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를 시도때도 없이 바꿔대는 바람에 이제 아무도 신경 써 주지 않지만, 나름 이슈가 되고있는 폰이라 한 번 소개해 보기로 맘 먹고 써 본다. 출고가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전화기로 알려진 ‘T옴니아’ SCH-M490. 햅틱2와 같이 내장 메모리의 양에 따라 모델을 두 가지로 가져가고 있다. 4기가의 M490 과 16기가 모델인 M495. M490은 97만 9천원, M495의 경우 출고가가 107만 8천원으로 무쟈게 비싸다. 물론 스크트 – SKT – 에서 T약정 등 이것저것 붙이면 실제 구매가는 50만원 대까지 떨어지지만 말이다. 사실, 이렇게 비싼 출고가 탓에 스마트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제일 비싼폰’ 을 찾는 나이 많은 사장님들에게 꽤 많이 팔려나갔다는 여담이다.
사전에 ‘omnia’ 를 검색해 보면, ‘Omnia is the Latin plural of “all” and may refer to’ 라고 나온다. 최근 옴니아의 CF 등에서 쓴 ‘전지전능’, ‘무궁무진’ 등의 카피도 옴니아의 어원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 이름 만큼이나 빠진 것 없이 다 들어간 당대의 최고의 스펙, 옴니아는 출시되기 전 부터 ‘아이폰 킬러’ 라고 알려졌을 만큼 삼성전자와 스크트가 공을 들여 만들어 낸 전략폰이다. 아이폰킬러는 개뿔… 옴니아의 국내판은 해외판에 비해 스크린의 스펙을 더 높여 – 해외판은 WQVGA, 국내판은 WVGA – 출시하였다. 국내 런칭 행사도 삼성전자, 스크트, MS 3사의 CEO 들이 모두 모인 것으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옴니아 전에 대포고냥군이 사용하던 스마트 폰은 HTC의 터치듀얼 (Touch Dual) 이었다.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해오던 유저 입장에서 과연 옴니아가 이름 값을 하는 폰인지, 스마트폰을 쓰던 사람이 옴니아로 기변할 가치가 있을지를 장점과 단점 위주로 살펴보자.
[장점]
1. 감동적인 스크린 해상도
랜드스케이프 모드에서 어지간한 웹페이지는 한 화면에 뿌려주는 800*480 픽셀의 WVGA 스크린은 꽤 인상적이다. ‘만뷰’나 ‘망가미야’와 같은 코믹스뷰어에서 만화책 한 페이지를 한 화면에 보여줄수 있을 뿐 아니라, 작게 보이지만 글자 한자 한자 까지 모두 식별 가능할 정도로 칼 같은 가독성을 제공한다. 옴니아에는 전통적인 WM의 기본글꼴인 ‘굴림’ 은 물론, 고해상도에 최적화된 ‘삼성고딕체’ 가 기본글꼴로 포함되어있는데, 꽤 미려해서 다른 글꼴을 설치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2. AF가 지원되는 5M 픽셀 카메라
T옴니아는 삼성의 스마트폰 중에서는 최초로 AF 지원이 되는 500만화소 카메라를 내장했다. 카메라 모듈은 햅틱2의 그것과 같은 것으로 보이며, 100 부터 설정 가능한 ISO 감도, AE 보정, AF 포인트 설정 등 많은 부분이 실제 카메라와 닮아있어, 똑딱이를 사용하는 느낌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겠다. 화각이 조금 답답한 면이 있어 렌즈가 조금 더 광각계였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사진의 퀄리티는 꽤 좋은 편이라 대포고냥군은 종종 스냅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3. 무엇하나 빠진 것이 없는 스펙
802.11 b/g 무선랜 (Wi-Fi), 블루투스에 A-GPS, S-DMB, 지자계센서 (가속도센서), 주변광 인식센서 등 무엇하나 빠진 것이 없는 종합 선물세트. 출시 전에는 GPS가 빠졌다느니, 아니라느니 논란이 많았으나, 옴니아가 채용하고 있는 A-GPS는 퀄컴 MSM6280 칩셋 자체에서 지원하는 기능으로 그대로 포함되어 출시되었다.
4. 많이 개선된 UI와 내장 어플리케이션
옴니아는 많은 부분에서 스마트폰과 핸드폰의 경계를 허물었다. 스타일러스펜 없이 거의 손가락만으로도 충분히 조작가능한 메인 화면 – 삼성투데이 라고 불리는 – 에서, 단문메시지 – SMS – 어플리케이션이나, 주소록만 보더라도 삼성전자가 많은 부분에 신경을 쓴 것을 알 수있다. ‘폰이다, 아니다’ 라는 카피에 속아 (?) 비싼 핸드폰 정도로 알고 구매했던 사람들이 엄청 반품을 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말이다.
[단점]
1. 가격
따로 말 할 필요가 있을까. 비싸도 너무 비싸다. 출고가가 70만원대 정도라면 나름 구매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 어중간한 컴퓨팅 파워
PXA312 라는 프로세서를 채용한 옴니아는 고속모드에서 806Mhz 로 동작한다. 그런데 PXA312 라는 프로세서는 원래 스펙시트 상 624Mhz 의 동작클럭을 가진다. 옴니아에 들어있는 프로세서는 도대체 무엇인가? 결국 클럭을 높인 (오버클럭한?) PXA312 로 밝혀졌지만 몇 가지 석연찮은 점이 있다. 옴니아가 개발될 당시에 이미 신형인 PXA320 이라는 프로세서가 존재했었다. PXA320은 WVGA 프레임버퍼에 대응하고 있고, L2 캐시메모리 까지 내장하고 있는, 쉽게 말해 WVGA 해상도에 최적화된 CPU 임에도 왜 옴니아에는 굳이 PXA312를 채용했는가 하는 문제다. 이 탓에 동영상 플레이백 성능은 그닥 좋지 않다. WVGA 기계를 산 이유는 WVGA 동영상을 돌리기 위해서가 아녔나? 열라 끊어진다. 어디선가 봤던 옴니아 최적 인코딩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 의하면 400*240 픽셀로 인코딩을 하란다. 미쳤구나… 니나 봐라 동영상.
3. 짧은 배터리 타임
옴니아는 초 고해상도 액정에, 806Mhz CPU 의 조합으로 전력을 아껴 쓰는데도 한계가 있어보인다. 게다가 무선랜에 위성 DMB 까지… 그래서 조금만 빡세게 사용해 주면 – 동영상, 무선랜을 사용하는 웹서핑 등 – 배터리는 금새 떨어진다. 옴니아는 현재 1440mAh의 표준형 배터리만 출시되어 있는 상태이다. 사실, 옴니아 정도의 스펙이라면 2000mAh 정도는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모 카페에서도 대용량 배터리의 출시를 목 빠져라 기다리는 분위기다.
4. 터치의 불편함, 방향키의 부재
이 점은, 옴니아가 원래 풀터치 폰이라는 것을 알고 구매했으므로 옴니아의 단점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확실히, 블랙잭 (M620), 미라지 (M480), 터치듀얼 등 키패드가 있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옴니아로 넘어오면 불편함을 더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4방향 버튼도 없다. 핑거마우스 기능이 있다지만, 이거 영 짜증이다. 신 기술을 채용하는 것은 좋지만 실 사용에서 불편하면 아무 의미도 없잖은가.
5. 내장 프로그램에서의 아쉬움
이 전의 스마트폰과 비교해서는 극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이는 옴니아지만, 여전히 발로 만든 듯한 어플리케이션은 있다. 문자 쓸 때만 글꼴이 다르다든지, 터치플레이어는 버벅대고 느려 터진데다가, 자막처리도 여전히 불안하다. ‘포토슬라이드’ 라는 사진 뷰어는 정말 느려서 홧병이 생길 정도다;;; 업데이트를 거듭하면서 점점 더 좋아지겠지만 말이다.
6. 스크트 (SKT) 유감
최근의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단말 자체의 성능 만으로는 제 구실을 다 한다고 볼 수 없다. KTF에서 곧 출시 예정이라는 애플의 아이폰 (iPhone) 만 해도 이미 출시 된 대부분의 국가에서 데이터요금 플랜을 끼고 판매된다. 자유롭게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메일과 메신져, 풀브라우징, 시간마다 자동으로 업데이트 되는 위젯들… 이 모든 것이 비싼 요금으로 인해 인터넷 연결에 제한을 받는다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현재 SKT 의 데이터 요금제는 KTF, LGT 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싼 수준이다. 돈 독 충만한 스크트. 졸라 재섭다.
한 달 가까이 사용해 오고있는 T옴니아는 꽤 잘 만든 스마트폰인 것은 사실이다. 과거, 삼성이 만들어 냈던 스마트 폰과 비교하면 ‘일취월장’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를 정도니까 말이다. 문제는 이 옴니아라는 기계가 100만원이라는 것이다. 100만원이면 저렴한 넷북이 두 대, 최신의 PMP 가 두대, 많이들 쓰는 아이팟 터치 32G 가 무려 두 대 하고도 반이다. 과연 옴니아는 100만원의 가치를 하는 걸까? 이 전에 사용하던 HTC의 터치듀얼은 2년 약정에 버스폰으로 사용중이었지만, 만족도는 정말 높았던 폰이었다. 무선랜도 없었고, 속도가 그다지 빠른 편도 아니었지만 아주 안정적이었고, 기본 기능에 충실한 좋은 기계였다. 그런데 막상, 대포고냥군이 거의 5-60만원을 더 주고 옴니아로 옮겨 탄 느낌은 ‘그저 그렇다’ 정도다.
많은 유저들은 옴니아가 고품질 동영상 정도는 휙휙 돌려주길 기대하고, 기존에 쓰던 MP3 플레이어를 대체해 주길 바라면서 구매 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Dvix 3.11 코덱으로 800*480 픽셀, 비트레이트 1,500 (CBR) 으로 인코딩해서 옴니아의 터치플레이어에서 돌려보면 가끔 뚝뚝 끊어진다. 저기 비트레이트를 낮추면 되지 않냐고 하시는 분 계시는데, 800*480 픽셀 이라는 고 해상도 동영상에선 비트레이트 1,500 이라는 값이 결코 최고 화질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 두고 싶다. 왠만한 최신형 PMP 두 대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옴니아가 네이티브 해상도에서 열화가 없을 정도의 비트레이트로 인코딩된 동영상 하나 제대로 돌리지 못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옴니아 개발팀은 도대체 뭣하러 이 좋은 액정을 달아둔 것일까. 또, MP3 플레이어로 쓰기에 옴니아의 DNSe 음장이 뽑아주는 음질은 좋다고 해도, 젠더를 통해 연결해야 하는 이어폰은 귀찮기만 하다. 100만원이 넘는 전화기에 3.5mm 일반 이어폰 잭 하나 더 뚫어 주는 것이 그렇게 힘든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목적은 거의 비슷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전화기로써의 기능 – 통화와 메시징 – 이나 아웃룩과 연동되는 스케쥴러 (PIM) 는 스마트폰이 가져야할 기본 중의 기본기능 이라고 치고, 동영상과 MP3 플레이어, e-book 과 코믹스 뷰어 등의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의 역할을 당연히 해 줄것으로 기대하며 구입하게 된다. 옴니아를 기획한 부서는 이 비싼 장난감을 구매한 유저가 어떤 목적으로 구매해서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 것일까. 최소한 아이폰 킬러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기계가 이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포고냥군은 또 베타테스트 한 건 한 것이다. 과연 2년을 노예계약으로 버틸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난 그래도 써 봐야겠다 라는 분들은 기존에 쓰던 스마트폰을 버리고 T옴니아로 가셔도 좋다. 아마도 무덤덤- 할 것이다.