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대포고냥군은 급 돈을 벌어야겠다 싶어, 잘 다니던 대학원을 때려치고 서울로 올라오게 된다. 친한 친구가 살고 있던 동네라는 이유로 첫 사회생활을 봉천동에서 시작. 철 모르던 그 땐, 좁은 골목골목 원룸으로 빼꼭히 들어찬 그 동네가 영화에서 가난한 흑형들이 막 돈 뺏고 하는 그런 슬럼같은 곳이라 생각했다. – 세월이 지나고 생각해보면, 딱히 봉천동이란 동네가 저렴한 곳이 아니었지 말입니다… 여튼, 이 후에도 그렇게 홍대 앞 등으로 전세를 전전하다 징징이라는 뛰어난 미모의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문장의 흐름과는 전혀 관계 없이 신혼집도 전세. 그렇다. 서울에서 집을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음 이사 갈 땐 꼭 내 집을 마련하겠다며 다짐한 대포고냥군이 2년 후 옮긴 메종드상도도 전세. 털썩…
뭐, 그래도 아름다운 언덕의 꽃 같았던 신혼집, ‘신창체육관’ 과 낡았지만 따뜻했던 고양이 천국, ‘메종드상도’ 를 만나고 잘 지냈던 것도 진정 행운이었다. 그런데 전세라는 것이 집 값 떨어질 걱정 없다는 장점도 있지만, 두 해 마다 갱신해야하는 계약과 이사의 부담, 그리고 결정적으로 부동산경기가 하락하면서 하루하루 고가를 갱신하는 전세금의 압박이 스트레스였달까. 게다가 뭔가 집을 깔끔하게 꾸미고 살고 싶어도, 돈이 아깝다는 것이 전셋집의 단점 되시겠다. 그래서 징징과 대포고냥군은 결정했다.
‘그래. 집을 사자.’
일단, 서울시내에선 30평대 아파트를 사는건 자금 문제로 포기. 직장도 분당이고 하니, 근처로 알아 보기로. 그런데 많이 내렸다곤 하지만 분당구는 여전히 조금 부담이네… 으음… 조금만 더 나가볼까 하다가 눈에 들어온 곳이 여기 OPI 다. 분당 서현까지 차로 15분, 대중교통으로는 20분이면 충분하다. 녹물을 하도 먹어서 몸에 자석이 붙을 것 같았던 25년 넘은 메종드상도에 비하면 완전 새 아파트인데다, 칸칸 나뉘어 있는 지하주차장도 생겼다. 부동산에서 쓴 계약서를 들고 나오는데 징징이 우리 집이 생겼다며 울컥했다. 이런 초 미녀를 지금껏 전셋집에… 미안 올ㅋ
이사 하는 과정에서, 계약금을 미리 돌려주지 않았던 메종드상도 주인과의 트러블, 이사 당일날 바닥 공사 문제, 우리 털고양이들 넷을 어디다 맡겨야 할지 정도의 고민을 한 것 외엔 아주아주 원만원만하게 처리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징징은 아직도 이 집이 우리 집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단다. 언제까지 여기 살진 모르지만, 처음으로 마련한 우리 집, 예쁘게 해 놓고 살자고 그랬다. ‘내래 꼭 초 부자가 되서리, 징징에미나이를 금방석에 앉혀 주갔어!’ 했다. 뭔가 인생의 시즌2가 열린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