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좋던 어느 주말, 당주동에 있는 카페 퓨어 아레나 (Pure Arena) 에 다녀왔다. 그러니까… 당주동이 어디냐면, 서울역사박물관과 구세군 회관 사이 샛길의 미술관, 영사관, 축구협회가 있는 그 동네. 예전에 꽤 오랜 시간 몸 담았던 회사가 있었던 곳이라 이 주변은 꽤 잘 알고 있는 편이다. 매일 출근하던 길에 프레인 (Prain) 이라는 유명한 홍보대행사가 있었는데, 거기서 카페를 열었단다. 오래간만에 징징양과 함께 그 옛날의 출근길을 다시 찾았다. (징징양과 대포고냥군은 같이 회사를 다녔다. 읭?) 그나저나, 홍보대행사에서 카페를 열었으면 온통 그 계통 사람들 천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말이다. 나름, 우리도 동종업계이니까? 음?
예전엔 커다란 고급차들이 주루룩 주차되어 있었던 기억으로 보아, 임원들이 끄는 차를 대는 곳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카페 손님들을 위해 비워둔 듯 하다. 안으로 들어서니 조용하고 한산한 당주동 길과는 대조적으로 손님들이 가득이다. 왼쪽엔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좌식 공간이 있고, 중앙에 긴 테이블, 그 좌우로 작은 테이블 들이 보인다. 벽 쪽 자리에 앉았다가 머리 위에서 터질듯 소리지르는 스피커를 피해 중앙의 긴 테이블로 옮겼다. 파워 아웃렛이 긴 탁자 아래에 있기 때문이었을지도…
카페의 인테리어는 그리 좋지도, 딱히 나쁘지도 않다. 분명히 광고, 홍보 회사 특유의 분위기랄까, 울 회사 카페테리아를 영 후지게 바꾼 것 같기도 하고… 뭐 여튼 그렇다. 개인적으로 카페 가운데 있는 나무는 좀 싫다. 음악소리가 너무 크고 프로젝터로 한 쪽 벽에 플레이되고 있는 픽사의 ‘몬스터주식회사’ 도 좀 어색스럽다. 그러고 보니 천장의 조명을 갓 달린 스탠드를 모아 만든 것 걑은데, 혹시 픽사가 프레인의 고객사인가 했다.
주문했던 커피와 달다구리는 양이 작아서 그렇지, 맛있는 편이다. 특히 어디 크림브륄레를 대접에 파는 그런 가게 없나 모르겠다. 대포고냥군 크림브륄레 완전 사랑한다. 커피를 담는 종이컵과 슬리브 디자인을 아마도 스노우켓과 콜라보 한 듯한데, 나름 괜찮다. 내가 스노우켓을 별로 안 좋아라 해서 그렇지… 퓨어 아레나를 그냥 지나가다 들르는 카페테리아끼리 비교한다면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보이는 ‘크리에이티브’ 에 대한 강박들이 불편하다. 왠지, 백만년 만에 찾아온 칼퇴에 기뻐 날뛰던 신입사원이, 일 층 카페테리아를 지나다 혼자 우울하게 칵테일 마시고 있던 부장에게 걸려서 여느때와 같이 새벽에 release 되는 슬픈 스토리가 상상되는 퓨어 아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