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포고냥군이 서식하는 인터넷의 클모 커뮤니티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핸드북’ 을 두 권 주문했는데, 그 중 한 권을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 대상으로 보내 주시겠다는 회원분의 글을 읽었다. 쪽지로, 이러이러한 아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고, 관련된 블로그 포스팅도 있습니다- 라는 내용을 보내드렸더니, 당첨! 그리고 정말 빠른 배송!!! (배송료도 마다하신 물잠자리님 너무 감사해요!)
받아서 집에서 봉투를 개봉하니, 문고본 크기의 예쁜 책자가 하나 나온다. 익숙한 고양이 사진집 같은 느낌의 책. 물잠자리님께서 나눔을 위해 게시판에 글을 쓰셨을 땐, 큰 폰트의 제목만 눈에 들어와서 ‘길 고양이들에게 밥 주는 법’ 이라든지, ‘길 고양이들을 유혹해 한 번 만져보는 방법’ 같은 내용일 줄만 알았다. 제목 위의 부제는 ‘길고양이와 지역사회를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케어테이커 여러분들을 위한 TNR 가이드북’. 사단법인 동물보호시민단체 – 카라 (KARA : Korean Animal Right Advocates) 에서 발간한 책으로, 부제와 같이 TNR (Trap-Neuter-Return : 포획해서 중성화 후, 방사) 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대포고냥군이나 징징양은 일찌기 TNR 에 대해서 잘 알고는 있었지만, 포획을 했다가 가까스로 사람을 믿고 따르게 된 길고양이 친구들에게 미움받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던 적이 있었다. 길고양이에게 처음으로 부비부비를 당했을 때 그 희열을 말로 표현한다면, ‘벅차오름’, ‘자랑하고 싶어’, ‘이대로 얘를 안고 집으로 달릴까!!!’ 정도?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핸드북’ 은 전체적으로 냉철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통계를 바탕으로 TNR 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단체에서 발간한 책답게 흔한 (?) 애묘인의 무계획성 애정애정 ‘길고양이 보호’ 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속에서 TNR 이라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합리적으로 길고양이라는 생명체를 아끼고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사실, 이 책을 받고서 두 번의 오해가 있었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서 ‘길고양이에게 성공적인 배식을 하기 위한 책일 것이다’ 했었고 다음엔, ‘TNR의 절차와 방법을 기술적으로 가이드하는 책이구만?’ 했다가, 마지막으로 차분히 읽어보고 나서야 여지껏, 대포고냥군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길고양이 애정을 했었나 반성하게 되었다. 매일 고양이 사료를 차에 싣고 다니며,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료를 뿌리고 사라지는 그런 생활을 한지 어언 4년. 그러다 동네주민과 삿대질 하며 싸운게 벌써 여러번. 그러고서 집에 돌아오면, 그 주민이 길 고양이들에게 해꼬지할까봐 불안불안…
이 책의 여덟번 째 챕터의 제목은 ‘고양이가 싫은 걸 어떻게 해?’ 이다. 그렇다. 고양이를 싫어 하는 사람들에겐 이유가 없다. 그냥 싫은것이다. 그렇다고 대포고냥군이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고양이 혐오인과 싸우고 큰소리를 내는 것이 절대 길고양이 친구들에게 득이 되진 않는다. 이 장에선 고양이 혐오인들에게 어떤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가며 이야기 해야하는지 – 최악의 상황에선 동물보호법을 추천하고 있다 – 고양이 살해를 목적으로 뿌려지는 쥐약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 책을 보내주신 물잠자리님껜 죄송하지만 – 이 책을 보면서 내내 우울하고 먹먹했다. 예전 상도동에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다가 벌어진 동네 아주머니와의 언쟁도, (틀림없이 쥐약을 먹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그 어린 젖소냥이의 죽음도 생각났다. 막연하고 대중없이 길고양이를 애정애정 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머리는 차갑게 대응을 해 보아야겠다. 그리고 꼭… 훗날에 다른 고양이를 책임질 기회가 내게 온다면… 그 때는 꼭 길고양이를 식구로 들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