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고냥표 장터국수를 만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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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나모키국수

얼마 전, 징징양 블로그에도 소개가 되었던 대포고냥표 장터국수. 급 야식이 땡기긴 하는데, 라면먹고 아침에 대따시만한 뾰루지가 나는 것이 두려우시다면 대포고냥표 장터국수를 만들어 보시라. 소화도 잘 될 뿐더러 만드는 시간 단 15분! 징징양은 대포고냥군이 뭐 작업용으로 장터국수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다 구라에 근거없는 소문일 뿐이다. 세상에 누가 장터국수 한 그릇에 넘어오겠는가 말이지…

사실, 오늘 소개하는 장터국수의 레시피는 오래전 웹 서핑을 하다가 발견한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본 것이다. 그 포스팅을 보고선 머릿속에 넣어버려서 기억은 나지 않는구나. 장터국수가 대체로 그렇듯 고급 음식도 아니고, 아주 캐쥬얼하게 후딱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그런 것이라 대포고냥군이 오늘 소개하는 레시피를 읽고 만들었더니 그냥 국수더라 라는 둥 이딴 소리는 하지말아주기 바란다. 국수가 국수지 뭐… 붑후가 같이 먹는다는 전제하에 2인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레시피로 소개한다. 사실, 주말에 혼자서 이런거 만들어 먹고 있는 것 자체가 청승이라는 사실을 인지해 주기 바란다.

재료 :
진간장 – 6큰술
멸치액젓 – 2큰술
양파 – 1개
청양고추 – 1개

다시용 멸치 (큰것) – 한줌 반
소면 – 한 움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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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수에 맞추어 진간장과 멸치액젓을 3:1 비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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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양파채와 청양고추 썬 것을 넣고 버무려요

먼저 양념을 만들어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진간장멸치액젓3:1 비율로 섞어서 만든다. 다들 잔치국수에 멸치액젓이라면 좀 생소해하던데, 먹어봐라. 탁월한 맛을 내준다. 만들어진 소스에 양파를 가늘게 채를 썰어 넣고 잘 버무려 양파를 죽이자. 잠시 후면 양파가 소스를 먹고 죽어서 양념장이 좀 불어난다. 거기에 청양고추를 취향에 맞추어 잘게 썰어 넣으면 양념의 준비는 끝이다. 넘 간단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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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의 1/3 이 줄어들 때까지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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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은 3분간 삶아 찬물에 빠르게 헹구자

다음은 국물을 내자. 1,500CC (2인분 기준) 정도의 물을 팔팔 끓여서 다시용 멸치를 한줌 반 정도 넣는다. 그렇게 국물이 1/3 정도가 줄어들때까지 빡세게 끓여서 진한 국물을 만들자. 국물이 다 되어 갈 때 쯤에 면을 삶는다. 소면이나 메밀국수나 모든 면들은 삶을때 전분이 우러나와 국물이 걸쭉해지는데, 이거 맛에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되도록 큰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부어 끓이도록 하자. 딱 3분 끓여서 재빨리 채로 받친다음 냉수에 빠르게 헹궈서 여분의 전분을 말끔하게 제거한다.

자자… 잔치국수는 완성을 목전에 두고있다. 앞에는 아마 미리 만들어둔 양념과, 찬물에 헹궈진 소면, 그리고 계속 끓고있는 국물이 있을것이다. 여기서 맛있는 국수를 만드는 포인트가 있다. 찬 물에 헹궈둔 소면을 1인분 양만큼 덜어서 작은 손잡이가 달린 채에 넣는다. 그것을 끓고있는 국물에다 두세번 휘휘 저어서 건진다. 그렇게 건저낸 소면을 그릇에 먼저 담고, 국물을 채반에 받쳐서 붓고, 먼저 만들어둔 양파 양념을 위에 얹어서 내면 완성이다. 양파양념은 남기지 말고 두 그릇에 똑같이 나눠서 올리도록 하자. 간장 소스는 적당히 넣되, 먹어보고 싱거우면 더 넣어라.

대포고냥군이 만들어본 바에 의하면, 들어가는 재료는 정말 몇 안되지만 정말 맛있는 레시피다.
만들어보고 맛있으면 붐업!
이게 아니구나;

찰떡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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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다리는 놓고 자라구…

둘째를 들이던 날.
인천까지 같이 차를 타고 갔다온 바둥이는 탈진해 버렸다.

자동차만 타면 내내 후덜덜;;; 하는 차량기피증 있는 고냥인데다,
둘째를 보고 바싹 긴장해 하악질까지 열심히 해 대더니 내 저럴줄 알았다구…

집에 오자마자 맹렬한 기세로 쉬야를 하고는 그대로 바닥에 눌어붙어 버렸다.

ps. 둘째 완전 이뻐욤♡

산책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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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에 열 걸음 쯤?

태어난지 6개월째 되는 바둥이는 최근 눈에 띄게 집 바깥 세상에 관심이 많아졌다. 퇴근하고서 집에 돌아와 현관 문을 열면, 다리사이로 잽싸게 탈출을 기도하는가 하면, 늘 창문을 열어달라고 오엥오엥~ 보챈다. 그러다가 못 이기는척 하고 열어주면 한 참을 창가에 앉아서 멍때리며 지나가는 사람이며, 자동차를 구경하고, 새 소리를 듣고 에옹에옹 노래를 부른다.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이 집에 없는 동안 많이 심심하고 답답했구나… 미안한 마음에, 바둥이에게 가슴줄을 매어서 징징양의 손에 쥐어주고 함께 동네 한 바퀴 산책을 나갔다. 다른 집고냥들은 밖에 나오면 바닥에 딱 달라 붙어서 걷지도 못하고 후덜덜이라는데, 바둥이는 완전 겁을 상실한 고냥인지라 깡총깡총 잘도 다닌다. 뭐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안 가주시는게 문제지만 말이다. 바둥이는 놀이터에서 미끄럼틀도 타고, 징징양과 그네도 탔다. 심지어 벚꽃도 따 먹었다! 얘 한테 집 밖의 세상이란 얼마나 어메이징 원더랜드 일까나.

반려동물로써 개가 아닌 고양이를 선택하는 것으로 포기해야 할 것 중에 하나는 ‘산책’ 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모든 애묘인들에게 있어서 ‘궁극의 고양이는 산책묘’ 라는 말이 있을만큼 다들 ‘그것’ – 산책 – 을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바깥에 나가서도 이름을 부르면 깡총깡총 뛰어오는 고양이는 진정한 드림캣인 것이다.

혹시, 싱크대에 올라가 음식에 발 대다 쳐 맞고도 부르면 좋다고 오는 초 개고냥인 바둥이는 전설의 산책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날씨도 따뜻하고 하니, 좌 징징양, 우 바둥이 하고 올림픽공원 잔디밭에나 가 봐야겠다.

비가 오는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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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침개와 막걸리

18대 총선이 있었던 오늘.
오후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징징양은 부추전을 구워내기 시작했고, 대포고냥군은 수퍼로 달려가 막걸리 한병을 ‘냉큼’ 사왔다.

그녀의 부추전은 맛있구나. 막걸리도 환상이다.
바둥이는 옆에서 부추전 한 조각을 맛있게 받아먹었고,
우리 부부는 낮 술에 얼큰하게 취했고,

봄비가 내리던날, 이렇게 하루는 지나가고 있다.

철인3종경기 같았던 도쿄관광! – 3 (마지막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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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칸야마역 (代官山驛)

도쿄여행 3일 째.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이날 16시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빡빡한 스케쥴 탓에 늦어도 오후 2시까지는 한 지역을 모두 돌아 볼 만한 장소를 찾다 보니, 다이칸야먀 (代官山) 지역 밖에 없었다. 다이칸야먀로 가려면 야마노테센으로 에비스 (惠比壽) 역에 내려서 걸어서 가야겠다. 사실, 야마노테센에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면 바로 다이칸야마역으로 올 수 있었을 텐데, 에비스역 주변도 구경할 겸 해서 이렇게 결정한 것. 다이칸야마는 좁은 지구에 예쁜 카페와 보세 옷가게 등이 가득 모여있는 예쁜 곳이다. 이 날, 일정이 끝나고 즉시 공항으로 가야만 했기에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서 트렁크를 가지고 나왔는데, 정작 에비스역에서는 트렁크 보관함이 없었다는;;; 결국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하루쥉일 조낸 큰 트렁크를 끌며 낑낑대야만 했다.

에비스역에는 쇼핑센터인 에비스 가든플레이스가 연결되어 있다. 잠깐 둘러보았는데, 백화점, 식당가가 함께 모여있는 곳이구나. 아주 큰 무인양품 (無印良品) 매장이 있길래 둘이서 좋아라 하며 구경했다. 무인양품에서 냉장고, 오븐, 전자레인지도 나오는 줄 그 때서야 알았다는. 무인양품이 여기선 실용적이고 깔끔한 컨셉의 중가 브랜드인데 반해서 한국에선 왤케 비싼건지…  에비스역을 나와 코마자와도오리 – 駒通り – 를 따라가면서 다이칸야마역을 찾아갔다. 정말 한적한 분위기의 다이칸야마역에서 사진을 몇장 찍고선 여행책자를  보며, 멋진 샵들과 오픈 카페들이 많이 모여있는 하치만도오리 – 八幡通り – 를 따라 가기로 했다.

타케시군이 애용하는 브랜드 A.P.C

타케시군이 애용하는 브랜드 A.P.C

하치만도오리 (八幡通り)에는 이런 깔끔한 샵들이 꽤 많다

하치만도오리는 많은 도쿄 여행서에서 추천하고있는 이른바 ‘스타일리시한 거리’ 이다. 스타일리시 할 뿐 아니라 깨끗하고 한적한 듯한 분위기가 왠지 유럽삘이 난다. 맛있는 주먹밥을 판다는 오니기리덴덴을 지나니 다이칸야마의 상징이라는 다이칸야마 어드레스가 보인다. 다이칸야마 어드레스는 주상복합건물인데, 주거공간인 ‘더 타워’ 와 16개로 이루어진 샵들이 예사롭지 않다. ‘더 타워’ 는 첫 눈에 봐도 비싸보인다. 휘황찬란하게 화려한 것이 아니라 한 톤 다운된 그런 차분하고 세련된 분위기다. 왠지 젊은 독신 부자들이 많이 살 듯한 분위기랄까… 여튼 다이칸야마는 여피스러운 동네다.

징징양이 어디서 조사를 해 왔는지, 다이칸야마에 왔으면 와플스를 빼어 놓을 수 없단다. 와플이랑 차를 파는 작은 카페인데 따로 좀 알아보니, 가수 유희열씨가 여길 아주 사랑한단다;;; 징징양은 참고로 유희열씨 팬임. 와플스를 가려면 하치만도오리에서 다시 에비스역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근처에 와서도 당췌 찾을 수가 없어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갔다. 다이칸야마의 분위기 인듯도 한데, 와플스 역시 주거지역 안에 쏙 파묻혀 있어서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와플스는 계단이 있는 언덕 위에 있다

깨끗한 내부

이렇게 여러명 앉을 수있는 공간도...

이렇게 여러명 앉을 수있는 공간도…

와플스는 아주 자그마하다. 바깥에 작은 정원 (?) 도 있는 것이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 같다. 벽돌로 지어진 건물에 큰 통유리를 통해 하얀색 내부가 시원하게 보인다. 바깥에도 자리가 있는데, 날이 더워서인지 다들 안에 앉아 있다. 트렁크를 낑낑대며 끌고 들어갔더니 고소한 와플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플레인와플과 아이스라떼를 주문했는데, 한화로 약 만 오천여원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더운날에 씩씩대며 다녀서 땀범벅이 된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잠깐 와플스에서 땀을 식혔다.

여기 에비스 – 다이칸야마 지역을 오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라면이 유명하다는 것. 그래서 라면을 먹어보긴 해야겠는데, 지나다가 만난 라면집에 들어가긴 싫고 해서 와플스에 있는 주인장같이 생긴 여자분에게 이 주변에 맛있는 라면집이 있으면 추천해 달랬더니 지도까지 그려주며 에비스 역 근처의 카즈키 (香月) 라는 곳을 추천해 준다. 과연 찾을 수 있을까나;;;

Mr. Friendly – 카페와 팬시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다이칸야마의 건물들은 대략 이런 풍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졌다. 슬슬 에비스역 근처로 돌아가야겠다. 돌아가는 도중에 보았던 건널목 앞에 있던 예쁜 가방가게를 지나 유명한 미스터 프렌드리 – Mr. Friendly – 카페가 보인다. 핫케익이 참 맛있다는데… 시간만 조금 더 있었더라면 여유롭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구경하고 싶은곳이 너무 많다. 에비스역에 다시 돌아와서 와플스의 그 분이 그려준 지도를 보며 코마자와도오리로 다시 돌아갔다. 그런데 분명 처음 이 거리를 지나칠 때는 보이지 않았던 라면집 카즈키를 너무 쉽게 찾아버렸다는!!! 둘이 와방 기뻐하며 들어갔더니, 여기에도 한국인 유학생으로 보이는 어벙한 총각이 서빙을 하고있다. 카즈키의 라면맛은 꽤 괜찮았다. 대포고냥군이 주문했던 돈코츠라멘 – 豚骨ラ-メン – 은 규슈지방이 원조인데도 꽤 맛있게 먹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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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카즈키라면!!!

이렇게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의 첫 일본 여행기는 끝이 났다. 여행기간이 풀로 3일이 아니어서 짧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도쿄는 3일만에 돌아보기에는 너무나도 넓었다. 사실, 우리가 움직인 구간을 살펴보면 야마노테센의 5개 역 안을 돌아다녔을 뿐이다. 도쿄를 제대로 보려면 한 달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징징양이 정말 가 보고싶어했던 지유가오카 (自由が丘) 를 못 가 본것이 참 아쉽다…

벌써 우리가 이 여행을 다녀온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올 해도 우리 결혼기념일을 전 후 해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먹을것에 열광하는 징징양을 위해 오오사카 (大板) 로 먹거리 기행을 가는건 어떨까 생각 중이다. 우리의 다음의 여행은 꼭 와방 푹신푹신한 나X키 에어맥스에 베낭을 둘러매고 더 많이 공부해서 더 많은 것을 챙겨오게 될게다.

철인3종경기 같았던 도쿄관광!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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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주쿠 역 내의 히로스에 광고판

둘째 날이 밝았다. 일찌기 눈을 떠, 신주쿠역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 역시나 규동 -목적지인 하라주쿠 (源宿) 역으로 이동했다. 본격적인 여행기를 쓰기 전에, 이 날의 관광코스를 잠깐 둘러보자면… 하라주쿠에서 오모테산도 (表參道) 로 그리고 시부야 (澁谷) 까지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일단 지도 상으로는 걸을 만 했다. 하라주쿠역 옆에는 메이지신궁 (明治神宮) 이 있어 이 쪽도 둘러보기로 했다. 사실, 하라주쿠를 와 보기 전까지는 그 복잡한 신쥬쿠역에서 고작 두 정거장 거리인데다가 패션의 거리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왠지 시끌벅적 할 것만 같았으나 실제로는 아주 조용하고 고풍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역이었다는. 역사 안에서 기념으로 몇 컷의 사진을 남기고 바깥으로 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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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하라주쿠역

남자는 니콘?

하라주쿠역을 나서면 나무로 지어진 역사 (驛舍) 의 아기자기함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건물 가운데 떡하니 시계가 있는 정말 ‘시골역’ 처럼 생긴 하라주쿠역. 역 뒷편으로 펼쳐진 메이지신궁의 녹음과 더불어 더 포근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아래 사진의 저 문 – 하라주쿠역의 메인게이트 – 을 나서서 오른쪽으로 가면 메이지신궁, 보이는 횡단보도를 건너면 본격적인 실험패션 (?) 의 메카, 하라주쿠의 시작이다. 여기서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이 메이지신궁을 얕보고 ‘뭐 가볍게 보고 가지~’ 라는 생각을 한 것이 이 날 완전 꼬이게 만든 결정이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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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귀여운 하라주쿠역

어라… 메이지신궁으로 가는 길에 고스로리 – 머 이런게 있다 – 차림의 여자애들을 만났다. 검은 메이드복 – 어찌 대포고냥군은 이런 것을 아는거냐고 묻지마라! 이런 취향 절대 아니다. – 에 레이스 투성이의 양산, 그리고 그로테스크한 욜 높은 통 굽 구두. 한국에선 홍대 앞에 이러고 돌아다니는 애들 좀 본 적있다. 아무래도 얘들은 오리지날이다보니 홍대의 그녀들 보다 훨 하드코어다. 빤히 쳐다본다고 양산으로 찌를까봐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무셔~ㄷㄷㄷ;;;’ 하며 빠르게 이동했다. 하라주쿠역에서 메이지신궁 정문까지는 아주 가깝다.

메이지신궁으로 가는 첫 토리이(鳥居)

술 맛은 인간의 능력 밖인 신 (神) 의 영역 이라는…

일본 전역(全域) 에는 약 8만여개의 신사 (神社) 가 존재하는데,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 신사는 일본 수상들의 야스쿠니 (靖國) 신사 참배 이슈와 얽히어 일본 극우, 군국주의의 상징처럼 와방 찍혀 버렸다. 일본에는 종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고유의 신앙인 신도 (神道) 가 존재한다. 신도는 한국의 조상신과 비슷하기도 하고, 기복신앙 같기도 한 말하자면 이것저것 뒤섞인 일본의 정신 같은 것이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신사는 일본의 위인들의 혼을 모시는 위령소 같은 의미라는 점에서 신도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일본의 수험생들은 시험이 있기 전에 신사에 들러 나무에 합격을 기원하는 나무 표찰을 단다. 게다가 교통사고 방지 부적도 팔고있다. 신도란 이런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유신 이 후에 전쟁에서 일본을 위해 싸우다 죽은 250여만 명의 혼을 모아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그런데, 한반도 침략을 위한 전쟁이었던 청일, 러일 전쟁의 전사자는 물론이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의 혼이 이 곳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문제다. 명분이야 어쨌건 간에 한 나라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이런곳에 참배를 한다는 것은 과거 일본의 전쟁을 합리화 한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신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잡설이 길어졌다. 신궁 (神宮) 은 일본의 황실과 관련있는 넋을 모신 곳인데, 일반 신사보다 높은 격으로 친다. 메이지 신궁은 일본 근대화에 큰 영향을 끼친 메이지 일왕 부부의 덕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아무래도 신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내부의 본 건물까지 가는 길에만 해도 토리이 (鳥居) 를 몇개는 지나쳐야 한다.

왕의 정원에 있던 작은 건물

정원사이로 나 있는 길

정원사이로 나 있는 길

결국 이렇게 되었다

결국 이렇게 되었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중간에 돈을 따로 받고 샛길로 입장하는 곳이 있다. 나눠주는 종이를 읽어보니 일왕의 정원 쯤 되는 듯 싶다. 그런데, 이 정원도 규모가 엄청나다. 징징양과 둘이 가볍게 구경하려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다. 대나무 숲 사이로 낸 좁은 산책길과 작은 연못, 그리고 갖가지 꽃을 심어둔 정원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산책길 끝에는 목을 축이라는 뜻인지 작은 우물이 있다. 나무 뚜껑이 덮힌 그 우물에서 왠지 링의 그녀가 튀어나올것 같아 으스스 했다는;;; 여기를 돌아보고 나왔을 뿐인데,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완전히 지쳐버렸다. 아직 일정의 1/5 도 진행하지 않았는데, 발바닥이 울끈불끈 터질지경이다.

일본의 신사는 나무가 많아 좋다

소원을 적어서 걸어보려고 했으나 돈이;;;

소원을 적어서 걸어보려고 했으나 돈이;;;

저기서 돈을 넣고 소원을 빈다

왕의 정원을 나와, 신사의 중심을 향해 계속 가자. 드디어, 저기인가 보다. 입구의 좌측에 보니, 참배 전에 입을 헹구는 곳이 있다. 옆에서 다른 한국사람이 벌컥벌컥 물을 먹고있다;;; 아저씨 그거 먹는거 아니래두~ 입구로 들어가니 우측에 입시부적, 안전운전 부적 같은 것을 팔고 있다. 예전에 일본 친구들로부터 편지가 오면 꼭 저런 부적을 넣어서 보내주던데… 역시 신사라든지, 신도라는 것은 일본인의 일상인 듯.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메인 건물이 보인다. 예쁜 아름드리 나무가 참 멋지구나… 나무 옆에 이루고 싶은 것들을 나무 패찰에 적어서 걸어둔 곳이 있다. 언뜻 봐도 한글이 많이 보이는 걸로 봐서 한국에서 관광을 많이 오긴 하나보다. 신사는 원래 가장 깊은 곳은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메이지 신궁도 여기저기 막아둔 곳들이 많이 보인다. 참배객들이 돈을 넣고 박수를 두번 치며 참배를 하는 그 라인 이상은 들어갈 수가 없다. 뭐 언젠가 타케시라는 친구가 일왕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일왕이 사는 곳은 주변이 물길로 둘러 싸여 있단다. 거기서 간간히 거니는 로열패밀리들을 물길 건너편에서 보면 왠지 연애인 같은 기분이 든단다. 살짝살짝 얼굴을 보여준다든지 말이지… 신사나 일왕이나 신비주의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흑흑, 메이지 신궁을 다 본건 그렇다 치고 중요한것은 ‘다시 왔던 길을 돌아나가야 한다는 것!!!!’. 조낸 걸어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이 하라주쿠역 정문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 발바닥이 컨버스랑 붙어버린듯 했다. 자자… 릴렉스 컴다운 레쓰고~ 하라주쿠 앞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면 이제부터 ‘진짜’ 하라주쿠거리가 시작된다.

나름 유명한 마리온 크레페

아무리 발바닥이 터져나가도 먹을것만 주면?

패션의 하라주쿠임에도, 내가 보기엔 분위기가 애들 놀이터 분위기다. 대체로 지나다니는 사람들 연령대도 그렇고… 보이는 샵에서 팔고 있는 아이템들도 왠지 애들 상대인 듯한… 색다른 코스튬을 팔고있는 샵들이 많이 보이는데, 평상복이라기 보단 코스프레 의상 같기도 한 그런 느낌? 징징양이 하라주쿠는 크레페가 유명하단다. 그러고 보니 크레페 가게가 여럿 보인다. 그런데 어디가 유명한 집이냐고요… 아무리 고민해 봐도 답 나오지 않을 땐, 꼴리는대로 가자. 마리온 크레페 – Marion Crepes – 라는 가게를 갔다. 징징양이 멋대로 찍은 가게인데 단지 서빙하는 총각이 알흠답기 때문에 선정되었다는;;; 번호가 매겨진 크레페 메뉴가 십 수여가지 된다. 적당한 것을 고르자 그 알흠다운(!) 총각이 불판위에 달걀 반죽을 얇게 펴 바르고 능숙한 솜씨로 두 개를 만들어 준다. 머 생크림 범벅이었지만, 나름 먹을만 했다는…

하라주쿠의 끝자락은 오모테산도 (表參道) 와 이어진다. 오모테산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메이지신궁의 입구까지 연결되는 참배객이 다니던 길이었다. 지금은 유명한 쇼핑몰인 오모테산도힐즈 (Omotesando Hills) 를 비롯하여 각 종 유명 브랜드품 – ブランド品 (명품) – 매장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오모테산도에 들어서면 싼티나던 하라주쿠와는 거리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하라주쿠의 끝자락에 있던 Laforet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表參道)의 경계에 있던 Gap 매장

탈진 징징양 @ 오모테산도

오모테산도 거리로 합류되는 모퉁이에 있던 갭 매장에 잠깐 들어갔다. 우리가 여행갔을 당시에는 한국에 갭이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이었는데 – 한국에서는 2007년 겨울에 런칭했다 – 징징양 완전 열광. 대포고냥군은 지쳐서 앉아 있고 징징양만 신나서 여기저기 왔다갔다 정신이 없다. 그런데 결국은 하나도 안사고 나왔다. 소심 징징양 안습;;; 자자… 힘내서 오모테산도 힐즈로 가자. 정말 거리 양쪽에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나타난다. 뭐 대충 봐도 없는 브랜드는 없을듯 싶다. 게다가 중간에 사잇길을 힘끔 보니 자그마한 디자이너스 샵들이 보이는데 아주 멋지다. 깔끔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청담동 비슷하다는…

완만한 언덕길을 따라 십 여분 걸어올라가니 회색빛의 아주 모던한 건물, 오모테산도힐즈가 나타났다. 정문에 이르러 입점되어 있는 브랜드를 주욱 살펴보았는데, 별로 아는 것이 없네… 우리가 못 사는 나라에서 와서 근가;;; 아무래도 고급스런 디자이너스 샵을 모아놓은 몰인듯 싶다.

오모테산도힐즈 (Omotesando Hills)

오모테산도힐즈의 마크는 '참배'의 '참' 이다

오모테산도힐즈의 마크는 ‘참배’의 ‘참’ 이다

오모테산도힐즈 내부는 이렇다

오모테산도힐즈 내부는 이렇다

뭐니뭐니해도 LV

뭐니뭐니해도 LV

오모테산도힐즈의 내부는 예전에 대포고냥군이 출장을 도쿄로 왔을때 보았던 록본기힐즈 (六本木 Hills) 와 매우 비슷했다. 입점된 브랜드도 그렇고, 건물의 내부 구조도 각 층의 회랑이 트인 형식이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일정이 빡빡해서 가볍게 보고 나왔지만 진열된 아이템들이 아주 신경써서 고른듯한, 흔하지 않은 물건을 찾는 여피족을 위한 그런 컨셉이었던 곳이라 기억한다.

이제는 언덕을 내려와 유명한 캣츠 스트릿 (Cats Street) 으로 가자. 캣츠 스트릿은 오모테산도에서 시부야로 연결되는 좁은 거리인데, 예쁜 샵들도 많고, 멋진 카페테리아들이 모인 아주 감각적인 곳이다. 무엇보다도 징징양이 여행 전에 찾아낸 맛있는 타코야키 가게가 있는 그런 매우 훌륭한 장소인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꽤 지친 우리는 우선 스타벅스를 찾아 들어가 잠깐 쉬기로 했다. 일본까지 와서 스타벅스라니 흥. 대포고냥군은 징징양에게 일본사람과 이야기 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주문하는 곳에서 징징양을 슬쩍 밀었지만, 또 내 뒤에 숨었다는;;; 어이… 소심녀. 어떡할거야… 응? 일본에 왔으면 일본사람이랑 이야기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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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 스트릿으로 가는 입구

스타벅스를 나와서 5분도 채 되지 않아 타코야키집 발견!!! 第八蛸華丸 – 다이하치타코하나마루 – 라고 쓰여진 가게 앞에 벤치가 두개 놓여 있고 몇 사람이 앉아서 맛있게 타코야키를 먹고있다. 작은 오렌지색 건물이 귀엽다. 어라… 지금껏 포장마차에서 팔고있는 것 들만 먹어 봐서인지 몇 가지 타코야키 메뉴가 있으니 좀 생소하다. 주인장에게 어떤 것이 가장 표준형 타코야키냐고 물어서 콜라 한 병이랑 같이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 주인에게 ‘여기 한국사람들에게도 꽤 유명해. 여행 책자에도 소개됐다구.’ 그랬더니 완전 좋아서 날뛰고 있다. 뻥인데… 자~ 드뎌 타코야키 두 접시가 귀여운 문어가 인쇄되어 있는 종이 트레이에 담겨 나왔다. 오오 완전 맛있는데!!! 여기가 특별히 맛있는 것인지, 아니면 바로 구워 나온 뜨끈한 타코야키라 맛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최고다. 길거리에 앉아서 먹는것도 좋구나~

발견!!! 第八蛸華丸 (다이하치타코하나마루)

발견!!! 第八蛸華丸 (다이하치타코하나마루)

타코야키와 젓가락통

타코야키만으로도 이정도 표정을 보여준다

두 접시를 가볍게 비우고선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또 다시 걷기 시작했다. 캣츠 스트릿을 벗어나기 전, 옷 가게도 여기저기 둘러보기도 하고 가격도 물어보기도 했으나 결국 사진 않았다는;;; 담에는 돈 많이 준비해 와서 징징양 옷도 좀 사고 그래야겠다…

이제부터 갈 시부야에서는 들를 곳이 두 군데이다. 하나는 한국에도 꽤 많이 알려진 도큐한즈 – Tokyu Hans – 와 나머지 하나는 저녁식사를 할 도큐 (東急) 백화점 근처의 츠키지혼텐 (築地本店) 이라는 회전 스시집이다. 도큐한즈는 ‘도큐한즈에 없는 것은 일본 어디에도 없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말 없는 것이 없는 만물 백화점 같은 곳이다. 오래 전에 신주쿠의 도큐한즈에 한 번 가 본일이 있는데, ‘역시 도큐한즈는 시부야’ 라는 말을 듣고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츠키지혼텐은 유명하다는 100엔 스시집이다. 왜 여기가 유명한 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한번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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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도큐한즈

시부야의 도큐한즈는 지하 2개 층, 지상 7층으로 이루어진 초 대형 잡화상이다.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7층 건물로 이루어진 두 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어 각각이 통로로 연결이 된다. 각 층마다 아웃도어 제품, 스킨 / 헤어,  커튼 / 베딩, 문구, 공작용품, 목재, 핸드폰 악세사리, 청소 / 화장실용품 등등 테마별로 구분되어 있다. 그런데 아무리 설명을 해 봤자 직접 가서 보지 않으면 그 규모를 상상하기 힘들게다. 실로 엄청나다!!! 정말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비오는 날 여기서 징징양과 둘이서 하루종일 놀으라고 해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 사실 한국에서 마트만 가서 이것 저것 구경해도 꽤 잼있지 않은가. 그런 일반 마트 규모의 스무배 정도라고하면 느껴질라나… 그것도 식품매장 없이 스무배다;;; 지금 생각하면 도큐한즈에서 더 쓸어담아오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가격도 그닥 비싸지 않았는데 말이다…

넓디 넓은 도큐한즈를 구경하는데만 시간이 꽤 지났다. 징징양은 원래 배고프면 엄청 우울해지고 피폐해지는 인간이라 때를 넘기지 말고 잘 먹여야 한다. 장모님께도 약속했다. 밥 잘 먹이기로. 츠키지 혼텐으로 가자. 츠키지 혼텐은 도큐백화점 근처의 작은 골목 안에 있었는데 처음에는 잘 눈에 띄지 않아 좀 해맸다. 역시 사람이 많구나… 30여분 가까이 기다려서 겨우 자리에 앉았다. 100엔 스시집이라 나름대로 룰이 있다. 30분내 7 접시를 먹어야 한다는. 머 저렴한 스시집이다 보니 회전율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룰인듯 하다. 먹다보니 7접시는 금방이다. 여기가 왜 유명한지는 먹고 나서도 잘 모르겠다는 느낌? 일본에는 하도 많은 100엔 스시집이 있는데 말이다. 스시에 올려지는 생선이 그닥 좋은지도 잘 모르겠고… 츠키지혼텐도 정작 일본 내국인들에게는 유명하지 않은 그런 곳이 아닐까? 예전에 타케시군이 한국에 왔을때 종로에 있는 젠장 ‘어머니집’ 에 데려다 달라고 하길래 그게 어디냐고 물어물어 갔더니, 종로의 어느 골목에 있던 한국요리 집이었는데, 한국사람은 정말 나 혼자였고 죄다 일본 사람뿐이었다는. 맛도 더럽게 없고 가격은 비싸기만 하고… 여튼 나쁘진 않았으나 별 것 없었던 츠키지혼텐 이었다.

여기가 츠키지혼텐 (築地本店)

손님이 많아 언제나 기다려야 한다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다

식사를 하고 나왔더니 비가온다. 냉큼 뛰어가서 우산을 사왔더니 비가 그친다;;; (이 우산 두개는 마지막 날 까지 우리의 짐이 되었다) 아까 오는 길에 본 ZARA 매장에 가고 싶다던 징징양과 함께 잠시 들렀으나, 역시 수백번 따지더니 결국 안 산다. 알뜰한 징징양아 앞으로 내가 옷 많이 사주마! 시부야역 근처에서 간단하게 술이라도 먹을 곳이 없을려나 하고 찾아봤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당연히 술집은 많을테지만, 어딜가야 할 지 모르겠더라는… 결국 시부야 역 앞에서 충견 하치 – 忠犬ハチ – 상만 보고 지하철로 신주쿠에 돌아왔다.

정말 많이 걸었던 하루. 이건 이번 여행을 통해 욜 고생하면서 깨우친 나름대로의 노하우인데, 일본여행을 계획 중이신 분이라면 절대 컨버스화는 피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발바닥 불난다. 그리고 여자분들 백 같은거 들고가지 마시라. 절대 짐된다. 징징양이 한손엔 카메라, 한손엔 백 들고 댕긴다고 엄청 힘들었다는… 뭐니해도 폼은 안나지만 베낭이 최고다. 컨버스화 신고 백들고 댕기던 징징양의 말로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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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운지 1초만에 150 데시벨로 코를 고는 징징양

ps. 마지막날의 일정은 내일 올리겠다. 대포고냥군, 넘흐 힘들다.

바둥군 최근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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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꼬리는 좀 치워주는게 어떨까?

바둥이가 태어난지 4개월을 넘어가면서, 덩치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제 몸무게가 거의 2Kg를 넘어섰을 듯 하구나. 요즘은 날이 추워서인지 바둥이가 따뜻한 곳을 찾아 다니는데, 웃긴 것은 저 얇은 액정 모니터 위에 올라가려고 저렇게 안간힘을 쓴다는 거… 대포고냥군이 FPS 게임이라도 할라치면 저렇게 모니터 위로 올라 앉아서 꼬리로 가림질 하며 논다. 꼬리는 그렇다 치고 삐져나오는 궁뎅이는 어쩔거냐? 게다가 저 위에서 졸다가 균형을 잃고 키보드 위로 툭 떨어진다;;; 이런 바둥이 때문에 게임에서 수 억죽었다;;; 나쁜 고냥 같으니…

대포고냥군은 원래 키우는 동물에게 미용을 시킨다든지, 옷을 입힌다든지 하는 것을 디게 싫어라 해서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었는데, 얼마전 명동 AA – 어메리칸 어패럴 – 에 들렀다가 이런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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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의 개 티. 하지만 고냥도 입을 수 있다.

매장의 한 쪽 구석에서 발견한 예쁜 ‘개 티’. 소매가 있는 것이랑 없는 것 두 가지 모양 중에 고를 수 있다. 색깔이 아주 다양해서 앞에서 엄청 갈등했다는… 원래는 노랑 / 녹색 이 섞인 브라질 축구팀 유니폼 같은 것을 사려고 했으나, XS 사이즈 없음;;; 명동거리를 돌아다니다, 징징양의 털 신을 노점에서 하나 구입했는데 그거 가격이 6,000 원이었다. 그런데, 이 개 티는 자그마치 17,000 원이다!!!! 징징양보다 바둥이가 상팔자라는;;; 역시 개든 고양이든 동물 용품은 다 개 바가지다. 그래도 이쁘니까 한 번 사준다. 흠흠… 그럼 착용샷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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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둥 어린이로 변신!

나름 아주 깜찍하지 않은가. 입혀놓고선 너무 귀여워서 한참동안 징징양이랑 사진찍고 놀았다는… 그런데, 단점 한 가지는 고양이가 개 보다 어깨가 넓어서 좀 불편해 보인달까? 음, 그러니까 고양이는 네 다리가 개보다  등 쪽으로 더 올라가서 붙어있나 보다. 뛰어 댕기는데 왠지 앞으로 나란히 한 것 같아 보인다는… 혹시, 이 포스팅을 보고 AA에서 고양이용으로 티셔츠를 사 줄 생각이시라면 소매 없는 모델을 고르시라고 충고드린다. 저 소매를 뜯어줘야되나… 오늘도 개 고냥 바둥이는 게임하는 대포고냥군의 품에서 뒤집어져서 잔다. 왤케 얼굴이 빵빵해 보이는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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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 만사가 다 귀찮다옹!!!

숭례문 화재를 개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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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남대문 – Nikon D80 / 18-70mm F3.5-4.5G ED / Photo Merged

2월 10일 밤 10시 쯔음에,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명동에 있었다. 오래간만에 버스를 타고 나갔더니 주차걱정도 필요없이 좋구나 생각했다. 느긋하게 이것저것 쇼핑도 하고 커피도 마시다 10시가 가까워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집으로 가는 262번 버스를 탔다. 남대문 근처를 지날 때 쯤, 앞에서 경광등에 사이렌까지 난리법석. 무슨일이 난 듯하다. 좀 더 다가가서 자세히 지켜보니 남대문 주변을 소방차 십 수대가 아예 에워싸고 있다. 버스 안에서 누군가가 그랬다. ‘남대문에서 연기나!’ 버스 안의 사람들은 일제히 다 남대문을 쳐다봤다. 정말 연기가 나네;;; 이 때 까지만해도, ‘왜 남대문에 불이 나지? 누전인가보군.’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게다가 ‘소방차들이 이렇게 많이 왔는데 뭐… 금새 잡겠지.’ 했다. 집에 돌아와서 티비를 켜보니 남대문에 불길이 치솟네, 어쩌네 하고 난리법석이다. 그랬더니 새벽 1시 반이 되서 하는 말이 남대문 전소(全燒) 란다. 석대(石臺) 위에 내려앉은 잔해가 다 타서 베베꼬인 성냥꼬쟁이 같다. 덕분에 대포고냥군은 역시나 곤히 자던 징징양을 깨우고 이리저리 어쩔 줄 몰라하며 난리를 쳤다.

나는 고향이 서울인 것도 아니고, 남대문을 보아온지 고작 6년 밖에 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시뻘건 불길이 남대문을 삼키고 2층의 누각이 무너지고 기왓장이 무너져 내릴 때,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나더라. 일생을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마음은 어떠할 지 충분히 상상이 간다. 뉴스에서는 남대문이 국보 1호의 지위를 지킬 수 있을지 아닐지를 두고 공방이다. 티비는 역시 국민들을 병신 만드는 꼴통 미디어다. 저런 색히들 싸그리 다 콘크리트 부어서 바다에 던져버려야 되는데… 남대문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국보 1호라서가 아니라 한국의 랜드마크이기 때문에 가졌던 존재감이었다. 그 아름답던 건축물이 불타 내려앉고 현판이 떨어져 박살나는 것을 세계가 지켜보고있었다. 그 순간, 국민들은 눈물과 함께 자존심도 잃었다.

소방방재청은 문화재청과 책임 떠 넘기기에 열심인 와중에 임기가 12일 남았던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며 졸라 생색을 내셨으며, 우리의 대통령 당선자 2MB 님은 극적인 순간에, ‘국민의 성금으로 남대문을 복원하자.’ 는 망언을 내 뱉어 불에 끓는 기름을 부어 주셨다. 게다가 공무원님들 퇴근 후에 남대문 경비를 담당하던 사설 경비업체는 예산문제로 적외선 센서 수를 줄인 것으로 밝혀졌고, 남대문의 1년 보험료가 8만 3천원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만드는구나.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언론사들은 옳다구나 하고 이웃나라 일본의 문화재 방재대책을 본 받자며 떠들고 있고… 이런 꼬락서니를 지켜 보자니, ‘내가 이런 것들을 믿고!’ 딱 이런 심정이다. 대포고냥군, 이 따위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갑갑하여 가슴이 옥 죄여 오는 느낌이다.

이번 남대문의 소실을 보고, 부모와 자식이 생각났던 것은 나 혼자 였을까. 부모님 살아계실 때, 늘 잘 해야지 잘 해야지 하던 자식과 부모님 돌아가시고 난 후 땅을 치고 후회하는 자식. 대포고냥군은 남대문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왜 그동안 한번도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로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다.

ps. 뉴스를 검색하다 발견한 기사. 정말 한국인인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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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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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에이져 폭렬 염장 무비 ‘말할 수 없는 비밀’

실은 직장의 모 과장님으로부터 얼마 전까지 집요하게 추천을 받고있었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설 연휴가 끝나갈 무렵, 징징양과 영화나 한편 볼까 하다가 급 관람하게 되었다. 스토리는 커녕 어떤 쟝르의 영화인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본 영화다. 사실, 어느나라 영화인지도 몰랐을 뿐더러 심지어 드라마 이름인줄 알았다는;;; 각설하고, 먼저 간단하게 영화 소개부터 하겠다.

제목                     : 말할 수 없는 비밀 (원제 : 不能說的秘密)
감독, 남 주인공     : 죄다 주걸륜 (周杰倫) – 상륜역
여 주인공             : 계륜미 – 샤오위역
쟝르                     : 드라마, 판타지

결론 부터 말하자면, 기대 이상의 영화였다. 10점 만점에 8점 준다. 처음 영화 시작할 때 대포고냥군은 ‘짱개 삘’ 이라는 둥, ‘저 얼굴이 고삐리 얼굴이냐’ 는 둥 조낸 무시때려주시면서 투덜댔으나 10분이 막 지난 시점에 이르러 열라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깊이 반성했다. 일단, 남녀 주인공들의 설정이 이질감 없이 영화에 몰입하게끔 하고있다. 게다가 초반에 나오는 상륜과 피아노왕자님 (응?) 의 피아노 배틀 Scene은 아주아주 멋지구나. 대포고냥군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10분 전까지만 해도 이 영화가 왜 빤따지물인지 몰랐고, 그냥 주인공 둘이 뿜어내는 염장의 포스에 온몸이 오그라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10분간의 반전은 틴에이져 폭렬 염장물을 빤따지로 탈바꿈시킨다. 약간은 황당하다 싶지만, ‘말도 안돼! 저게 뭐냐고!’ 이런건 절대 아니다. 대포고냥군 나름, 진짜로 몰입했다는… 같이 보았던 징징양은 살짝 눈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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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세로 말이지…

여튼, 감성적인 대포고냥군 간만에 잼있게 봤다. 여기에 스토리를 적고 싶지만, 아직 상영중인 영화이기에 그냥 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주걸륜이라는 배우 – 아니, 감독인가? – 를 이 영화로 처음 봤지만 나름 괜찮은 배우인듯하다. 얘가 출연한다는 ‘쿵푸 덩크’ 가 곧 개봉한다는데, 그것도 내 봐주마.
ps. 이 영화를 보면 피아노를 잘 치고 싶어진다.

바둥이 in the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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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냥 바둥이

2007년 11월 30일, 모 고양이 커뮤니티의 분양게시판을 보던중 러시안블루 다섯 형제들이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꽤 오래 전부터 징징양과 집에 고양이를 들이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왔었기 때문에 꾸준하게 분양게시판을 지켜보고 있던 중이었다. 애완동물과의 만남도 운명인 걸까. 이상하게도 수많은 분양글 중에 유독 그 글만이 눈에 들어왔고 그 참에 분양자와 약속을 해 버렸다. 퇴근 후 징징양과 경기도 화성 – 졸라 멀다;;; – 까지 차를 몰아 찾아간 대포고냥군. 분양자는 다섯 형제 중에 가장 착한 애들이라면서 둘을 데리고 나왔다. 졸다가 담요속에 둘둘 말린채 나온 아이들. 에구… 너무너무 작았다. 딱 보기에 한달 갓 넘은 애들이구나… 둘 중에 정말 순해 보이는 아이로 정했다. 나중에 분양자에게 다시 연락하여 물어보니, 생일이 10월 14일 이란다. 우리가 얘를 데리고 왔을 때, 이제 막 6주가 넘은 것이었다. 아무래도 분양자가 돈이 급했거나 했으리라… 원래 아기고양이는 최소 두 달이 지난 후에나 분양하는것이 일반적이다. 아기고양이에게 생 후 2개월까지의 시간은 생사의 갈림길 같은 것이라, 병으로 사망하는 전체 고양이중 80% 이상이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할 정도로 아주 약한 시기이다. 반대로 말하면 처음 두 달만 넘기면 고양이들이 병으로 죽는 일은 아주 드물다는 이야기겠지?

이름을 짓기가 참 어려웠다. 이런저런 이름으로 불러봐도 입에 착착 달라붙지가 않아서 고민 끝에 손으로 안아들면 바둥바둥 하는 것이 귀여워서 바둥이라고 지었다. 바둥이는 개고냥 – 개같은 고냥 – 이다. 우리 집에 데리고 왔던 첫 날부터, 몇 분간 집을 슬슬 둘러보더니;;; 그냥 우리한테 안겨서 잘 놀더라. 알고보니 바둥이는 사람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고양이구나. 엄마가 와도, 동생이와도 다 덥석덥석 안겨서 쿨쿨잔다. 징징양과 대포고냥군 발 아래 졸졸졸 따라 다니기도 하고, 어디 앉기가 무섭게 무릅위로 쪼르르 올라온다. 또 애교는 얼마나 많은지… 이제 1월 14일이 되면 딱 3개월이 된다. 8주차 되는 날에 첫번째 접종을 끝낸 상태고 바둥이는 여전히 무척 건강하다. 단지 수유 기간이 조금 짧았는지, 안아주면 꾹꾹이 – 아기고양이들이 어미 젖을 더 잘 나오게 하기 위해 앞 발로 꾹꾹 마사지를 하는것 – 를 하면서 젖 빨듯 옷을 쭉쭉쭉 빠는데 맘이 짠하다. 이제 가족이 하나 늘었다. 앞으로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바둥이 밥 굶기지 않기 위해 욜라 돈 벌어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