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클리앙 자유게시판에서 회원님의 즉석 이벤트를 발견했다. 클량 회원이신 ‘-_-a’ 님의 지인께서 공연 기획 관련 일을 하시는데 클량 가족을 초대한다는 이벤트. 이벤트 글에 댓글로 이 뮤지컬을 봐야 하는 이유를 남기는 형식이었는데, 평이한 댓글에도 불구하고 뽑아주신 ‘-_-a’ 님께 감사말씀 드린다.
사실, 뮤지컬에는 일자무식인 대포고냥군은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를 이번에 이벤트 당첨되면서 처음 들었다;;; 그런데, 당첨 소식을 주변 지인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뮤지컬 애호가들 사이에서 ‘오당사’ 라고 불리며 꽤 인기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런 케이스.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의 마지막 뮤지컬은 작년 즈음 봤던 ‘김종욱 찾기’ 였는데, 우연인지 같은 공연장 – 대학로 예술마당 – 에서 오당사를 보게되었다. 당일인 9월 16일 밤에도 ‘김종욱 찾기’ 는 공연 중인 것으로 보아 여전히 인기 작품인가 보다.
평일이라 6시 땡 치자마자 회사에서 뛰쳐 나갔음에도 대학로까진 꽤 시간이 걸려 7시 30분 꽉 채운 시간에 공연장에 도착했다. 티켓 부스에 ‘클리앙에서 이벤트…’ 라고 말하곤 신분증을 내밀었다. 앞 뒤에 줄 서신 분들도 전부 클리앙 분이신 듯. 평일이라 직장인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는데 어떤 교회에서 단체로 관람 왔는지 아이들이 차에서 우루루 내린다. 시간이 20여분 남았었지만 식당을 가기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라 공연시간까지 서서 도돌미와입후가 사온 빵을 뜯으며 기다렸다. 10분 전, 드디어 입장. 앞에서 네번째 자리. 소극장이다 보니 네번째 자리라 해도 거의 눈 앞에 무대가 보인다. 지난번에 여길 왔을 때도 그랬었는데, 예술마당은 자리 앞뒤 공간이 너무 심하게 좁다. 대포고냥군 처럼 190센티미터 가까이 되는 인간은 보지 말라는 이야긴지… 다리를 머 좌우로 180도 찢다시피 해서 겨우겨우 끼어 앉았다.
드디어 ‘오당사’ 시작. 사실, 대포고냥군은 영화나 공연을 보고와서 내용은 거의 블로그질 하지 않는 편인데, 뮤지컬은 같은 작품을 여러번 보는 분들도 많은 걸로 봐서 스토리가 관람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닌것 같아 간략하게 적는다. 크리스마스 전 날, 어느 무료 병원에 입원해 있던 주인공 ‘최병호’ 가 밤새 사라진다. 밤새 눈이 많이 내려 고립된 병원, 게다가 사라진 ‘최병호’ 는 다리를 쓰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던 환자.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자원봉사자인 ‘김정연’ 이 병원에 도착하면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약간은 느린 스토리텔링에 살짝 지겨운 느낌이 드는 30여 분이 지나고 베드로 신부가 집무실에서 혼자 벌이는 퍼포먼스부턴 정신이 확 든다. 그 후, ‘최병호’ 의거 씬에 등장하는 ‘이길례’의 연기, ‘정숙자’ 스토리, ‘닥터리’ 와 ‘김정연’ 의 러브라인 등이 펼쳐지면서 무대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든다. 마지막 ‘최민희’ 의 눈물 연기로 분위기는 절정에 다다른다.
대포고냥군은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를 보고 나오면서 미안해 졌다. 이렇게 좋은 작품의 제목도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무지한 채 관람에 임해서 였달까. 사실, 오당사의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고 어떤면에선 진부한 소재이다. 배경도 크리스마스에 내용도 가족애를 바탕에 깔고있다. 그런데,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너무 매력적이다. 우리가 열광했던 베드로 역의 원종환님의 신들린 듯한 연기는 사실, ‘연기’ 라기 보단 무대위의 ‘놀이’ 같은 느낌이었다. 폭발적인 끼의 발산. 그것을 즐기고 있는 배우. 오당사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주 역할 이외에도 엑스트라 연기를 동시에 하는데, 그 역할 전환이 너무나도 완벽하여 우리는 마지막까지 ‘최병호’ 역의 배우가 또 다른 ‘병실의 환자’ 셋 중 하나였던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할 정도 였으니… ‘최민희’ 가 아버지와 재회할떈 관객석이 훌쩍거리는 소리로 가득찰 정도로 훌륭했다.
대포고냥군은 뮤지컬을 잘 모르지만, 너무너무 재미있게 본 작품. 배우 이름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성격이 아니지만 나와서 한참을 외우려고 애썼다. 다음에도 이 배우들의 다른 작품들이 무대에 올라오면 챙겨 보고 싶은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