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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고냥들을 위한 사치, 트릴로 (Trillo) 사용기

블라인드와 잘 어울리는 트릴로

올해 3월에 상도동으로 이사를 오자마자 구입했었던 트릴로. 이미 4개월여를 사용하고서 이제서야 사용기를 쓴다. 돌돌미와입후와 같이 붑후 따블 블로그질을 하다보면 뭔가를 구입하고 나서, 같은 주제에 대해 비슷한 시기에 포스팅을 올린다는 것이 약간은 꺼려지게 되더라. 왜냐면 블로그란 유니크해야 하니깜. 그래서 보통은 뭔가를 질러두고서 두 사람 중 누가 블로그에 포스팅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정하곤 한다. ‘이거 돌돌미가 블로그에 올릴거야? 그럼 난 안올릴래.’ 뭐 이런식이다. 트릴로 역시 도돌미와입후가 먼저 블로그에 올려버리는 바람에 나는 사진을 찍고, 보정까지 해 두고선 그냥 잊고 살았었다는 조홀라 구차하고 뻔뻔한 변명으로 점철된 포스팅을 시작해 본다.

용산에서의 신혼시절, 집이 좁아서 심심하면 발에 밟히고 채이면서 불쌍하게 살았던 바둥이와 구름이를 보며 생각했다. 넓은 집으로 이사가면 꼭 훈늉한 캣타워 부터 사주마 라고. 대포고냥군은 허리까지 오는 캣 타워, 이런거 싫었다. 그게 캣타워냐, 고양이 진열대지. 천장까지 닿을듯이 높은, 그리고 아름다운 그런 캣타워를 사주겠어 라고 항상 생각해 왔었다. 사실, 일본 하우징 관련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물푸레나무로 만들어진 ‘고양이 스텝’ 이나 천장 가장자리를 따라 설치하는 환기구 형 고양이 터널 같은 것을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전세집에다 그런 짓을 했다간 집 주인이 내 면상에 ‘졸라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줄 것 같아서 그냥  접었다. 그렇게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대포고냥군은 우연히 방문한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트릴로를 처음 보게되고… 트릴로를 본 순간 부턴 이미 ‘대안’ 이란 것은 사라진지 오래. 트릴로를 알고있거나 이미 구입한 사람들은 이해 할 테지만, 트릴로의 품질이나 디자인에 비교할 만한 캣타워는 단언컨데 국내엔 없다.

그날 이 후부터 우리 붑후의 머리속엔,
캣타워는 트릴로
캣타워는 트릴로
캣타워는 트릴로

그리고, 상도동에 이사 온지 일주일 되던 날, 우리 부부는 열심히 트릴로를 조립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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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고냥군이 트릴로를 구매할 당시는, 트릴로 SP (스프러스) 와 JC (일본 삼나무) 라는 모델이 있었으나, 지금은 트릴로 LA (나왕 집성목) 와 DF (미송, 집송목) 로 모델이 변경된 듯 하다. 아마, 보급형인 SP 가 LA 모델에 대응되고, 고급형인 JC 가 DF 로 바뀐듯 한데, 현재의 보급형인 LA 모델은 X 형의 프레임이 집성목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구매한 SP 는 프레임도 고급형 같이 집성목이 아닌 통나무라는 대놓고 자랑임. 트릴로를 제작하는 오마이캣님의 말씀에 의하면, JC 모델에 들어가는 일본 삼나무의 수급이 어려워져서 모델변경이 있었다고 들은듯 하다. 구입 당시, 직접 조립 이벤트로 구매했고, 캣콘도 배송비까지 묶어서 하나로 보내주셔서 현 모델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되는 구 SP 모델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했다.

꼼꼼한 포장 – 엄청나게 무겁다

배송 당시, 캣 콘도 하나, 프레임 하나, 중간중간 패널 하나, 이렇게 총 세 덩이로 배송이 왔던 것 같다. 하나하나가 원목이다 보니 엄청시리 무거워서 택배기사님 완전 안습- 다리 풀려 ㅎㄷㄷ- 포장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포장을 열어보면, 조립에 필요한 자세한 설명서와 프레임과 중간 패널을 연결할 때 아래에 받쳐두라고 종이컵 네개까지 챙긴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조립을 하다 느끼는 것은 나무 파트의 마감 상태가 무척이나 좋다는 것과, 한치의 어긋남 없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설계가 매우 훌륭하다. 무엇보다 싱그러운 나무 냄새가 참 좋다. 스크래치 패널과 캣 콘도에만 페인트로 도색이 되어있는데, 천연-무독성 고급 도료를 사용해서 냄새도 거의 없다. 왠지, 비싼 유아용 가구를 보는 느낌이랄까? 단점이라고는 패널 위에 놓는 패드가 밀린다는 것 정도다. 바둥이가 달려와서 패드를 밟는 순간 패드는 공중으로 날아가고 미끄덩한 바둥이는 꼴사납게 바닥으로 추락- 그래서 당분간 패드는 빼어둔 상태.

구름이 : 이거이거 마감이 예술이야-

구름이는 패드가 맘에 들었는지 한참을 저러고 있다

눈 뜨면 질러대는 우리 붑후에게 있어서 트릴로는 ‘지르고서 뿌듯한’ 아이템 중 하나이다. 3개월 할부로 긁은 탓에 결제일 마다 ‘트릴로가 비싸긴 비싸구나’ 라고 느꼈던 것 빼곤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는 애묘인의 강력추천 아이템. 사실, 조립을 해 놓고서 몇일간 바둥, 구름이가 애용해주지 않아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으나, 지금은 아주 라뷰라뷰 중이다. 트릴로가 메종드상도에 들어올 당시에는 입양 전이었던 탓에 사진에셔는 빠져있으나 우키는 캣콘도를 아주 사랑해서 ‘앞으로 뛰어 들어가 논스톱으로 사이드로 빠지기’ 를 매우 즐긴다. 트릴로를 창가에 두었는데, 블라인드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을 트릴로 위에서 식빵자세로 바라보는 우리 고냥들이 행복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