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그린 브롬톤과 지나가는 봉봉인
2010 년에 돌돌미와 나는 브롬톤을 샀다. 오모테상도에 살던 그 당시에 대포고냥군은 삼성동의 직장까지 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열심히 자출 (자전거 출퇴근) 을 하느라 데일리 라이딩을 했던 것에 비해, 돌돌미는 브롬톤을 사고서도 평소에 탈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고 보면, 왕복 30 킬로나 되는 거리를 매일 달렸으니 오히려 주말에 돌돌미랑 같이 라이딩 할 기회가 더 없었던 것 같기도 – 미안하다 돌돌미야. 그러다 분당에 있는 직장으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자출은 끝이나고, 그 후 여기 OPI로 이사오면서, 브롬톤은 창고에서 거의 일년 반을 보내게 된다. 그 후에도 가끔 돌돌미가 ‘자전거 타고 싶다’ 했지만 뭔가 여긴 길도 좁아 위험한데다, 분당으로 나가려면 TJ 고개라는 거대한 장애물을 통과해야만 해서 뭔가 쉽지 않았달까. 이거 글을 쓰다보니, 와이프의 소박한 소원을 외면하는 나쁜 남편이 과거를 반성하며 울컥하는 분위기가 되어 가는데… 나쁜사람- 나쁜사람-
여튼, 오늘의 주제는 ‘지형 (?) 상의 문제로 브롬톤을 방출하기로 했다’ 이다. 브롬톤을 구입할 때만 해도, 대 당 170 만원 정도 들어갔던 것 같은데, 중고로 내 놓으면서 요즘 신품 가격을 보니 200만원이 넘네… 엄청나게 올랐다. 우리가 샀던 브롬톤은 둘 다, M6L 모델인데 M 은 핸들바의 모양을 나타내고, 6 은 6단기어, L 은 머드가드가 있는 모델이라는 뜻이다. 스탠다드하고 클래식해서 가장 많이 찾는 모델이 M6L 이다. 물론 좀 더 스포티한 – 라이딩 포지션이 더 낮은 – 일자 핸들바를 가진 S, 사이클 같은 모양의 핸들바를 가진 P 모델도 있으며, 좀 더 저렴한 2단 기어 모델도 있다. 게다가 엄청 비싼 티탄 합금을 사용한 경량 모델도 있는데, 프레임 전체가 티탄도 아니라 무게도 그닥 가볍지도 않은, 그런데 극강 포스를 가진 그런 놈도 있다.
M 타입 핸들바
리어 허브에 3단, 외부에 2단
BWR 3 speed rear hub
참 예쁘다
대포고냥군이 타던 블랙 브롬톤 M6L 은 나름 격한 자출에 – 심지어 폭우가 오는 날에도 달렸다 – 커스터마이즈 한 곳도 많고 상태가 그닥 좋진 않아 백만원에 몇 장 더한 가격으로 이미 판매 되었다. 그런데 돌돌톤을 꺼내 보니, 이거 뭐 완전 신품인 거다. 하아… 잠깐 동안이지만 타지 않더라도 가지고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 먹고 온라인 장터에 내 놨는데, 하루만에 휙 팔려 버렸다. 얘는 워낙 상태가 좋아서 140 만원. 그러고 보면, 브롬톤 자체가 워낙 가격이 올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3년간 보유하는 동안 감가상각율이 20% 라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는. 브롬톤이 아닌 어떤 자전거를 산들 3년 후에 이 정도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징징톤의 새로운 주인이 늦은 밤 이리로 오기로 했다. 살짝 섭섭하기도 하고 해서 사진이랑 포스팅으로 남긴다. 언젠가 자전거 길이 근처에 있는, 평평한 곳에 집을 갖게 된다면, 그 때 다시 돌돌미와 자전거 생활을 하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