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참 많은 종류의 키보드를 써왔다. ‘키보드란 컴퓨터를 사면 어련히 따라오는 값싼 물건’ 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따로 돈을 주고 구입한 것이 화근(?)이다. 그 후론 키보드 마다 개성있는 키 터치 감(感)을 즐기게 되었고, 당연히 대포고냥군의 지갑도 따라 가벼워졌다. 묻고싶다. 키보드에 커피를 쏟거나, 고장이나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꼭 맞는 키 터치 감을 찾기위해 돈을 써본일이 있느냐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들 쓰는 키보드는 멤브레인 키보드 (Membrane Keyboard) 라고 불린다. 키보드를 뜯어 본 사람은 알것이다 키보드 아래에 고무판이 있고, 그 아래에는 전극이 설치된 필름이 있는것을… 이런 키보드는 대량 생산하기에 아주 좋다. 조립하는데 원가도 적게든다. 그러나 키를 눌렀을때, 접점이 닿는 시점이 불명확하고 느낌이 맹숭맹숭하다. 장점은 타이핑시 조용하다는 정도다. 그 외에도 키보드를 만드는 방식에는 참 여러가지가 있다. 러버돔 (Rubber Dome), 버클링 스프링 (Buckling Spring), 기계식 (Mechanical Switch) 등등… 이외에도 독특한 방식이 많다.
자… 오늘 대포고냥군이 들고나온 키보드는 일본 Filco 社의 마제스터치 (Majestouch) 블랙 모델이다. 기계식 (Mechanical Switch) 키보드 인데, 기계식 키보드는 키 하나하나마다 전부 독립적인 스위치가 있다. 고로 표준 106키보드에는 106개 스위치가 있다. 아직도 은행에 가면, 행원들이 사용하는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는 곳이 많은데 키를 눌렀을때 구분감이 명확하여 오타가 적고 고속타이핑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 마제스터치가 돋보이는 것은 독일 체리 (Cherry) 社의 갈색축 – 하나의 회사에서 출시되는 스위치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참고로 체리社에서는 갈색축, 청색축, 흑색축 스위치가 현재 생산된다. – 스위치를 채용한 키보드라는 것이다. 청색축은 클릭 (Click) 방식 키보드라 눌렀을때, 짤깍짤깍 소리가 나는 반면, 갈색축은 넌클릭 (Non-Click) 방식이라 조용하다. 키압 – 키를 누를때 드는 힘 – 도 스위치에 따라 모두 달라서 갈색축은 청색축 보다는 조금 무거운 편이다. 한국인에게 청색축은 너무 가볍고, 서양인의 굵은 손가락에 맞는 흑색축은 너무 무거워 힘들다고 한다. 이 갈색축 스위치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한국인에게 딱이다!
마제스터치는 예쁘다. 키보드 부분만 잘라내어 컴팩트한 크기는 매킨토시 G5의 키보드를 떠오르게 한다. Filco라는 라벨링도 알루미늄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상태를 나타내는 인디케이터도 최근의 추세에 따라 청색 고휘도 LED다. 키캡에는 우레탄 코팅을 하여 대포고냥군 처럼 땀나지 않는 부석한(!) 손가락에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키 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주 단정하다. 눌렀을때 좌우로 흔들리는 느낌도 없으며 아주 명확한 느낌이다. 짤깍소리를 내는 스위치에 비해서 좀 심심한 감이 있지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키 압의 느낌은 그래 바로 이거였어…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이 마제스터치는 현재 모 쇼핑몰에서 10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키보드가 10만원?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키보드도 알면 알 수록 심오한 세계라 10만원 정도면 아주 저렴한 부류에 속한다. 대포고냥군이 예전에 사용했던 모 키보드는 정가가 31만원에 달했다. 모든 취미는 꼭지점을 찍고 나서야 Resonable 한 선택을 하게되듯이 대포고냥군도 이제 평생 사용할 만한 키보드를 만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안믿는거 안다.
ps. 혹시, 키보드에 관심있는 독자는 연락주기 바란다. 나름 경쟁력있는 상품을 소개해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