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카페가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던가. 홍대에 들를 때 마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생겨나는 새로운 카페들을 하나씩 가 보는것도 버거울 정도다. 언젠가 부터 도돌미와입후와 대포고냥군은 홍대 앞을 크게 세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홍대 정문을 중심으로 길을 따라 좌우로 있는 카페, 음식점 들, 두 번째로 산울림극장에서 홍대역 방향으로 나 있는 골목을 따라 위치한 ‘75015’ 와 ‘몹씨 (mobssie)’ 등의 카페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대 피카소 거리에서 상수역방향 주차장길을 따라 생겨나고 있는 카페 지역. 세번째 구역은 원래 주거지역이었으나 405 키친, 감싸롱 등 최근에 유명해진 카페테리아 들을 중심으로 무섭게 확장되고 있다. 이 쪽의 새로 생겨난 카페들은 테라스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작년 가을 즈음부터 자주 바둥이와 구름이를 데려 갔었던 기억이 난다. 여튼, 언제부턴가 홍대 앞에 새로 생겨난 카페 기행을 다니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그것이 또 재미가 없어질 무렵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는 멋진 가게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Snob – 스노브 라고 읽는다 – 라는 일본식 디저트 카페. 도돌미와입후가 홍대 앞에 괜찮은 빵집 – 분명히 ‘빵집’ 이라고 했다 – 이 있다길래 전혀 기대 않고 갔던 곳. 스노브가 있는 하얀 이층 건물은 애초에는 가정집이었고, 스노브로 바뀌기 전에는 순두부집 (!) 이었다고 한다. 건물 앞에 작은 정원도 있는데 겨울이라 테이블을 치워둔 듯 했다. 일단 들어가 보자. 겉과 마찬가지로 내부도 온통 흰색이다. 뭐랄까… 딱 최근의 일본식 트렌드에 따른 인테리어랄까. 1층 바닥은 작은 타일로 마무리 하였고, 2층은 편백나무 같아보이는 밝은 색의 마루이다. 목제의 탁자나 의자도 튀지 않고 차분하니 아주 맘에 든다. 입구에 들어가서 정면에는 생쵸컬릿, 우측에는 타르트와 케익의 셀러가 위치해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는 쿠키와, 빵 코너가 있다.
스노브의 케익과 타르트의 퀄리티는 상상했던 것 이상이다. 사실, 케익같은 것은 비쥬얼 만으로도 파티쉐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케익 셀러를 들여다보곤 살짝 감동먹었을 정도니까 말이다. 홍대 근처에 있는 유명한 케익샵인 미차야와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아카벨의 케익들이 떠올랐다. 그 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 여튼, 우리는 레어치즈무스 1 pcs 와 와인에 절인 사과가 올라간 폼므타르트 1 pcs, 체리와 오렌지 생쵸컬릿, 라떼 두 잔을 주문했다. 카운터의 주인아저씨로 보이는 분은 꽤나 깐깐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매장이나 케익에게서 받은 좋은 느낌 때문이었는지 그 깐깐함이 왠지 신뢰로 다가온다;;;
맛을 보고나선 더 맘에 들기 시작했다. 생 쵸컬릿은 작은 조각 하나에 2,000원 씩이나 하니, 꽤나 비싸지만 돈이 아깝지 않았다. 매우 진하지만 쓰지 않은,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마신 듯한 기분이랄까. 레어치즈케익은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치즈무스를 특이하게도 웨하스 베이스 위에 얹었는데 이게 꽤 괜찮은 느낌이다. 그리고 제일 맘에 들었던 폼므타르트. 누가 대포고냥군에게 파이와 타르트의 차이를 좀 알려 주실 분 계신가? 내가 보기엔 파이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말이다. 와인에 절인 사과가 쫄깃하니 씹히는 맛이 아주 훈늉훈늉. 결국, 스노브에서 나가면서 폼므타르트는 한 피스 더 포장 주문 해 버렸다.
디저트 카페가 아주 오랜만이었던 탓도 있겠지만 스노브에서 가진 잠깐의 식도락은 매우 즐거웠다. 언젠가는 셀러에 들어있는 케익과 타르트 들을 하나씩 다 먹어보고 점수를 매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는 별다방, 콩다방에서 파는 피스케익에 익숙해 있었던 대포고냥군은 생각했다. ‘그래, 케익은 원래 이런 맛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