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바파크에서 약간의 쇼핑을 끝내고 나와, 다음 식당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불과 한 시간 전, 안티코카페에서 먹은 브런치가 전혀 소화되지 않았지만, 꾸역꾸역 더 넣어보도록 하자. 오늘 점심 식사를 할 곳은 ‘야채가게와 밥’ 이라는 컨셉의 우라야. 난바파크에서 약 1Km 정도 거리였지만, 발바닥 체력을 아껴두기 위해 택시를 탐. 우라야는 미나토마치 (湊町) 에 있는 센니치마에도리 (千日前通) 거리 변에 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메뉴나, 영업시간등을 빼곡히 적어 둔 나무 판들이 서 있다. ‘신선야채’, ‘집 밥’, ‘야채 위주의 일일 정식을 제공합니다.’ 같은. 그러고보니, 우라야의 정식 명칭은, ‘팔백옥 (八百屋) 과 밥, 우라야’ 이다. 팔백옥이 ‘팔백가지의 야채를 파는 집’ 이라는 뜻에서 나온 것인지, 여튼 ‘야채가게’ 라는 뜻임. 나즈막한 계단을 통해 인도에서 살짝 높은 곳에 위치한 우라야 안으로 들어가 보자.
실내에 들어오니, 직사각형의 공간의 반이 주방, 나머지 반이 자리다. 주방과 나란히 두 줄로 놓인 테이블의 양쪽으로 일본식의 벤치식 자리가 총 4열, 그 주변을 냉장고와 식재료 들이 채우고 있다. 주방과 자리의 경계가 매우 낮은데다가 천정이 높아서 인지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답답하지 않다. 일단 주문을 하고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징징양은 ‘우라야의 일일정식’, 나는 ‘돼지고기 생강구이 정식’ 으로 정했다. 메뉴의 뒤에 있던 푸딩,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먹어보고 싶었으나, 18:00 시 까지는 정식 메뉴외엔 준비가 되지 않는단다. 저녁에 간단한 안주와 일본주를 먹어봐도 참 좋겠다 싶었다. 한쪽 벽에는 각종 식재료들이 선반에 잘 정리되어 있다. 몇가지 과일과, 야채, 계란, 미소된장, 쌀, 스파이스와 소금 등 뭔가 품질이 굉장히 좋아보인다. 여기서 ‘탄화 소금’ 이라는 시커먼 물건을 봤는데, 처음엔 석탄 가루인줄 알았다. 소금을 고온으로 태운 것 같은데 디톡스에 효과가 있는듯. 주방 가운데는 스테인리스제 조리대가 있고, 위에 커다란 후드가 달려있다. 주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하는 것이 훤히 보인다. 오픈형 주방이라는 것이 안이 보여 위생 면에서 보다 신뢰가 간다든지 하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 보다 큰 가치는 손님이 주방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점인 것 같다. 뭐랄까 스시가게의 일렬로 나란히 마련된 자리에 앉은 그런, 요리사와 손님이 교감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다.
담배를 태우며 – 밥 집 임에도 점내에서 흡연이 가능하다! – 십 여분 기다리니 드디어 식사가 나왔다. 정말 한 눈에 보기에도 몸에 좋을 듯한 비쥬얼. 먹어 보기도 전에 맛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정직한 한끼 식사, 뭐 그런 느낌이다. 징징의 ‘우라야 일일정식’ 은 밥과 미소된장국, 돼지고기 감자조림에 작은 몇가지 조림야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신기한 건 ‘지지미’ 라고 표기된 한국식 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에게도, 한국 음식은 야채 위주이고, 몸에 좋다는 느낌인 걸까. 대포고냥군은 ‘우라야 정식’ 에서 돼지고기 감자조림이 돼지고기 생강구이로 바뀐 ‘부타쇼가야키 정식’ 이다. 참 담백하고 깔끔한 맛. 여기서도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 곳이 인기인걸까나. 다만, 각각 정식의 메인 요리들은 양이 조금만 많았으면 좋겠…
‘야채가게와 밥, 우라야’ 는 참 괜찮은 가게다. 800엔 정도의 가격에 이렇게 정갈한 식사는 기대 이상이다. 한국에서 팔천원으로 먹던 밥은 어떤 것이 있었더라… 오사카 여행중인 분이면서, 마침 난바 근처에서, 따뜻하고 hearty 한 집 밥 같은 것이 생각나신다면, 우라야에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뭔가 강렬하고, 색다르고, 이국적이고 그렇진 않지만 ‘참- 괜찮은’ 밥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