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도돌미와이프와 홍대 놀X부대찌게를 먹으러 갔다가 발견한 가게. 평소에도 카레를 좋아하는 대포고냥군, 꼬옥 기억해 두었다가 방문해 보았다. 바깥에 마련된 벤치에 먼저 도착한 두 팀이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배고픈 우리는 그냥 바 자리에 앉았다. 아비코 (我孫子) 라는 건 일본 치바 (千葉) 현의 시 (市) 이름인데… 여기 주인이 거기랑 무슨 인연이 있는걸까.
‘이랏샤이마세-‘
‘옷스-‘
여기까진 나름 괜찮은 발음이었다. 그런데 마침 옆 테이블의 손님들이 계산을 하고 나가는데 종업원 아가씨가 외친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쓰다-‘ 순간 손이 오글, 초 안습이다. 아무리 일본식 카레집이라곤 하지만 왜 저리 되지도 않는 일본어를 쓰려고 할까. 주방장 중에 하나라도 일본사람이 있다든가 하면 몰라도. 차라리, 맛깔나는 액센트를 넣어서 ‘어서오세요- 아비코 입니다!’ 가 훨 나을텐데. 여튼 일본어 좀 하는 대포고냥군 귀에는 많이 거슬린다.
메뉴는 크게 세가지다. 카레라이스, 카레우동, 하이라이스. 그외에 몇가지 돈부리 – 덮밥 – 도 주문 가능한듯 하다. 카레 전문점이라니 일단 첫 주문은 카레라이스로 해야겠다. 얹혀 나오는 카레는 1, 2, 3 단계, 지존, 신 단계로 맵기를 조절할 수 있다. 벽에 신 단계에 도전해서 성공한 사람 수랑 사진들이 붙어있다. 도돌미와입후는 2단계, 난 딱 중간인 3단계로 주문. 거기에 카레에 섞을 버섯, 돼지고기 등등의 재료를 주문하고 마지막으로는 돈까스, 고로케 등의 적셔 먹을 메뉴 – 아비꼬 에서는 ‘토핑’ 이라 했다 – 를 선택하면 끝이다. 그런데 이것저것 주문하다보니 인당 만원이다. 카레는 서민들의, 독신자들의 음식인데 만원은 좀 비싼듯.
주문이 들어가자 1인분 의 카레가 들어있을 듯한 남비를 각각 데우고 있다. 베이스 카레 – 아마도 아기카레라고 되어있는 – 는 한 가지이고 거기에 맵기 단계에 따라 캡사이신분말 – 불닭같은데 들어가는 졸래 매운 향신료 – 같은 걸 추가해서 내는 모양. 밥과 베이스 카레는 원한다면 얼마든지 제공한다고 하니, 대식가들에겐 희소식. 그리고 날계란을 주문하면 무료로 주는데, 카레랑 섞어서 먹으면 더 고소하다. 이건 왠지 오사카의 지유켄의 날계란이 생각난다.
대포고냥군이 주문한 돼지고기 카레 2단계 + 돈카츠 가 나왔다. 날계란을 부셔 싹싹 비비고 맛을 보자. 카레도 돈카츠도 맛있다. 처음에는 ‘3단계 별거 아니네-‘ 했다가 반쯤 먹은 이후 부턴 도돌미와입후의 블로그에서의 표현처럼 모공에서 피가 나올 정도가 됐다. 아마 계란을 넣지 않았다면 피똥 쌌을것 같다. 도대체 신 단계를 먹어치운 사람들은 어떻게 생긴 사람들인지… 중반 이후엔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매워서 계속 안절부절 하면서 먹었다. 빨리 먹고 여기서 도망가야 할 것만 같은 그런 기분. 내 생각에 아비꼬의 스텝들은 처음 온 손님들에겐 한 단계 정도 낮춰서 주문하라고 조언해줘야 할것 같다. 이건 뭐, 아비꼬를 나와서 음식맛을 떠올릴 겨를이 없다. 매워서 정신없었던 기억 밖엔 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한번 더 가보려고 한다. 다음 기회에는 꼭 2단계로;;;
ps. 지인에 따르면 주차도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