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포스 (Realforce) 는 일본 토프레 (Topre) 사의 최 고급 키보드다. 일반적인 저가형 키보드의 멤브레인 방식도, 금속 접점을 가진 기계식도 아닌 정전용량 무접점 이라는 특별한 메커니즘을 가지는 리얼포스는 처음에는 그 가격에 놀라고, 나중에는 그 약간은 생경한 키 터치에 놀라게 된다. 키보드 덕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선 리얼포스를 ‘천상의 터치’ 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사람들 마다 손가락 힘이 다른 것 처럼 키보드라는 것은 그 선택에 있어 진정 호불호가 강한 물건 중에 하나라, 가격 면에서 갑이라고 해서 리얼포스가 무조건 최고의 키보드라고 말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대포고냥군은 회사에서도 풀 배열 – 숫자키가 있는 – 리얼포스 106 을 사용하는데, 역시 하루 종일 키보드와 씨름하는 도돌미와입후에게도 좋은 키보드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같은 모델을 하나 사서 회사로 보내주마 했더니, 30만원이 넘는 키보드는 말도 안된단다. 그 돈 있으면 옷을 사겠다는 막장 (?) 발언까지. 결국, 한 번 만져나 보고싶다 그래서 회사에서 쓰던 키보드를 가져왔던 날, 대포고냥군은 도돌미와입후에게 리얼포스를 빼앗겼다. 뭐, 지금은 다른 키보드는 못 만지겠단다. 앞으로 달려 나가려는 손가락을 받아주지 못하는 느낌이라나 뭐라나;;;
여튼 각설하고, 며칠 전, 리얼포스 10주년 기념 모델이 발매 되었다. 기존의 87U 모델에 하우징 색상과 키캡을 변경해서 발매 한 것인데, 보자마자 ‘이건 사야해!!!’ 싶었다. 결국, 집에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검정 리얼포스 87U 가 있는데도 발매 당일 날 주문해서 어제 받았다. 키 감이랄까 이런 것은 여태껏 써왔으니 패스 하더라도, 정말 정말 누가 보더라도 혹 할 정도로 이쁘다. 짙은 회색의 하우징에 밝은 회색과 톤 다운된 하늘색의 키캡이 뭐랄까 참으로 일본 물건스럽달까. 주문시에 한글 각인과 영문 키캡을 선택할 수 있는데, 심플하게 영문만 각인된 버젼이 훨씬 깔끔한 느낌이다. PBT – Polybutylene Terephthalate – 재질에 승화인쇄로 각인된 키캡은 참으로 호사스럽기 까지 하다.
부끄럽게 고백하지만 – 아는 사람들은 다 알지만 – 대포고냥군은 컴덕,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온갖 기계류에 홀릭하는 메카닉 덕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시스템 퍼포먼스 위주의 덕, 쿨링 덕 등 온갖 덕들이 있겠지만, 대포고냥군은 컴퓨터 파트를 구성 할 때,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와 같이 유저의 감각과 직접 연결되는 부품들을 항상 최 고급으로 선택하는 편이고 그 것이 가장 투자 금액 대비 효용이 크다고 믿는다. 오늘 날의 직장인들, 특히 IT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은 정말 하루종일 키보드를 만져야만 할 텐데, 소중한 자신을 위해 입력기기에 조금 투자해 보시길 바란다. 오늘도, 리얼포스 특유의 도각도각소리를 들으며 정신 없이 타이핑하다 ‘정말 내 손이 캐 호강하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