의 눈을 가지게 된다. 자묘 – 어린 고양이 – 일 때는 얼굴이 납작한 편이나, 점점 날렵하게 변화한다. 성격이 아주 점잖으며, 천진하달까 그런 맛이 있다고 한다. 막 데려왔을 때는 먼지가 많은 모래를 사용했던지 눈가에 눈물 자욱이 심했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거의 사라져 이제 깨끗해 졌다. 대포고냥군이 걸으면 발을 따라 비틀비틀 따라오는데 너무 맘이 짠 하다는. 밥 먹다가 졸기도 하고, 물 마시다가 머리가 무거워서 물그릇에 빠져서 허우적 대기도;;;

밥 그릇을 앞에 갖다 놨더니,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존다. 하두 귀여워서 핸폰 동영상으로 찍었더니 화질이 그닥 좋진 않구나. 동영상 찍을 때,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둘이서 호떡을 굽고 있었는데, 동영상 중간에 호떡 뒤집으라는 징징양의 호통이 들려오는구나. 넵! 즉시 뒤집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