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은 오사카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일찍부터 고베로 이동해야 함. 무계획 여행 전문인들인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오전에 호텔에서 당일 가 볼 곳들을 대- 에- 충- 정해 본다. 일단 오늘은 난바, 신사이바시, 도톤보리 쪽에서만 움직이는 것으로. 어제 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산 맥심 트리프레소 이거 괜찮은 것 같다. ‘밀크가 좋은 3배 농축 에스프레소’ 라… 뭔가 이런 빨대로 찔러 마시는 커피류 치고는 엄청 진한 느낌. 정신이 훅- 들어온다. 자자- 너무 늦기 전에 어서 난바로 이동하자. 미도스지센 지하철을 타고 난바역으로. 그리고 난바 파크로 연결되는 길고 긴 지하 상가를 통과하는데, 롯데리아에서 ’10미터급 진격의거인 포식세트’ 라는 걸 팔고 있다. 자세히 보니, 치즈타워 버거를 5미터 급, 7미터 급, 10미터 급 – 미터라는게 패티의 장 수다 – 세 가지 중에서 선택 할 수 있고, 거기에, 진격의 거인에서 나오는 입체기동장치와 칼을 모델링한 키 홀더를 묶어 파는 세트. ㅇㅅ의 앨런 오야, 나이 마흔이 넘은 난… 왜 이런 걸 알고 있는 거니? 그나저나 패티 열 장이 들어간 치즈 버거를 먹을 순 있는건가. 흡연석이 롯데리아에 있다는 것에 더 관심이 가는 대포고냥군. 그것도 지하 아케이드 내에 있는 매장인데! 여튼 난바 파크까지 계속- 계속- 걷자.
난바 파크에 도착! 난바의 쇼핑 포인트라면 ‘난바 시티’ 와 ‘난바 파크’ 가 대표적인데, 시티는 브랜드 품에, 파크는 좀더 캐쥬얼한 브랜드와 잡화에 집중하는 느낌이다. 난바 파크는 옥상이 정원이라 친 환경 건물로 유명하다는. 여튼, 여기에 어제 L 사이즈가 없어 사지 못햇던 백앤나운의 또 다른 매장이 있다. 징징양이 당이 떨어졌는지 배가 고프다고 징징대고 있다. 가방은 일단 얘를 좀 먹이고 가는 걸로. 난바역에서 난바 파크로 연결되는 통로를 나오자 마자 ‘안티코 카페 알아비스’ 라는 이탈리안 카페를 발견. 징징양의 말에 의하면, 롯폰기힐즈에도 브랜치가 있는 좋은 카페란다. 좀 찾아보니, 나중에 가보기로 한 HARBS 와 같은 그룹 – 시게미츠 – 에서 운영하는 듯 함. 평일 오전이라 한산한 것이 참 좋다. 역시 남들이 일 할때 놀러다녀야 하는?
내부는 앤틱계 임에도, 아주 올드한 느낌은 아니다. 그렇다고 경직된 분위기도 아닌것이 적당히 캐쥬얼하고 현대적임.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 정. 말.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로 가득 찬 쇼케이스가 시선을 압도한다.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한참을 그냥 멍하니 쇼케이스 앞에서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능. 샌드위치 말고도 슈크림이 꽉꽉 들어찬 비니에와 젤라또와 같이 서브되는 프랜치토스트, 쇼콜라 같은 커피와 같이 즐길 수 있는 스낵류도 참 맛있어 보인다. 우리는 간단히 요기를 할 겸해서 라테 두 잔과, 샌드위치 2 종을 주문하기로 했다. 징징은 ‘콧코’ 라는 에그, 소시지, 오이 샌드위치를, 난, 모짜렐라와 파르미제노 크림,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 아… 이건 뭐… 이 카페 브랜드의 컨셉이 ‘캐쥬얼’ 한 이탈리안 카페라는데, 보통 한국에서 ‘캐쥬얼’ 이라 불리는 그런 완성도가 아니다. 파니니나 샌드위치에 쓰이는 모든 빵은 타 회사에서 납품 받지 않고, 직접 만들고 있고 햄과 소시지를 비롯한 재료들이 정말 신선하다. 안티코 카페 알아비스 웹사이트의 브랜드 소개에 이런 말이 있다. ‘이탈리아 생활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인 바르 (bar) 를 컨셉으로…’ 음식을 맛 보고 난 후에서야, 컨셉에 대해 납득을 하게 됐달까.
다음에 다시 ‘안티코 카페 알아비스’ 에 들를 기회가 있다면, 꼭 크림브륄레를 맛보겠다. 뒤 늦게 여기저기 찾아보니 다들 권하던데 어느 정도길래… 일본에서 여기저기 카페를 다녀보면, 정말 그 퀄리티에 깜. 짝. 놀라게 된다. 커피 맛은 더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인적이 드문 뒷 골목 구석의 카페에서 서브되는 음식들을 먹어보면,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카페라는 업종이 지키고 있는 그 수준 자체가 너무나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서비스 마인드까지. 여행을 하던 내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사를 하고, 쇼핑을 하던 중 만난 직원들로 인해, 조금이라도 언짢았던 기억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지하철 역사 내, 정말 간단한 카페에서 조차 진중하게 자기 맡은 일을 하는 사람들. 어떤 형태든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업종에선 정말 당연한 미덕에 대해서 왜, 대포고냥군은 여기 일본에서 감동받고 있는 것일까. 세계로 브랜치를 확대 하고 있다는 국내의 모 커피 프랜차이즈, 그런식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생각이 듬.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간단히 요기를 한 후, 난바 파크의 꼼데가르송에서 이것 저것 선물도 사고, 징징의 줄무늬 티셔츠 – 사도사도 끝이 없는 줄무늬 티셔츠의 블랙홀 – 도 하나 삼. 3층의 백앤나운에선 검정색 툴백 L 사이즈를 성공적으로 GET 함. 돌아와서 포스팅을 쓰다보니, 난바 파크를 좀 더 꼼꼼히 구경해 볼껄 하는 후회도 살짝 든다. 자- 이제 또 점심을 먹으러 가야지? 그럼 방금 먹었던 안티코 카페 알아비스에서의 그건 뭐였담… 이 쯤에서 우린 이번 우리의 여행의 컨셉이 ‘먹방’ 이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려야겠다.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