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고냥군은 흡연자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담배에 손 대기 시작하여 어언 18년 째 줄-창 피워 오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결혼 전에는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남 한테 피해 주지 않으면 되지…’ 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대포고냥군은 길거리를 걸으며 담배를 피워대지도 않으며, 침을 뱉지도 않으며, 자판기 커피 타임을 가질 때에도 곁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연기가 닿지 않게 신경쓰는 착한 흡연자라… 그러나 결혼을 하게 되고, 흡연 장소가 집 바깥으로 바뀌면서 이건 뭔가 처량한거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덜덜 떨면서 피는 것이 궁상 맞기도 하고, 차에선 냄새 난다고 구박하질 않나,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직을 했더니 우리 팀에서 내가 유일한 흡연자다. 흡연 환경 최악이다.
이러한 이유로 담배는 이제 끊을 때가 온 것인가… 하며 거의 자포자기에 이르렀을 때, 대포고냥군은 우연히 전자담배의 존재를 알게 된다. 오일에 니코틴과 향료를 첨가한 액상을 전기로 가열된 코일에 닿게 해서 무화 – 안개화 – 되는 수증기를 흡입하는 전자담배. 전자담배가 만들어내는 ‘연기’ 는 실제로는 수증기라 냄새도 없고, 연초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도 없다. 당연히, 실제로 연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폐 건강에 가장 문제가 되는 타르도 없다. 실제로 전자담배를 사용하게 되면, 니코틴은 혈액으로 공급되지만, 폐 자체는 금연상태와 동일하다. 대포고냥군의 몸에 실시한 임상실험 결과, 연초를 태울 때에 비하여, 가래가 덜 나온다든지 숨가쁨의 완화와 같은 직접적인 기관지, 폐의 변화는 당연한 것이고, 깊은 수면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아침에 일어날 때, 좀더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낀다.
처음에는 국내 전자담배 업체가 만든 기기와 그 전자담배 업체가 공급하는 액상을 구입해서 사용했으나, 그것은 뭔가 ‘잘 모르는 어리숙한 호갱님’ 들이나 그렇게 쓰는 것이었다는… 국내 제품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개발된 제품을 들여와 브랜드 로고나 찍어서 파는 보따리 수준인데다, 가격은 터무니 없이 높다. 앞서 이야기 했던 것 처럼, 전자담배라는 것이 전원과 발열코일로 이루어진 장치라 하루하루 다르게 좋은 제품들이 개발되고 개선되고 있다. 위에 대포고냥군이 쥐고 있는 왠지 무서운 전자담배는 통칭 ‘mod e-ciga’ 라는 Geek 들이나 사용하는 것인데 발열코일로 보내는 전압을 1볼트 단위로 설정이 가능하다. 발열코일의 방식이나 저항 값에 따라 적정 전압이 있고, 그에 따라 무화되는 맛이 달라진다는… 이제는 전자기기 뿐만 아니라, 담배 피는 것까지 저항값, 볼트 수 따져가며 피워야 하는 세상인가보다.
흡연은 과학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