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전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첫 고양이를 분양 받기로 마음먹고 꽤 오랜기간동안 온라인 고양이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분양 글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다음 카페에 러시안블루 애기들을 분양한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한 배에 태어난 애기들이 남자애 둘에 여자애 셋 해서 모두 다섯이라고 했다. 분양글에 올라온 사진 – 바글바글 모여서 단체로 멍 때리고 있는 – 을 보고서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첫 눈에 꽂혀 버렸던 것이다. 요 밑에 올려둔 글은 그 때 그 분양글을 캡춰해 둔 것인데, 지금 보면 저기 뒤에 벽 보고 멍 때리고 있는 애가 바둥이 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것은 왤까;;;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뭣에 흘린 듯 징징양과 함께 멀리 경기도 화성까지 달려갔다. 분양자와 만나기 전에 미리 남자애 둘 중에 순한 아이로 받고 싶다고 말해 두었다. 왜 남자 아이냐규? 중성화를 시키는 것을 전제로 고양이를 들이고자 한다면, 대포고냥군은 남자 아이를 기르라고 권하고 싶다. 남자아이는 중성화 전과 중성화 후가 성격이 극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는… 무덤덤하던 아이는 애교쟁이로, 원래 애교 있던 애들은 애교쟁이*100 로 변하는 경우가 많으니, 한 번 시도해 보기 바란다. 그렇게 생후 2개월이 채 안 되었던 바둥이는 다른 형제 하나와 모포에 둘둘말려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의 눈 앞에 놓여졌다. 바둥이는 잠이 덜 깬 채로 끌려나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멍 때리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최소한 바둥이 보다는 똘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포고냥군은 이유없이 바둥이가 맘에 들었고, 그 날 이 후, 대포고냥군은 둥이아부지가 – 웅이아부지도 아니고 – 되어버렸다.
원래가 러시안블루라는 종이 사람에게 다정하고, 울음 소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조용해 반려묘로써 아주 이상적이라는데, 그것도 고양이 나름이다. 바둥이는 절대 시끄럽진 않지만 아주 예쁜 목소리로 궁시렁대고, 주인을 부른다. 창 가에 앉아서 바깥에 날아다니는 새들을 즐겨 보시는 바둥군은 가끔 창문을 열어달라고 어필하는데, 비가 온다든지 해서 ‘안돼, 비온단 말야’ 하거나 하면, 뒤 돌아가면서 옹야옹야~ 아오앙? 아르르릉~ 하면서 궁시렁댄다. 사실 ‘아씨 이것들이 문도 안 열어주고!!! 다 뒈져버려!’ 하고 욕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팔불출 같은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목소리 귀엽다고 주접을 떨곤 한다능. 다정함에선 또 둘째가라면 서러운 바둥이는 고양이보다 사람을 더 좋아하는 듯 하다. 아니, 자기가 사람인 줄 아는 고양이라는 것이 더 옳을지도.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한 번도 마중나오는 것을 거른 적이 없는 개념고양이. 퍼질러 자고 있다가도 우리 부부의 발 소리를 어떻게 알고선 잠이 덜 깬 눈을 부비며 인사를 하는 바둥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찡 하다.
바둥이의 점프 능력은 굉장함을 넘어서 스고이 하고, 고져스 하다. 어지간한 높이라면 소리없이 한 번에 휙 하고 올라간다. 하두 많이 보다보니 이젠 덤덤해져서 그렇지 처음에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무슨 와이어 액션 마냥 황당 할 정도였다. 뭐 고양이라면 다 그렇겠지만, 높은 곳이라면 어떻게든 한 번 올라가고야 말겠다는 저녀석의 의지는 꺾을 방법이 없다. 냉장고 위, 화장실의 높은 창 틀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방 문 – 그 좁은 곳을! – 위에도 올라갔다!!! 그 위에 올라가서 휘청휘청 하던 모습이란;;; 이젠 뭐 올라가는 걸 막거나 하진 않지만, 단지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해서 걱정이다. 그래서 층층이 발판이 달린 캣 타워 같은 것을 사줘야 하나 고민중인 대포고냥군이다. 이러 저리 조사하다보니, 캣타워 뿐 아니라 선반처럼 벽에 피스로 고정시키는 캣 워크 (Cat walk) 같은 것도 있구나… 집이 좁다보니 지금은 좀 무리고, 내년에 이사가면 꼭 제일 높은 캣 타워를 사줄께.
바둥이는 봉투 매니아다. 이 세상의 모든 봉투를 사랑한다. 사실, 종이봉투, 비닐 봉지, 박스, 심지어 징징양의 스피디 가방 까지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면 다 좋아하는 듯. 게다가 바삭바삭 소리가 나면 금상첨화. 그래서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이 마트라도 다녀오는 날이면, 거의 축제 분위기다. 짐을 내려놓자 마자 모든 봉투를 점검 (?) 하고 뭘 사왔는지 체크하며, 큼직한 마트 봉투라도 던져 주는 날에는 하루종일 봉투와 논다. 봉투에 들어가서 지나가는 사람 발 공격하기 놀이, 달려와서 봉투에 뛰어들기 놀이, 종이봉투를 쓰고 구름이를 위협하는 봉투 강도놀이 등등 방법은 무수히 많다. 가끔 대포고냥군은 바둥이가 봉투에 들어가 있거나 하면 봉투 째로 문고리에 걸어두는데, 그게 아주 좋은가 보다. 저리 봉투에 집착하는 바둥이를 보고있자면, 고양이나 어린 애들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대포고냥군이 아주 어렸던 시절, 가끔 이불을 싸던 커다란 비닐 봉지가 생기면, 그 안에 들어가서 한 참을 있던 생각이 난다. 또, 여름날에 가끔 모기장이라도 치면 그것이 얼마나 좋던지… 들락날락하다 모기 들어간다고 어머니한테 쳐 맞았던 기억도 나는구나. 대포고냥군이나 바둥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사실에 살짝 우울해 진다능;;;
바둥이는 정말 순한 고양이다. 성질 낼 줄도 모르고 – 사실, 성질 내면 대포고냥군한테 쳐 맞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만 – 성격도 아주 느긋해서 우리 부부는 바둥이를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드림캣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에는 바둥이가 그저 순하고 약간은 맹한 고양이인줄만 알았었는데 그게 아녔다는. 최근 대포고냥군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탁묘 – 일정기간 고양이를 맡아주는 – 를 받은 적이 있었다. ‘치즈’ 라는 이름의 7개월 령 정도의 남자 고양이였는데, 탁묘 기간동안 내내 치즈의 군기를 잡는 바둥이를 보고 다들 놀랬다는. 가만히 자는 치즈를 괜히 지나가다 한 대 패질 않나… 좋은 자리 – 에어컨 앞 등 – 를 치즈가 차지하고 있거나 하면 텃세를 부린다든지 하는 걸 보고, 바둥이가 사람한테만 친근한 것이지 절대 만만한 녀석은 아니구나 싶었다.
바둥이의 단점이라면, 역시 뺀돌거림 이랄까? 눈치가 100단이라, 이제 대포고냥군이 주의를 준다든지 하는 정도로는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 눈치를 살피다가 ‘저 넘이 진짜 줘 패러 오겠구나’ 싶을 때만 욜라 도망간다. 바둥이는 참외 속 – 씨가 들어있는 – 을 아주 좋아라 하는데, 우리 부부가 참외를 먹고 있으면 자꾸 테이블 위로 올라온다. 그러다가 ‘테이블 위로 올라오면 안돼’ 라든지, ‘야 그만 먹어’ 하고 제지를 하면 이 녀석은 잠깐 말을 듣는 척 하다가도, 안 보고 있는 사이에 조금씩 움직여서 – 1분에 1센티 정도? – 나중에 보면 참외에 코를 대고 있다는;;; 무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는 것도 아니고… 뺀돌뺀돌 바둥아!
ps. 바둥이 특집 기념으로 그냥 A4 지에 끄적거리다 완성한 바둥이 스케치 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