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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봄, 칸사이 여행 – 네기야키 야마모토 등

오사카에서 빨간 관람차가 보이면?

오사카에서 빨간 관람차가 보이면?

일본여행 초보 시절에는, 낮에 해가 떠 있는 동안 발이 터져라 여기 저기를 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 거리를 사서 일찍 숙소로 들어가 쉬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 부터 일본의 밤도 궁금해 졌달까? 아마 지난 일본여행 부터, 술집을 찾아 다니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도 점점 뭔가 하드코어 (?) 해 져서, 여행 책자에 나오지 않는, 일본인들만 아는 그런 곳을 찾아 다니려고 하는 경향이… 여튼, 이 포스팅은 칸사이 여행의 첫 날의 음주에 대해서 쓸까 한다. 사실, 첫 날의 음주 장소는 따로 정해져 있었다. 쿠보 (久房) 라는 이자카야 였는데, 먼 길을 추적추적 비까지 맞으면서 열심히 걸어 갔더니, 문을 닫았더라는. 정기휴일이었으면 문에 뭔가라도 걸려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없고 해서 문을 닫았나 싶었다. 그래, 우리 지난 오사카 여행 때 먹었던 네기야키나 먹자구. 일단, 네기야키 야마모토는 오사카에만 몇 개의 점포가 있는데, 일본의 타 지역에는 브랜치가 없는 것으로 보아 오사카가 원래 근거지인듯. 우리가 갈 네기야키 야마모토 우메다 에스트점 (梅田エスト店) 은 햅파이브 (HEP Five) 의 빨간 관람차 근처에 있다. 정확한 주소는 大阪市北区角田町3-25 エストE27.

그런데 여기는 올 때 마다 대여섯 명의 대기열이 있다. 줄을 서서 먹는 것으로 보면, 그렇게 캐쥬얼한 음식은 아닌건가… 입구 한켠에 5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대기자들을 위한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고, 그 외엔 바깥에 서 있어야 한다.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도 무조건 기다림. 의외로 줄은 빨리 줄어든다. 바깥에서 징징양이랑, 지난 번엔 네기야키 하나를 둘로 나눠 먹은 것이 아쉬웠다느니, 오늘은 엄청 먹어주겠다느니 잡담을 하고 있으니, 우리 차례라고 불러줌. 앗, 이번엔 바 자리가 아니다. 안쪽에도 철판이 달린 테이블들이 꽤 있구나.  일단 목이 마르니, 징징은 생맥주를, 나는 유자 츄하이.

비도 오는데 좀 빨리 들여보내 줬으면...

비도 오는데 좀 빨리 들여보내 줬으면…

이 날은 테이블에 앉음- 징징은 나마비루-

이 날은 테이블에 앉음- 징징은 나마비루-

대포고냥군은 츄하이-

대포고냥군은 츄하이-

네기야키는 야마모토의 시그니쳐 메뉴인 스지네기로-

네기야키는 야마모토의 시그니쳐 메뉴인 스지네기로-

지난 번에는, 아마도 규니쿠네기 (소고기 네기야키) 를 먹었던 것 같은데… 사실 여기의 시그니쳐 메뉴는 스지네기 (소 힘줄 네기야키) 라고 들었다. 그 외에도 메뉴가 엄청 많다. 오징어, 소고기, 돼지고기, 소 힘줄, 새우, 가리비, 겨울 한정 메뉴인 굴 네기야키… 거기에 오징어, 소고기, 돼지고기가 함께 들어간 듯한 디럭스네기, 해산물 콤보의 해산물네기, 네가지 재료가 들어간 하이디럭스네기 라는 것도! 그리고, 이번엔 네기야키 말고 다른 메뉴도 하나 주문해 보기로. 오코노미야키도 있고, 야키소바도 있고, 철판 구이라는 것도 있다. 음… 야키소바로! 꽤 기다려서 네기야키가 나왔다. 바 자리든, 테이블 자리든 붙어있는 철판은 정말 미묘한 온도를 유지하는 듯하다. 뭔가 음식이 탈 온도 보단 낮고, 보온을 위한 것이라기엔 살짝 높은. 그래서 뭔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바삭해 지기만 할 뿐, 시커멓게 타진 않는다.

먼저 스지네기! 아… 이거 정말 맛있음. 사진을 보니 또 입안에 침이 고이는데, 말캉한 곤약이랑 정말 부드러운 소 힘줄이 끝내준다. 스지 (소 힘줄) 를 사용한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것 같은데, 뭔가 먹어보기 전에는 엄청 질기고 그런 걸 상상했다. 완전 반대라는. 먼저 나온 스지네기를 반씩 나눠 먹다가 또, 하나씩 시킬걸 하는 생각을 함. 근데 뭐 야키소바도 주문했으니까 괜찮겠지 하지만 역시 조금 아쉽… 스지네기를 다 먹어갈 때 쯤, 야키소바를 내 줌. 왠지 모르겠으나, 일본을 정말 자주 다녀본 대포고냥군도 야키소바를 가게에서 먹어본 일은 처음인듯 하다. 그게… UFO 같은 걸출한 인스턴트 야키소바가 많아서 그런것인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튼, 생전 일본 가게에서 처음 먹는 야키소바. 아 이건 뭔가 다르다. 내가 알던 야키소바랑은 뭔가 달라. 이런게 야키소바라는 것인가! 대략 기본적인 맛은 비슷한데도 소스랑, 생강이랑, 면이랑 모든것이 다르다. 정말 인스턴트 라면과 생라면의 차이 정도랄까… 뭔가 먹다보면 철판에 구워져서 마지막엔 바삭해진 면을 먹게되는데, 난 이게 왤케 맛있는지… 다음에 일본에 올 땐, 야키소바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를 한 번 들러봐야겠다.

오아- 스지네기 정말 맛있다-

오아- 스지네기 정말 맛있다-

야키소바!

야키소바!

고치소우사마데시타! 다시 올께- 야마모토!

고치소우사마데시타! 다시 올께- 야마모토!

야마모토에서 맥주 한 잔과 츄하이를 먹은 것으로는 아쉽다! 둘이 살짝 발그레 해진 채로 더 남쪽으로 남쪽으로. 또 발바닥이 한계라고 울부짖을 쯤, 소네자키 (曾根崎) 근처에서 나름 2차를 가기로! 근데 징징양이 나름 검색을 하더니, 토리키조쿠 (鳥貴族) 라는 곳을 찾았단다. 구글 맵이 알려주는 근처를 돌고 돌아도 찾기 힘듬! 결국 찾았는데, 이건 매우매우 험블한 야키토리 가게군. 뭔가 분당 서현의 지하 포장마차 같은 비쥬얼의 토리키조쿠는 나중에 안 것이지만, 정말정말 대중적인 야키토리 체인이었다는. 우리가 갔던 곳도 뭐 백십몇호점 이라던가;;; 그 후에 오사카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한 블럭 건너 토리키조쿠가 보인다. 여튼, 체험! 저가 야키토리 체인! 가게 앞에는 대기자를 위한 의자가 세개 쯤 있고, 그 옆에 뭔가 은행의 대기표 뽑는 기계 같은 것이 떡 하니 있다. 이리저리 눌러보니, 일행이 몇인지, 미성년자가 있는지 이런 걸 입력 받음. 그러고선 대기표가 나옴. 안에 직원은 나와 보지도 않음 ㅎㅎㅎ. 뭐 일본 여행 프로페셔널이라면 덤덤하게 기다려주지. 10여분을 기다리니, 뭔가 엄청 하이톤의 목소리를 가진 남자 직원이 나와서 들어오란다.

먼저 음료 부터 주문하라는. 아니 메뉴나 주고 주문하라고 하셔야… 일단 츄하이 두 잔. 그리고 징징양이 이상한 괴식을 주문함. 모찌고로케 같은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속에 까망베르 치즈가… 그리고 겉엔 버터 조각까지 녹고 있어! 뭐 아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딱 그 비쥬얼 같은 맛임. 그리고 닭껍질 구이를 시켜볼까나… 대부분의 메뉴는 타레 (소스) 와 시오 (소금) 으로 나뉘어 있는데, 예를 들면 닭껍질 구이도, ‘카와타레’ 와 ‘카와시오’ 로 되어 있는 식이다. 닭껍질 구이는 소스로, 닭다리구이는 소금구이로 주문했는데, 역시 소금구이가 깔끔하고 우리 스타일인듯? 그리고 규가쿠 (牛角) 의 시오캬베츠 – 양배추에  샐러드 오일과 소금으로만 간을 한 안주 – 를 생각하고 주문했던 양배추는 규가쿠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근데 뭐, 제한 없이 리필 해 준다니… 여튼, 토리키조쿠에선 츄하이 두잔씩이랑 약간의 안주를 먹고선 끝. 다음 날엔 더 고급고급한 곳으로 가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숙소로 귀환.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점보 야키토리, 토리키조쿠-

점보 야키토리, 토리키조쿠-

징징이 주문한, 까망베르 코로케

징징이 주문한, 까망베르 코로케

양념 닭껍질 구이, 카와타레

양념 닭껍질 구이, 카와타레

얼마든지 리필해 주는 카베츠

얼마든지 리필해 주는 카베츠

다리살 소금구이, 모모키조쿠야키

다리살 소금구이, 모모키조쿠야키

‘오사카 식도락 투어’ – 둘째날

오사카에서의 둘째날이 밝았다. 이 날의 계획은, 도큐핸즈 옆길인 도부이케스지 (丼池筋) 도로를 따라 올라가 키츠네우동의 원조라는 마츠바야와 그 주변을 둘러보고, 아름다운 카페들과 다양한 작업실들이 모여있는 호리에지역, 그리고 지하철로 장소를 옮겨 우메다 주변 지역의 맛집을 다녀올 예정이었다. 지난 밤에는 푹 쉴 요량으로 일부러 알람을 맞춰두지 않았다. 느즈막히 일어나 11시가 다 되어 호텔을 나섰다. 비라고 하기엔 뭣한 비가 살짝 내리고 있다. 둘다 방수가 되는 윈드브레이커를 가져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신사이바시역 지하 상가를 지나 도큐핸즈 입구라고 표시된 통로로 올라가면 도큐핸즈 정문앞으로 올라오게 된다. 사실, 도큐핸즈에 들러서 이것저것 쇼핑하고 싶었지만, 환율 생각에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했다. 도큐핸즈 정문 왼쪽편으로 나 있는 길이 도부이케스지 (丼池筋) 도로. 사실, 작년 오사카 여행 때, 마츠바야를 한 번 찾았었지만 늦은 시간이라 가게가 이미 문을 닫은 후 였다. 마츠바야는 영업시간이 오전 11시 – 오후 7시 30분 이므로 참고하시길.

키츠네우동의 마츠바야

우동 종류가 상당히 많다

고민하다 결국 키츠네 우동으로 주문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의 음식점들은 외관은 상당히 소박하여, ‘영업중’ 이라는 표시만 없으면 문을 연 것인지 닫은 것인지 구분이 잘 안 갈 정도다. 미닫이 문을 밀고 마츠바야에 들어가니 안 쪽에 몇 테이블에서 꽤 연륜이 있어보이는 손님들이 우동을 먹고 있다. 서빙을 하는 아주머니가 대포고냥군이 들고 있던 여행책자를 보더니, 자기네 가게에 대해 뭐라고 쓰여있냐고 묻길래 ‘키츠네 우동의 원조’ 라고 소개되어 있다고 했더니 꽤 좋아한다. 우동만 해도 종류가 수십가지에, 소바까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키츠네우동의 원조라니 역시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선 둘 다 같은 것으로 주문했다.

무척이나 맑은 국물에 버섯, 파를 채 썰어 올리고, 유부 한 점이 들어 있다. 일단 국물부터 맛봐야겠다. 첫 인상은 무척이나 깔끔한 국물 맛이라는 것. 면이 무척이나 쫄깃하다. 그럼 유부를 먹어보자. 익히 소문을 들어 단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냥 단 맛 뿐인 것이 아니다. 달면서 질리지 않는 오묘한 마츠바야의 유부. 뜨끈한 국물까지 후후 불며 깨끗하게 먹고서 일어났지만, 조금 더 비싼 우동을 주문했어야 한다는 후회는 쵸큼 들었다는…

마츠바야를 나와 한 두 블럭 더 직진한 후에 왼쪽으로 꺾으면 대로변이 나온다. 그 대로를 건너, 한 블럭 안쪽으로 들어가면 카페 기브, 도어즈 다이닝 등이 있는 스타일리시한 거리가 나온다. 이 부근에서는 ‘아란지아론조’ 라는 캐릭터 샵을 들러보고 싶었다. 샵 앞으로 갔더니 오픈 시간이 12시 30분이란다.  한 시간 가까이 남았다. 주변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다 다시 오기로 했다. 그렇게 들어가게 된 네스트로브 (Nest Robe). 1, 2층은 옷가게, 3, 4층이 카페로 운영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로 3층으로 올라가자. 한 손님이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을 뿐,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한적한 분위기. 여기가 특별히 유명한 카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 정갈하고 차분한 느낌이 좋았다. 특히, 스콘하나는 끝내줬던 기억이 난다. 잡곡으로 만든것 같은데 시리어스하게 고소하고, 얼티밋하게 깔끔했다는. 도돌미와입후에게 말했다. ‘나중에 오븐 사면, 다른건 안해줘도 되니, 저런 스콘 하나만 개발해봐-‘ 라고.

이런 탁자와 의자 좋다-

네스트로브의 실내

도돌미와입후는 다즐링티, 대포고냥군은 라떼-

함께 주문한 스콘이 아주 쥑인다- 아흑-

자- 이제 아란지아론조로 가쟈. 사실, 매장 안에 들어가 보기 전에는 어떤 곳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던 곳. 캐릭터들이 엄청나게 귀엽다. 팬더, 고양이, 너구리(?), 토끼, 갓파 등의 캐릭터로 정말 다양한 상품들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는데, 신기했던 것은 이런 캐릭터를 봉제인형으로 만들수 있는 원단과 설명 책자등을 팔고 있었다. 삼십육살 아저씨가 봐도 정말 이쁜 팬시제품들이 가득해서 결국 이것 저것 쇼핑하고 말았다. 아래 사진의 접시 두장, 팬더 그림 엽서 두장, 욕실 앞에 둘 팬더모양 러그 등… 다음에 따로 사진으로 찍어 올려보겠다-

질러주시는 도돌미와입후-

고치소우사라 (잘먹었습니다 접시)

이제 호리에 (堀江) 지역으로 가자- 호리에는 오렌지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하는 매우 스타일리시 하고 실험적인 아이템들을 다루는 지역. 패션은 물론이고, 헤어스튜디오, 가구, 생활소품 등의 멋진 샵들이 가득 모여있다. 분위기가 흡사 도쿄의 다이칸야마 같은 분위기. 또 호리에에는 자그마한 공원들이 많다. 건물들 사이로 한 블럭을 비우고 그 자리에 녹지를 조성해 두었는데, 이국적인 분위기가 꽤 좋다.

호리에의 옷가게들-

교차로의 십자표식이 예쁘다-

먼저 ‘힐즈 빵공장 카페’ 부터 들러보자. 아침메뉴가 준비되는 몇 안되는 카페 중 하나라고 알고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입구 안쪽에 – 하얀 문 이 전에 – 테이블들과 의자들이 준비되어 있어 안에서 빵과 음료를 받아서 먹을 수 있다. 물론, 2층에도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빵 이외에도 요일별로 식사가 준비되는 것 같다. 대체로 5-600 엔대 정도이고, 150엔을 더하면 음료까지 추가할 수 있단다. 뱃속에 들어간 음식들을 다 꺼낼 수만 있다면 모조리 한번씩 다 먹어볼텐데 말이지.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는 소시지크로와상과 돈카츠 샌드위치, 라떼 한잔을 주문해서 2층으로 올라갔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혼자서 간단히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런데 일본 여행중 발견한 신기한 것 하나, 이런 카페가 금연인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흡연이 가능한데다가 더 신기한 것은 담배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언젠가 누군가가 ‘일본에선 금연지역을 만들기보단 환기시설을 더 만든다.’ 라고 하던데 말이다.

힐즈빵공장카페의 입구

요일별로 준비되는 메뉴가 다르다-

식빵 아래에 붙여진 번호의 미슷테리-

소시지크로와상과 돈카츠샌드 그리고 라떼 한잔

깔끔한 2층

빵공장 좋아? 응 좋아-

힐즈빵공장카페를 나와 오렌지스트리트 방향으로 더 내려가 보자. 정말 갖가지 편집샵들이 줄지어 있다. 나중에 우리 부부가 직장을 박차고 나와 카페를 열때 쯤에 다시 여길 들러야겠다. 하나하나 신경써서 고른 아이템으로 카페를 꾸미고 싶은 바램이 있다.

나무로 만든 장난감 샵 ‘동그리’ – 도토리

유아용품의 편집샵인듯-

어딜가나 자전거는 정말 많다

여름이면 창을 열어 테라스로 만든다는 카페, ‘뮤즈 오사카’

편직물의 모든것 ‘세트미뇽’ – 2층은 카페, 3층은 갤러리

여행책자에 컨트리 카페라고 소개되어 있던 카페 ‘구테’. 컨트리카페라기 보단 ‘네츄럴’ 한 느낌이다. 입구 앞의 허브 화분들이 왠지 아기자기 귀여웠던 곳. 카페로 들어가면 좌측이 주방이고 우측은 전부 테이블이 채우고 있다. 안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아주 멀끄럼한 총각이 메뉴판을 내민다. 둘 다 식사를 하긴 뭣해서 커피랑 케익을 하나, 식사를 하나 하기로. 특이한 것은 파스타와 그라탕을 하나씩 선택해서 하프앤하프로 주문 가능하다는 점. 식사에 딸린 음료는 브랜드커피, 사과파이는 밀크티와 함께 주문했다.

나온 음식을 먹어보고선 둘 다 깜짝 놀랐다. 비쥬얼도 매우 훌륭했을 뿐 아니라, 맛이 정말 끝내 줬다는. 뭐 케익이야 일본이 워낙 유명하니 넘어가고, 파스타, 그라탕의 퀄리티가 장난아니다. 딱 먹어보고선 ‘이 정도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를 델꼬 가게하려면 꽤 비싸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오사카 여행때는 정말 발바닥 부르트게 걷고 또 걸어 열심히 구경하러 다니느라 카페에 많이 들어가 보질 못했다. 이쯤에서 대포고냥군에겐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다. 우리가 감탄하는 이런 카페의 음식이 일본에선 평균 수준인 것인지… 정말 다들 이 정도 해야 카페 한다고 할 정도 인것인지… 여튼 우리 부부는 구테에서의 식사에 굉장히 만족하고 나왔다.

카페 구테

실내는 매우 편안한 분위기다-

샐러드와 과일타르트

일본풍 파스타와 가지가 들어간 그라탕- 아주 쥑인다-

자, 마지막으로 호리에 남쪽의 오렌지 스트리트를 지나 다시 신사이바시 에이리어로 돌아가자. 호리에의 소품샵인 ‘디테일’ 에 가 보고 싶었지만 내부 매장 정리중이라 잠시 문을 닫아둔 바람에 사진만 찍고 돌아서야만 했다. 사실, 호리에와 같은 샵들이 모여있는 지역은 아이쇼핑으로는 좀 아쉬운 감이 있다. 나중에 꼭 환율도 내리고 하면 (!) 현금을 쥐고 와서 꼭 질러주겠다고 다짐했다. 근데 제일 사고싶었던 가구는 어찌 들고가지? -_-?

생활소품 DETAIL

오렌지스트리트의 끝자락을 알리는 표지판

오렌지스트리트에서 본 자전거 – 우산 홀더가 붙어있다!!!!

오렌지 스트릿을 따라 신사이바시로 들어왔다. 다이마루 백화점 뒷편에 ‘그랜드 애프터눈 티’ 에 가자. 도돌미와입후가 너무 좋아하는 가게. 1층은 빵가게와 카페, 2, 3 층은 생활용품을 팔고있다. 도돌미와입후는 여기서 투명한 유리에 사쿠라 꽃잎이 그려진 티 팟과 찻잔을 한 세트 샀다. 갖고 싶으면 그냥 사면되지, 뭘 그리 만지고만 있느냐-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포장을 부탁했더니 쿠션을 넣어서 꼼꼼하게 싸 준다. 작년 환율이었으면 정말 부담 없이 막 질러 주고 싶었는데 체감상으로는 작년의 두 배가 넘는 듯한 느낌이다. 에구-

그랜드 애프터눈 티 2층으로 고고- 고고-

그랜드 애프터눈 티 1층의 카페테리아

오늘 저녁에만 맛 집 두군데를 들러야만 한다.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꽤 쇼핑백이 많아져 버려서 일단 호텔에 잠깐 들러서 짐을 놓고 다시 나가도록 하자. 여행 출발 전, 친구 큐타로군의 지인인 마나베 상에게 부탁해서 받게된 오사카의 맛집 두 군데. 하나는 엔니치 (緣日) 라는 쿠시카츠 – 꼬치를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오사카의 명물요리 – 전문점과 나머지 하나는 야마모토 라는 네기야키 – 파를 넣어서 구워낸 오코노미야키 같은 음식 – 전문점이다. 두 가게 모두 우메다역 부근에 있어서 일단 우메다 역으로 출발-

쇼핑백은 쌓여만 가고-

지하철과 연결된 호텔의 출구 –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가 보인다-

쿠시카츠 전문점인 엔니치는 미도스지센 우메다역에서 내려서 거대한 지하상가인 ‘화이티우메다’ 방향으로 나와야 볼 수 있다. 규가쿠 못지 않게 작은 간판인데다, 한자를 모른채 그냥 ‘엔니치’ 라고만 외워서 갔다가 더 고생했다. 찾고 보니, ‘緣日’ 이었다는 후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보니 의외로 자그마한 가게다. 중앙의 주방 주위로 바 자리가 있고 주변에 마주 앉아 먹는 자리는 서너개 정도. 도돌미와입후와 바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일단 생맥주 두잔. 그리고 쿠시카츠 10종 세트를 주문했다. 그러면 아래 보이는 주방장 아저씨가, 하나하나 튀겨서 내 보낼때마다 재료랑 찍어먹는 소스등을 말해 준다. 모두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닭똥집을 비롯하여, 영계살, 어묵 등등이 줄줄이 나온다. 그중에 ‘호타루이카’ 라는 재료가 있었는데 꼴뚜기 젓갈같은걸 튀겨주더라는. 비려죽는줄;;; 그 외에는 모두 다 좋았다- 시원한 맥주와 먹으니 그저그만이더라는. 게다가 가게 아주머니가 우리가 모르는 재료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참 즐겁게 먹을수 있었다. 고마워요 엔니치 아줌마-

여기도 시오카베츠가!!!

쿠시카츠 맛있어요-

자, 이제 네기야키를 먹으러 가자- 네기야키 ‘야마모토’ 는 길을 건너서 ‘햅파이브-햅나비오’ 의 거대한 관람차가 보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한큐 잉즈’ 와 ‘에스트’ 사이의 골목에 있으니 눈여겨 보지 않으면 찾기가 어렵다. 시간이 있으면 관람차를 타보고 싶었으나, 도돌미와입후는 또 저런것에 취미가 없는 듯 하다. 관람차는 로맨틱하다규!

햅파이브-햅나비오

발견! 네기야키의 ‘야마모토’

오사카에만 3개 지점이 있는듯-

앞의 철판 위에 얹어주는 네기야키를 다들 맛있게 먹고있다

크하- 맥주 + 네기야키 – 사이코데스요-

‘야마모토’에 들어가니, 기다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이거이거, 오사카 사람들한테도 먹히는 요리인가 보다. 30여분을 기다려 겨우 자리에 앉았다. 옆의 손님들을 보니, 한사람이 냄비 뚜껑만한 네기야키를 혼자서 한장을 아작내고 있다. 그것도 여자손님들 인데! 이미 엔니치에서 배불러서 왔던 우리 붑후는, 둘이서 한 장을 나눠 먹기로 하고 쇠고기 네기야키를 주문했다. 도돌미와입후는 생맥주, 술 약한 대포고냥군은 우롱차;;; 이거 맛있다- 역시 파가 들어가니 하나도 느끼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오코노미야키보다 이게 더 맘에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좀 찾아봤더니, ‘야마모토’ 의 추천 네기야키는 스지 네기야키 – 힘줄 네기야키 (?) – 였다는… 담에는 꼭 저걸로 주문해 봐야겠다.

오오; 배가 터져 죽을것 같다. 빨리 똥을 싸지 않으면… 어억-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메다에서 크레이프를 또 먹었다는;;; 우메다 역에서 돌아오는 길에 왠 가수로 보이는 츠자가 싸인을 해주고 있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싸인을 받는 것으로 보아, 엔카 가수가 아닐까 추측. 혹시 아래 츠자를 아시는 분은 리플달아주세요-

씨디에 싸인을 받는 아저씨들-

ps. 식도락 여행 둘째날의 성적표

1. ‘마츠바야’ 의 키츠네우동
2. ‘네스트로브’ 에서의 스콘 + 다즐링 + 라떼
3. ‘힐즈빵공장카페’ 에서 소시지크로와상 + 돈카츠샌드위치 + 라떼
4. 카페 ‘구테’ 에서 일본식 파스타 + 가지를 얹은 그라탕 + 과일파이 + 밀크티
5. ‘그랜드 애프터눈 티’ 에서 와플 구입 + 음료
6. ‘엔니치’ 에서 쿠시카츠 세트 2인분 + 생맥주 2잔
7. 네기야키 ‘야마모토’ 에서 쇠고기네기야키 1인분 + 생맥주
8. + 크레이프

[교훈]
– 물이 바뀌니 똥이 안나온다. 관장을 해야겠다는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