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에 카페플랫에 갔다가 영업종료 시간까지 있게 된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 이 시간 즈음 되니 손님도 없고 해서 두 남녀 마스터님과 자리에 앉아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급조된 야식 회동. 장소는 ㅈㅎ님이 추천하신 이태원쪽의 자코비 버거 (Jacoby’s Burger). 정확하게는 해방촌 한신아파트 바로 옆이란다. 이것으로 썬더버거 다음으로 알게 된 두 번째 이태원의 버거가게. 찍어둔 실내 사진이 없어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자코비 버거는 수제버거 집이라기 보다 헐리웃 스타의 얼굴을 그래피티로 그린 벽이라든지, 한 쪽에 바가 있는 것이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들 법한 펍 (Pub) 같아 보인다. ‘어라, 이런가게에서 버거를 판다고?’ 이런 느낌이었달까.
그런데 메뉴를 펼쳐 보면, 이런 선입견은 깨끗하게 사라진다. 처음 여길 온 사람이라면 뭘 골라야 될지 막막해질 정도로 버거의 종류가 많다. 게다가 버거마다 번 (bun) 의 종류에서 부터, 패티에 쓰이는 향신료와 익힌 정도, 토핑, 사이드 메뉴까지 세세하게 커스터마이즈 가능 하다는 점이 놀랍다. 일단 어리버리한 우리는 플랫님들의 추천으로 가장 기본의 ‘자코비 버거’ 와 ‘머쉬룸 버거’ 를 주문했다. 자코비 버거의 스텝이 다가와 능숙하게 추가 사항을 주문 받는다. 대포고냥군은 통밀빵과 뮌스터 치즈, 마늘 패티, 미디엄 익힘, 구운양파, 토마토 없음 으로 주문했고 엑스트라 토핑으로 베이컨, 사이드메뉴로 프랜치프라이를 추가했다. 마늘패티 보다 로즈마리 패티가 더 맛있다는 ㅅㅎ님의 조언을 듣지 않았던 것을 금새 후회 했지만 말이다.
버거가 나오는 순간 그 양에 놀라게 되고 맛보는 순간 맛에 또 한번 더 놀란다. 버거의 앙꼬라 할 수 있는 패티는 너무나도 훌륭하다.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는 촉촉한 패티는 정말 두껍고 부드럽다. 대포고냥군이 주문했던 ‘마늘 패티’ 도 정말 훌륭했으나, 도돌미와입후가 주문했던 ‘로즈마리 패티’ 가 더 맛있다. ㅅㅎ님 말 들을걸 하고 열라 후회. 로즈마리가 햄버거 패티랑 이렇게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패티위에 녹아 있는 치즈도 ‘버거엔 슬라이스 치즈’ 가 당연한 듯 먹어왔던 대포고냥군에게는 처음 맛보는 황홀한 세계다. 패티를 미디엄으로 익힌데다가 추가 토핑인 베이컨 까지 미끄덩 거려서 버거를 먹는 내내 질질 흘렸지만 참 맛있구나. 양은 딱 양키 삘이다. 버거 하나만도 양이 엄청난데다 사이드메뉴까지 감자를 시킨 대포고냥군은 배가 터져 죽을뻔 했다. 그래도 ‘하나도 안느끼해-‘ 를 연발하며 꾸역꾸역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웠다. 이 포스팅을 쓰면서 다음에 다시 자코비 버거를 방문했을 때는 어떤 조합으로 버거를 주문할 지를 혼자 상상하고 있다. 다음엔 더블 치즈 베이컨 버거에 도전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