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7월 10일, 그러니까 우리 결혼하고서 45일 째 되는 날이다. 진작에 사진을 올렸어야 하는건데 본식때 촬영한 사진이 한달 여 만에 나왔다. 오래 걸린것도 그렇지만, 사진을 발로 찍었는지 쓸만 한 사진이 없다. 그리 사진찍을때 超 rude 하게 까불어대더니 이걸 사진이라고 찍었냐. 1Ds 막투가 아깝다. 개늠. 여튼, 대포고냥군은 결혼한 이 후 첫 아티클을 그 날에 대해 쓰지 않고서는 다른 글을 써 나갈수가 없었던 게다. 앞으로 뒤늦은 스튜디오 촬영, 신혼여행 시리즈가 기다리고 있으니 많은 기대 바란다.
역시나, 늘 여유(?)가 넘치는 대포고냥군은 일생에 단 한 번인 결혼식 날도 한 시간 늦게 웨딩샵에 도착하여 옷과 화장을 준비하고 양재동 식장으로 향했다. 사실 비상등켜고 갓길로 미친듯이 달려서 – 교통법규 어긴점 진심으로 반성중입니다 – 겨우 도착;;; 허둥지둥 12층 식장으로 올라가 상의 포켓에 꽃을 꽂고 하객분께 인사를 하고 있으니 방송으로 입장하란다. ‘신랑 입장!’ 소리에 맞추어 힘있게 발을 내 디뎠건만, 아무리 걸어도 단상까지는 한참이나 남았다. 눈 앞에 인생여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는것이 딱 이 기분인듯 하다. 여튼 이상야릇한 느낌. 징징양이 장인어른 손에 이끌려 입장한다. 그녀의 손을 넘겨 받을 때, 또 한번 야릇;;; 단상위에 서 있는데 다리가 왜 후달리는거지? 나중에 옆에 선 징징양도 내가 떠는걸 느꼈다는 후문. 태생이 다크사이드의 자식인 대포고냥군은 기독교식 결혼식이 참으로 힘들었다. 기도 할 때 눈을 뜨고있다가 주례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질 않나, 찬송가때 립싱크하다 들키질 않나… 역시 나는 영적인 것이랑은 안 어울리잖;;;
그 이상 야릇한 느낌, 시간이 슬로우 비디오 처럼 느려지고 주변의 소리는 점점 잦아드는 그 느낌. 대포고냥군은 스무살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그 느낌을 느껴본 일이 없다. 하지만, 그 날은 하루에 세 번씩이나 그 기분을 느꼈으니 – 신랑입장 때, 징징양의 손을 장인어른께 넘겨받을 때 – 참으로 신선하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실은, 덜덜덜 떨만큼 내게 결혼식은 엄청난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 날 먼 곳까지 와주셔서 저희 결혼을 축하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둘이서 오래오래 잘 살께요♡
Special thanks to,
부산에서 버스로 올라오신 많은 어르신들, 사랑하는 동생 남경이와 조서방 내외, 냉장고 사주신 대표님과 엠포스 식구들, 세탁기 질러주신 멋진 에비네회장님, 욜라 큰 화환의 오버추어의 박과장님, 니트머스의 대표님, 차장님, 이과장님. 예쁜 청첩장 만들어주신 토끼차장님과 붕붕형님, 참하고 알흠다운 징징양의 친구들, 그리고 내 소중한 친구들 – 안똥과 미국에서 와주신 그의 여친님, 성규, 멀리 일본에서 와준 타케시군, 그리고 사회 미스로 완전 웃겼던 큐타로군. 그리고 사랑하는 내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