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컨서트홀에서 있었던 앙상블 디토 (ensemble ditto) 의 공연을 보고 왔다. 4월에 예매를 한 것 같은데, 공연 날이 오긴 하는구나. 요즘 클래식의 동방신기 – 많고많은 남성그룹 중에 하필이면 왜 동방신기냐고… – 라 불린다는 6명의 남자. 그 중에서도 피아노의 임동혁과 비올라의 리차드 용재 오닐 (Richard Yongjae O’neill) 은 이미 대중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다. 리차드 용재 오닐이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현해서 잠깐 연주했던 올드보이 OST. 중 ‘Cries of whispers’ – 우진의 theme 로 알려진 – 를 기억할런지? 티비로 잠깐 본 것이 전부 였지만 그 순간의 전율이란… 사실, 이 날 임동혁이랑 리차드 용재 오닐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참 설레였다는.
그런데 자리가 합창석 – 오케스트라 뒷편의 – 이란다. 김징징양에 의하면 피아니스트의 손이 잘 보인다는 둥, 어중간한 객석보다 낫다는 둥… 다 뻥이다. 절대 비추다;;; 앞으로는 돈을 더 내서라도 앞에 앉겠다. 뭐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보이는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일단 사운드가 꽝이다. 보통, 컨서트홀이라면 음향역학을 고려해 설계되어 모든 음향이 관객쪽에서 듣기에 최적화되어 있는데, 뒤쪽에 앉으니 이건… 뭥미. 가끔씩 연주자가 관객을 향해 음성으로 커멘트를 줄 때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공연 후에 연주자의 얼굴을 회상해 보려고 했건만 뒷통수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 이제 디토 앙상블 멤버를 길에서 만나도 뒷 모습만 보면 누군지 다 구별할 수 있다능. 뭥미뭥미…
연주는 너무 훌륭했다. 클래식에 그닥 조예가 없는 대포고냥군조차 정신 놓고 박수를 치느라 손바닥이 아팠을 정도니 말이다. 무척이나 명료했던 터치라고 기억되는 임동혁군의 피아노와 리차드의 비올라소리는 역시 굉장했다. 드라마 ‘하얀거탑 OST 중 Rossette’ 와 영화 ‘여인의향기 OST 중 por una Cabeza’ 를 앵콜곡으로 연주 할 때 쯤에는 거의 홀 내부가 열광의 소용돌이였다는. 여성관객 여럿 넘어가지 않았나 싶다. 알라뵤~ 외마디 외치던 한 여성 관객이 생각난다. 공연이 끝나고 컨서트홀 로비에서 팬 사인회를 했었는데, 나름 키 크다는 대포고냥군이 아무리 머리를 디밀어도 사진 한장 찍기 힘들 정도로 성황이었다. 흑… 리차드의 싸인이 갖고 싶었는데… 이마에 싸인 받고 싶었다규! 담에는 공연 끝나자마다 젤로 먼저 튀어나가서 줄 설테다!
대포고냥군은 음악을 들을 때 클래식이든 가야금 산조든 쟝르에 구애받지 않고 듣는 타입이긴 하나, 가수가 누군지에도 그닥 관심이 없어서 ‘음악이란 들어서 좋으면 그만’ 이라는 사상이 박혀있다. 그런사람 있지 않은가. 영화 자체보다도 감독이니 배우들 이름이랑 프로파일을 줄줄 꿰고있는 사람. 대포고냥군 눈에 그런 사람들은 그저 뇌 속의 기억중추가 많이 비어있구나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그런거 외워서 머하냐… 거참… 머 역시나, 공연의 브로셔를 보니, 제일 마지막 악장의 ‘슈베르트’의 송어 – Die Forelle – 밖에는 모르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