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징징양으로부터 영화 두편을 추천받았다. 카모메식당 (かもめ食堂) 과 메가네 (めがね) 라는 일본영화 두 편. 최근 어떤 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느라 – 카메라 고민 – 무언가에 통 집중을 할 수가 없었던 대포고냥군. 큰 기대 않고 보았던 이 영화 두 편으로 구원을 받은 느낌이라면 과장일까나?
우선, 이 영화 두 편은 감독이 같다. 오기가미나오코 (荻上直子). 게다가 주역배우 둘이 같다. 코바야시사토미 (小林聰美) 와 모타이마사코 (もたいまさこ). 오기가미 감독이 이 두 배우를 편애라고 할 정도로 무척 아껴서 자신의 작품에는 꼭 기용한다는 후문이다. 카모메식당 – 갈매기식당 이라는 뜻 – 에서는 코바야시사토미가 식당 주인, 모타이마사코가 손님으로, 메가네 – 안경 이라는 뜻 – 에서는 거꾸로 코바야시사토미가 펜션을 찾아온 손님으로 등장한다. 오기가미 감독은 두 영화에서 일관된 톤으로 화면을 채워나간다. 단 몇 분만 영화를 보다보면, 왜 이 감독이 이 두 배우를 그렇게 편애하는지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뭐랄까… 쨍하게 맑은 날, 빨래줄에 흰 빨래들을 널어둔 세제 광고에 나올 것만 같은 배우들 같달까. 무척 담백하고 진지하다가도 피식 웃게 만드는 그런 기분 좋은 캐릭터 들이다.
대포고냥군에게 이 두편의 영화를 본 소감을 한 줄로 요약하라면 ‘오감(五感) 체험 시뮬레이션 영화’ 라고 하겠다. 사실, 스토리는 무시해도 될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데다가 – 라고 하면 감독이 기분나쁠래나 – 영화에서 느낄수 있는 것의 대부분을 관객의 상상력의 몫으로 돌려버리기 때문이다. 영화 메가네에서 숨이 멎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단팥을 담고 빙수의 얼음을 갈아 얹을 때, 대포고냥군은 그 맛이 느껴지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였다. 게다가 이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빙수의 맛을 음미할 시간을 너무 오래 준다! 횬다이카드 CF 의 ‘생각해봐’ 라는 타이포가 흐르면서 상어가 뛰어오르는 씬 을 기억하는가? 이와 같이 침묵이 흐르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삽입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극중 캐릭터가 느끼는 오감을 상상력을 동원해서 곰씹을 것을 강요한다.
간만에 본, 너무 맛있고, 너무 따뜻하고, 너무 나른한 영화였다. 특히 메가네에서 내내 나오는 ‘사색’ 이라는 요소는 실제로 어떤 생각을 하는 ‘사색’의 의미에서 차용한 것이 아닌듯 했다. 사색을 한다는 핑계로 영화 내내 멍 때리는 캐릭터들… 봄날에 간혹 정신줄 놓고 꽃향기에 취해서 멍 때릴때의 그 행복한 느낌을 여러분은 아는가? 뇌 한켠이 간질간질 해오는 그 느낌을… 최근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신 분이라면 강추한다. 오기가미 감독의 영화는 한 편으로는 마약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