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도돌미와입후가 음식물쓰레기를 버린다고 나갔다가 얼마지 않아 다시 뛰어 들어온다. ‘오빠오빠, 새끼고양이가 아픈지 못 움직여’ 그 길로 따라 나가보니, 나무 아래에 태어난지 두 달은 됐을까 하는 아기 고양이가 축 처친채로 누워 있다. 자세히 보니 우리 아파트 9동 근처에 사는 어미고양이가 데리고 다니던 두 마리의 새끼고양이 중 하나다. 가까이 가도 가뿐 숨을 몰아 쉴 뿐 기척이 없다.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더듬어 보니, 바싹 말라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 차에 친 것 같진 않다. 쥐약이나 독풀 같은걸 먹은 것 같은데…
나는 이전에도 이 아이와 만난적이 있다. 아파트 1층 계단 앞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집으로 들어갈까 하는 순간 계단쪽에서 고양이 하나가 튀어 나온다. 그런데, 그 어미 고양이는 자리를 뜨지 않고 날 바라보면서 애처롭게 야옹야옹 우는거다. 그러고 보니, 계단 아래에 미처 따라 나오지 못한 새끼 고양이 둘이 남아있다. 날 사이에 두고, 새끼고양이 둘이 고립되어 버린 것이다. ‘아, 그래그래- 애기들 잘 키우거라-‘ 하면서 자리를 비켜주자 어미고양이는 새끼들을 불렀고, 거짓말 처럼 알아들은 새끼들은 깡총깡총 어미를 따라갔다. 화단의 작은 나무 덤불 안으로 새끼가 사라진 뒤에도 어미 고양이는 고개를 돌려 한참을 날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후에도, 주차해 둔 차 밑에서 낮잠을 자거나, 나무에 오르고 있는 새끼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어미고양이 뒤를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따라다니던 새끼고양이들을 보면서 너무나 좋았던 기억이 난다.
죽어가는 이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 주고 싶었다. 가망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의사에게 보여 보고 싶었다. 그 순간에 병원비 걱정에 망설였다. 집에 데려갈까 생각했다가 집에 있는 바둥, 구름, 우키 생각에 또 망설였다. 집에 사는 우리 고양이랑, 이 아기 고양이 모두 똑같은 고양이임에도, 짧은 망설임 끝에 하루에도 허다하게 사고나 병으로 죽어나가는 ‘길 고양이’ 로 분류해 버렸다. 혹시, 누군가가 발로차거나 할까봐 목 뒤를 쥐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화단의 덤불 아래에 뉘어 놓고는 옆에 물과 사료를 남기곤 들어왔다. 죽어가는 아이를 외면해버린 죄책감을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사라져 있을지도 몰라’ 라며 애써 모른체 해 버렸다.
오늘 아침, 그 새끼고양이를 두었던 화단을 쳐다보기 전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사라졌기를 진심으로 백번은 바랬다. 새끼 고양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있었다. 더 이상 숨도 쉬지 않는다. 벌써 파리가 웽웽 꼬이고 있다. 옆에 하얀 양말을 신은 또 다른 새끼고양이가 앉아서 지키고 있다.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아프다. 휙 돌아섰는데 어질어질 하다. 머리속이 하얗다. 내가 어쨌어야 됐을까… 망설였던 그 순간에 어떡해야 했던걸까… 그 때 병원에 데리고 갔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까? 같이 사는 바둥, 구름, 우키는 캔을 따 줘도 시큰둥할 정도로 복에 겨워 사는데, 죽은 새끼고양이는 그런 캔, 한 번이라도 맛 보고 죽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더 맘이 아프다.
좋은데로 가라고 회사 화장실에 앉아서 백 번은 기도했다.
다음 세상에는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애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