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고냥군은 시스템기획자다. 요 몇 년동안 계속 광고효율측정시스템 – eKAMS – 을 개발하느라 낑낑대고 있다가, 쌀나라에는 어떤 좋은 솔루션이 있는지 보고오라는 대표님의 명에 따라 이사님을 모시고 시카고에 다녀왔다. 시카고에서 7월 31일, 8월 1일 양일간 애드텍 (Ad:tech) 이라는 테크기반의 광고기법 박람회가 있었다. 출장일정은 총 3박 5일. 졸라 빡세다;;; 대포고냥군은 비행기여행을 아주 싫어라 하는데 – 아니 이코노미석 여행을 싫어한다가 맞을지도 – 키가 커서 자리가 불편하다 못해 나중에는 무릅이 굳고, 엉덩이 뼈가 닿는 피부가 멍이 들 정도라… 시카고행 KE37편, 편도 13시간 비행이다. 자도자도 끝이 없다. 기내식 3회, 배에 가스가 차서 죽을지경이다. 기내에 애쉑들은 울어제끼지… 아 돌아버릴것 같다;;;
마이너스 15시간의 시차 탓에… 한국에서 30일 낮 12시 비행기를 탔는데, 시카고 공항에 내리니 같은 날 오전 10시다. 왠지 남들보다 하루를 더 살고 있는 듯한 기분에 뿌듯하잖;;; 나중에 돌아갈 생각은 안 하고 있는 바보 대포고냥군. 한국시간으로는 새벽인지라 졸리는데다가 너무 화창한 날씨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이 벌건 대낮에 어찌 호텔방에 들어가서 잘 수도 없고… 일단 공항을 빠져나와 예약 해 두었던 렌트카를 가져왔다. 07년식 토요타 캠리 (Toyota Camry) 군. 뭐 베스트셀링 중형차니 큰 문제는 없겠지. 프리웨이를 따라 시카고로 들어가는데, 미국애들 운전이 의외로 거칠다. 조낸 빨리 달리는데다가 끼어들기도 한국의 택시레이서님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 그래도 소심한 대포고냥군은 먼나라 미국까지 와서 과속했다가 총 맞기 싫어서 초보모드로 운전.
시카고 시내에 들어왔는데도 체크인시간까지는 한참 남았다. 우측에 바다 비슷한게 보인다. 오옷! 저 것이 미시간호수! 저게 무슨 호수냐… 바다지. 미시간 호수의 면적이 5만 8000 ㎢ 이니, 약 9만 9000 ㎢ 인 한국 땅의 반 (!!!) 이 넘는 셈이다;;; 이게 말이돼? 응? 응? 비치를 따라 잔디가 깔린 공원들이 끝이 없이 연결된다. 잠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자. 역시 땅 너른 나라라 그런지, 쪼잔하게 한시간 단위로 주차요금을 받지않는다. 왠만하면 하루, 짧은것이 12시간이다. 젠장. 아아… 너른 잔디밭에 사람들이 윗통은 훌러덩 하고 널부러져 있다. 해변을 따라 연결되는 산책로에는 간간히 조깅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캐나다에 유학을 다녀온 후 처음으로 느끼는 나른함이다. 대포고냥군은 처음에 서울에 와서 너무 견디기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가 ‘사람이 없는 곳이 없다’ 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서 살갑게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아주 가끔씩은 사람들에게 치여서 꼴도 보기 싫어질 때가 있지 않은가. 이럴 때, 시야에서 사람들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길은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문을 잠그는 일 정도.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느낀 이 나름함은 너무나도 부러웠다. 한적한 미술관의 전시실을 거닐다 간간히 마주오는 관람객과 마주치는 그런 느낌… 여기서 살면 사람들이 그리워질 것 같다.
도착한 첫 날은 일정이 없는 관계로, 여기저기를 둘러보도록 하자. 먼저 John G. Shedd Aqualium 을 가 보기로 했다. 일정 인원이 관람을 끝내고 나가면 그 만큼의 관람객을 더 들여보내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무조건 유아 동반 관람객 우선이라 유모차를 끌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먼저 휙휙 입장하는 바람에, 땡볕에서 일사병 걸리는 줄 알았다. 의외로 내부가 넓다. 하나의 Level 에 모든 수조가 있는것이 아니어서, 지하, 1, 2 층 오르락 내리락 해야한다. 일반 어류에서 부터, 어패류, 말미잘 등의 강장동물, 수중식물, 곤충, 심지어 이구아나와 같은 파충류까지 다 모여있다. 돌고래 쇼가 투어의 마지막이었는데, 애 들의 사이즈가 조금 작다는 것 이 외에는 뭐 나름 괜찮았다. 대포고냥군은 무조건 큰 것이 좋다;;;
수족관 관람을 마치고 나와보니, 시카고의 상징이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인 시어스타워 (Sears Tower)가 저기 보인다. 아무래도 초 고층 빌딩이 있는 곳이 다운타운이겠거니 하고 그 쪽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걸어도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는 것이 왠지 걸어가기로 한 것이 후회되잖;;;
다운타운이라고 불릴만 한 곳까지 왔을 때, 대포고냥군 이미 지쳐버렸다;;; 헥헥… 여기는 건물의 블럭과 블럭 사이도 왤케 먼 것이더냐. 그래도 다운타운에서 사람구경 하는 것은 재미있다. 지나가며 사람들을 유심히 본 결과 미국인들의 비만은 초 심각상태. 한국에서 ‘한 덩치한다’ 는 사람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미적인 관점에서 살이 쪄서 보기 싫다 정도가 아니라, 저런 상태로 살아있다라는 것이 신기하다면 상상이 될까. 바지가 50인치는 되어 보이고, 티셔츠는 무슨 풍선을 넣어둔 듯 울렁거린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대 부분 흑인이거나 저 소득층 인듯 하다. 미국에서 햄버거나, 피자 같은 값 싸고 고 열량인 음식 – 정크푸드 (Junk Food) – 이 문제라는 그런 소식을 들을 때 마다 ‘뭐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었는데, 실제로 보니, 이것은 국가 수준의 심각한 문제인듯 하다.
역시 ‘건축의 도시’ 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건물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높이가 굉장한 건물들이 한 두개가 아닌데다가, 건물의 외벽을 콘크리트나, 통유리로 마감해 놓은 성의없는 (?) 건물 같은건 발견하기 어렵다. 서울의 도심의 곳곳에 세워지는 높은 빌딩들의 대 부분은, H Beam 이라고 불리우는 H 형 철골을 대지 깊숙히 찔러 넣은 다음, 각 층 (Floor) 을 동시에 조립한다. 그리고 외벽을 통유리로 마감하면 빌딩이 완성된다. 고층 빌딩을 지을 때 언제나 보이는 – 건물의 높이와 비슷한 – 타워크레인은 H 빔을 조립하는데 사용된다. 때때로 사람들은 ‘언제 이렇게 높은 건물이 들어섰지?’ 하고 놀라워 하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H Beam 을 이용하여 건물을 지을 때, 지하 기반공사가 전체 건축공정의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 예정지에 장막을 둘러치고 몇 달간은 공사가 지지부진 한듯 하다가 – 실은 기반공사 중이다 – 순식간에 빌딩이 올라가는 것이다. 압, 잡설이 길었다;;; 여튼 여기 시카고는 한국과 같은 철골건물이 참 드물어 보인다. 철골건물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진동에 강하고, 철골을 사용하다보니, 내부 공간이 일반 철근-콘크리트 기둥 구조의 건물보다 훨씬 넓은 장점이있다. 그러나, 개성없이 다 똑같아 보인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시카고의 건축물은 클래식컬하다. 외벽은 대부분 석재로 마감하고 있고 그리스 건축물에서 볼 수있는 기둥, 그 위의 장식대 (裝飾帶:frieze) 의 조각까지… 아름답다. 이런 건물 하나하나가 시카고라는 도시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정신을 놓고 걷다가 시어스 타워 (Sears Tower) 급 도착! 너무 높다보니 오히려 눈에 안 보인다. 1974년도에 완공되어 졌으니, 대포고냥군과 나이가 같다. 왠지 반갑잖;;; 빌딩 높이 443미터, 110층 건물인 시어스 타워는 빌딩 자체의 높이로는 세계 세 번째이지만, 건물 옥상의 안테나의 높이까지 치면 520미터로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70년대에 완공된 건물이니 만큼 최신식 구조는 아니어서 건물 로비도 좁고, 소박하다. 자아… 시어스타워의 전망대 Skydeck 으로 올라가보자. 관람료는 USD 12.95 다. 간단한 시어스타워의 역사에 대한 영상을 보고서 엘리베이터로 올라간다. 꽤 빠른 엘리베이터가 귀를 멍멍하게 만든다. 전망대에 올라 사면 (四面) 을 바라보니 높긴 높다;;; 주변에 있는 빌딩들도 결코 낮은 건물들이 아닌데… 뭐 특별히 임프레시브한 관광은 아니었으나, 시카고에 오면 다들 한 번 쯤은 와 보는 곳이라니, 나름 의미 있다고 생각한 대포고냥군이었다. 너무너무 빡셌던 시카고에서의 첫 날… 대포고냥군은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뻗었다는 후문.
ps. 여행기는 너무 글이 길어져서 힘들잖;;; 다음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