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길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는 일본인들을 주제로 다룬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길 고양이에게 식사를 챙겨주는 일과 그로 인한 이웃과의 갈등. 왠지 국민 전체가 고양이를 좋아할 것만 같은 일본의 사정도 한국이나 매 한 가지구나 생각했다.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도 처음부터 바깥에 사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거나 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그저 ‘귀여워서’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고양이와의 동거가 정신차려 보니 넷이 되어 있었고, 이제는 뭔가 반려동물이 아니라 진정으로 ‘내 자식들’ 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커질 수록, 묘하게도 바깥에 사는 고양이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하는 거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고양이라도 만난 날엔, ‘우리 아이들이나 바깥에 사는 아이들이나 같은 고양이 인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지금, 밥을 챙겨주는 고양이는 모두 넷이다. 맨 처음 알게 된 까망이는, 아파트 재활용품 수거장에 사는 고양이 였는데, 언제선가 부턴 퇴근해서 아파트로 들어오는 대포고냥군의 자동차 엔진소리만 듣고도 저 멀리서 뛰어 올 정도가 되었다. 조용히 오는 것도 아니고, 온 동네가 떠나가라 냥냥대며 다리 사이로 가로질러대는 바람에 마주치는 아파트의 다른 주민에게 살짝 민망하기 까지 하다. 그리고 메종드상도 바로 앞 구역에 사는 토실한 삼색이와 카오스 여자아이는 얼마 전 부터, 퇴근해서 차를 주차하고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가 식사를 놓는 자리 앞을 지나칠 때면, 자동차 밑에서 예쁜 목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 등장한 동글동글 겁 많은 아이. 사료를 먹긴 하지만, 아직 가까이 오지 않는다. 게다가 삼색이랑 영역다툼을 하는 듯도…
처음엔, 우리 아이들 사료를 나눠 주곤 하다가, 올해 들어서는 바깥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서 대 포장 사료를 함께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참 다행이고 재미있는 것은 밥을 챙겨주는 것이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 뿐 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끔 우리가 사료를 놓는 장소에 보면, 고양이 사료는 아니지만, 먹다 남은 생선 구이, 단팥 빵, 심지어 녹차카스테라 까지 놓여 있었다는. 하지만, 세상의 사람들이 다 우리같은 마음은 아니라 사료를 주거나 할 때, 항상 조심스럽다. 주민들 중에는 분명, 아이들에게 사료를 주는 우리 같은 사람 들 때문에 아파트 단지에 고양이가 더 모여들고, 쓰레기 봉투를 파헤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바깥에 사는 고양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은 경비아저씨를, 옆집 아주머니를 설득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배고픈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제공하면 쓰레기 봉투를 파 헤치는 일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이젠, 바깥에 사는 자식들 까지 총 여덟마리를 먹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