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포스 (Realforce) 10주년 기념 모델

리얼포스 87U 10주년 기념 모델 - 역시 대포고냥군의 제폼 사진은 쩐다능

리얼포스 87U 10주년 기념 모델 – 역시 대포고냥군의 제폼 사진은 쩐다능

리얼포스 (Realforce) 는 일본 토프레 (Topre) 사의 최 고급 키보드다. 일반적인 저가형 키보드의 멤브레인 방식도, 금속 접점을 가진 기계식도 아닌 정전용량 무접점 이라는 특별한 메커니즘을 가지는 리얼포스는 처음에는 그 가격에 놀라고, 나중에는 그 약간은 생경한 키 터치에 놀라게 된다. 키보드 덕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선 리얼포스를 ‘천상의 터치’ 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사람들 마다 손가락 힘이 다른 것 처럼 키보드라는 것은 그 선택에 있어 진정 호불호가 강한 물건 중에 하나라, 가격 면에서 갑이라고 해서 리얼포스가 무조건 최고의 키보드라고 말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대포고냥군은 회사에서도 풀 배열 – 숫자키가 있는 – 리얼포스 106 을 사용하는데, 역시 하루 종일 키보드와 씨름하는 도돌미와입후에게도 좋은 키보드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같은 모델을 하나 사서 회사로 보내주마 했더니, 30만원이 넘는 키보드는 말도 안된단다. 그 돈 있으면 옷을 사겠다는 막장 (?) 발언까지. 결국, 한 번 만져나 보고싶다 그래서 회사에서 쓰던 키보드를 가져왔던 날, 대포고냥군은 도돌미와입후에게 리얼포스를 빼앗겼다. 뭐, 지금은 다른 키보드는 못 만지겠단다. 앞으로 달려 나가려는 손가락을 받아주지 못하는 느낌이라나 뭐라나;;;

여튼 각설하고, 며칠 전, 리얼포스 10주년 기념 모델이 발매 되었다. 기존의 87U 모델에 하우징 색상과 키캡을 변경해서 발매 한 것인데, 보자마자 ‘이건 사야해!!!’ 싶었다. 결국, 집에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검정 리얼포스 87U 가 있는데도 발매 당일 날 주문해서 어제 받았다. 키 감이랄까 이런 것은 여태껏 써왔으니 패스 하더라도, 정말 정말 누가 보더라도 혹 할 정도로 이쁘다. 짙은 회색의 하우징에 밝은 회색과 톤 다운된 하늘색의 키캡이 뭐랄까 참으로 일본 물건스럽달까. 주문시에 한글 각인과 영문 키캡을 선택할 수 있는데, 심플하게 영문만 각인된 버젼이 훨씬 깔끔한 느낌이다. PBT – Polybutylene Terephthalate – 재질에 승화인쇄로 각인된 키캡은 참으로 호사스럽기 까지 하다.

Caps Lock 과 Ctrl 의 위치를 서로 스위칭 가능하다

Caps Lock 과 Ctrl 의 위치를 서로 스위칭 가능하다

텐키리스 모델임에도 Num Lock 을 사용할 수 있다

텐키리스 모델임에도 Num Lock 을 사용할 수 있다

부끄럽게 고백하지만 – 아는 사람들은 다 알지만 – 대포고냥군은 컴덕,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온갖 기계류에 홀릭하는 메카닉 덕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시스템 퍼포먼스 위주의 덕, 쿨링 덕 등 온갖 덕들이 있겠지만, 대포고냥군은 컴퓨터 파트를 구성 할 때,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와 같이 유저의 감각과 직접 연결되는 부품들을 항상 최 고급으로 선택하는 편이고 그 것이 가장 투자 금액 대비 효용이 크다고 믿는다. 오늘 날의 직장인들, 특히 IT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은 정말 하루종일 키보드를 만져야만 할 텐데, 소중한 자신을 위해 입력기기에 조금 투자해 보시길 바란다. 오늘도, 리얼포스 특유의 도각도각소리를 들으며 정신 없이 타이핑하다 ‘정말 내 손이 캐 호강하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도돌미와입후도 리얼포스 87U 블랙, 이 것으로 리얼포스만 총 네 대-

도돌미와입후도 리얼포스 87U 블랙, 이 것으로 리얼포스만 총 네 대-

집 밖에 사는 자식들

 

까망이

까망이

얼마 전, 길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는 일본인들을 주제로 다룬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길 고양이에게 식사를 챙겨주는 일과 그로 인한 이웃과의 갈등. 왠지 국민 전체가 고양이를 좋아할 것만 같은 일본의 사정도 한국이나 매 한 가지구나 생각했다.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도 처음부터 바깥에 사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거나 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그저 ‘귀여워서’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고양이와의 동거가 정신차려 보니 넷이 되어 있었고, 이제는 뭔가 반려동물이 아니라 진정으로 ‘내 자식들’ 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커질 수록, 묘하게도 바깥에 사는 고양이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하는 거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고양이라도 만난 날엔, ‘우리 아이들이나 바깥에 사는 아이들이나 같은 고양이 인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지금, 밥을 챙겨주는 고양이는 모두 넷이다. 맨 처음 알게 된 까망이는, 아파트 재활용품 수거장에 사는 고양이 였는데, 언제선가 부턴 퇴근해서 아파트로 들어오는 대포고냥군의 자동차 엔진소리만 듣고도 저 멀리서 뛰어 올 정도가 되었다. 조용히 오는 것도 아니고, 온 동네가 떠나가라 냥냥대며 다리 사이로 가로질러대는 바람에 마주치는 아파트의 다른 주민에게 살짝 민망하기 까지 하다. 그리고 메종드상도 바로 앞 구역에 사는 토실한 삼색이와 카오스 여자아이는 얼마 전 부터, 퇴근해서 차를 주차하고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가 식사를 놓는 자리 앞을 지나칠 때면, 자동차 밑에서 예쁜 목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 등장한 동글동글 겁 많은 아이. 사료를 먹긴 하지만, 아직 가까이 오지 않는다. 게다가 삼색이랑 영역다툼을 하는 듯도…

삼색이

삼색이

삼색이는 TNR 을 했다-

삼색이는 TNR 을 했다-

보기와는 다르게 엄청 나긋나긋한 카오스

보기와는 다르게 엄청 나긋나긋한 카오스

얼마전에 새로 합류한 초 겁 많은 얼굴 동글동글한 아이

얼마전에 새로 합류한 초 겁 많은 얼굴 동글동글한 아이

처음엔, 우리 아이들 사료를 나눠 주곤 하다가, 올해 들어서는 바깥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서 대 포장 사료를 함께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참 다행이고 재미있는 것은 밥을 챙겨주는 것이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 뿐 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끔 우리가 사료를 놓는 장소에 보면, 고양이 사료는 아니지만, 먹다 남은 생선 구이, 단팥 빵, 심지어 녹차카스테라 까지 놓여 있었다는. 하지만, 세상의 사람들이 다 우리같은 마음은 아니라 사료를 주거나 할 때, 항상 조심스럽다. 주민들 중에는 분명, 아이들에게 사료를 주는 우리 같은 사람 들 때문에 아파트 단지에 고양이가 더 모여들고, 쓰레기 봉투를 파헤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바깥에 사는 고양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은 경비아저씨를, 옆집 아주머니를 설득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배고픈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제공하면 쓰레기 봉투를 파 헤치는 일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이젠, 바깥에 사는 자식들 까지 총 여덟마리를 먹이고 있다!

엥겔지수 100퍼센트

바로 어제, 도돌미와입후와 대포고냥군은 여느 토요일과 다름없이 느지막하게 일어나 꾀죄죄한 몰골로 ‘인터넷서핑 > 바둥, 구름, 우키, 봉봉이랑 침대에서 빈둥거리기’ 를 무한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 도돌미와입후에게는 갑작스러운 당 떨어짐이 찾아왔고 대포고냥군은 공포스러운 스킬 ‘개 짜증’을 시전하려는 도돌미와입후를 급히 챙겨 식사를 하러 나가게 되는데… 이렇게 시작된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의 우걱우걱 여정은 ‘역전회관’ 을 시작으로 광화문 ‘씽크커피’ 를 거쳐 홍대까지 이어져, 하루 소비의 백 퍼센트가 고스란히 먹을 것으로 들어간 하루. 엥겔지수로만 보면 우리는 완전 최 빈민층이라능.

그래도 요즘은 한 해 며칠 만날 수 없는, 말 그대로 ‘쾌청’ 한 날씨에, 해가 지면 기분 좋게 쌀쌀한 것이 밤 늦게 까지 도돌미와입후와 데이트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인듯 하다. 오랜만에 들른 역전회관의 육회비빔밥과 선지국은 역시나 최고였고, 커피 공정무역, 유기농, 그늘재배 (왜?) 커피를 내 세우는 씽크커피도 꽤 괜찮았다. 그렇게 사람의 왕래가 많은 삼청동 입구에 있었음에도 무료주차 였다는 점에 도돌미와입후가 진심으로 좋아했다.

아는 사람은 아는 역전회관의 최강 '육회 비빔밥'

아는 사람은 아는 역전회관의 최강 ‘육회 비빔밥’

비비면, 대략 이런 비쥬얼

비비면, 대략 이런 비쥬얼

선지국은 '밥 빼고' 주문하자

선지국은 ‘밥 빼고’ 주문하자

하아- 1분만 늦었더라도 온 세상이 '개 짜증' 으로 가득찰 뻔-

하아- 1분만 늦었더라도 온 세상이 ‘개 짜증’ 으로 가득찰 뻔-

광화문 '씽크커피'

광화문 ‘씽크커피’

카페오레, 스패니쉬 라떼 그리고 당근 케익

카페오레, 스패니쉬 라떼 그리고 당근 케익

상수역 당인리 발전소 근처에 차를 세우고

상수역 당인리 발전소 근처에 차를 세우고

젊은이가 넘쳐나는 홍대에 온 도돌미와입후

젊은이가 넘쳐나는 홍대에 온 도돌미와입후

ㅅㅎ, ㅈㅎ 를 만나러 제네럴닥터에 왔다

ㅅㅎ, ㅈㅎ 를 만나러 제네럴닥터에 왔다

ㅈㅎ군 모하심?

ㅈㅎ군 모하심?

티코스터를 달고 있는 ㅈㅎ군과 정제닥님

티코스터를 달고 있는 ㅈㅎ군과 정제닥님

유즈드프로젝트가 마치길 기다려서

유즈드프로젝트가 마치길 기다려서

큐브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

큐브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 가게 '노 사이드'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 가게 ‘노 사이드’

이 날, ㅈㅎ군의 소개로 찾아갔던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 집, ‘노 사이드’ 도 아주 맘에 들었다. 왠지 히로시마 컵스의 열혈 팬인 듯한 주인 아저씨는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 캐 오래걸림 – 오코노미야키를 만들어 내 놓았고, 한 잔에 만 삼천원 씩이나 하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와 닭 껍질 폰즈는 환상의 하모니였다능. 가게 안에서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안타까웠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오코노미야키에 오징어, 새우, 마요네즈 토핑을 추가로 주문했는데 한 판에 19,000원 정도다. 양은 둘이서 한 판이면 충분.

가게에서 나와서 당인리 발전소 앞에 세워둔 차까지 가던 길에 ㅈㅎ네가 쏜 스탠딩커피의 레모네이드를 맛 보았다. 보는 앞에서 레몬을 스퀴즈로 짜서 바로 넣어주는데, 한 컵당 최소한 레몬이 3개는 들어가는 듯 하다. 항상 가루로 만든 레모네이드만 맛 보았던 대포고냥군에겐 이거슨 신세계였다능. 다들 한 번 드셔보시라능-

엥겔지수 백퍼센트 였던 날의 피날레는 이것

엥겔지수 백퍼센트 였던 날의 피날레는 이것

AM 2:03

정신차려 봉봉아...

정신차려 봉봉아…

해가 떨어지면 쌀쌀해지는 것이 가을 색이 완연하다. 추석 연휴 목 전까지 휘몰아치던 일을 마치고 온 도돌미와입후는 병든 닭처럼 졸다가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뭔가 거실에 고양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길래 안방에 들어가 보았더니 대략 이런 풍경이다. 바둥, 구름, 봉봉은 원래 침대에서 함께 자곤 했지만 최근에는 우키까지 올라와 잔다. 단모종인데도 유난히 더위를 타던 우키는 여름 내내 폭풍 털 빠짐이더니 이제서야 좀 잠잠해 진듯. 오늘 하루, 나 혼자 아이들 넷과 낮잠을 자 보고 나선 – 대포고냥군은 오늘 부터 휴무였다 – ‘퀸사이즈 침대는 사람 하나에 고양이 넷에 최적화 된 것이구나…’ 했다.

침대를 하나 더 사서 붙여야 할까…

야...

야…

아로마테라피 (Aromatherapy)

바디샵의 오일버너와 에센셜 오일 - Quiet Night

바디샵의 오일버너와 에센셜 오일 – Quiet Night

인간이란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우며 이 세상 어떤 것도 컨트롤 할 수 있는 것 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향기 하나에 기분이 이리저리 변하는 미물일 뿐이다. 지랄 맞은 팀장 자리에 진정 작용을 하는 향초를 하나 피워두는 것 만으로 나긋나긋 상사로 바꿀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정작 상사 본인은 의식 못한 채로 말이다. 아로마테라피 (Aromatherapy). 식물에서 추출한 방향성 정유인 에센셜 오일을 이용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며 건강의 유지 증진을 도모하는 자연의학의 한 형태. 스파 등에서 마사지, 목욕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역시나 오일버너, 디퓨져 등을 통해서 흡입하는 형태가 가장 일상적인 사용 방법이겠다. 아로마테라피의 효과는 무수히 많겠지만, 신경안정 작용을 통해서 얻는 심신의 스트레스 완화가 가장 큰 효과라고 본다. 옆 나라 일본에선 몇 년전에 아로마 열풍이 불어서 에센셜 오일, 향초, 향 – 태우는 – 등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최근에 향을 두 박스 구매하면서 아로마에 빠져버렸다. 고양이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지만, 넷이나 되니 우리만 모를 뿐 실은 동물 냄새가 나지 않을까 하고 소취 (消臭) 용도로 구입했던 향은 진정 신세계였다. 단 향은 연기가 있고, 모기향 처럼 연소 시키기 위해 향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물질 특유의 향기가 난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그러다 얼마전 들른 타임스퀘어의 바디샵에서 오일버너와 에센셜 오일을 한 병 구입했다. 오일은 왠지 럭셔리한 스파에서 그대로 잠드는 상상을 했던 것인지 콰이어트 나잇 (Quiet Night) 으로 선택. 크하- 이것도 또한 신세계구나. 요즘 침실에 켜두면 빗소리와 함께 레알 스파에 있는 느낌이다.

토끼 향 꽂이

토끼 향 꽂이

닛뽄코도 (日本香堂) 의 화풍 (花風) 시리즈 중 매화 (白梅)

닛뽄코도 (日本香堂) 의 화풍 (花風) 시리즈 중 매화 (白梅)

다음엔, 에센셜 오일을 유명한 해외 쇼핑몰에서 직구해 볼 생각이다. 일본 무인양품에서 파는 미스트식 – 가습기 처럼 초음파로 향을 발산시키는 – 오일 버너도 사용해 보고 싶고 말이다. 예전에 깊은 수면을 도와 준다는 소릴 듣고선, 라벤더 꽃 말린 것을 천 주머니에 담아 베게 아래에 넣어두었는데, 눈 떴더니 오후 1시 였다는 대포고냥군의 전설이 있다. 침까지 흘리며 참 달게 잤던 기억이…

 

[보너스]

A1 전지로 만든 스튜디오에 난입한 봉봉, 우키 자매님

A1 전지로 만든 스튜디오에 난입한 봉봉, 우키 자매님

대포고냥군은 항상 조그마한 제품들을 찍을 때, A1 사이즈 전지를 깔고 촬영하곤 한다. 마루에 펴 놨더니 아이들이 떼로 몰려와 아빠는 당췌 뭐 하는 거냐며 농성. 봉봉아 이제 넌 A1 사이즈 전지로는 안되겠다… 큰 집으로 이사가면, 천장에 부착해서 아래로 펴서 내리는 대형 배경지나 하나 구입해야겠다.

6개월간

블로그에 마지막으로 포스팅한 것이 1월 말이고, 이미 7월 말이니, 거의 반 년간 글을 쓰지 못했다. 대포고냥군 성격 상, 고민이라든가 깊이 신경 쓸 일이 생기면, 뭔가 글 자체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이번에야 말로 절실히 깨달았다. 그 깊이 신경 쓸 일이라는 것의 발단은 ‘이직’ 이었다. 작년 말, 맡고 있던 솔루션의 리뉴얼을 끝내고 나서 조용히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3월 7일, 새로운 직장으로 옮겼다.

그런데, 첫 출근해서 한 달 여가 지나 회식자리에서 일이 벌어졌다. 이 전부터, 나는 맥주가 체질상 맞지 않는 사람인 것은 알고 있었다. 맥주를 마시면 취하는 것이 아니라, 혈압이 떨어지는데, 그 날 따라 처음부터 맥주로 달렸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난 직 후, 순식간에 혈압이 떨어졌고 ‘이건 위험하잖아…’ 라고 중얼거리는 순간 눈 앞이 하얘지면서 쓰러졌다. 아마도 허리를 세운체로 무릅을 꿇으면서 무너졌고 소변기에 온 체중을 실어(!) 무릎을 찧은다음 뒤로 넘어가 뒷통수를 바닥에 부딪힌듯 하다. 참으로 무서운 것은 쓰러지고서 얼마지 않아 벌떡 일어난 것 같은데, 내 자신이 쓰러졌었다는 것 조차도 인지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리로 멀쩡하게 돌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 심지어 웃으며 – 했었다고 한다. 머리통이 깨져서 흐르는 피가 목 옆을 흐르는 것을 실장님께서 발견하기 전까진. 회식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패닉 상태. 급히 근처 병원으로 가, 세 시간 동안 CT 찍고, 찢어진 머리통을 꿰매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실장님께서 무릎 근처에 피가 비치는걸 보시고는 바지를 걷어보라고 하신다. 그 때까지만 해도, 살짝 까진 줄만 알았던 무릎 아래가 찢어지다 못해 쩍 벌어져서 다리 뼈가 보인다. 인대들도 보이고 말이지… 그 날 내 무릎을 처음 보셨던 우리 실장님은, 요즘도 그 때를 회상하시며 몸서리를 치신다. ‘사람 뼈가 하얀 것이 아니더라고…’ 하시며…

겉에 보이는건 약과, 속 까지 한땀한땀 50 바늘 넘었던 대 수술

겉에 보이는건 약과, 속 까지 한땀한땀 50 바늘 넘었던 대 수술

결국, 직장을 옮긴 후 한 달을 못 채우고 일주일간 집에 꼼짝없이 누워 지내야만 했다. 쓰러졌을 때, 뇌진탕이 꽤 심했는지 병원에서 CT 촬영을 하고 머리통을 꿰맸던 세 시간이 내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회사에 복귀 하고서 몇 주 동안 겪은 심각한 기억력 감퇴 – 회사 주차장 몇 층에 차를 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등 – 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술 마시고 필름이 끊어지면 이런 느낌인건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대포고냥군은 이 사건으로 인해 ‘술 먹이면 바로 쓰러지는 키 187cm의 연약한 팀장’ 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화려한 데뷰를 하게된다.

저 흉측한 사진을 바치는 것으로 6개월 간 노 포스팅에 대한 변명이 될지는 모르겠다. 이직 하고서 막 적응을 시작해야할 시기에 이런 일로 민폐대마왕이 되어 버린것 같아 사실 꽤 힘들었다. 복귀 하고서는, 그 동안 못했던 밥 값을 해야한다는 중압감으로 속 편하게 (?) 블로그 질이나 하고 있기가 어려웠다면 이해해 주실려나.

심심한데 최근 6개월 동안 생긴 일들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늘어놔 보자.
(실은 밀린 숙제를 포스팅 하나로 해결해 보려는 얄팍한 수작?)

1. 분당에 있는 직장으로 옮겼다.
2. 열 시까지 출근한다.
3. 팀원이 아홉 명이 되었다.
4. 이제 차로 출퇴근 한다. 징징양도 회사까지 데려다 준다.
5. 아이폰 오징어가 갤럭시S2 로 바뀌었다.
6. 징징양과 펜션에 다녀왔다.
7. 구름이와 봉봉이는 시원하게 털을 밀렸다.
8. 집안 시스템을 PC 기반으로 모조리 바꾸었다. 심지어 홈 서버 조차도…
9. 최근 아로마 (향, 에센셜 오일 등) 에 빠져있다.
10. 징징양과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벤치 (운동기구) 도 구입했다.
11. 최근 바둥, 구름, 우키, 봉봉의 애교치가 5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12. 구름이는 몸무게가 조금 늘었다.
13. 차를 바꾸고 싶어졌다. 그런데 집도 사야…
14. 엑박과 키넥트를 샀다. 댄스센트럴은 진리다.
15. 내 아이패드는 회의용 디바이스로 전락했다. 징징양 것은 만화 머신.
16. 문제의 정선양이 결혼했다.
17. 탄산수를 저렴한 ‘Trevi’ 로 교체.
18. SKT의 티맵은 진리다.
19. 물 난리로 작은 방에 곰팡이가 슬었다.
20. 퇴근 후에 밥 달라고 따라오는 길냥이가 다섯으로 늘었다. 요즘은 차에 사료를 싣고 다닌다.
21. 무인양품 거실장의 문짝과 서랍을 일본에 주문했다.
22. 요즘 빨래 정말 안 마른다. 가스식 건조기가 사고싶다.
23. 차로 출퇴근 하니 이어폰을 전혀 안쓰게 된다.
24. 분당엔 참 먹을 만 한 곳이 많다.
25. 젠틀하신 실장님과 착하고 의욕적인 팀원들.
26. 회사 워크샵과 회식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구나.
27. 하루의 반은 회의.
28. 주변에 고양이 유기로 말이 많다. ㅈㅈ ㅅㅂㄹㅁ.
29. 회사 자판기의 캔은 200원, 종이컵 커피는 공짜다. 오옷!
30. 노르웨이 테러는 충격적이다.
31. 물난리 나던 날 통근 버스에서 여섯 시간 동안 갖혀 있었다.
32. 유프는 제닥으로 들어갔다.
33. 문슈가씨가 성공적으로 이직했다.
34. 문슈가씨가 뉴욕에서 용재오닐을 만나 사인을 받았다.
35. 대포고냥군은 봉봉이를 좀 편애 중이다.
36. 제닥에서 C형 간염 접종을 받았다.
37. 보일러 청소한답시고 열흘이 넘게 온수가 중단 중이다.
38. 소맥 매니아가 되었다.
39. 오송 쿠마, 지요네를 다녀왔다. 에어콘 제발 좀…
40. 고양이 화장실을 집 안으로 들였다.
41. 블로그 스킨 만드느라 고생고생.

아이튠즈 기프트카드

3,000 달러 였으면 좋겠습니드-
3,000 달러 였으면 좋겠습니드-

일본여행에서 뭐라도 하나 건져오려고 그렇게 빅카메라, 요도바시카메라, 아키하바라 일대를 뒤져댔지만 도저히 살 만한 것이 없었다. 여기서 살 것이 없다 라는건 ‘일본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유니크 아이템도 없었을 뿐더러, 미친 환율 탓에 한국에 돌아가서 사는 것이 훨씬 싼 그런 시추에이션’ 이라는 뜻이다. 사실,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단돈 8,800 엔이었던 ‘애플티비’ 를 사오지 않은 것이 살짝 후회가 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날 이거 하나 달랑 사왔다. 3.000 엔 짜리 아이튠즈 기프트카드. 일본계정을 만들면 꼭 해 보려고 했던 게임 두가지. 코나미의 ‘유비트 플러스’ 와 이미 닌텐도 DS 판으로 유명했던 남코의 ‘태고의 달인’ 이다. 둘 다, 흘러가는 곡에 맞추어 적절한 타이밍에 키 입력을 해야하는 리듬게임류 게임이다. 게임 자체는 무료 앱으로 배포되지만, 기본으로 주어진 몇 곡 이외에는 별도 뮤직팩을 해당 게임 내에서 결제해야 하는 방식. 그런데 추가 뮤직팩들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유비트의 경우에는 추가 4곡에 450 엔, 태고의달인은 무려 600 엔… 결론은 3,000 엔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더라- 는 것임.

ps. 이러면서 ‘고객님 덕분이죠 은행’ 에 JCB 카드 만들어 달라고 전화하고 있는 내 자신이 밉다. (주섬주섬)

노쇠하여 반응 느려진 저 후덜덜한 대포고냥군의 손놀림이 부끄럽다-
제일 쉬운 ‘간단’ 레벨을 풀 콤보로 끝내고 나면 좋아해야 되는건지-

graniph

일본에서 EMS 편으로 이런 박스가 도착

일본에서 EMS 편으로 이런 박스가 도착

티셔츠 다섯장에 11,750 엔

티셔츠 다섯장에 11,750 엔

시부야 매장에서 품절이었던 'Control bear' 시리즈

시부야 매장에서 품절이었던 ‘Control bear’ 시리즈

티셔츠 뒷면엔 이런 것이-

티셔츠 뒷면엔 이런 것이-

이거슨 'Control Panda'

이거슨 ‘Control Panda’

도돌미와입후의 'Panda Look' 원피스

도돌미와입후의 ‘Panda Look’ 원피스

일본 시부야 근처를 걷다 발견한 티셔츠샵 그래니프 (Graniph). 아무 생각없이 들어갔다가 엄청나게 다양한 티셔츠 디자인에 쵸큼 놀랐었던 기억이다. 단점이라면 사이즈가 SS, S, M, L, F (프리사이즈) 밖에 없다는 것. 사실, 반팔 티셔츠들 보다 뭔가 빈티지스런 컬러 배리에이션의 바람막이가 참 맘에 들었건만, L 사이즈는 대포고냥군을 순식간에 7부 츄리닝 입은 동네 바보형으로 만들었을 뿐이고- 참으로 싹싹하던 가게 총각은 짧은 옷에 팔다리가 안 굽혀져 뻣뻣하게 서있던 대포고양군이 민망했는지 ‘이 가게에서 손님이 입을 만 한 것은 반팔 티셔츠 뿐인듯-‘ 이라며 재빨리 바람막이를 뺏 듯 벗겨서 도망간다. 그나마 맘에드는 디자인의 티셔츠를 발견해 뒤져 보면 L 사이즈는 품절 크리. 뭐 지금까지 대포고냥군이 살아 오면서 팔, 다리 기장이 짧아서 예쁜 옷을 포기한 적이 한 두번일까 싶어 도돌미와입후의 티셔츠 몇 장만 챙겨 계산대로 갔는데 그 친절한 총각 (이하 총각) 은 내가 불쌍했는지 뭔가를 알려준다.

총각 : ‘우리 티셔츠는 인터넷 사이트로도 살 수 있다.’
대포 : ‘아 그러냐- 근데 아쉽게도 난 한국에 산다-‘
총각 : (좀 잘난척 하며) ‘인타나쇼나르 사이토다-‘
대포 : ‘앗- 해외배송도 된다는 말이냐-?’
총각 : ‘당연하다-‘
대포 : ‘포인트카드 합산도 되느냐?’
총각 : ‘안타깝다. 그건 안된다.’

그렇단다.여행에서 돌아와 알려준 사이트로 접속을 해 봤다. 오오- 나름 초기 유니클로 삘의 사이트에 한국어 서비스도 하고있다. 그래니프의 티셔츠 중에, 컨트롤 (Control) 시리즈라고 인형이 목을 빼서 들고 있는 디자인이 있는데 참 귀여워서 자그마치 도돌미와이프 것까지 곰 세장에, 팬더 한장 해서 총 네 장씩이나 질렀다. 뭐 여튼, 이런 사연으로 일본에서 산 것 까지 그래니프 티셔츠는 총 여덟 장이 되었다는- 사진에 안나온 아이들도 나름 깔끔한 드쟈인으로 골라 주었다. 천 사백원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엔환율에 이 정도 가격이라면 꽤 맘에 든다.

Design Tshirts Store Graniph Shibuya

Design Tshirts Store Graniph Shibuya

네트워크 카메라 – 출근한 후 우리집 고양이들은 뭘 할까?

거리를 걷다보면 어디서든 쉽게 발견 할 수 있는 방범 카메라나, 주차단속용 카메라 등은 카메라에서 촬영된 영상을 특정 수신자 – 경찰서나 대형 빌딩의 CCTV 통제실과 같은 – 방향으로만 전송하므로 폐쇄회로 텔레비젼 (Closed Circuit Television) 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대포고냥군이 지금부터 소개할 네트워크 카메라는 감시라는 기능은 근본적으로 CCTV와 동일하지만 인터넷 라인에 카메라가 직접 연결되어 원격지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내가 어디에 있든 인터넷에 접속된 디바이스 – 컴퓨터 뿐 아니라 브라우저를 사용할 수있는 스마트 폰까지 – 만 있다면 카메라에 접속이 가능하고, 메종드상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렇게 원격지를 옮겨가며 감시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기본적으로 ‘방범’ 이라는 용도 외에 유아, 노인, 반려동물을 지켜보기 위해 네트워크 카메라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실제로 네트워크 카메라 제조사에서도 펫캠 (Pet Cam) 등의 이름을 붙여 팔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고양이 넷과 인간 둘이 공존하고 있는 메종드상도. 해가 뜨면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서야 하는 인간 둘은 직장에서도 항상 자식 같은 고양이들이 보고 싶다. 현관문을 닫고 나서면 왠지 고양이들이 부스스 두 발로 일어나 걸어 다닐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방범도 좀 걱정된다. 대포고냥군과 도돌미가 집을 비운 사이에 도둑이 들어와 고양이들에게 해꼬지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고민 끝에 대포고냥군은 네트웍 카메라를 구입한다.

고정식 무선 네트워크 캠 - Linksys WVC80N

고정식 무선 네트워크 캠 – Linksys WVC80N

처음 구입한 네트워크 카메라는 링크시스 사의 WVC80N 이라는 모델이다. 링크시스는 현재 시스코의 홈 네트워킹 브랜드로 흡수되었는데, 이 네트워크 캠이 ‘홈 모니터링’ 을 목적으로 한 제품이다 보니, 카메라 본체에는 시스코 브랜드를 달고 있지만 링크시스 브랜드로 팔린다. WVC80N 는 802.11n 을 지원해서 전원 어댑터만 연결하면 어디든 설치 가능하다. 전송되는 화상은 640*480 의 VGA 급인데, 저 조도 상황에서의 노이즈 처리가 발군이다. 칠흑 같은 어둠이 아니라면 꽤 봐 줄 만한 영상을 보여준다. 카메라에 달린 마이크로 음향 전송이 가능하며, 촬영 중인 프레임에 움직임이 포착되면 이메일등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등 편의 사항도 괜찮은 편이다.

구입해서 한 동안 잘 사용했는데 뭔가 아쉽다. 고정식 카메라다 보니, 화면에 고양이들이 잡히는 빈도가 너무 떨어지는 것이다. 뭐 고양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일부러 포즈를 잡아줄리도 없고 말이다. 밥그릇 앞에도 놔 봤지만 하루종일 밥 만 먹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안되겠다 싶어서 높은데다 설치를 해 보니 고양이들이 너무 작게 나오고. 회사에서 브라우저를 열어두고 가끔 고양이들이 지나가기라도 치면 캐 흥분 하는 그런 분위기. 그래서 대포고냥군은 상하좌우로 카메라 렌즈를 움직일 수 있는 모델을 추가 구입하게 된다.

팬 & 틸트 무선 네트웍 캠 - Panasonic BL-C230

팬 & 틸트 무선 네트웍 캠 – Panasonic BL-C230

파나소닉의 BL-C230 이라는 모델은 돔 형의 카메라 모듈을 가지고 있어 상하 좌우 팬, 틸트가 가능하다. 802.11g 무선 네트웍을 지원해서 마찬가지로 설치 장소에 자유롭고 렌즈를 가려주는 프라이버시 셔터가 있어서 특정시간대에 내려오게끔 세트해 둘 수 있다. BL-C230 은 동작감지에 있어서 두 가지 센서를 이용하는데, 열 감지 센서와 음향 센서가 그것이다. 예를 들어 현관이나 창문쪽으로 누군가가 침입하면 아무리 소리를 죽이더라도 체온을 따라 카메라 렌즈가 이동한다. 이런 센서를 이용한 자동 촬영기능을 활성화 해 두면, 소리가 나는 곳이나 열이 감지되는 쪽으로 렌즈를 움직여 사진 촬영을 한 후, 카메라 내부의 플래시 메모리에 자동 저장된다. 물론 원격 서버 쪽으로 전송도 가능하다. 메종드상도에서는 현재 카메라 두 대가 동작 중이고, 동작인식 센서에 따라 모든 움직임은 서버에 자동 저장된다. 뭐 우리집에서 가져갈 것도 없겠지만, 혹시 들어올 계획을 갖고 있는 도둑이라면 조심하는 것이 좋다.

사실 대포고냥군과 도돌미는 네트워크캠을 통해 보이는 메종드상도 고양이들로부터 얼마나 큰 위안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네트워크 카메라? 그게 뭐야? 꼭 필요한거야?’ 하던 도돌미도 지금은 완전 캠 빠가 되어 하루종일 한 쪽에 켜 두고 산다능- 이제는 팬 & 틸트에 광학 줌까지 가능한 캠이 사고 싶어졌다. 아아 퍼져 자고 있는 바둥, 구름, 우키, 봉봉이의 얼굴을 광학 23배 줌으로 당겨서 보면 얼마나 좋을까!!! 쿠오오- 기다려라 내가 질러주겠다-

동작감지 기능에 의해 자동 촬영된 화상들

동작감지 기능에 의해 자동 촬영된 화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