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신비롭다. 내 눈앞에 있는 투명한 병 속에 일년 동안 일어났던 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바람 소리와 포도밭의 흙냄새… 그런 역사를 좀 더 쉽게 설명하고 있는 단아한 라벨링. 그런 경이로운 것을 열어볼때 늘 가슴이 설레인다.
지난 주, 오랜만에 마트를 갔었다. 와인 매장을 지나치다 대포고냥군의 완전 소중 빌라 엠 모스카텔 (Villa M Moscatel) 이 생각나서 한 병 살까 하고 들어갔다. 2만원 초반의 가격대. 젠장… 이걸 와인 바에서 마시면 비싼곳은 자그마치 7만5천원! 얼마나 남겨먹는거냐;;; 적당히 해라 응? 응? 카트에 담고 즐거워하고 있는데, 매장의 아줌마가 와서 발비 소프라니 모스카토 다스티 (Balbi Soprani Moscato D’asti)를 권한다. 만 구천원! 시음행사를 하고있던데… 맛을 보니, 빌라 엠에 비해서 향이 약간 강한듯 하다. 라벨을 보니 알코올 함량이 0.5% 더 많구나… 더 상쾌한듯 하기도 하고… 그래그래! 꽉꽉채워두는거야! 고작 만구천원인데! 하고서 대포고냥군은 이X트의 업셀링 전략에 휘말리고 말았다.
실은 어제도 빌라 엠을 홍대앞에서 한잔 하고 들어왔고, 지금도 홀짝대고 있다. 모스카텔 와인은 원래는 13도 정도의 강하다면 강할 정도의 화이트 와인의 한 종류였으나, 지금은 점점 도수가 낮아지는 추세이다. 처음 맛보는 사람들은 대략 데미소다냐! 꽥~! 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데, 금새 그 향과 스파클링의 상쾌함에 반하게 된다. 더운 여름에는 아무래도 화이트와인의 소비가 늘게되는데, 떱~드롱 한 맛이 지겨운 분은 한번 시도해 보기 바란다. 아마 꽤 오랜 시간 동안 모스카텔 와인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할걸…
보통 스파클링 와인이라면 샴페인이냐? 라고 묻는데, 절대 아니다. Sweet 한 화이트와인인데, 스파클링이 약간 들어간… 이라면 딱이다. 특히 빌라 엠은 라벨이 없는 누드 바디의 병에 빨간 봉인이 포인트다. 빌라 엠은 일반 와인의 맛의 볼륨감 같은건 부족하지만 잘 음미해 보면 여러가지 향이 깊숙히 숨겨져있다. 가벼운 듯 하면서도 혀에 오래오래 남는 향이 일품이다. 발비 소프라니는 안마셔봐서 모르겠다. 죽도록 소주만 먹다가 앤이 생겨서 와인을 먹어야겠다는 분. 특별한 날에 점수 못 따면 큰일 날 것 같은 분들께 강추한다.
ps. 이 넘의 빌라 엠. 스파클링 와인이라 그런지 코르크 밑단에 뭔가를 발라놨다. 더럽게 마개가 안 빠진다… 이거 뽑다가 성질버리는 줄 알았다. 바에선 그리 쉽게 따더만… 그 종업원은 전화번호부를 손으로 찢는 내공의 소유자 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