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

곰곰히 생각해 보면, 대포고냥군은 어른이 된 후에야 겨우 ‘예술적인 재능을 가졌다는 것’ 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깨달았던 것  같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 음악을 그냥그냥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고, 사진을 찍는 대신 여행지 카페에 앉아 풍경을 슥슥 스케치할 수 있다는 건 실로 어메이징하고 뽠따스틱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대포고냥군은 어릴적에 피아노 학원을 꽤 오래 다녔는데 – 쇼팽까지 쳤던가 –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피아노라는 물건을 어떻게 치는 것인지 당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음… 그게 자의로 배웠던 것이 아니라 그랬던 것 같은데, 뭔가 ‘음악이란 건 정말 멋진 것’ 이라는 것을 깨닫고 피아노를 배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마흔이 다 되고서 후회해 봤자, 절대 손은 내 생각만큼 움직여 주지 않을 것 같고 뭐 그렇다.

우 상단 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봉봉, 우키, 바둥, ㅈㅎ네 쵸코

우 상단 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봉봉, 우키, 바둥, ㅈㅎ네 쵸코

그러다 얼마 전 부터, 모아두기만 하고서 놀고 있는 새 몰스킨 노트들도 좀 소모할 겸, 왜 샀는지 모를 스태들러 연필 한 박스한테도 미안해서 핸드폰으로 찍어둔 아이들 사진을 옆에 두고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음. 끄적끄적- 누가 좀 옆에서, ‘야야- 여기가 여기보다 더 밝잖아- 그러면 이렇게 명암을 넣어야지-‘ 하고 가르쳐 주면 좋으련만. 한참 그리다 비율도 안 맞아 지우개로 다 지워버린게 몇 번째인지… 이러다 보니, 그림이란 머릿 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종이 위에 옮기는 것일 텐데 내 눈이나 머리가 고자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하아… 학원을 가봐야 할까… 그래도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쥐꼬리 만큼씩이지만 그림이 나아지는 것 같고, 뭔가 스트로크도 좀 깔끔해지는 것 같고 그렇다. 역시나 연습, 또 연습 뿐인걸까. 일년의 마지막 날이고 해서 겸사겸사 수줍게 고백하자면, 난 ㅈㅎ의 능력이 무척무척 부러움. 그리고 아래 블로그 링크에 계신 페르소나님, 아… 완전 그림 신이시라는. 두 분께 경배 드림-

마드모아젤 구름

마드모아젤 구름

빠오-

빠오-

브롬톤 M6L

레이싱 그린 브롬톤과 지나가는 봉봉인

레이싱 그린 브롬톤과 지나가는 봉봉인

2010 년에 돌돌미와 나는 브롬톤을 샀다. 오모테상도에 살던 그 당시에 대포고냥군은 삼성동의 직장까지 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열심히 자출 (자전거 출퇴근) 을 하느라 데일리 라이딩을 했던 것에 비해, 돌돌미는 브롬톤을 사고서도 평소에 탈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고 보면, 왕복 30 킬로나 되는 거리를 매일 달렸으니 오히려 주말에 돌돌미랑 같이 라이딩 할 기회가 더 없었던 것 같기도 – 미안하다 돌돌미야. 그러다 분당에 있는 직장으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자출은 끝이나고, 그 후 여기 OPI로 이사오면서, 브롬톤은 창고에서 거의 일년 반을 보내게 된다. 그 후에도 가끔 돌돌미가 ‘자전거 타고 싶다’ 했지만 뭔가 여긴 길도 좁아 위험한데다, 분당으로 나가려면 TJ 고개라는 거대한 장애물을 통과해야만 해서 뭔가 쉽지 않았달까. 이거 글을 쓰다보니, 와이프의 소박한 소원을 외면하는 나쁜 남편이 과거를 반성하며 울컥하는 분위기가 되어 가는데… 나쁜사람- 나쁜사람-

여튼, 오늘의 주제는 ‘지형 (?) 상의 문제로 브롬톤을 방출하기로 했다’ 이다. 브롬톤을 구입할 때만 해도, 대 당 170 만원 정도 들어갔던 것 같은데, 중고로 내 놓으면서 요즘 신품 가격을 보니 200만원이 넘네… 엄청나게 올랐다. 우리가 샀던 브롬톤은 둘 다, M6L 모델인데 M 은 핸들바의 모양을 나타내고, 6 은 6단기어, L 은 머드가드가 있는 모델이라는 뜻이다. 스탠다드하고 클래식해서 가장 많이 찾는 모델이 M6L 이다. 물론 좀 더 스포티한 – 라이딩 포지션이 더 낮은 – 일자 핸들바를 가진 S, 사이클 같은 모양의 핸들바를 가진 P 모델도 있으며, 좀 더 저렴한 2단 기어 모델도 있다. 게다가 엄청 비싼 티탄 합금을 사용한 경량 모델도 있는데, 프레임 전체가 티탄도 아니라 무게도 그닥 가볍지도 않은, 그런데 극강 포스를 가진 그런 놈도 있다.

M 타입 핸들바

M 타입 핸들바

리어 허브에 3단, 외부에 2단

리어 허브에 3단, 외부에 2단

BWR 3 speed rear hub

BWR 3 speed rear hub

참 예쁘다

참 예쁘다

대포고냥군이 타던 블랙 브롬톤 M6L 은 나름 격한 자출에 – 심지어 폭우가 오는 날에도 달렸다 – 커스터마이즈 한 곳도 많고 상태가 그닥 좋진 않아 백만원에 몇 장 더한 가격으로 이미 판매 되었다. 그런데 돌돌톤을 꺼내 보니, 이거 뭐 완전 신품인 거다. 하아… 잠깐 동안이지만 타지 않더라도 가지고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 먹고 온라인 장터에 내 놨는데, 하루만에 휙 팔려 버렸다. 얘는 워낙 상태가 좋아서 140 만원. 그러고 보면, 브롬톤 자체가 워낙 가격이 올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3년간 보유하는 동안 감가상각율이 20% 라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는. 브롬톤이 아닌 어떤 자전거를 산들 3년 후에 이 정도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징징톤의 새로운 주인이 늦은 밤 이리로 오기로 했다. 살짝 섭섭하기도 하고 해서 사진이랑 포스팅으로 남긴다. 언젠가 자전거 길이 근처에 있는, 평평한 곳에 집을 갖게 된다면, 그 때 다시 돌돌미와 자전거 생활을 하는걸로-

OPI 의 초겨울

11월이 되자마자 날이 급 추워졌다. 올해 3월 말에 이사를 와 반년 가량 살아본 바로는, 분당은 서울의 평균온도보다 2-3도 낮은듯 하고, OPI 는 거기서 2-3도가 더 낮은듯. 퇴근길에 차 윈도우를 열어둔 채로 운전해 오다보면, 분당 접경을 통과하자마자 온도가 떨어지는 것이 확 느껴진다. 왜 시골은 다 추운건지… 이 동네에서 겪을 첫 겨울이라 벌써부터 걱정되기 시작한다. 내년에 ‘일 년의 반이 눈으로 덮혀있는 곳으로 밝혀져…’ 뭐 그런 포스팅을 쓰게 될 지도… 그러고 보면, 상도동 시절에는 중앙난방이라 추운걸 전혀 모르고 지냈었던 것 같다.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이 출근하고 난 빈 집에서 고양이들만 호강하던 시절이었다는. 동계 난방비가 매달 20만원 가량 나왔었던 것 같은데, 그 중에 80 퍼센트 이상은 울집 냥님들이 누리셨다. 여튼, OPI 로 이사오면서 냥님들은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보면 됨. 가스보일러로 바뀌니, 자연히 옷을 껴 입게 되고, 난방이 줄어들고 있다.

퇴근해서 보일러를 켜면, 씽크대 아래 고양이들이 몰린다. 보일러로부터 각 방으로 연결되는 온수 라인이 나눠지는 포인트가 씽크대 아래인데, 가장 빨리 데워지고 가장 핫 한 (!) 장소랄까. 어떻게 고양이들은 따뜻한 곳을 이리 잘 찾아내는 건지 아주 딩굴딩굴 난리… 다음에 이사를 가게 되면, 온돌 고양이들을 위해 지역난방되는 분당으로 가는걸로… 그래도 너네는 털이 있잖니…흠흠-

아니 얘네들은 왜 다 씽크대 아래에서 이러고 있는거임-

아니 얘네들은 왜 다 씽크대 아래에서 이러고 있는거임-

아빠도 여기 누워보삼-

아빠도 여기 누워보삼-

우키, 이미 melt down-

우키, 이미 melt down-

사실 여기가 제일 명당, 지붕도 있음 -

사실 여기가 제일 명당, 지붕도 있음 –

 

일요일 점심

AK플라자 돌돌미 특선 A 세트와 봉봉털

AK플라자 돌돌미 특선 A 세트와 봉봉털

일반적으로 매 주 일요일의 생활 패턴은, 오전 아홉시 반 쯤에 돌돌미가 부스스 일어나 대충 씻고 장인어른 교회로 감. 새벽 늦게까지 거실에서 음악듣고 컴터하며 놀다 잠든 대포고냥군에게 분명히, 교회 다녀오겠다고 말을 했다고 하지만, 당연하게도 (?) 난 전혀 기억을 못 함. 그 와중에 잠재의식적으로 다정한 나는 간혹 돌돌미에게 잘 다녀오라고 손도 꼭 잡아준다고 함. 돌돌미가 저 멀리 서울 북부에서 예배를 드리는 중에도 대포고냥군은 계속 잠. 돌돌미가 집으로 돌아오면 대략 오후 한 시. 사실 실질적인 OPI 의 일요일은 이 시간부터 시작이라는. 얼마 전, 대포고냥군은 명동 롯데백화점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차’ 의 밀크티를 맛보고는 자발적인 밀크티 매니아가 되기로 했다. 아니, 이런 맛있는 음료가 세상에 있나! 이런 쫄깃한 타피오카들 같으니! 이런 대포고냥군의 밀크티 사랑을 알고는, 교회 다녀오는 길에, 서현동 AK 플라자에 있는 공차에 들러서 밀크티 점보사이즈를 사다주겠다는 거다. 부끄럽지만, 대포고냥군은 얼마나 기대했는지 꿈에도 밀크티가 나왔다능. 밀크티만 목빠져라 기다렸는데, 도쿄하야시 고로케와 스토브온의 피짜까지 덤으로 사다줌. 돌돌미는 역시 ‘사다 드림’ 블로거다. 덕분에 눈 뜨자마자 행복한 우걱우걱.

하야시 고로케, 비프 하야시 고로케, 치킨카레 고로케

하야시 고로케, 비프 하야시 고로케, 치킨카레 고로케

우어-! 모양은 열라 맛있게 생기지 않았나?

우어-! 모양은 열라 맛있게 생기지 않았나?

‘도쿄하야시라이스 구락부’ 의 고로케는 맛있지만, 임프레시브 하진 않다. (젠장… 뭔 말이야.) 고로케 튀김옷의 색깔이나 맛으로 봐서 튀김 기름이 나쁜 것 같진 않으나, 예전 유후인의 고기 고로케를 먹었을 때, ‘우왓!’ 했을 정도는 아니라능. 튀김옷도 고슬고슬하니 바삭바삭한데 말야. 이게 식어서 그런건지, 고기가 적어서 인건지… 여튼 나쁘진 않으나 그냥 그렇다. 사실, ‘도쿄하야시라이스구락부’ 의 하야시라이스 가게가 서현 AK 플라자에 꼭대기에 있는데, 큰 기대를 갖고 먹어 봤던 그 때의 인상과 매우 비슷하다. 긴자 (銀座) 의 츠바메그릴과 같은 경양식 집의 분위기와 메뉴를 벤치마크 한 것 같긴한데, 맛은… 그저그런. ‘東京ハヤシライス倶楽部’ 라고 한자와 카타가나를 고로케 포장지에 커다랗게 박아둔 것이 왠지 흉내만 낸 듯 한 느낌이다. 스토브온 피짜는 처음 먹어보는데, 비쥬얼은 이태원의 피짜리움이랑 비슷하네? 그런데 이것도 그냥 그렇다. 식어서 그런가… 그래도 배고프니까 완전 맛나게 우걱우걱- 돌돌미님 감사합니다-

올리브 피짜 (?)

올리브 피짜 (?)

랜치 피짜... 라고 했던 것 같은데 루꼴라는?

랜치 피짜… 라고 했던 것 같은데 루꼴라는?

 

 

 

+

 

 

GURUMI : 야야- 아빠 뭐 먹는다!

GURUMI : 야야- 아빠 뭐 먹는다!

아니- 우릴 두고 뭘 먹는거임! 으르으르-

아니- 우릴 두고 뭘 먹는거임! 으르으르-

 

오디오질

Dynaudio Excite X16

Dynaudio Excite X16

대포고냥군네의 숙원의 사업, 오디오를 드뎌 (T-T) 마련했다. 뭔가 지름을 행할 때 20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 제품들은 사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금 내기도 뭣하고 – 아니, 그만한 현금을 여윳돈으로 갖고 있지도 않고 – 할부로 지르기에도 좀 커서 항상 결정에 오랜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나름 눈으로 보는 것이나, 귀로 듣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고관여 층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허접한 액티브스피커 – 스피커에 앰프까지 통합된 – 로 지금껏 오래오래 버틴 것을 보면 또, 내 귀는 막귀였던 건가 싶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금이나마 나은 소리를 들어보겠답시고 두 해 전에 DAC (D/A Converter) –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해 주는 – 을 구입해 두었다는 것이랄까. 하이엔드 제품은 아니었지만 그 때 60만원 정도의 투자로, 정말 만족했었던 기억이 난다.

각설하고, 이번에 들인 오디오는 다인오디오 (Dynaudio) 의 중급 북쉘프 스피커인 익사이트 X16 (Excite X16) 이다. 하이파이 오디오라고 하면 보통은 스피커 + 앰프의 조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보니 각각의 예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처음엔 다인오디오의 한 그레이드 아래 스피커인 X12 와 100만원 대 앰프 조합을 생각하고 매장에 들렀었다. 그런데, 청음실에서 이런 저런 소스로 음악을 듣다보니, 뭔가 중저역이 좀 아쉬운데? 스피커 유닛 사이즈가 좀 작은 건가 싶기도 하고… 스피커를 조금 더 좋은 걸로 하고 싶은데… 그러다 보면 예산이 초과되고… 흐음… 고민 끝에, 스피커는 X16 으로, 앰프는 그냥그냥 적당한 온쿄 (Onkyo) 의 저렴한 인티앰프 R-1045로 업어왔다. 스피커의 선택에 있어서 다인오디오라는 브랜드의 신뢰랄까 그런 면도 분명히 있었고 리뷰도 많이 봐 왔던 터라 뭔가 확신이 있었는데, 앰프는 어떤 제품을 딱 마음에 두고 지름에 임했던 것이 아니라 무턱대고 비싼 제품을 사 오기가 좀 그랬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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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상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는데, 북쉘프 스피커 치고는 꽤 무겁고 크다. 하위 기종인 X12 에 비해 미드레인지 유닛이 한 사이즈 큰 것이 들어가 있어서 인클로우져 자체가 커졌다. 몇 일 동안 들어본 결과 아직 에이징이 덜 되었음에도 참 마음에 든다. 사실 뭐 듣보잡 스피커를 쓰다가 업그레이드 한 것이니 뭘 갖다 주더라도 좋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지만, 꽤 기분 좋은 소리를 내 준다. 소리의 해상력을 중시하는 최근의 하이파이의 트렌드의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2% 아쉬움은 존재한다. 원래 사용하던 뮤질랜드 MD-11 (Musiland MD-11) 이 칼 같은 해상력위주의 성향이라기 보다, 소리를 매끈매끈하게 만들고, 밀도감을 높이는 DAC 인데다, 이번에 스피커와 함께 구매한 온쿄의 R-1045 역시 그냥 무난무난한 인티앰프라 고음역대에서 찰랑찰랑대는 느낌이 살짝 모자란 느낌은 든다. 그렇다면 R-1045 의 내장 DAC의 성능은 어떨까. MD-11 을 분리하고 내장 DAC 으로 들어보면 상당히 메마르고, 거친 느낌의 소리를 들려주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DAC의 소리에 만족하는 유저라면, R-1045 를 아날로그 앰프로만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큰 만족감을 줄 것이다.

여튼 200만원대 시스템으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싶다. 소형 포터블 기계 – MP3 나 스마트폰 + 리시버 조합 – 로 음악 감상을 하다보면, 음원 디바이스 보다는 리시버 -이어폰이나 헤드폰 – 가 실제로 느끼는 음질에 더 관여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데, 오디오도 이에 해당하는 스피커 쪽에 더 투자를 한 것은 역시나 잘 한 일인듯. 앰프나 DAC 쪽을 좀 더 열심히 파 보고서 나중에 천천히 교체해 볼 생각이다. R-1045 는 정말 인기가 많은 저가형 앰프인데다, 뭐 나중에 중고로 처분해도 금전적인 손해도 거의 없을 듯 하고 말이다.

 

+ 그리고 또 샀다. 읭?
(요즘 원모어띵 에 맛들임)

왔다네 왔다네 빅잼박스가 왔다네-

왔다네 왔다네 빅잼박스가 왔다네-

뭔가 캠핑을 간다든지, 운동을 하다 음악을 듣고 싶다든지 할 때 쓸 무선 스피커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소리 찢어지고 스피커 달랑 하나 달린 막장 블루투스 스피커는 싫고 말이지. 그러다 우연히 죠본 (Jawbone) 사이트에 들어가 보게 되고, 난 그저 사이트 아래 달린 리퍼비쉬 스토어를 클릭했을 뿐이고- $199 짜리 리퍼비쉬 빅 잼박스 (Big Jambox) 를 몹쓸 손이 제 멋대로 결제를 하고 있을 뿐이고… 여튼 그렇게 약 일 주일 후에 배송이 오게 됨. 국내에서 발급 받은 해외 카드로 해외 쇼핑을 하다보면, 항상 이 대목에서 갈등을 겪에 된다. 빌링 어드레스를 한국으로, 배송 주소를 미국 배대지로 하면 리젝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 부터, 어떤 곳에선 빌링 어드레스에 아예 국가 선택이 안되는 곳도 있고… 죠본의 리퍼비시 스토어에서 체크아웃을 할 때는, 후자 – 아예 빌링어드레스에 미국 외 국가 입력이 되지 않는 – 의 경우였다. 일단 배대지로 빌링, 쉬핑 어드레스 입력. 몇 시간 후 빌링어드레스 어드레스가 확인이 되지 않는다며 오더가 취소됨 -_-;;; 대포고냥군, 서포트 부서에 메일 씀. ‘해외에서 구매하는건데 빌링 어드레스에 해외 주소가 안 들어감. 어거 어떡해야함?’ 하루 지나 회신이 옴. ‘아, 미안하다. 우리 결제 시스템에 약간의 변경을 했으니, 다시 해 봐라. 잘 될거다.’ 앗힝엨훅! 다시 해보니, 잘 됨.

몇 가지 디자인 중에, 그라파이트 헥스 (Graphite Hex) 가 제일 이뻐 보여 이 걸로 주문했다. 참 이쁘다. 소리도 블루투스 스피커 치고는 괜찮은 편이고… 사이트에서 펌웨어 업그레이드 하면서, TTS 를 한국어로 갈아치울 수도 있네!!! 복수의 디바이스랑 멀티페어링도 잘 되고 말이다. 구입하고서 침실용으로 잘 쓰고 있다.

사세요 사세요- 두 번 사세요-
마지막으로 예쁜 죠본 빅잼박스의 사진을 몇 장 포스팅-

Big Jambox Graphite Hex

Big Jambox Graphite Hex

매쉬 그릴 뒤로 보이는 유닛들

매쉬 그릴 뒤로 보이는 유닛들

육각무늬라... HEX 임

육각무늬라… HEX 임

위에서 부터, 전원, 페어링 버튼, AUX, 마이크로 USB, 어댑터 단자

위에서 부터, 전원, 페어링 버튼, AUX, 마이크로 USB, 어댑터 단자

 

무인양품 뻐꾸기시계

뻐꾸기시계와 곰곰이

뻐꾸기시계와 곰곰이

요즘, 일본 무인양품 온라인스토어 (muji.net) 에서 자주 질러대는 것 같다. 이러다 필시 잔고가 탈탈 털릴듯. 여튼, 오늘 소개할 귀여운 아이들은 무인양품의 뻐꾸기시계 임. 펄프보드박스용 골판지 서랍 – 직전 포스팅을 참고 – 등을 주문하면서 같이 주문할 것 더 없을까 하던 차, 전기/전자 오덕인 대포고냥군이 매우 좋아하는 ‘가전/조명 > 시계’ 카테고리에서 이런 초 귀여운 아이를 발견. 가격도 세금 포함, 고작 (읭?) 5,250엔! 주문하려는 순간, 면세 한도 초과에다 골판지 서랍 무게가 장난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두 번에 나눠서 주문하기로- 어제 냉콤 받았다. 추석 연휴만 아녔더라도 훨씬 더 빨리 도착했을 텐데 말이지…

사이즈는 참 아담하다. 높이 20cm, 무게 690g. 케이스는 MDF 소재 인듯 한데, 만듬새도 좋고, 시계 겉의 페인트 도막이 매우 두꺼워서 매끈한 멜라민 수지로 만들어진  것 처럼 느껴진다. 포함된 AA 배터리를 끼우고, 시보 알림 스위치를 On 에 놓으면 테스트로 뻐꾸기가 몇 번 울어준다. (아마 5회 정도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다음으로 시간을 맞춰야 하겠는데, 분침이 12시 포인트를 한 번 지날때 마다, 뻐꾸기 울음 소리가 1회 추가되는 로직이네… 그런데 시계 방향으로 돌려 시간을 맞추든,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든 분침이 12시 포인트를 지나갈 때마다 무조건 1회 울음 추가되니 참고. 뭐, 시계 뒤에 있는 set 버튼을 한번 눌러주어도 1회 추가되니, 편한대로 세팅하면 되겠다. 사실, 이딴 시계에 무슨 설명서냐며 박스에서 시계를 꺼내자마자 설명서를 구겨 쓰레기통에 넣는 호기를 부렸다가, 나중에 설명서 찾으러 쓰레기통 뒤적 했다는 것은 비밀이잖… 반성하며 다시 바르게 펴서 보관해 두었음. 시계 전 면에는 테스트 스위치와, 야간에 시보 알림을 자동으로 중단시켜주는 광센서가 있어서 편리하다.

이건 정말 귀엽다!

이건 정말 귀엽다!

디자인은 정말 맘에든다. 정말 무인양품스러운 심플심플심플 뻐꾸기 모형은 나무로 깎아 만든 아이들 목각 장난감 느낌이라 초 귀엽고, 인덱스와 바늘의 비율도 깔끔하다. 게다가 뻐꾸기 소리는 얼마나 예쁜지… 하아… 간만에 별로 비싸지 않은 가격에 손에 넣은 완소 아이템이라 매우 기쁘다. 징돌양의 말에 의하면, 이 뻐꾸기시계는 겨울 한정으로 한국 무인양품에서 팔았었다는데, 중요한 보따리 프라이스는 11만원을 넘겼었다고… 이런 황당한 한국 무인양품. 열이 확 오르네. 적당히 남겨라…읭?

직접 찍은 동작 영상 – 이거 찍느라 쌩 고생

 

 

+ 설마 시계만 샀을리가…

 

 

징돌이 메이크업 박스도 두세트-

징돌이 메이크업 박스도 두세트-

각종 레토르트 식품도- 빵 까지!

각종 레토르트 식품도- 빵 까지!

 

대륙의 IE80

대륙의 기상 알리 IE80

대륙의 기상 알리 IE80

사실, 이 포스팅은 새 이어폰을 찾고 계신 ‘문슈가’ 님을 위한 것이다.

원래 IE80 이라면 젠하이저의 플래그쉽 이어폰이며 – 가격 넘사벽의 IE800은 논외로 치고 – 조절 가능한 탄탄한 저음이 특색인 아주 훌륭한 이어폰이지만, 단점이 있다면 5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 뿐이었달까. 얼마 전 대포고냥군은 인터넷의 각 커뮤니티에서 광풍을 몰고 왔던 대륙의 IE80을 우연한 계기로 입수했다. 대륙의 IE80, 소문에 의하면 오리지널 IE80의 유닛을 제조하던 OEM 업체에서 빼낸 (?) 부품으로 만든, 다르지만 같은 그런 놈이라 한다. 넷 상에서 이미 각종 리시버 테스트 사이트에서 오리지널 IE80의 소리 그대로 라는 이야기를 듣고 사실 ‘설마 그럴리가…’ 했었다. 그러나 대포고냥군의 의심은 35달러의 충격으로 변하는데…

패키지 역시 완벽하다. 플래스틱 이어폰 보관 박스, 다양한 사이즈의 이어피스, 저음 조절용의 툴 까지. 이어폰 자체를 꼼꼼히 뜯어 봐도 당췌 흠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어폰을 받은 첫 날, 설레는 마음으로 청음을 해 본 결과는, ‘어라… 이 정도였어?’ 였다. 원래 대포고냥군의 메인 리시버가 UE 의 트파였기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으나, 찰랑찰랑 맑은 고음이 특색인 트파와는 달리, 저음 위주의 음색과, 약간은 해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첫 인상이었다. 밸런스드 아마츄어 방식의 트파와는 달리, 진동판 구조의 IE80 은 하루 정도의 에이징이 필요하다기에, 아무 기대 없이 음원에 물려둔 채로 던져 둠. 다음 날, 다시 귀에 꽂은 IE80 은 말 그대로 ‘괴물’ 이 되어 있었다. 첫 번째로 단단한 저역에 놀랐고, 두 번째로 어제와는 달라진 고음역의 해상력에 다시 놀라게 된다. 이게 35달러라니… 이 번 대륙의 IE80 사태로 젠하이저는 눈물 꽤나 흘렸을 듯 싶다. 오죽했으면 넷 상에서 대륙의 IE80 광풍이 쓸고 지나가고 나서, 뒤 늦게 젠하이저에서 대한민국 세관에 수입금지를 요청했을까.

요약하면, IE80은 오리지널이든, 대륙 발이든 공히 트파와는 성향이 다르다. 트파가 고음역대에 포커스 되어 있는 리시버 라면, IE80 은 ‘소니 오디오’ 같은 느낌이랄까. 고중저 역 전반적으로 탄탄하면서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트파는 특유의 모니터 리시버 성향으로 오래 들으면 귀에 부담을 주는 반면, IE80은 편안한 느낌. 게다가 보통 하이엔드 리시버들은 귀 뒤로 넘겨서 착용하는 방식이 많은데, IE80 은 일반적인 이어폰처럼 낄 수도 있다는 것이 나에겐 큰 장점이다. 35 달러로 즐기는 최고의 사운드 경험.

결론, ‘닥치고 사라. 두개 사라.’

무인양품 펄프보드박스

고양이 보관함 - 총 26묘 수납 가능

고양이 보관함 – 총 26묘 수납 가능

어떤 이유(?) 로 인해, 방 하나를 비워야 할 일이 생겼다. 원래 그 방의 용도라면 옷방? 뭐 그런 것이었는데 – 붙박이 장 하나와 책장, 그리고 온갖 잡동사니가 있던 – 만화책들이 가득가득 꽂힌 책장 두 개를 거실로 밀고 끌고 나오다가, 끝내 책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좌우로 비틀려 장렬히 전사. 플래스틱 보드로 만들어진 뒷판을 작은 못으로 고정한 싸구려 이케아 책장이었는데, 삐걱삐걱 비틀리다 보니, 그 못들이 총알 처럼 피용피용 튀어나옴…ㄷㄷㄷ;;;


여튼, 책장은 박살이 났고, 대체품은 찾아야 겠고… 그러고 보니, 책장을 놓을 곳도 없구나… 결국 안방에 놓기로 함. 근데, 안방에 놓자니, 높은 책장은 답답해 보일것 같아 아무래도 아닌 것 같음. 징징양과 고민 끝에 침대와 나란히 놓을수 있는 낮고 긴 책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책도 꽤 많은데다가, 좋은 나무로 된 제품을 찾다보니 가격이 안드로메다네? 그러다 찾은 것이 무인양품의 펄프보드박스. 아니 얘네는 펄프보드 박스라면서 왜 이리 비싼거야… 어지간 하면, 무인양품 제품은 일본에서 직구를 하고 싶었으나, 가구만은 무게 때문에 배송료가 무서워서 한국에서 주문했다. 무인양품의 펄프보드박스는 일렬로 붙어있는 박스 수에 따라 여러 종류의 제품이 나온다. 긴 것은 다섯칸 짜리에서 짧게는 두칸 짜리까지. 그런데 높이가 두 종류가 있다능. 높은 것은 37.5cm, 낮은 것은 25cm 다. 대포고냥군은 가로로는 다섯 칸 + 두 칸짜리로 일곱칸을 만들고, 제일 아랫칸 한 줄만 37.5cm 짜리로, 나머지는 낮은 박스로 3단 구성했다. 오오… 만ㅋ족ㅋ. 여러 칸의 펄프보드 박스를 하나로 묶을 수있는 조인트와 전용 골판지 서랍 같은 것이 있는데, 당연하게도 이런건 직구로… 주문해 놨으니, 도착하면 다시 장착 샷을 보여주겠다.


펄프박스는 말 그대로 펄프 (pulp), 목재나 식물로부터 나온 섬유질로 만든 박스다. 보통 펄프라 하면 종이를 떠올리게 되는데, 주문하기 전엔 내구성에 대해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엄청 견고하다. 종이라기 보다 오히려 MDF 같은 느낌이랄까. 미 조립 상태로 배송되는데, 나무와 같이 하나하나 나사 못으로 조립해 준다. 추 후에 책이 늘거나 하면, 추가로 주문해서 쌓을 수도 있어 확장성도 좋을 것 같고 해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다만, 커피가 흘러내린 컵이라든가를 올려두거나 하면 재앙이 올 것 같고, 표면 재질이 나무에 비해서는 물러서 아이들이 스크래치를 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 그 외엔 아주아주 좋다. 

야야- 401호 바둥이! 숨지마-

야야- 401호 바둥이! 숨지마-

봉봉이는 꼭 발을 저렇게 걸쳐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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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구의 캣타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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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바둥 아저씨는 등 돌리고 잠-

까칠한 바둥 아저씨는 등 돌리고 잠-

 

+ 2013/09/17

 

일본 무인양품 사이트에서 주문해 두었던 카드보드 (골판지) 서랍과 조인트 킷 (펄프보드 박스 들을 서로 묶어주는 부품) 이 도착했다. 카드보드 서랍은 높은 것 세 개, 2단 짜리 두 개를 주문. 아무리 종이라지만 무게가 꽤 나가서 배송비가 꽤 나왔다. 그냥 한국에서 살 걸 그랬나… 그래도 징징양이랑 열심히 조립해서 끼워두니 완전 맘에 듬. 

2단 서랍이 1단 보다 조금 더 비쌈

2단 서랍이 1단 보다 조금 더 비쌈

나름 가구 같은 느낌이 난다

나름 가구 같은 느낌이 난다

OPI 만화가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OPI 만화가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안경

대학 다닐 때 까지만 해도, 대포고냥군도 눈이 꽤 좋았었던 것 같다. 양안 중에 왼쪽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오른쪽은 항상 1.5 이상은 나왔던 것 같으니까. 하지만, 눈이 좋았다는 나도 안경을 썼었는데 그건 뭔가를 집중해서 볼 때 였다. 양쪽 눈이 시력 차가 큰 데다가, 왼쪽 눈은 원래 난시가 있어 오랜시간 집중해서 뭔가를 보고 나선, 완전히 초점이 뒤틀어져 버리는 증상이 있었다. 대학 입시를 볼 때 였다. 어쩌다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심지어 4교시가 되어선 칠판에 적힌 시험 문제의 오류 수정 게시가 보이지 않아 칠판에 얼굴을 갖다대고 봤었던 생각이 난다. 여튼, 이런 눈으로 대포고냥군은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직업을 갖게 되었고, 시력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치닫았다.

안경이라는 것은 참으로 불편하다. 자다 일어나 안경을 끼기 전 까진 온 세상이 뭔가 핀이 나가 보이고, 추운 겨울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면 김이 서려 숟가락 울트라맨 마냥 우습기도 하고, 회사에서 격한 하루를 보낼 때면 안경이 코를 짓 눌러 극심한 두통을 가져다 준다. 콘택트 렌즈를 끼라고? 당연히 시도 해 봤지. 대포고냥군은 일반적인 각막 난시가 아닌 수정체 난시라 하드 콘택트렌즈로 교정이 안 된단다. 그렇다면 아마도 각막을 성형하는 라식이나 라섹 같은 수술 역시, 대포고냥군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닐듯 하다는 것이 절망. 결론은 안경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사실 눈이 꽤 좋았을 땐, 안경에 그리 많은 돈을 투자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좋은 안경 하나 할 돈으로 서너개의 싼 안경을 맞춘다음, 집안 여기저기에 두고 이것 저것 손이 닿는 대로 쓰는 편이였달까. 그런데 이상한 건, 안경을 여러개 맞추면 꼭 맘에 드는 하나만 쓰게 되더라. 그래서 몇 년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30만원이 넘는 안경을 맞췄다.

Viktor & Rolf 70-0079

Viktor & Rolf 70-0079

빅터앤롤프 70-0079. 프레임은 폴리카보네이트에 템플만 스틸 임에도 – 검정 / 티탄 컬러 조합 덕분에 – 서로 다른 재질 사이의 위화감은 전혀 없다. 지금도 쓰고 있지만 모든 면에서 참으로 만족스러운 안경이다. 무게가 그리 가벼운 편이 아님에도, 핏이 좋아서인지 무게감이 안경의 실제 무게만큼 느껴지지 않는 안경. 안경에겐 악천후와 같은 개기름에 매일 시리어스하게 노출되어도 한 군데도 벗겨지지 않은 도장면은 역시나 일본 생산의 위엄이랄까. 여튼, 이 안경은 대포고냥군에게 안경에 대한 투자를 관대하게 만든 계기이기도 하다. 그러다 지난 달, 징징양과 분당의 모 백화점에서 쇼핑 중, 우연히 이 안경을 보게 된다. 이도타미오 (井戶多美男) 作 T-461.

이도타미오는 일본에서 전통적 방식으로 안경을 제작하는 몇 안 되는 장인 중 하나다. 게다가 크롬과 니켈의 합금으로 주로 치과 재료로 쓰는 산플라티나라는 재료를 쓰는 메탈 프레임 계에선 독보적이라고. 일단 산플라티나는 치과용으로 사용할 만큼 무척 안정적인 소재로 부식이나 변형이 거의 없고 알러지등도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소재 자체가 주는 앤틱함이 참 마음에 든다. 작 (作) 시리즈 T-461 은 브러쉬드 실버, 앤틱 실버, 앤틱 골드로 표면처리를 달리한 세가지 제품이 출시 중인데, 일단 골드는 제외하고 실버 모델 둘 중에선 대포고냥군이 구입했던 브러쉬드 실버가 앤틱 실버에 비해서 좀 더 존재감이 있는 느낌이다. 앤틱 실버는 좀 더 자연스럽지만, ‘안경을 썼다’ 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희박하다.

井戶多美男作 T-461

井戶多美男作 T-461

T-461 과 같은 앤틱한 – 김구 선생님 스타일의 – 안경에는 렌즈를 되도록 곡면이 없는 것으로 넣고 싶었다. 뭔가 빛이 렌즈에 반사될 때 평평한 느낌을 원해서 비구면렌즈를 주문했는데, 렌즈를 끼우고 보니 비구면렌즈 라는 것도 완전히 평평하진 않아 좀 아쉽다. 안경 자체는 정. 말. 아름답다. 대포고냥군이 안경 같은 걸 보고, 아무리 맘에 들더라도 계속 사고 싶다거나 한 적이 없었는데 회사에서 인센티브가 나오자 마자 안경을 사 와서 이런 포스팅을 적고 있는 걸 보면… 여튼, 안경에 생애 최대의 지출을 했지만 아주 만족잉 중이다. T-461 은 프레임 자체도 참 가볍지만, 아래 사진과 같이 코 받침이 없이 실리콘 패드가 붙어있다. 평소에 코 눌림으로 인한 두통이 고민이던 차라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 게다가 안경 설계 자체가 올려 쓰도록 만든 안경이라 흘러내림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 같았다. 템플 끝 처리도 참 세심하다. 마찬가지로 귀에서 흘러내림을 방지하기 위해서 여기에도 실리콘 패드가 붙어있다. 그런데 실리콘패드 부분의 내구성에 대해서는 직접 오래 써 봐야만 알 것 같다. 매장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문의를 했었으나, AS 는 걱정 마시라는 말에…

사실 대포고냥군이 작고 비싼 것들을 좋아하긴 한다. 그런데, 귀차니즘 또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로 안경 같은 것을 여러개 사 두고, 뭔가 TPO 에 따라 바꿔 끼거나 그러는 것을 참 못하고 싫어하더라. 예전에 빅터앤롤프 안경을 해 오면서, 예전에 끼던 안경에 대한 애착이 남아 비싼 돈 주고 렌즈만 바꿔 왔는데, 맘에 드는 안경이 생기니, 예전 안경은 전- 혀- 쓰지 않게 되더라는. 뭐 대포고냥군이 하고 싶은 말은, 눈이 나빠서 안경이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버리신 분이라면, 제대로 된 안경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은 ‘죄책감 느낄 일이 아니다.’ 랄까. 뭐 이런 변명을 하는 것 자체가 죄책감이 들기 때문 일지도…

코 받침이 없이 실리콘 패드가 붙어있다

코 받침이 없이 실리콘 패드가 붙어있다

템플 끝 처리도 무척 아름답다

템플 끝 처리도 무척 아름답다

케이스 참 일본스럽다 싶다

케이스 참 일본스럽다 싶다

피아트 친퀘첸토 (FIAT 500)

지난 주말에 징징이랑 피아트 500 – 친퀘첸토의 시승을 다녀왔다. 피아트코리아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시승신청을 하고나서 이틀 후, 크라이슬러 분당의 딜러 아저씨와 시승일 확정. 시승 희망 차량은 라운지 (lounge) 모델이다. 시승 장소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꽤 많다. 다과도 꽤 준비되어 있는 것 같았고, 매지션이 트럼프로 마술을 보여주기도하고, 개인에게 맞는 아로마 상담코너 이런 것도… 뭐 여튼 요즘 인터넷에서 된장 논란으로 말이 많은 페리에를 쭉 들이키고 있으니 시승차가 준비 되었다. 오오- 민트색 라운지 모델이다. 진심 완. 전. 이쁘다. 외부 도장도 이쁜데다가, 대쉬보드가 바디컬러랑 같은 패널로 되어 있어 무쟈게 이쁘다. 게다가 시승차는 시트도 아이보리컬러. 이렇게 시승차를 받고서 징징양이 운전해서 판교랑, 분당 일대를 돌아다녔음. 시승 중에 경황이 없어 사진을 찍지 못했던 것은 함정. 사실, 시승 하다가 어디 한적한 공간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좀 찍으려고 했으나, 중간에 딜러님이 어여 돌아오시라고 전화를 주시는 바람에;;; 결국 한 장도 찍지 못했잖… 아마 징징양 블로그엔 사진이 있을 것이니 참고해주시기 바람.

여튼, 나는 조수석에 탄 느낌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일단 조수석은 높다. 187센티의 대포고냥군 머리카락이 닿아서 신경쓰인다. 나중에 딜러분께 물어보니, 조수석은 좌석 높이 조절이 안된단다. 뭔가 일반 승용차에 공기방석 같은걸 깔고 앉은 듯한 포지션이다. 반면, 운전석은 꽤 큰 폭으로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이걸 왜 운전석에만 넣어 놓은 걸까. 나중에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징징양이 조수석으로 앉았는데, 머리가 닿는 건 마찬가지다. 바디컬러와 같은 대시보드 패널은 반짝반짝 참 예쁘다. 특히 시승차였던 민트색이 그 중 으뜸인듯. 속도계와 RPM 게이지가 통합된 아날로그 계기판도, 실내 공조기도, 오디오도 정말정말 예쁘다. 주행질감은 나름 괜찮다. 102 마력에 12.8kg 의 토크를 내는 1,368cc 의 친퀘첸토의 파워트레인은 별 감흥은 없는데, 우리처럼 디젤 승용차를 타던 사람들은 파워가 더 아쉽게 느껴진다. 다만, 엔진사운드는 꽤 괜찮다. 돌아오는 길에 살짝 속도를 붙여 이리 저리 감아보았는데, 의외로 서스펜션이 탄탄하다. 컴팩트한 차체에 비해 185mm 폭의 타이어 사이즈도 안정감을 주는데 일조하는 듯.

파랑 500C 컨버터블

파랑 500C 컨버터블

여튼 실내는 무쟈게 이쁘다

여튼 실내는 무쟈게 이쁘다

노랑 라운지 모델

노랑 라운지 모델

내장도 노랑노랑

내장도 노랑노랑

흰둥흰둥도 이쁨

흰둥흰둥도 이쁨

사실, 친퀘첸토는 너무 예쁘다. 어쩌면 예쁜 것 빼고는 딱히 내세울 곳이 없다는 말이기도… 가격이 가장 문제인데, 가장 하위트림인 POP 이 2,690만, Lounge 가 2,990만, 컨버터블이 3,300만이란다. POP 모델 보단, 여기저기 팬시하니 크롬가니쉬 등이 들어가 있고, 선루프가 있는 라운지나 빨간 탑을 가진 500C 컨버를 사야 할 것만 같은데, 각 트림의 가격에서 -300만원 정도로 가격이 조정되거나 프로모션이 들어간다면 징징카로 고려해 보겠다는 느낌이다. ‘미니보다 살짝 저렴한 가격에 탑이 오픈되는 무쟈게 예쁜 소형차’ 라면, 구입해 볼 의사가 있다. 딜러분도 친퀘첸토의 경쟁차로 미니를 말씀하시던데, 사실 달리는 재미를 생각하면, 미니와는 비교가 안된다는 생각이다. 뭐 물론 3,040만원 부터 시작하는 미니가 더 비싸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